판시사항
[1] 형식적 당사자에 불과한 중소기업 협동조합을 상대로 계약상의 물품구매계약 특수조건을 내세워 책임을 묻는 것이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2] 계약금액 결정에 착오가 있는 경우 감액, 환수할 수 있다는 문언의 해석
판결요지
[1] 구 중소기업제품구매촉진법, 중소기업협동조합법 등 관계규정상 지방자치단체가 납품업자와 직접 계약을 맺을 수 없기 때문에 외형상 협동조합 사이에 단체적 계약을 맺은 것처럼 형식을 갖추었을 뿐 그 협동조합이 실질적으로 계약의 전후 과정에 관여하지 아니하였다면, 그 구매계약에 따른 모든 권리, 의무는 협동조합을 거치지 않고 바로 실질적인 계약당사자들에게 귀속되므로, 지방자치단체가 중소기업제품구매촉진법 등이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아니하고 협동조합을 배제한 채 납품업자와 직접 모든 계약조건을 맺고도 나중에 그 계약상의 물품구매계약 특수조건을 내세워 형식적 당사자에 불과한 협동조합에 대하여 계약금액의 감액 또는 환수책임을 묻는 것은 선행행위에 모순되는 것이어서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2] 물품구매계약 특수조건에서 정한 감액청구권 또는 환수청구권의 발생요건은 문언상으로는 '계약금액 결정에 하자 또는 착오가 있어 계약금액을 감액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하였을 경우'라고만 되어 있으나, 이 조항이 원래 자유경쟁원칙에는 어긋나는 불평등 계약조항임을 고려할 때 '계약상대자가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고 그로 말미암아 계약금액 결정에 하자 또는 착오가 있었으며 또한 계약금액이 부당하게 높게 되었을 때' 비로소 위 청구권이 발생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2조 구 중소기업제품구매촉진법(1994. 12. 22. 법률 제4825호 중소기업진흥및제품구매촉진에관한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2] 민법 제105조
참조판례
원고, 피항소인
서울특별시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영무)
피고, 항소인
한국침장공업협동조합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태영)
주문
1. 원심판결 중 피고 한국침장공업협동조합의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이에 대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원심판결 중 피고 화산기업 주식회사에 대하여 원고에게 돈 214, 594, 030원, 피고 민복임에 대하여 원고에게 돈 231, 259, 647원과 각 금액에 대하여 1992. 12. 22.부터 1995. 3. 30.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초과하여 지급할 것을 명한 위 피고들의 패소부분을 각 취소하고, 위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피고 화산기업 주식회사, 민복임의 나머지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한국침장공업협동조합 사이에서 생긴 부분은 1, 2심 모두 원고 부담으로 하고, 원고와 피고 화산기업 주식회사, 민복임 사이에서 생긴 부분은 그 3분의 2를 위 피고들, 나머지를 원고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원고에게, 피고 한국침장공업협동조합과 피고 화산기업 주식회사는 연대하여 돈 328, 187, 480원, 피고 한국침장공업협동조합과 피고 민복임은 연대하여 돈 352, 571, 020원과 각 금액에 대하여 1992. 12. 22.부터 갚는 날까지 연 2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피고 한국침장공업협동조합의 항소취지 : 주문 1항과 같다.
피고 화산기업 주식회사, 민복임의 항소취지 : 원심판결 중 위 피고들의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원고의 위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각 기각한다.
이유
1. 물품구매계약
가. 당사자의 관계
피고 한국침장공업협동조합(다음부터 피고 조합이라 부른다)은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3조에 따라 설립된 조합이고, 피고 화산기업 주식회사(다음부터 피고 회사라 부른다), 피고 민복임(업체명 평촌상사), 소외 김경식(업체명 현대상사)은 모두 피고 조합의 조합원이며,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임병현과 피고 민복임이 부부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원고는 중소기업제품구매촉진법 제2조가 정한 공공기관이며, 이 공공기관이 제품을 구매하고자 할 때에는 중소기업자가 생산하는 물품의 구매를 증대하여야 하고, 이 경우 공공기관은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3조의 규정에 따른 중소기업협동조합과 우선적으로 단체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중소기업제품구매촉진법 제3조 , 원고 시는 위 경우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예산회계법과 지방재정법에 따라 공개경쟁방식으로 입찰하여야 한다.) 이에 대응하여 중소기업협동조합은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단체적 계약을 체결할 수 있고, 이 단체적 계약은 미리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단체적 계약임을 명기한 서면으로 하여야 하며, 단체적 계약은 직접 조합원에 대하여 효력을 가진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35조, 갑 제36호증에 따르면 피고 조합의 정관 제27조도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협동조합이 공공기관의 계약당사자가 되어 계약을 이행할 때는 그 물품을 생산하는 조합원에게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균등한 수혜가 이루어지도록 감독하여야 한다.( 중소기업제품구매촉진법 제9조)
다. 이 사건 물품구매계약 체결 경위와 그 내용
다음 사실 중 일부는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고, 일부는 갑 제1호증, 갑 제3호증부터 제6호증까지, 갑 제7호증의 1부터 8까지, 갑 제8호증의 1부터 8까지, 갑 제9호증의 1부터 8까지, 갑 제10호증의 1부터 7까지, 갑 제11호증의 1부터 7까지, 갑 제12호증의 1부터 8까지, 갑 제13호증의 1부터 7까지, 갑 제14호증의 1부터 7까지, 갑 제15호증의 1부터 7까지, 갑 제16호증의 1부터 8까지, 갑 제17호증의 1부터 8까지, 갑 제18호증의 1부터 3까지, 갑 제19호증의 1부터 6까지, 갑 제20호증의 1부터 5까지, 갑 제21호증의 1부터 5까지, 갑 제22호증의 1부터 5까지, 갑 제23호증의 1부터 6까지, 갑 제24호증의 1부터 6까지, 갑 제25호증의 1부터 5까지, 갑 제26호증의 1부터 5까지, 갑 제27호증의 1부터 5까지, 갑 제28호증의 1부터 6까지, 갑 제29호증, 갑 제30호증, 갑 제31호증, 갑 제32호증, 갑 제37호증의 1, 2, 갑 제38호증의 2, 갑 제39호증, 을 제2호증의 1, 2, 을 제3호증의 1, 2, 을 제4호증의 1부터 5까지, 을 제5호증, 을 제7호증의 1, 2, 을 제15호증의 1, 2, 을 제26호증의 1, 2, 을 제28호증의 각 기재와 원심 증인 김경호, 양성환, 차영민, 권대경, 원·당심 증인 이수희, 당심 증인 오영수, 박종화의 각 증언(증언 중 뒤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은 제외한다), 원심 법원의 피고 화산기업 주식회사 대표이사 임병현에 대한 본인신문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어긋나는 을 제8호증의 1부터 3까지, 을 제16호증의 1부터 381까지, 을 제17호증, 을 제18호증의 1부터 4까지, 을 제22호증의 1부터 7까지, 을 제24호증, 을 제29호증의 각 기재와 원심 증인 차영민, 권대경의 증언 일부, 원·당심 증인 김경호의 각 증언 일부, 원심 법원의 피고 회사 대표이사 임병현에 대한 본인신문결과 일부는 믿지 아니한다.
1) 원고는 1988. 12. 22.부터 1992. 1. 18.까지 11회에 걸쳐 피고 조합의 조합원들로부터 모포 141, 319장을 재해구호물자용, 이웃돕기물품조달용, 하사품용 또는 비축물자용 등으로 구매하였는데, 1991. 4. 24. 공급물량 중 모포 500장을 소외 지용물산 주식회사로부터, 1992. 1. 18. 공급물량 중 모포 900장을 소외 가나물산 주식회사로부터 공급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별지목록과 같이 나머지 총계 139, 919장의 모포를 피고 회사와 피고 민복임으로부터 공급받았다.(피고 조합과 피고 민복임은, 피고 민복임이 1988. 12. 22. 원고 시에 공급한 물량은 6, 277개가 아니고 4, 977개이며 나머지 1, 300개는 소외 원용산업 주식회사가 공급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는 을 제8호증의 1, 을 제15호증의 1, 2에 비추어 볼 때 피고 민복임이 원고 시에 공급하였음이 명백하다.)
2) 위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 시가 중소기업제품을 구매하기 위하여 단체수의계약을 맺는 경우에는 원래 먼저 피고 조합과 단체적 계약을 맺은 뒤 피고 조합이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균등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조합원에게 공급물량을 배정하여야 하는데, 피고 회사 대표이사 임병현은 피고 조합을 제쳐두고 원고 시 소속 관계공무원들을 개인적으로 교섭하여 모포구매물량의 수량, 가격, 공급시기, 장소 등을 미리 합의하고, 그 공급권을 따내어 피고 회사와 자신의 처인 피고 민복임이 원고 시에 필요한 물량의 모포를 공급하기로 하는 구매계약(다음부터 이 사건 구매계약이라 부른다)을 피고 조합 명의로 맺었다.
3) 위 구매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피고 조합은 구매물량의 수량, 가격, 공급시기, 장소 등 구매계약의 내용을 결정하는 데에 사전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으며 위 2)항과 같이 원고 시의 관계 공무원들과 피고 회사, 피고 민복임이 공급자와 구매계약의 내용을 미리 정하고 이를 피고 회사 대표이사 임병현을 통하여 피고 조합에 통보하여 오면 이를 그대로 수용하여 마치 피고 조합이 원고 시와 구매계약을 맺는 것처럼 위 임복현에게 피고 조합원을 딸려 원고 시에 보내어 위와 같은 구매계약내용이 적힌 구매계약서에 날인하게 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임병현에게 피고 조합의 대표자 인장을 주고 임병현만을 원고 시에 보내 위 날인절차를 밟게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피고 조합은 구매계약을 맺기 전에 원고 시에 내는 견적서도 위 임병현이 작성하여 온 서류에 형식적으로 날인만 하였고, 구매계약 후에도 물량을 조합원들에게 실질적으로 배정하는 것처럼 서류를 작성하는 등 형식을 갖추었으나 조합 정관에서 단체적 계약을 맺을 때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한 이사회에서도 물량배정에 관하여 실질심사를 하지 아니한 채 이를 사후 추인만 하였다. 원고 시 역시 위 구매계약을 맺는 데에 피고 조합을 실질적으로 관여시키지 아니하고 애초부터 형식적 계약 당사자로만 여겨 계약 서류를 작성하였으며 뒤에 물품에 흠이 있다거나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도 피고 조합에는 통보만 하고 책임은 납품업자에게만 추궁하였고, 납품대금은 일단 피고 조합에게 주기는 하였으나 이는 서류상 계약명의자가 피고 조합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앞서 본 바와 같은 형식을 일관되게 갖추는 것에 불과하였다. 다만, 피고 조합은 위와 같은 서류상으로 명의만 빌려 주는 대신 납품을 한 조합원으로부터 별지목록 (7)번란과 같이 공급금액이 1.5% 또는 2% 상당액을 수수료로 받았다.
4) 피고 회사와 피고 민복임이 경영하는 평촌상사는 모포생산설비를 갖추고 있거나 모포를 취급하는 판매업체도 아니고 다만 이불을 생산하고 있는 것만으로 피고 조합원의 자격을 취득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모포공급물량을 대기업인 태광산업 주식회사의 판매대리점을 경영하는 소외 김경식(김경식은 피고 조합원이기도 하다)으로부터 구입하여 이를 다시 원고 시에 공급하였다.
5) 피고 민복임이 경영하는 평촌상사는 제조업체가 아니고 시설규모가 모자라서 피고 조합의 조합원자격이 없었으나 그의 남편 임병현이 피고 회사의 공장시설을 평촌상사에 임대한다는 월세계약서를 작성하여 피고 조합의 조합원으로 가입시키고 1991. 5. 17. 공장등록을 하였다.
6) 피고 조합명의로 맺은 이 사건 구매계약에는 계약을 맺은 뒤라 할지라도 계약금액 결정에 하자 또는 착오가 있어 계약금액을 감액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원고 시 계약담당공무원이 정하는 금액을 감액 또는 환수조치할 수 있다는 특약조항을 두었다( 물품구매계약특수조건 제7조).
7) 피고 회사와 피고 민복임이 김경식으로부터 이 사건 모포를 구입한 가격은 같은 목록 (5)번란과 같고 이를 원고 시에 공급한 가격은 같은 목록 (6)번란과 같다.(피고 조합과 피고 민복임은, 피고 민복임이 1988. 12. 22. 원고 시에 납품한 물품 중 '님이랑'이라는 상품명의 모포 105개는 태광산업 주식회사의 제품이 아니어서 김경식으로부터 구입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이는 을 제8호증의 1에 비추어 피고 민복임이 김경식으로부터 구입하였음이 명백하다.)
라. 이 사건 구매계약상 원·피고들의 지위
앞서 인정한 사실로 보건대, 이 사건 구매계약은 원고 시와 피고 조합이 중소기업제품구매촉진법, 중소기업협동조합, 피고 조합 정관이 예정한 단체적 계약을 맺은 것처럼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이는 관계 규정상 원고 시와 납품업자가 직접 계약을 맺을 수 없기 때문에 갖추게 된 외형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원고 시와 피고 회사, 피고 민복임 사이에서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아야 하며 위 계약에 따른 모든 권리, 의무도 피고 조합을 거치지 아니하고 곧바로 위 실질적인 당사자들에게 귀속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피고 조합에 대한 청구
원고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즉, 피고 회사나 피고 민복임이 원고 시에 공급한 가격과 위 김경식으로부터 공급받은 가격의 차액만큼 이 사건 구매계약의 계약금액이 부당하게 높게 책정되었으니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구매계약의 당사자로서 물품구매계약특수조건 제7조에 따라 피고 회사, 피고 민복임과 연대하여 328, 187, 480원과 352, 571, 020원을 원고 시에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살피건대, 앞서 판단한 바와 같이 이 사건 구매계약은 원고 시와 피고 조합이 단체적 계약을 맺은 것처럼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이는 관계 규정상 원고 시와 납품업자가 직접 계약을 맺을 수 없기 때문에 갖추게 된 외형에 불과하고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구매계약에서 계약금액을 결정하는 등 계약의 전후 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지 아니하였으니 이 사건 구매계약은 원고 시와 피고 회사, 피고 민복임 사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하며 위 계약에 따른 모든 권리, 의무도 피고 조합을 거치지 아니하고 곧바로 위 실질적인 당사자들에게 귀속되므로, 피고 조합이 이 사건 구매계약에 관여하여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거나 이 계약에 따라 피고 조합에게 원고 시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원고 시가 스스로 중소기업제품구매촉진법 등이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아니하고 피고 조합을 배제한 채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위 임병현과 모든 계약조건을 정한 후에 피고 조합을 형식상 당사자로 하여 이 사건 구매계약을 맺고도 나중에 그 계약상 물품구매계약특수조건을 내세워 형식적 당사자에 불과한 피고 조합에 대하여 계약금액의 감액 또는 환수책임을 묻는 것은 선행행위에 모순되는 것이어서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3. 피고 회사와 피고 민복임에 대한 청구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즉, 피고 회사나 피고 민복임이 원고 시에 공급한 가격과 위 김경식으로부터 공급 받은 가격의 차액만큼 이 사건 구매계약의 계약금액이 부당하게 높게 책정되었으니 피고들은 단체적 계약인 이 사건 구매계약의 효력을 받는 당사자로서 물품구매계약특수조건 제7조에 따라 328, 187, 480원과 352, 571, 020원을 원고 시에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이 사건 구매계약은 형식만 단체적 계약일 뿐 원고와 피고 조합 사이에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고 이는 애초부터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서 직접 맺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는 점은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위 피고들은 적어도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단체적 계약에 따른 책임은 더 이상 논할 것 없이 부담하지 않는다 할 것이나, 원고의 위와 같은 주장 즉 위 피고들이 단체적 계약의 효력을 받는 당사자로서 물품구매계약특수조건 제7조에 따른 책임이 있다는 주장 속에는 위 피고들이 원고와 위 피고들 사이에서 존재하는 이 사건 구매계약의 물품구매계약특수조건에 따른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포함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에 대하여 판단하기로 한다.
나. 구매대금 환수청구권의 발생
피고 조합 명의로 맺은 이 사건 구매계약의 물품구매계약특수조건 제7조 는 계약을 맺은 뒤라 할지라도 계약금액 결정에 하자 또는 착오가 있어 계약금액을 감액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원고 시 계약담당공무원이 정하는 금액을 감액 또는 환수조치할 수 있기로 한 사실은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고, 위 구매계약에 따른 모든 권리, 의무가 피고 조합을 거치지 아니하고 곧바로 위 실질적인 당사자들에게 귀속된다는 점은 앞에서 판단한 바와 같으므로 위 물품구매계약특수조건 제7조에 따른 권리, 의무 역시 원고와 위 피고들에게 그대로 귀속된다 할 것이다.
다만 위 물품구매계약특수조건 제7조 에서 정한 감액청구권 또는 환수청구권의 발생요건은 문언상으로는 '계약금액 결정에 하자 또는 착오가 있어 계약금액을 감액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하였을 경우'라고만 되어 있으나, 위 조항이 원래 자유경쟁 원칙에는 어긋나는 불평등 계약조항임을 고려할 때 무제한적으로 위와 같은 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고, '계약상대자가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고 그로 말미암아 계약금액 결정에 하자 또는 착오가 있었으며 또한 계약금액이 부당하게 높게 되었을 때' 비로소 위 청구권이 발생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다46885 판결 )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에서 보듯이,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이면서 피고 민복임의 대리인인 임병현은 이 사건 구매계약이 중소기업제품구매촉진법, 중소기업협동조합법 등에 따라 중소기업제품을 납품하여야 하는 것임을 잘 알면서(다만 1988. 12. 22.자 구매계약과 1989. 12. 30.자 구매계약때는 원고 시 스스로 대기업 제품을 공급하도록 요구하였으므로 이때는 예외로 한다) 대기업 제품을 공급하였을 뿐더러, 피고 조합원 중 하나인 김경식이 피고 회사나 피고 민복임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원고 시에 똑같은 물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를 원고 시에 숨기고 마치 위 피고들이 위 물품을 직접 생산하는 것처럼 행세하거나 김경식이 원고 시에 공급할 수 있는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견적서를 제출하여 원고 시로 하여금 이 사건 구매계약을 맺고 가격을 결정하게 하였으므로, 비록 임병현이 이 사건 구매계약 당시 예정가격 또는 계약금액을 높일 목적으로 달리 원고 시 공무원을 속이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까지 나아가지 않았고 원고 시도 예정가격이나 계약금액을 결정하기 전에 나름대로 시장조사를 하거나 대학에 원가계산을 의뢰하는 등 여러 경로를 거쳐 그 금액이 적정하다고 판단한 끝에 계약금액을 결정하였다는 사정(이러한 점은 앞서 1의 다항에서 든 증거들에 따라 인정할 수 있다)을 고려하더라도,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이면서 피고 민복임의 대리인이었던 임병현의 위와 같은 행위는 예정가격 또는 계약금액을 높이기 위하여 부정한 방법을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고 원고 시 계약담당공무원은 계약할 때 위와 같은 숨은 사정을 모른 이상 임병현의 부정한 행위로 말미암아 예정가격이나 계약금액에 착오를 일으켰다고 할 것이니 이는 곧 물품구매계약특수조건 제7조 에서 말하는 계약금액 결정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위 계약금액이 물품구매계약특수조건 제7조가 정하는 것처럼 계약금액을 감액하여야 할 정도로 부당하게 높게 책정되었는지 그 여부에 대하여 보기로 한다.
이에 관하여, 원고는, 위 피고들이 원고 시에 공급한 가격과 위 김경식으로부터 공급받은 가격의 차액만큼 계약금액이 부당하게 높게 책정되었으니 이 금액을 환수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위 피고들은, 김경식이 위 피고들에게 공급한 가격은 특수한 거래관계에서 비정상적으로 형성된 싼 가격이므로 이를 배제한 정상적인 가격을 따로 산출하여야 하며 또한 위 피고들은 김경식으로부터 공급받은 물품을 원고 시에 납품하고 업체를 운영하는 데에 별도로 운송비, 상하차 인건비, 스티커 인쇄비와 인건비, 포장비, 조합수수료, 부가가치세, 소득세, 직원 급료, 인지대 등 부대비용이 별지와 같이 들어가므로 위 정상적인 가격에 이를 보탠 가격이 원고 시가 피고 조합 조합원으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었던 적정가격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위 피고들이 김경식으로부터 이 사건 모포를 구입한 가격은 목록 (5)번란과 같고 이를 원고 시에 공급한 가격은 같은목록 (6)번란과 같으며, 갑 제33호증의 1, 갑 제33호증의 42부터 60까지, 갑 제37호증의 1, 2, 갑 제38호증의 1, 2, 5, 갑 제40호증, 갑 제41호증의 1, 갑 제42호증의 1부터 14까지, 갑 제43호증, 갑 제44호증, 갑 제45증의 각 기재와 원심 증인 양성환의 증언에 따르면, 피고 조합의 다른 조합원인 위 김경식이 원고 시에 위 물품을 공급한다면 아무런 추가공정 없이 위 피고들에게 공급한 가격에 별지 목록 (7)번란과 같은 위 조합 수수료를 더한 가격으로 원고 시에 모포를 공급할 수 있었으며 위 피고들에게 공급한 가격이 특수한 거래관계에서 비정상적으로 형성된 싼 가격은 아니고 통상적으로 누구에게나 공급할 수 있는 가격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피고들이 조합수수료 외에 운송비, 상하차 인건비, 스티커 인쇄비와 인건비, 포장비를 부대비용으로 들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에 들어 맞는 듯한 을 제16호증의 1부터 381까지, 을 제17호증, 을 제22호증의 1부터 7까지, 을 제51호증, 을 제52호증의 각 기재와 갑 제43호증의 기재 일부, 원·당심 증인 김경호, 원심 증인 차영민의 각 증언 일부는 위 증거들에 비추어 믿지 아니하며, 부가가치세, 소득세, 직원 급료, 인지대는 성질상 위 물품을 원고 시에 납품하는 데 들어가는 부대비용이라 볼 수 없으므로 위 피고들이 주장하는 부대비용 중 조합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적정가격을 산출하는 데 고려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위에서 인정한 바에 따르면 위 김경식이 위 피고들에게 공급한 가격에 별지목록 (7)번란과 같은 조합수수료(피고 회사가 지급한 조합수수료 총액은 21, 624, 579원이고 피고 민복임이 지급한 조합수수료 총액은 22, 200, 095원이다)를 더한 가격이 곧 원고 시가 구매할 수 있었던 적정 가격이라 할 것이므로 피고 회사가 원고 시에 공급한 가격과 위 적정가격의 차액은 총계 돈 306, 562, 901원{=1, 113, 854, 010원-(785, 666, 530원+21, 624, 579원)}이 되고 피고 민복임이 원고 시에 공급한 가격과 위 적정가격의 차액을 총계 돈 330, 370, 925원{=1, 152, 379, 790원-(799, 808, 770원+22, 200, 095원)}이 되며, 이러한 차액은 위 적정가격의 약 38%에 해당되므로 결국 이 사건 구매계약의 계약금액은 물품구매계약특수조건 제7조가 정하는 것처럼 계약금액을 감액하여야 할 정도로 부당하게 높게 책정된 경우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고 시는 물품구매계약특수조건 제7조가 정하는 바에 따라 위 피고들에 대하여 환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 과실상계
이 사건 물품구매계약의 물품구매계약특수조건 제7조 는 궁극적으로 원고 시의 계약상대자가 계약금액을 결정하는 데에 부정한 행위를 하는 등 성실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원고 시에게 계약상대자의 성실의무위반을 사유로 하여 차액 상당의 손액배상청구권을 부여한 셈이므로, 원고 시에게도 그와 같은 손해가 발생하거나 그 손해가 확대되게 한 데 과실이 있다면 민법 제396조 에 따라 당연히 위 피고들의 책임과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데에 이를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다만 원고는 위 피고들이 1992. 3. 이 사건에 관하여 감사원의 감사를 받으면서 물품구매계약특수조건 제7조 에 따라 위 차액에 대한 원고 시의 환수청구에 응하겠다는 내용으로 갑 제2호증인 각서를 원고 시에 제출한 바 있으니 과실상계를 하여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주장하나, 위 각서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는 원고 시의 환수청구금액이 법률상 근거가 있는 합리적인 금액일 때 그에 응하겠다는 뜻으로 보아야 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그런데, 앞에 든 증거들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원고 시 계약담당공무원은 이 사건 구매계약을 맺을 때 중소기업제품구매촉진법, 중소기업협동조합법 등에 따라 피고 조합과 실질적으로 교섭하였더라면 가격정보에 훨씬 밝고 조합원을 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피고 조합의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이용할 수 있었을 것인데 납품업자들과 직접 교섭한 결과 피고 회사가 모포취급업체도 아니라는 점이나 피고 민복임이 실질적으로는 피고 조합의 조합원 자격조차 없었다는 점을 발견하지도 못하고 계약금액이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를 파악하지 못한 과실이 있으며, 또한 대기업제품을 구매물품으로 선정한 경우에는 계약금액을 결정하기 전에 피고 조합이나 납품업자들이 형식적으로 제출한 견적가격만을 심사할 것이 아니라 공장도 가격이나 도매상, 대리점의 실거래가격까지 직접 조사하였어야 하는데도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고, 중소기업제품을 구매물품으로 선정한 경우에는 납품받은 물건을 검수할 때 그것이 중소기업제품인지 그 여부를 확인하여 만약 그것이 대기업제품인 것이 발견된 때는 계약금액과 대기업제품의 공장도가격, 도매상과 대리점의 실거래가격 등을 직접 조사하였어야 하는데도 이를 확인하고 조사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었으며, 이러한 원고 시의 과실은 위와 같이 계약금액이 부당한게 높게 책정되는 것을 막지 못하거나 수차례의 계약이 이행되는 도중에 이를 발견하지 못하는 한 원인이 되었다.
따라서, 원고 시가 위 피고들로부터 환수할 금액을 정하는 데 위와 같은 원고 시의 과실을 참작하기로 하되, 중소기업제품구매촉진법 등이 원고 시 등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제품의 질이나 가격면에서 유리한 대기업제품을 구매할 수 없게 하면서까지 중소기업협동조합원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정책적으로 배려하고 있음을 고려해 볼 때 위 조합원이 그에 대응하여 공공기관에 가격 등 구매조건을 성실히 제시하여야 할 의무는 원고 시가 위 법을 지키고 가격을 신중히 조사하여야 할 의무보다는 훨씬 더 무겁게 보아야 하고,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원고 시의 과실비율은 30%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 회사가 지급할 금액을 214, 594, 030(=306, 562, 901원×70/100), 피고 민복임이 지급할 금액을 231, 259, 647원(=330, 370, 925원×70/100)으로 각 산정한다.
4. 맺음말
그렇다면, 원고에게, 피고 화산기업 주식회사는 돈 214, 594, 030원, 피고 민복임은 돈 231, 259, 647원과 각 금액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날인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날임이 기록상 명백한 1992. 12. 22.부터 당심판결선고일인 1995. 3. 3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당심판결선고일까지 그 책임의 존부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므로 그 때까지는 지연손해금 이율에 관하여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이 정한 연 2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원고의 위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위 범위 안에서 정당하여 이를 인용하고 그 나머지 청구와 피고 한국침장공업협동조합에 대한 청구는 부당하여 이를 기각할 것인데, 원심판결 중 피고 한국침장공업협동조합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고 피고 화산기업 주식회사와 민복임에 대한 부분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각 부당하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한국침장공업협동조합의 패소부분과 피고 화산기업 주식회사와 민복임에 대하여 위에서 인용한 부분을 넘어서 지급을 명한 위 피고들의 패소부분을 각 취소하고 피고 화산기업 주식회사와 민복임의 나머지 항소를 각 기각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