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병역법 제86조 소정의 병역의무의 감면을 목적으로 한 신체손상의 의미에 대한 해석방법
[2] 병역법에 따른 신체등급의 결정기준
[3] 현역병의 입영을 기피하고 보충역으로 근무하기 위하여 문신을 한 행위를 병역법 제86조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한 사례
[3] 현역병의 입영을 기피하고 보충역으로 근무하기 위하여 문신을 한 행위를 병역법상의 근거가 없이 국방부가 편의적·정책적으로 만든 징병신체검사등검사규칙 제11조 에 의거하여 병역법 제86조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법률의 위임 없이 위 국방부령으로 새로운 형벌규정을 창설하는 것이 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1 외 3인
검사
김현선
변호인
변호사 공재원 외 2인
주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누구든지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도망하거나 행방을 감추거나 신체손상이나, 사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됨에도, 1. 피고인 1은 2000. 10. 25. 광주·전남지방병무청 징병신체검사에서 3급 처분을 받아 현역입영대상자로 분류되자, 현역입영을 회피하기 위하여, 2001. 7. 중순경 광양시 광양읍 인서리 475-16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후배인 안정주에게 문신을 새겨달라고 부탁하여 위 안정주로부터 바늘에 먹물을 찍어 등에 소위 '용머리 문신'을 시술받은 다음, 2002. 3. 18.경 충남에 있는 논산훈련소에 입소하여 신체검사에서 위와 같은 문신으로 인하여 4급 판정을 받고 보충역으로 편입되는 등 병역의무를 감면받을 목적으로 신체를 손상하고, 2. 피고인 2는 1999. 9. 27. 광주·전남지방병무청 징병신체검사에서 3급 처분을 받아 현역입영대상자로 분류되자, 현역입영을 회피하기 위하여, 2000. 11. 중순경 광주 동구 불로동에 있는 맘모스모텔 불상의 호실에서 사회 선배인 성불상의 윤성에게 문신을 새겨달라고 부탁하여 위 성불상 윤성으로부터 전동바늘 및 잉크를 이용하여 등에 사람이 잉어를 안고 있는 모양의 문신을 시술받은 다음, 2003. 11. 6.경 의정부시에 있는 육군보충대에 입소하여 신체검사에서 위와 같은 문신으로 인하여 4급 판정을 받고 보충역으로 편입되는 등 병역의무를 감면받을 목적으로 신체를 손상하고, 3. 피고인 3은 1999. 4. 23. 광주·전남지방병무청 징병신체검사에서 3급 처분을 받아 현역입영대상자로 분류되자, 현역입영을 회피하기 위하여, 2002. 4. 중순경 광주 북구 두암동에 있는 서방시장부근 선배인 윤중철의 원룸에서 위 윤중철의 성명불상의 친구에게 문신을 새겨달라고 부탁하여 위 윤중철의 성명불상의 친구로부터 바늘 및 잉크를 이용하여 등에 소위 '용문신'을 시술받은 다음, 2002. 7. 4.경 의정부시에 있는 육군보충대에 입소하여 신체검사에서 위와 같은 문신으로 인하여 4급 판정을 받고 보충역으로 편입되는 등 병역의무를 감면받을 목적으로 신체를 손상하고, 4. 피고인 4는 2000. 11. 16. 광주·전남지방병무청 징병신체검사에서 3급 처분을 받아 현역입영대상자로 분류되자, 현역입영을 회피하기 위하여, 2001. 3. 초순경 광주 북구 용봉동에 있는 상호불상의 모텔에서 인터넷을 통하여 알게 된 35세 가량의 성명불상자에게 문신을 새겨달라고 부탁하여 위 성명불상자로부터 전동바늘 및 먹물을 이용하여 등에 소위 '용문신'을 시술받은 다음, 2003. 3. 28.경 광주·전남지방병무청에 병역처분변경원을 출원하여 재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고 보충역으로 편입되는 등 병역의무를 감면받을 목적으로 신체를 손상하였다는 것이다.
2. 피고인 4에 대한 판단
가. 사실판단
피고인 4는 수사기관에서 병역의무를 감면받을 목적으로 문신을 하였다고 자백하다가 이 법정에 이르러 이를 부인하므로 살피건대, 증인 김헌정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 병적증명서, 교통사고 사실증명원, 병사용 진단서, 진단서 등에 의하면, 피고인은 2000. 11. 16. 군입대를 위한 신체검사시 시력장애로 3급 현역 판정을 받은 사실, 피고인은 음악을 하면서 좋아하던 연주자들의 문신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하여 왔는데 2001. 3. 초순경에 이르러 이를 모방하여 오른쪽 어깨 부분에 어른 손바닥만한 문신을 하게 된 사실, 피고인은 2001. 4. 17.에 재검신청을 하여 다시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문신이 아닌 아토피성 피부질환으로 두 번째로 3급 판정을 받은 사실, 2002. 3. 12.에는 피고인이 스스로 입영원을 제출하여 2002. 10. 8. 춘천에 있는 102 보충대에 입대하라는 영장이 나왔으나, 2002. 7.경 교통사고를 당하여 2002. 10. 4. 입영원 취소신청을 한 사실, 2003. 3. 28. 위 교통사고로 인한 왼쪽 골반부위의 후유증으로 인하여 재검신청을 하여 다시 신체검사를 받게 되었는데 위 부위의 경우 엠알아이 촬영비용만 50만 원 가량이 드는 반면 문신을 이유로 한 재신검의 경우에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문신으로 3급 판정을 받은 사실, 위와 같은 3번의 3급 판정으로 징병신체검사등검사규칙 제12조에 의해 4급 판정을 받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인이 병역의무의 감면을 목적으로 문신을 하였다면, 2001. 4. 17. 재신검시에 문신을 이유로 재신검을 받았을 것이고 그 크기도 훨씬 크게 하였을 것이므로 피고인이 문신을 한 것은 병역의무의 감면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피고인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이를 믿을 수 없으며, 달리 피고인이 병역의무의 감면을 목적으로 문신을 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 법적 판단
다음에서 다른 피고인들에 대하여 살펴보는 바와 같다.
3. 피고인 1, 2, 3에 대한 판단
피고인 2의 변호인은 문신행위가 병역법 제86조 에서 정한 병역의무를 감면받을 목적으로 신체손상을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병역법 제5조 는 병역의 종류를 현역, 예비역, 보충역, 제1국민역 및 제2국민역으로 구분하고 있고 보충역에 관하여는 징병검사를 받아 현역복무를 할 수 있다고 판정된 사람 중에서 병력수급사정에 의하여 현역병입영대상자로 결정되지 아니한 사람과 공익근무요원 등 병역법에 의하여 보충역에 편입된 사람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병역법 제12조 는 위와 같은 병역의 종류는 신체등위의 판정에 의하여 결정되도록 규정하여 신체가 건강하여 현역 또는 보충역복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체격과 건강의 정도에 따라 1급·2급·3급 또는 4급, 현역 또는 보충역복무는 할 수 없으나 제2국민역복무는 할 수 있는 사람은 5급, 질병 또는 심신장애로 병역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은 6급, 질병 또는 심신장애로 위 판정이 어려운 사람은 7급으로 신체등위를 판정하도록 하면서 신체등위와 판정기준은 국방부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병역법 제12조 는 질병 또는 심신장애로 말미암아 병역의무를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에 따라 신체등위를 결정하고 또 신체등위에 따라 병역의 종류를 결정하되 현역과 보충역에 있어서는 차이를 두고 있지 않으나, 병역법 제65조 가 현역병입영대상자를 포함한 현역병이 전상·공상·질병 또는 심신장애로 인하여 그 병역을 감당할 수 없는 때에 보충역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현역 또는 보충역복무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신체가 건강한 사람도 그 체격과 질병 또는 심신장애의 정도에 따른 건강의 정도에 따라 1급 내지 4급으로 분류하여 상위 등급자를 우선적으로 현역병으로 징집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병역법에 따른 신체검사에 관한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자 국방부령으로 제정된 징병신체검사등검사규칙도 제10조 가 신장·체중에 따른 신체등위의 판정기준을 정하고 있고, 제11조 가 질병과 심신장애의 정도에 따라 1급 내지 7급으로 구분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위 규정들을 모아 보면 병역법에 따른 신체등급의 결정은 체격이나 질병 또는 심신장애의 정도와 같이 건강에 따른 본인의 병역의무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만을 기준으로 하여야 하고 그 외의 원활한 병영생활과 같은 정책적인 요소는 개입할 여지가 없다 할 것이고, 이는 병역법 제86조 의 근본취지가 기본적으로 병역자원의 보존을 목적으로 한 것임을 고려하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규칙 제1조 에 따른 질병·심신장애의 정도 및 평가기준을 정한 [별표 2]는 140.에서 문신 또는 자해로 인한 반흔 등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그것이 상지·하지·체간 또는 배부 각각의 전체에 걸쳐 있거나 노출부위에 있어서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경우를 고도의 문신 또는 반흔이라고 하여, 신체등급을 징병 또는 전역시에는 4급, 전시에는 3급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형식상으로는 병역법 제12조 에 근거하여 이를 구체화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문신이나 자해로 인한 반흔이 질병이나 심신장애, 이로 인한 병역의무를 감당할 수 있는 본인의 능력과는 전혀 무관한 것임을 고려할 때 실제로는 단지 국방부가 원만한 병영생활을 도모하기 위하여 남에게 불쾌감을 줄 가능성이 있는 문신을 한 사람들을 현역병 입영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한 편의적이고도 정책적인 규정에 불과한 것이다.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경우'라고 하는 것도 과거 문신이 조직폭력배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시대에는 별 이견이 없을 것이나 오늘날과 같이 문신에 대한 관념이 급변하고 있고 이를 자기 개성의 표현으로 생각하는 사람까지 등장하는 시대에 있어서는 문신에 대한 불쾌감도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관념일 수밖에 없는 데도 실제로는 지금까지 신체검사시에 문신의 예술성 등에 대한 고려없이 그 크기를 기준으로 신체등급을 결정하여 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아무런 병역법상의 근거가 없이 국방부가 편의적·정책적으로 만든 위 규정에 의거하여 피고인들을 병역법 제86조 위반으로 처벌한다는 것은 법률의 위임 없이 위 국방부령으로 새로운 형벌규정을 창설하는 것이 되어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다. 병역문제가 매우 예민한 국민적 관심사인 우리 나라에서 피고인들의 행위가 비록 비난가능성이 높고 피고인들과 같이 문신을 하여서라도 현역병 입영을 기피하려는 현상을 방지하여야 할 국가적 필요성이 크다는 점은 인정하나 현재의 병역법 체계하에서 피고인들을 처벌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만일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이 피고인들과 같이 문신을 하여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야기하여 원만한 병영생활에 주는 불편함을 상회한다면 이는 질병이나 심신장애와 전혀 무관한, 따라서 본인의 병역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위 규정을 징병신체검사등검사규칙에서 삭제하거나 아니면 국민적 합의에 따른 새로운 입법을 함으로써 해결함이 마땅하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피고인 4에 대하여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도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도 해당된다.)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