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갑 주식회사가 을 주식회사에 대하여 병 노르웨이 법인으로부터 수입하는 화물을 노르웨이 소재 선적항에서 대한민국 소재 갑 회사의 창고까지 운송하여 달라고 요청하자, 을 회사의 의뢰를 받은 운송주선업체 정 독일 법인이 해상운송업체 무 스위스 법인과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무 법인은 선적항에서 화물을 인도받아 대한민국 소재 양륙항까지 운송하였는데, 그 후 갑 회사의 창고로 육상운송되어 보관 중이던 위 화물에 녹손이 발견되어 을 회사가 갑 회사에 손해를 배상하게 되자, 을 회사가 무 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위 소가 전속적 국제재판관할 합의에 반하여 부적법하다는 무 법인의 본안전항변을 배척한 다음, 위 화물의 손상은 준거법인 영국법상 해상운송인에 대한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포장불충분 때문에 발생한 것이므로, 무 법인은 면책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 주식회사가 화물운송계약에 따라 을 주식회사에 대하여 병 노르웨이 법인으로부터 FOB(본선인도) 조건으로 수입하는 화물을 노르웨이 소재 선적항에서 대한민국 소재 갑 회사의 창고까지 운송하여 달라고 요청하자, 을 회사의 의뢰를 받은 운송주선업체 정 독일 법인이 해상운송업체 무 스위스 법인과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무 법인은 선적항에서 방수 포장재로 포장된 상태로 플랫 랙 컨테이너에 실린 위 화물을 인도받아 무 법인 선박의 갑판에 선적하여 운송하다가, 환적항에서 포장 등의 손상이 발견되어 병 법인의 비용으로 재포장된 위 화물을 다시 무 법인의 다른 선박에 환적한 뒤 대한민국 소재 양륙항까지 운송하였는데, 그 후 갑 회사의 창고로 육상운송되어 보관 중이던 위 화물에 녹손이 발견되어 을 회사가 갑 회사에 손해를 배상하게 되자, 을 회사가 무 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이다.
정 법인과 무 법인이 체결한 해상운송계약의 약관에서 영국 런던고등법원이 위 화물운송과 관련한 소송에 대하여 전속적 재판관할권을 갖는다는 조항을 두고 있으나 을 회사와 무 법인 사이에 위와 같은 전속적 재판관할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그러한 재판관할 합의가 있었다고 보더라도 위 당사자 및 분쟁이 된 사안과 대한민국의 실질적 관련성 등에 비추어 대한민국 법원의 관할을 배제하는 위 약관 조항은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위 소가 전속적 국제재판관할 합의에 반하여 부적법하다는 무 법인의 본안전항변을 배척한 다음, 위 화물은 갑판적 상태에서 강한 풍랑을 만나면서 포장재가 찢어진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수침손의 피해를 입게 된 것으로, 이러한 손상은 준거법인 영국법상 해상운송인에 대한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포장불충분 때문에 발생한 것이고, 다만 영국법상 운송인이 송하인의 동의 없이 갑판적 운송을 하는 등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 경우에는 면책조항을 원용할 수 없는데, 무 법인은 송하인의 동의를 받아 갑판적 운송을 한 것이며 운송물에 관한 다른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무 법인은 면책된다고 한 사례이다.
참조조문
국제사법 제2조 제1항 , 제25조 제1항 , 민사소송법 제29조 , 민법 제103조 , 상법 제795조 , 제796조 , 영국 1971년 해상화물운송법(Carriage of Goods by Sea Act 1971) 제1조 제1항, 제2항, 제6항 a호, b호, 부칙 제1조 c호, 제3조 제2항, 제4조 제2항, 영국 1992년 해상화물운송법(Carriage of Goods by Sea Act 1992) 제1조 제1항 a호, b호, 제3항 a호, b호, 제5항 a호, 제2조 제1항 a호, b호, 제5조 제1항 a호
원고,항소인
주식회사 팍트라인터내셔널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남호)
피고,피항소인
엠에스씨 메디터레이니언 쉬핑 컴파니 에스 에이(MSC Mediterranean Shipping Company S.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경 담당변호사 박성원)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1. 2. 5. 선고 2017가합506818 판결
2021. 10. 28.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60,044,917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4. 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운송계약의 체결
1) 원고는 국내외 화물운송 및 통관업무대행 등을 목적으로 하는 대한민국 법인이고, 피고는 해상운송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스위스 법인이다.
2) 원고는 2015. 9. 30. 삼성중공업 주식회사(이하 ‘삼성중공업’이라 한다)와 사이에 계약기간 2015. 10. 1.부터 2016. 9. 30.까지의 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조(용어의 정의) |
제2조의 운송이라 함은 삼성중공업이 원고에게 요청하는 수입하는 모든 화물운송 및 선적서류(B/L, Invoice, Packing List 등) 인수, 운송에 필요한 모든 행정상의 절차진행, 운송의 진행 및 그 결과의 통보 등 화물의 운송과 관련된 전반적인 절차를 뜻한다. |
제4조(원고의 의무) |
(1) 원고는 삼성중공업이 요청한 화물을 운송함에 있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로서 삼성중공업이 요청한 운송 일정에 삼성중공업이 지정하는 장소까지 신속, 정확, 안전하게 화물을 운송해야 한다. |
(2) 원고는 삼성중공업의 화물을 취급함에 있어 출발장소로부터 도착장소까지의 운송 중 특별한 이상이 발생하였을 시는 이를 지체 없이 삼성중공업에 통보하고 사전 수습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
(3) 원고는 위 조항들의 의무를 해태하여 삼성중공업에 손해를 끼쳤을 경우 이로 인한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
제13조(손해배상) |
(1) 원고는 화물운송 중에 사고가 발생하거나 화물 전부 또는 일부의 멸실, 파손, 분실 등의 사유로 삼성중공업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삼성중공업에 그로 인한 모든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
(3) 원고의 귀책사유 없이 제1항의 손해가 발생한 경우 원고는 필요한 자료(사진, 확인서 등)를 구비하여 삼성중공업에 제출하고 귀책사유 없음을 입증하여야 한다. |
3) 삼성중공업은 2015. 11.경 노르웨이의 제조업체인 이멘코 에이에스(Imenco AS, 이하 ‘이멘코’라 한다)와 사이에 스타토일(Statoil)에서 건조하는 잭업 리그(Jack-up Rig, 대륙붕 유전개발 시추설비) (번호 1 생략)호에 설치할 용도로 헬리콥터 연료 주입기계(Helicopter Refueling System) 1세트[펌프 유닛(Pump unit), 디스펜스 유닛(Dispenser unit), 리사이클 유닛(Recycle unit)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하 이를 통칭하여 ‘이 사건 화물’이라 한다]를 미화 550,000달러에 FOB조건(본선인도조건)으로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삼성중공업은 위 화물운송계약에 따라 2015. 12. 1. 원고에게 이 사건 화물을 노르웨이 하우게준트(Haugesund)항에서 대한민국의 거제시에 있는 삼성중공업의 창고까지 운송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4) 원고는 2015. 9.경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을 위해 독일의 운송주선업체인 뮬러 플러스 파트너 게엠베하(Muller+Partner GMBH, 이하 ‘뮬러’라 한다)에 문의하였다. 뮬러는 2015. 9. 21. 피고의 대리인으로서 독일 법인인 엠에스씨 저머니 게엠베하(MSC GERMANY GMBH, 이하 ‘엠에스씨 저머니’라 한다)에 해상운송 요금을 문의하였고, 엠에스씨 저머니는 2015. 10. 6. 뮬러에 견적서를 보냈다. 위 견적서에는 ‘각 견적은 갑판적 주1) 선택 (Deck option)으로 적재되고 배로 운송된 화물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유효하다.’는 점과 ‘오픈 탑 컨테이너와 플랫 랙 주2) 컨테이너 를 위한 조항(Clauses for Open Top and Flat Rack Container) - 송하인의 위험으로 갑판 적재(Deck Shipment at Shipper’s Risk)’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었다. 엠에스씨 저머니는 2015. 12. 14. 위와 동일한 조건이 기재된 2차 견적서를 이메일로 보냈다.
5) 이후 피고의 대리인 엠에스씨 저머니는 2015. 12. 23. 뮬러에 예약확인(Booking Confirmation) 이메일을 송부하였고, 위 이메일에는 피고의 거래약관(이하 ‘이 사건 약관’이라 한다)이 게시된 피고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는 하이퍼링크가 포함되어 있는데, 위 예약확인 내용 및 약관의 주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예약확인 |
예약해주셔서 감사하며 현재 유효한 거래약관에 따라 예약을 확인해 드리고자 합니다. 당사 웹사이트(http://www.msc.com/deu/contract-of-carriage/additional=terms=conditions-local-msc- germany)에서 확인 가능하며 당사에 요청하실 수도 있습니다. |
MSC장비는 법적 규정을 준수하며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습니다. 하지만 손상, 오염, 기타 요인들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당사는 운송계약에 따른 의무(피고 거래약관, MSC Terms & Conditions)를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현재 요금은 해당 선적항 에이전트의 웹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하고, 현지 MSC 담당자에게 문의할 수 있습니다. |
이 예약확인서의 다음의 정보를 확인하고 잘못된 사항이 있으면 즉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
특약: 없음 |
예약/선하증권 참조번호: (번호 2 생략) |
적하(사전) 선박: 이씨엘 챌린저(ECL CHALLENGER, 456) |
대양(본선) 선박: 메이뷰 머스크(MAYVIEW MAERSK, 601E) |
인도지: 사전운송은 화주 내륙운송으로 처리될 예정입니다. |
선적항 하우게준트(HAUGESUND)/양륙항 부산 |
예정출발일(ETS) 2015. 12. 31./예정도착일(ETA) 2016. 2. 10. |
예정 환적항: 브레머하벤(BREMERHAVEN) |
최종 도착지: 사후운송은 화주 내륙운송으로 처리될 예정입니다. |
장비: 1) 20DV(20피트 드라이 컨테이너) 2) 40FL(40피트 플랫 랙 컨테이너) |
화물: 1) 7,500kg, stc 4 PACKAGE PUMPS FOR LIQUIDS, WHETHER |
2) 6,900kg, stc 1 PACKAGE PUMPS FOR LIQUIDS, WHETHER |
이 사건 약관 |
1. 정의 |
다음과 같은 정의가 해상화물운송장에 적용된다. |
운송인(Carrier): 피고를 의미한다. |
COGSA: 1936년 미국 해양물품운송법을 의미한다. |
화주(Merchant): 송하인, 수하인, 해상화물운송장의 소지인, 화물수령인, 화물 또는 본 해상화물운송장의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그 권리를 가진 모든 사람 또는 그 사람들의 대리인을 포함한다. |
2. 계약당사자 및 보증 |
본 해상화물운송장에 의해 증명되는 계약은 운송인(Carrier)과 송하인(Shipper) 사이에 체결되었다. 이 해상운송계약과 관련하여 운송인에게 지시할 수 있는 유일한 당사자인 송하인(Shipper)은 화주(Merchant)와 특히 수하인(Consignee)에게 이 해상화물운송장에 포함된 모든 거래약관의 읽을 수 있는 사본을 제공하여야 한다. 화주로 정의되는 모든 당사자는 운송인에 대하여 이 해상화물운송장과 관련된 화주로서의 모든 책임과 이행에 대하여 연대하여 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며, 공제나 상계 없이 운임을 지급하여야 한다. 송하인(Shipper)은 이 해상화물운송장의 거래약관에 동의함에 있어서 본인이 화물의 소유자이거나 화물의 소유자, 화물의 소유권자 또는 이 해상화물운송장으로부터 권한이 있는 자 또는 화주로부터 권한을 받았음을 보증한다. |
5. 운송인의 책임 |
5.1. 항구에서 항구로 운송 - 이 해상화물운송장의 운송이 항구 간 운송일 경우 |
(a) 화물의 손상 또는 멸실에 대한 운송인의 책임기간은 화물이 선박에 선적되는 순간 개시되고, 화물이 선박에서 양하된 순간에 종료된다. |
(b) 이 해상화물운송장은 헤이그 규칙의 적용을 받는다. 다만 이 해상화물운송장의 준거법이 헤이그 또는 헤이그-비스비 규칙을 강제적으로 적용하도록 하는 경우에는, 그와 같이 강제적으로 적용되는 범위에서, 헤이그 또는 헤이그-비스비 규칙이 이 해상화물운송장에 적용된다. |
10. 이의통지, 제척기간 및 재판관할 |
10.3. 재판관할(Jurisdiction) - 운송계약의 목적지가 미국이거나 출발지가 미국이라면 미국 뉴욕의 남부지방법원에 배타적으로 소를 제기하여야 하고 미국법이 배타적으로 적용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화주에 의하여 제기되는 모든 소송 또는 이하에서 추가로 규정되는 것을 제외하고 운송인에 의하여 제기되는 모든 소송은 배타적으로 런던고등법원에서 제기되어야 하고, 영국법(English Law)이 배타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에 관하여 특별히 합의한다. 화주는 어떠한 다른 법원에 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과 운송인이 다른 법정지에 제기된 소송을 제거하는데 드는 합리적인 법률 비용에 대해 책임지는 것에 동의한다. 화주는 위에서 동의한 법정지에 대한 개인적 관할권에 대한 이의제기를 포기한다. |
18. 선택적 적재, 갑판적 화물, 가축 |
18.1. 이 해상화물운송장의 전면에 컨테이너 또는 화물이 갑판 아래에 선적될 것임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는 한, 컨테이너 안에 적입되어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화물은 화주에게 통지되지 아니하고 갑판 위 또는 갑판 아래에 선적되어 운반될 수 있다. 만약 갑판적으로 운송되는 경우, 운송인은 해상화물운송장에 이러한 갑판적 운송에 대한 사실을 기록, 표시 또는 날인하도록 요구되지 않는다. 갑판적으로 운송되는지가 기재되어 있는지를 불문하고 갑판에 실리거나 갑판 아래에서 운반되는, 18.2항을 제외한 화물(가축 제외)은 공동해손에 포함되어야 하며, 헤이그 규칙, 미국 해양물품운송법(COGSA), 강제적으로 적용되는 법규정의 목적에 따라 화물의 정의에 포함되는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그리고 적용되는 위의 법에 따라 운송되어야 한다. |
18.2. 컨테이너 길이를 초과하는(out of gauge) 그리고/또는 오픈 탑 컨테이너, 플랫 랙 또는 플랫폼에 적재되는, 그리고 이 해상화물운송장 전면에서 갑판적 운송된다고 기재된 화물과 갑판 또는 갑판 아래에 운반되는 모든 가축은 운송 중에 발생한 모든 성격의 멸실, 손상 또는 지연(불감항 또는 과실 또는 기타원인으로 발생하였더라도)에 대한 운송인의 책임 없이 운송되며 헤이그 규칙 또는 미국 해양물품운송법(COGSA)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
6) 원고는 2015. 12. 24. 삼성중공업에 이 사건 화물의 운송스케줄이 ‘호선번호 (번호 3 생략), 컨테이너 1×40′FR, 1×20′, 예정출발일(ETS) 2015. 12. 31. 예정도착일(ETA) 2016. 2. 10.’ 등으로 최종 확정되었음을 통보하였다.
나. 이 사건 화물의 운송 및 손상
1) 이후 이 사건 화물은 40피트 플랫 랙 컨테이너(이하 ‘이 사건 컨테이너’라 한다) 1대에 실린 채 이 사건 화물의 범퍼 프레임을 적재한 20피트 컨테이너(Dry steel container) 1대와 함께 하우게준트항에서 노르웨이의 화물운송업체인 스페드만 글로벌 로지스틱스 에이에스(Spedman Global Logistics AS, 이하 ‘스페드만’이라 한다)에 인도되어, 2015. 12. 31. 피고의 선박 이씨엘 챌린저(ECL Challanger)호의 갑판에 선적되었으며, 그 무렵 환적항인 독일의 브레머하벤(Bremerhaven)항까지 해상운송되어 2016. 1. 6. 브레머하벤항에서 양하되었다.
스페드만은 2015. 12. 31. 이 사건 화물이 이씨엘 챌린저호에 선적되었음을 기재한 선하증권[번호: (번호 4 생략), 이하 ‘이 사건 선하증권’이라 한다]을 발행하였다. 이 사건 선하증권에는 송하인(Shipper)이 이멘코, 수하인(Consignee)이 기업은행 녹산 지점이 지시하는 자(To the order of Korea Development Bank Noksan Branch), 운송인(Carrier)이 스페드만으로 기재되어 있다.
2) 뮬러는 2016. 1. 11. 원고에게 ‘본 건 노르웨이에서 출항하여 브레머하벤항에서 환적하는 중 선사(피고)에서 포장 및 화물에 손상을 발견하여 하기와 같이 송하인 측에서 포장재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단, 화물에도 손상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바, 화주에게 문의하시어 현 상태의 화물을 텐트로 재포장 후 선적해도 되는지 확인하여 주십시오.’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에 원고는 같은 날 삼성중공업에 브레머하벤항에서 이 사건 화물을 선적하기 전 이 사건 화물을 포장한 주3) 타폴린 (Tarpaulin)이 찢어진 것이 선사에 의해 발견된 사실을 통지받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전송하면서 선사로부터 접수된 손상보고서(Damage Report)와 사진을 첨부하였다.
3) 이후 이 사건 화물은 이멘코의 비용으로 2016. 1. 13. 타폴린 재포장이 되었고, 2016. 1. 21. 피고의 선박 매리 머스크(Mary Maersk)호의 갑판 아래(선상 창고)에 선적되어 2016. 2. 9. 부산항까지 해상운송되었다.
4) 한편 뮬러는 2016. 1. 20. 16:32경 원고에게 ‘이 사건 컨테이너(번호 5 생략)은 하우게준트항에서 출발하여 브레머하벤항에서 환적 중 포장에 문제가 생겨 타폴린 등을 재포장하기 위하여 중단되었다가, 현재 포장은 마쳤으나 어제 신 수출통관을 마치고 첨부파일과 같이 선사로부터 비엘 드래프트를 접수하였으나 출항일은 아직 미정입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5) 엠에스씨 저머니는 2016. 1. 20. 17:24경 뮬러에 ‘첨부한 해상화물운송장 최종본(번호 6 생략)을 확인하시기 바라며, 귀하의 해상화물운송장을 위한 클라우드서버의 아래 링크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해상화물운송장 일자: 2016. 1. 1. 첨부한 송하인에 대한 통지서 및 www.msc.com상의 저희 거래약관(terms & conditions)에 주의를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고, 위 이메일에는 ‘송하인 뮬러, 수하인 원고’로 표시된 전자 해상화물운송장(이하 ‘이 사건 해상화물운송장’이라 한다) 및 송하인에 대한 통지서가 첨부되어 있었다.
이 사건 해상화물운송장의 상세 내용은 별지 1. 기재와 같다. 해상화물운송장의 전면에는 ‘송하인의 적입, 적부, 수량확인과 봉인(Shipper’s Load, Stowage, Count and Seal)’, ‘이 해상화물운송장을 승낙함에 있어 송하인은 본인을 위하여 그리고 수하인·화주·화물소유자를 대리하여, 이 해상화물운송장의 본 면 그리고 이면에 포함된 모든 약관 등을 명백히 승낙하고 이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부칙 페이지(Rider Page)에는 ‘송하인의 위험으로 갑판적, 선박은 어떠한 손실이나 손상에 대해 책임지지 않음.’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송하인에 대한 통지서에는 ‘이 사건 화물은 유통가능한 선하증권 대신 해상화물운송장에 의하여 피고의 선박으로 운송되는 것으로 합의되었습니다. 따라서 귀하는 피고에게 다음과 같은 기능이 있는 해상화물운송장을 발행할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1. 해당 해상화물운송장 제시 없이, 그러나 자격의 증명에 따라 이 사건 화물은 해상화물운송장상의 수하인으로 기재된 당사자에게 인도되어야 합니다. 해당 해상화물운송장의 제시는 자격의 증명으로 해석되지 아니합니다. 2. 송하인이 공식적으로 이 통지로부터 5 영업일 이내에 부동의를 알리지 않는 한, 이 통지서는 피고와 송하인 사이의 해상화물운송장상의 요청에 대한 공식적 합의입니다. 3. 귀사는 귀사의 영업소에서 신청한 모든 해상화물운송장에서의 송하인입니다. 심지어 귀사의 이름이 그 해상화물운송장에서 대리인으로 지칭되어 있거나 귀사의 이름에 누구를 대리한다는 용어가 수반되어 있더라도 귀사가 송하인입니다. 그리고 귀사는 해상화물운송장을 수령함으로써 해상운송계약이 체결되고 그 계약내용이 합의되었음에 동의합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6) 이 사건 화물은 2016. 2. 17. 부산항에서 삼성중공업의 창고까지 육상운송되었으며, 삼성중공업이 이 사건 화물을 창고 야외에서 보관하다가 2016. 6. 1. 설치를 위한 입고 검사 중 이 사건 화물에 녹손이 발생된 것을 발견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삼성중공업과 원고 사이의 소송
1) 삼성중공업은 2016. 11. 30. 원고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73743호 로 ‘원고가 삼성중공업과 사이에 운송계약을 체결한 운송인으로서 이 사건 화물을 해수에 취약한 갑판 위에 선적하는 등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으므로 삼성중공업에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책임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이하 ‘관련 사건’이라 한다).
2) 위 법원은 2018. 3. 30. ‘이 사건 화물은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을 인수한 운송인인 원고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훼손되었다 할 것이므로, 원고는 운송인의 채무불이행책임에 기하여 자신의 이행보조자인 스페드만이나 피고(MSC)의 과실로 인하여 삼성중공업이 입은 손해 243,684,98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일부인용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해 원고와 삼성중공업이 항소하였는데( 서울고등법원 2018나2023061호 ), 위 법원은 2019. 4. 29. ‘삼성중공업은 원고에게 가지급금 반환으로 1억 원을 2019. 5. 31.까지 지급하고, 원고가 제1심판결 선고 후 삼성중공업에 지급한 가지급금 중 위 1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확정적으로 삼성중공업에 귀속되며, 이로써 원고의 삼성중공업에 대한 손해배상금도 모두 지급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하였고, 위 결정은 2019. 5. 29. 확정되었다.
3) 원고는 2018. 4. 5. 삼성중공업에 위 1심판결에 따라 가지급금 260,044,917원을 지급하였는데, 삼성중공업은 위 확정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따라 2019. 5. 31. 원고에게 가지급금 중 1억 원을 반환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4, 7 내지 12, 24 내지 26, 3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3, 4, 6 내지 12, 1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피고가 뮬러와 체결한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운송계약(이하 ‘이 사건 운송계약’이라 한다)에서의 관할 합의에 따라 영국의 런던고등법원이 이 사건 운송계약 관련 소송에 대해 배타적인 재판관할을 가진다. 전속적 국제재판관할 합의에 반하여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가) 국제사법은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조 제1항 ). ‘실질적 관련’은 대한민국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을 정당화할 정도로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과 관련성이 있는 것을 뜻한다. 이를 판단할 때에는 당사자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과 경제 등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당사자의 공평, 편의,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판결의 실효성과 같은 법원이나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이처럼 다양한 국제재판관할의 이익 중 어떠한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지는 개별 사건에서 실질적 관련성 유무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6다33752 판결 등 참조).
나) 한편 대한민국 법원의 관할을 배제하고 외국의 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는 전속적인 국제관할의 합의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당해 사건이 대한민국 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지 아니하고, 지정된 외국법원이 그 외국법상 당해 사건에 대하여 관할권을 가져야 하는 외에, 당해 사건이 그 외국법원에 대하여 합리적인 관련성을 가질 것이 요구된다. 전속적인 관할 합의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우에는 그 관할 합의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점에서도 무효이다( 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1다53349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엠에스씨 저머니가 피고의 대리인으로서 뮬러에 보낸 예약확인 이메일에 이 사건 약관에 접속할 수 있는 피고 홈페이지에 대한 하이퍼링크가 포함되어 있는 사실, 이 사건 약관에서는 ‘목적지나 출발지가 미국이 아니라면 화주가 제기하는 모든 소송은 배타적으로 런던고등법원에서 제기되어야 하고, 화주는 어떠한 다른 법원에 소를 제기하지 않을 것에 동의한다.’(제10.3조)고 정한 사실, 또한 화주는 송하인, 수하인, 해상화물운송장의 소지인, 화물의 소유자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명시되었으며(제1조), 송하인은 수하인에게 해상화물운송장에 포함된 거래약관의 사본을 제공할 의무가 있고, 약관에 동의함에 있어 화주로부터 권한을 받았음을 보증한다고 규정한(제2조) 사실, 이 사건 화물은 노르웨이 하우게준트항에서 선적되어 대한민국 부산항에 양하된 사실, 이 사건 해상화물운송장에 원고가 수하인으로 기재된 사실, 이 사건 약관 내용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가 제기되었다고 볼 자료가 없고, 뮬러가 피고로부터 예약확인을 받은 바로 다음 날 원고는 삼성중공업에 운송스케줄을 통지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나)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대한민국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1) 이 사건 운송계약은 피고와 뮬러 사이에 교섭을 통해 체결된 것으로서, 피고는 뮬러에 약관의 존재를 알리며 그 내용에 대한 하이퍼링크를 제공함으로써 위 약관이 계약에 편입된다는 점을 합리적으로 통지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발행한 이 사건 해상화물운송장에도 뮬러가 송하인으로, 원고가 수하인으로 기재되어 있다.
(2) 위 약관 규정은 영국의 런던고등법원이 이 사건 화물 운송 관련 소송에 대하여 관할을 갖는다는 관할 설정적 내용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법원을 비롯한 다른 나라 법원의 재판관할을 배제하는 배제적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서, 이른바 전속적 재판관할 합의에 해당한다.
(3) 재판관할에 대한 합의는 운송계약과 함께 체결될 수도 있고 별개로 체결될 수도 있으나, 다른 법정지의 관할을 배제하는 전속적 재판관할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그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진 사실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들만으로 원고가 위와 같은 재판관할 합의에 동의하였다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그 밖에 원고와 피고가 그러한 전속적 관할 합의를 의도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이 사건 약관 내용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가 제기되지 않았다는 점 등 위에서 본 사정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런던고등법원으로의 전속적 재판관할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인다.
(4) 설령 원고와 피고 사이에 위 약관 조항과 같은 재판관할 합의가 있었다고 볼지라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거기에 대한민국의 재판관할을 배제하는 효력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가) 아래에서 보듯이 준거법이 영국법인 점 등에서, 영국법상 런던고등법원의 재판관할은 인정될 수 있어 보인다. 그러나 다른 법정지의 관할을 배제하는 전속적 합의(Exclusive Agreement)로 인정될 수 있는지는 문언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당사자의 의사 탐구의 문제이다.
(나) 송하인 뮬러는 독일 법인이고, 운송인 피고는 스위스 법인이며, 이 사건 화물은 노르웨이 하우게준트항에서 독일 브레머하벤항을 경유하여 대한민국 부산항으로 운송된 것으로서, 해상운송이나 화물의 손상은 영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다) 화물의 수하인은 대한민국 법인인 원고이고, 운송목적지가 대한민국이며, 화물의 소유자인 삼성중공업에 의해 화물 손상이 발견된 이후 관련 사건 소송 등을 통해 화물 손상의 원인, 손해액 등에 대한 조사 등이 모두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졌는바, 대한민국 법원은 이 사건 당사자 및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 대한민국 법원에서 신속, 적정하고 효율적인 재판이 가능하고, 피고는 국제 해운업에 종사하는 법인으로서 대한민국에도 현지법인을 두고 있어서 대한민국 재판에 접근하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으며, 실제로 피고는 제1심 및 이 법원 재판에 충분히 임하고 있다.
(라) 이러한 대한민국 법원의 관할을 배제하고 영국의 런던고등법원에만 배타적인 관할을 두는 전속적 재판관할 합의라면, 이는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으로서 공서양속 위반으로 효력이 없다.
3. 준거법의 결정
이 사건은 대한민국 법인인 원고가 이 사건 화물의 수하인으로서 스위스 법인인 피고를 상대로 운송인의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으로서, 외국적 요소가 있으므로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정하여야 한다.
계약의 준거법은 당사자가 명시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하는데(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 ),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운송계약에서는 운송의 목적지나 출발지가 미국이 아닌 이상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기로 정하였고,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이 노르웨이에서 출발하여 대한민국에 도착하는 경로로 이루어졌으므로, 이 사건에 적용될 준거법은 영국법이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영국법이 아닌 대한민국법이 준거법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다만 대한민국법도 헤이그-비스비 규칙을 수용한 것이어서 뒤에서 보는 영국법의 내용과 실질적으로 크게 다르지는 않다), 앞서 인정한 기초 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2015. 12. 23. 뮬러에 송부한 예약확인 이메일 및 이후 해상화물운송장 수령 등을 통해 이 사건 운송계약에 대하여 영국법을 적용하기로 하는 준거법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가) 원고는 현지 대리인인 뮬러를 통하여 피고와 이 사건 운송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이다. 운송인인 피고는 송하인인 원고에게 이 사건 화물을 양호한 상태로 인도해야 할 의무가 있다. 설령 원고가 이 사건 운송계약의 당사자인 송하인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수하인에 해당하고, 운송인인 피고는 수하인인 원고에게 양호한 상태로 화물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한다.
나) 그럼에도 피고는 임의로 이 사건 화물을 갑판적으로 운송하여 이 사건 화물에 수침손이 발생하게 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으로서 원고가 이 사건 화물의 소유자인 삼성중공업에 지급한 160,044,917원(= 2018. 4. 5. 가지급금으로 지급한 260,044,917원 - 2019. 5. 31. 삼성중공업으로부터 반환받은 1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원고와 뮬러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화물의 갑판적 운송에 동의한 사실이 없다. 피고는 원고 및 뮬러에 이 사건 해상화물운송장 원본을 발행, 교부하지 않았고, 이 사건 해상화물운송장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야 비로소 발행된 것이므로 피고로서는 갑판적 면책 주장을 할 수 없다.
라) 이멘코의 이 사건 화물 포장이 불충분했다고 볼 근거가 없고, 설령 포장불충분으로 가정하더라도 피고가 2015. 12. 31. 강풍과 함께 비가 오는 악천후에도 무모하게 출항을 감행한 주의의무 위반으로 이 사건 화물에 대한 수침손 사고가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는 면책되지 않는다.
2) 피고
가) 피고와 이 사건 운송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뮬러이고, 원고는 수하인이다.
나) 피고는 뮬러와 계약 교섭 과정에서 견적서에 송하인의 위험으로 갑판 적재한다는 조건을 명시하여 밝혔고, 뮬러도 이에 동의함으로써 갑판적 운송에 대하여 송하인으로부터 사전동의를 받았으므로, 이 사건 화물의 갑판 적재에는 잘못이 없다.
다) 나아가 이 사건 약관 및 이 사건 해상화물운송장의 화물의 갑판적 운송에 대한 운송인의 면책조항에 따라 피고는 면책된다. 2016. 1. 1. 자로 이 사건 해상화물운송장이 발행되기 전에 2015. 12. 31. 자로 해상화물운송장 초안이 교부된 바 있고, 거기에도 화물이 송하인의 위험부담하에 갑판 위에 적재되었음이 명기되었으므로, 약관에 따른 면책요건을 충족하였다.
라) 또한 이 사건 화물은 송하인 측에 의하여 타폴린으로 완전히 포장된 상태였고, 이 사건 화물이 해상운송과정에서 그 타폴린 포장이 찢겨져 수침손상을 입은 것은 뮬러 측의 포장이 불충분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포장불충분 면책 규정에 따라 피고는 면책된다.
마) 가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뮬러에 대하여 책임제한권을 포기하지 않았고, 이 사건 화물에 대하여 중량당 책임한도액은 13,800계산단위(SDR)(= 6,900kg × 2 계산단위, 2021. 10. 22. 자 환율에 따르면 22,960,026원)이므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은 위 금액을 한도로 제한되어야 한다.
나. 영국법의 내용 등
1) 영국은 해상운송인의 책임과 관련하여 과거 보통법(Common Law) 판례에 따라 규율하다가 ‘1924년 해상화물운송법(Carriage of Goods by Sea Act 1924)’을 통해「1924년 선하증권에 대한 규정의 통일에 관한 국제협약」(이하 ‘헤이그 규칙’이라 한다)을 국내법화하였고, ‘1971년 해상화물운송법(Carriage of Goods by Sea Act 1971)’을 통해「1968년 선하증권에 대한 규정의 통일에 관한 국제협약 개정의정서」(Protocol to Amend the 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Unification of Certain Rules of Law relating to Bills of Lading)(헤이그 규칙을 수정한 것으로서, 이하 ‘헤이그-비스비 규칙’이라 한다)를 전면적으로 국내법화하였다. 한편 수하인이나 선하증권 소지인의 권리와 관련해서는 ‘1992년 해상화물운송법(Carriage of Goods by Sea Act 1992)’을 제정하여 ‘1855년 선하증권법(Bills of Lading Act 1855)’을 대체하였다. 두 성문법이 규율하지 않는 사항에 대해서는 영국의 보통법이 적용된다.
2) 먼저 ‘1992년 해상화물운송법’ 중에서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별지 2. 기재와 같다. 위 법은 선하증권뿐만 아니라 해상화물운송장(Sea waybill)에 대해서도 적용되고(제1조 제1항), 선하증권의 적법한 소지인과 마찬가지로 해상운송계약의 당사자가 아니지만 그 계약에 따라 해상운송인이 해상운송장에 관련된 화물을 인도할 사람, 즉 수하인에게도 운송계약상 모든 권리가 이전되고 귀속됨을 명시하고 있다(제2조 제1항).
해상화물운송장에 의해 인도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수하인이 운송계약상의 권리를 취득하도록 하여 화물의 멸실 또는 훼손의 경우에 해상운송인에 대하여 직접 운송계약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규정이다. 과거 ‘1855년 선하증권법’ 제정 당시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해상화물운송장이 오늘날 많이 이용되고 있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3) 다음으로 ‘1971년 해상화물운송법’ 및 헤이그-비스비 규칙의 주요 관련 규정은 별지 3. 기재와 같다.
가) 이 사건 해상화물운송장은 선하증권과 같은 권원증권이 아님에도 헤이그 규칙 및 준거법에 의해 강행적으로 적용되는 헤이그-비스비 규칙이 적용됨을 명시하고 있다(이 사건 약관 제5.1조). ‘1971년 해상화물운송법’은 일정한 경우 해상운송장과 기타 양도불가능한 운송증권에 헤이그-비스비 규칙이 적용된다고 정하고 있는데(제1조 제6항), 그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운송증권에 대해 헤이그-비스비 규칙이 영국 법률로서 효력을 갖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것이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나) 갑판적 적하(Deck cargo)의 경우에는 헤이그-비스비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데[헤이그-비스비 규칙 제1조 ⒞호], 화물의 멸실 또는 훼손의 위험이 높아서 당사자들이 자유롭게 면책약관 등 계약조건을 다르게 정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판적 적하로서 헤이그-비스비 규칙의 적용을 면하려면, 화물이 갑판에 선적되어 운송될 것임이 선하증권에 표시되어야 하고 실제로도 그와 같이 갑판에 선적된 채로 운송되어야 한다. 영국 판례는 제3자 보호의 측면에서 이러한 운송계약상 갑판적 적재 표시에 관하여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으로 보이고, 예컨대 해상운송인에게 갑판적 운송을 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조항 등만으로는 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된 사례들이 있다[Svenka Traktor v Maritime Agencies (Southampton) [1953] 2 QB 295 등].
한편 송하인의 동의 없는 갑판적 운송(Carriage on deck without the consent of the shipper)은 위에서 본 갑판적 적하와 전혀 다른 문제로서, 이른바 영국법상 근본적 계약위반(Fundamental Breach of Contract) 여부로 다루어진다. 영국법에서는 근본적 계약위반을 한 당사자는 모든 면책조항을 원용할 수 없는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1980년 판결[Photo Production v Securicor Transport [1980] AC 827]로 전통적인 유형 이론은 폐기되었고, 이후 법리는 다소 불분명하다. 그러나 선하증권에 해상운송인에게 갑판적 운송을 할 수 있다는 자유재량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규정되어 있다면 그 동의를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례가 있고[위 Svenka Traktor v Maritime Agencies (Southampton) 판결], 화물의 성질에 따라 그 동의가 묵시적으로 추정되는 경우도 있다.
다) 영국 보통법에서는 운송물에 불완전한 포장(Defective Packing)의 결함이 있어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해상운송인의 책임을 부인하였는데, 부적합하게 포장된 경우에는 운송물 자체의 고유한 하자로 볼 수 있거나, ‘누구도 자기가 하여야 할 의무를 게을리 함으로 인해 생긴 손해에 대해 다른 사람으로부터 배상받을 수 없다.’는 점이 근거로 설명된다. 다만 해상운송인에게 주의의무 위반의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면책되지 못한다.
헤이그-비스비 규칙에서도 이와 동일하게 규율하고 있다. 포장불충분 등을 해상운송인의 면책 사유로 정하고 있고(제4조 제2항 n호), 그러나 해상운송인이 감항능력 주의의무를 위반하거나 운송물에 관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위 포장불충분 등 면책사유에 따른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 해상운송인은 감항능력이 있는 선박을 제공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헤이그-비스비 규칙 제3조 제1항), 운송 화물을 적절하고도 주의 깊게 선적, 처리, 적부, 운송, 보관, 관리, 양륙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같은 조 제2항). 여기서 ‘적절하게(properly)’는 ‘정상적인 시스템에 따라’라는 의미로서, 해상운송인이 화물의 성질에 관하여 알고 있거나 알았어야 할 지식에 비추어 볼 때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시스템에 따라 화물을 운송하거나 기타 취급하면 되는 것이지, 화물의 모든 결함이나 특성을 고려할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증명책임의 분배와 관련해서는, 화주가 화물의 멸실 또는 훼손을 입증하였을 때, 해상운송인이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하려면 화물의 멸실 또는 훼손이 포장불충분 등 헤이그-비스비 규칙 제4조 제2항의 면책사유로 인한 것이라는 점만을 증명하면 되고, 그 증명의 정도는 그 사실로 인하여 보통 생길 수 있다는 일응의 증명(prima facie)으로서 충분하다. 그 경우 화주가 다시 위 손해는 해상운송인이 주의의무를 제대로 다하지 않은 과실로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여야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
다. 판단
1) 원고의 수하인으로서의 지위
가) 먼저 원고의 지위에 대하여 보건대, 기초 사실 및 갑 제28, 30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와 이 사건 운송계약을 체결한 송하인은 뮬러이고, 원고는 이 사건 운송계약의 수하인의 지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1) 이 사건 운송계약의 체결을 위한 교섭은 뮬러와 엠에스씨 저머니 사이에서 진행되었고, 엠에스씨 저머니는 피고의 대리인의 지위에 있음을 표시하며 견적서와 예약확정서 등을 교부하였다. 뮬러는 교섭과정에서 원고의 대리인 자격이라는 표시를 한 바가 전혀 없다.
(2) 이 사건 약관은 ‘본 해상화물운송장에 의해 증명되는 계약은 운송인과 송하인 사이에 체결되었다. 이 해상운송계약과 관련하여 운송인에게 지시할 수 있는 유일한 당사자인 송하인은 화주와 특히 수하인에게 이 해상화물운송장에 포함된 모든 거래약관의 읽을 수 있는 사본을 제공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피고가 발행한 해상화물운송장에는 뮬러가 송하인으로, 원고가 수하인으로 각 기재되어 있으며, 뮬러가 원고의 대리인이라고 표시된 바가 전혀 없다. 피고는 해상화물운송장의 교부와 함께 ‘송하인에 대한 통지’도 뮬러에 하였다.
(3) 원고와 뮬러 사이에 파트너쉽 계약이 체결된 사실은 있으나, 정보의 수집과 제공, 화물의 수거나 보관, 통관, 화물의 인도, 운임의 납부와 징수 등 이외에 운송계약의 체결에 대해서도 대행 또는 대리한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고, 오히려 각자의 계약 조건에 따라 상대방으로부터 요청받은 화물을 취급하고 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보인다. 뮬러는 피고에게 이 사건 운송계약에 따른 운임 및 각종 비용을 직접 지급하였다.
나)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운송계약의 당사자인 송하인의 지위에 있다는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 부분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고, 이하에서는 원고가 수하인으로서 운송인인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부분에 관하여 살펴본다.
2) 갑판적 면책특약에 따른 면책 여부
가) 피고가 뮬러에 보낸 견적서에 ‘견적은 갑판적 선택(Deck option)으로 적재되고 배로 운송된 화물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유효하다.’는 점과 ‘오픈 탑 컨테이너와 플랫 랙 컨테이너를 위한 조항(Clauses for Open Top and Flat Rack Container) - 송하인의 위험으로 갑판 적재(Deck Shipment at Shipper’s Risk)’ 문구가 기재되어 있었던 사실, 이 사건 약관 제18조 제2항에서 오픈 탑 컨테이너, 플랫 랙에 적재되고 해상화물운송장 전면에 갑판적 운송된다고 기재된 화물은 멸실, 손상 등에 대해 운송인의 책임이 없다고 규정한 사실, 이 사건 해상화물운송장의 부칙 페이지에 ‘송하인의 위험으로 갑판적, 선박은 어떠한 손실이나 손상에 대해 책임지지 않음’이라고 기재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2호증, 을 제19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출항예정일인 2015. 12. 31. 자로 해상화물운송장의 초안이 작성된 사실이 인정된다.
나) 그러나 앞서 인정한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 당사자 사이에 이 사건 운송계약을 체결하면서 갑판적 면책 특약, 즉 이 사건 화물이 갑판적으로 운송됨에 따라 발생하는 멸실과 손상 등에 대해 운송인의 책임을 면제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뮬러가 2015. 12. 23. 수령한 예약확인 이메일에는 ‘특약은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갑판적 면책 특약은 화물의 훼손에 대해 운송인의 책임을 면제하는 중요한 특약 사항에 속하는데, 이에 관해 당사자들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예약확인서에 기재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뮬러가 이에 대하여 그 기재를 요청하는 등 수정 의견을 밝혔다고 볼 자료도 없다.
(2) 이 사건 해상화물운송장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이후인 2016. 1. 20. 뮬러에 송부되었다. 최종본 이전에 교섭되던 초안들이 수수되었던 것으로는 보이나, 작성일자가 2015. 12. 31. 자라는 점 등만으로 그 시점에 교부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그 밖에 뮬러와 엠에스씨 저머니 사이에 갑판적 면책 특약에 관하여 논의한 이메일 내역 등이 제출된 바도 없다.
(3) 견적서에 오픈 탑 컨테이너와 플랫 랙 컨테이너에 의한 갑판 적재 등이 기재되어 있었다는 점은 아래에서 보듯이 송하인인 뮬러가 갑판 적재에 동의하였음을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 뿐, 나아가 그와 같이 갑판에 적재된 화물의 훼손 등 손해에 대해 피고의 책임을 면제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근거는 없다.
다) 따라서 이에 관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
원고는 피고가 임의로 이 사건 화물을 갑판적으로 운송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영국법상 송하인의 동의 없이 갑판적 운송을 한 경우에는 운송인이 모든 면책조항을 원용할 수 없고 배상책임을 지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가) 그러므로 먼저 이 사건 화물이 손상된 원인에 관하여 보건대, 기초 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33호증, 을 제15 내지 19호증, 제22호증의 각 기재 내지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화물은 갑판적 상태에서 강한 풍랑을 만나면서 이 사건 화물을 포장한 타폴린이 찢어진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수침손의 피해를 입게 된 것으로 인정된다.
(1) 이 사건 화물은 타폴린으로 포장된 상태에서 40피트 플랫 랙의 이 사건 컨테이너에 실린 후 이씨엘 첼린저호의 갑판 위에 선적되었고, 2015. 12. 31.경 노르웨이 하우게준트항에서 출항하였다. 같은 날 하우게준트항은 06:20경부터 21:20경까지 사이에 시속 30km에서 57km까지 강풍이 불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는 풍력등급 4 내지 7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2) 이 사건 화물이 하우게준트항에서 이씨엘 챌린저호에 선적될 당시에는 이 사건 화물을 포장한 타폴린 등에 문제가 없었고, 독일 브레머하벤항에서 매리 머스크호로 선적하기 전에 위 타폴린이 찢어진 것이 발견되었다. 당시 타폴린이 심하게 찢어져 있고 다량의 물기(해수로 추정)가 화물에 남아 있었다.
(3) 이 사건 화물은 이멘코의 비용으로 타폴린 재포장이 되었고, 이후 피고의 매리 머스크호의 갑판 아래(선상 창고)에 선적되어 부산항까지 운송되었다. 부산항 양하 당시 포장은 양호하였고, 삼성중공업의 창고까지 육상운송 되어 야외에서 보관되다가 설치를 위한 입고 검사 중 녹손이 발생되었다.
(4) 한바다손해사정 주식회사의 조사, 제조사인 이멘코의 조사 및 관련 사건에서 감정인의 감정 결과에서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화물이 노르웨이 하우게준트항에서 선적되어 독일 브레머하벤항에 도착하기까지 중에 타폴린 포장이 벗겨지고 그로 인하여 해수를 맞게 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나) 다음으로, 피고가 원고의 동의 없이 임의로 갑판적 운송을 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앞서 인정한 사실들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임의로 갑판적 운송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송하인의 동의를 받아 갑판적 운송을 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는 이와 관련하여 운송인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
(1) 뮬러와 피고의 대리인인 엠에스씨 저머니 사이의 교섭 과정에서 견적서에 이 사건 화물이 갑판적 선택(Deck option)으로 운송된다는 점이 명시적으로 표시되었고, ‘오픈 탑 컨테이너와 플랫 랙 컨테이너를 위한 조항 - 송하인의 위험으로 갑판 적재’라는 문구도 기재되어 있었으며, 이에 따라 운임 등 견적이 이루어졌다.
(2) 이 사건 약관에서도 ‘이 해상화물운송장의 전면에 컨테이너 또는 화물이 갑판 아래에 선적될 것임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는 한, 화물은 화주에게 통지되지 않고 갑판 위 또는 아래에 선적되어 운반될 수 있다.’(제18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운송인이 그 선택에 따라 화물을 갑판에 적재하여 운송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하는 이른바 갑판적 자유약관에 해당한다.
(3) 이멘코는 이 사건 화물을 방수가 되는 타폴린으로 포장하여 선적하였는데, 플랫 랙 컨테이너에 실려 갑판적으로 운송되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4) 송하인 측에서 이 사건 화물이 반드시 갑판이 아닌 선창 내에 적재되어야 함을 요구하거나 그에 따라 재견적을 요청하였다고 볼 자료도 없다.
다) 따라서 이에 관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포장불충분에 따른 면책 여부
가) 먼저 포장불충분으로 인하여 이 사건 화물에 훼손이 발생한 것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들과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손상의 원인과 경위 등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화물이 포장불충분으로 인해 수침손이 발생한 것임이 일응 증명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는 영국법상 해상운송인인 피고에 대한 면책사유에 해당한다. 원고가 들고 있는 판례들은 이 사건과 사안이 달라 원용하기 적절하지 않다.
(1)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화물이 선적된 이씨엘 챌린저호가 하우게준트항에서 출항한 이후 브레머하벤항에 도착하기 이전에 이 사건 화물의 타폴린 포장이 찢어져 벗겨지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화물이 해수를 맞게 된 것이 원인이 되어 화물에 녹이 슬어 발생되었다.
(2) 하우게준트항에서 선적 당시 이 사건 화물은 타폴린으로 포장된 후 끈으로 묶고 플랫 랙 컨테이너 바닥에 고정되었는데, 강풍 등 어떤 원인으로 그 포장이 찢겨 벗겨졌다. 이 사건 화물은 플랫 랙 컨테이너로 갑판적이 예상되고 있었으므로, 방수 포장을 철저히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3) 이 사건 해상화물운송장에 ‘송하인의 적입, 적부, 수량확인과 봉인(Shipper’s Load, Stowage, Count and Seal)’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4) 뮬러는 2016. 1. 11. 원고에게 ‘브레머하벤항에서 환적 중 선사(피고)에서 포장 및 화물 손상을 발견하여 쉬퍼 측에서 포장재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메일을 받았는데, 화물에도 손상 가능성이 있으므로 화주에게 문의하여 현 상태로 재포장 후 선적해도 되는지 확인하여 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에 원고는 같은 날 삼성중공업에 이를 알리면서 선사로부터 접수된 손상보고서와 사진을 첨부하였다.
(5) 실제로 이 사건 화물은 2016. 1. 13. 이멘코의 비용으로 재포장되어 2016. 1. 21. 피고의 매리 머스크호에 선적되었다. 이처럼 즉각적으로 이 사건 화물의 제조사이자 수출자인 이멘코가 비용을 부담하여 재포장한 것은 기존 타폴린 포장의 문제점을 인정한 것으로 보이고, 운송인 측에 달리 문제를 제기하였다는 자료도 없다.
나) 원고는, 설령 이멘코의 포장이 불충분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운송인으로서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악천후에 무모하게 출항을 감행하고 이 사건 화물을 갑판에 방치한 과실이 있으므로 면책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화물을 갑판에 적재한 이씨엘 챌린저호의 출항예정일인 2015. 12. 31. 시속 30km에서 57km까지 강풍이 불고 비가 내린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와 을 제23, 2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이 강풍이 불었다는 사실만으로 피고가 운송물에 관한 주의의무를 위반하는 등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1) 해상운송인은 운송 화물을 적절하고도 주의 깊게 선적, 처리, 적부, 운송, 보관, 관리, 양륙할 의무가 있으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송하인측이 플랫 랙 컨테이너에 고박하여 타폴린으로 덮은 화물을 선적함에 있어 운송인에게 포장이 풍랑에 찢겨질 것을 예견하여 어떤 방지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갑판적 선택에 따라 2015. 12. 31. 갑판에 선적된 이 사건 화물을 2016. 1. 6. 독일 브레머하벤항에서 양하될 때까지 그대로 두었다는 것을 주의의무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
(2) 위 시속 30km에서 57km의 바람은 풍력등급 4 내지 7에 해당하는 강풍이고 풍랑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보이는데,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총톤수 7,000t 이상의 대규모 선박에 대해서는 출항통제 등의 조치가 취해질 정도는 아니라고 할 것이며, 실제로도 노르웨이 하우게준트항에서 그러한 조치가 있었다거나 피고가 무리하게 출항을 강행하였다고 볼 자료는 없다.
라. 소결론
이 사건 화물의 손상은 송하인 측의 포장불충분으로 인하여 발생하였고 피고에게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는 이에 대해 면책된다. 결국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
5. 결론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1] 해상화물운송장: 생략]
[[별 지 2] 영국 1992년 해상화물운송법: 생략]
[[별 지 3] 영국 1971년 해상화물운송법: 생략]
주1) 화물을 선내 창고에 실을 수 없는 경우 운송인이 갑판에 화물을 실을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주2) 오픈 탑 컨테이너(Open Top Container)는 천장이 개폐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컨테이너를 의미한다. 플랫 랙 컨테이너(Flat Rack Container)는 컨테이너 4벽면과 천장을 떼었다 붙일 수 있게 만들어져 있는 컨테이너를 의미하고, 긴 화물이나 고정 작업이 필요한 화물을 운반할 때 주로 이용된다.
주3) 방수가 되는 천을 의미한다.
평석
- 해상운송 사건에서의 국제재판관할합의와 개정 국제사법 @ 서울고등법원 2021 11 25 선고 2021나2010140 판결 이승엽 한국해사문제연구소
관련문헌
- 김인호 2021년 국제거래법 중요판례평석 인권과 정의 제505호 / 대한변호사협회 2022
- 구회근 2021년 국제사법 주요 판례 소개 국제사법연구 제27권 제2호 / 한국국제사법학회 2021
참조조문
- 민법 제103조
- 상법 제795조
- 상법 제796조
본문참조판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73743호
서울고등법원 2018나2023061호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6다33752 판결
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1다53349 판결
본문참조조문
원심판결
- 서울중앙지법 2021. 2. 5. 선고 2017가합506818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