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전 소송의 판결의 주문기재에서나 이유기재에서 예비적 청구 기각의 판단이 명시되지 않은 경우, 그 예비적 청구와 소송물을 같이 하는 후 소송에 전 소송의 판결의 기판력이 미치는지 여부(소극)
[2] 어느 분쟁해결을 위하여 적정한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보다 더 간편한 절차를 이용할 수 있었음에도 그 절차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소송제기에 있어 소극적 권리보호요건인 직권조사 사항인지 여부(적극)
[3] 하급심의 판결에 위법한 오류가 있음을 알게 된 당사자가 그를 시정하기 위한 상소절차를 이용할 수 있었음에도 그를 이용하지 아니하고 당연무효가 아닌 그 판결을 확정시킨 다음, 그 후 상소로 다투었어야 할 그 분쟁을 별소로 다시 제기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4] 항소심판결이 주위적 청구를 배척하면서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판단하지 아니한 경우, 상고에 의하여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가 함께 이심되는지 여부(적극)
[5] 항소심판결이 주위적 청구를 배척하면서 예비적 청구 부분에 관하여 전혀 판단하지 않은 데 대하여 당사자가 상고하여 그 예비적 청구에 대한 항소심의 판단이 누락되었다는 위법사유를 지적하였음에도 상고심에서도 법률관계상의 그 쟁점에 관한 판단을 빠뜨림으로써 그 오류가 시정되지 않은 채 상고심판결이 확정되는 경우의 구제방법(=재심)
[6] 성질상 선택적 관계에 있는 양 청구를 당사자가 주위적, 예비적 청구 병합의 형태로 제소함에 의하여 그 소송심판의 순위와 범위를 한정하여 청구하는 이른바, 부진정 예비적 병합 청구의 소가 허용되는지 여부(적극)
[7] 주위적 청구가 전부 인용되지 않을 경우에는 주위적 청구에서 인용되지 아니한 수액 범위 내에서의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도 판단하여 주기를 바라는 취지로 불가분적으로 결합시켜 제소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적극)
[8] 항소심판결상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 이루어져야 할 판단이 누락되었음을 알게 된 당사자가 상고를 통하여 그 오류의 시정을 구하였어야 함에도 상고로 다툴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었음에도 상고로 다투지 아니하여 그 항소심판결을 확정시킨 후 그 예비적 청구의 전부나 일부를 소송물로 하는 별도의 소송을 새로 제기하는 것이 권리보호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적법한 소제기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구체적 사건의 어느 청구에 대하여 법원이 전혀 판단을 하지 않았다면 그 부분에 한하여서는 기판력이 생길 수 없는 것이므로, 전 소송의 환송 후 항소심판결의 주문기재에서나 이유기재에서나 예비적 청구 기각의 판단이 명시되지 아니하였음에도 후 소송의 원심이 그 판결에 그 예비적 청구를 기각한 판단이 있었다고 보아 전 소송의 환송 후 항소심판결이 확정되어 그 청구에 관한 판단의 기판력이 생겼다고 전제한 다음, 그 판결의 기판력이 소송물을 같이 하는 후 소송에도 미치게 된다고 판단한 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거나 기판력에 관한 위에서 본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2] 어느 분쟁해결을 위하여 적정한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보다 더 간편한 절차를 이용할 수 있었음에도 그 절차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소송제기에 있어 소극적 권리보호요건인 직권조사사항이라 할 것이다.
[3] 위법한 판결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게 된 당사자는 별소를 제기할 필요가 없이 간편하게 그 소송절차 내에서 상소를 통하여 그 분쟁해결을 위한 적정한 판단을 구할 길이 열려져 있으며 또한 소송경제에 맞는 그 방법을 통하여서만 사실심인 하급심판결에 대하여 새로 올바른 판단을 받도록 마련되어 있는 것이기에, 하급심의 판결에 위법한 오류가 있음을 알게 된 당사자가 그를 시정하기 위한 상소절차를 이용할 수 있었음에도 그를 이용하지 아니하고 당연무효가 아닌 그 판결을 확정시켰다면 그 판결은 위법한 오류가 있는 그대로 확정됨과 동시에 당사자로서는 그 단계에서 주어진 보다 더 간편한 분쟁해결수단인 상소절차 이용권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 되어, 그 후에는 상소로 다투었어야 할 그 분쟁을 별소로 다시 제기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의 권리보호를 위한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한 때문에 허용될 수 없다.
[4] 주위적 청구를 배척하면서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판단하지 아니한 판결은 예비적 병합의 제도취지에 반하여 위법하게 되고 상고에 의하여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가 함께 상고심에 이심되는 것이며 예비적 청구부분의 소송의 재판 탈루가 되는 것은 아니다.
[5] 항소심판결이 예비적 청구 부분에 관하여 전혀 판단하지 아니하였다면 당사자는 그 판결에 대하여 불복상고하여 그 위법 부분의 시정을 받아야 하며, 당사자가 상고하여 그 예비적 청구에 대한 항소심의 판단이 누락되었다는 위법사유를 지적하였음에도 법률심인 상고심에서도 법률관계상의 그 쟁점에 관한 판단을 빠뜨림으로써 그 오류가 시정되지 않은 채 상고심판결이 확정되면 당사자는 재심사유를 주장·입증하여 그 상고심판결에 대한 재심을 구하는 길만이 남게된다.
[6] 성질상 선택적 관계에 있는 양 청구를 당사자가 주위적, 예비적 청구 병합의 형태로 제소함에 의하여 그 소송심판의 순위와 범위를 한정하여 청구하는 이른바, 부진정 예비적 병합 청구의 소도 허용되는 것이다.
[7] 주위적 청구가 전부 인용되지 않을 경우에는 주위적 청구에서 인용되지 아니한 수액 범위 내에서의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도 판단하여 주기를 바라는 취지로 불가분적으로 결합시켜 제소할 수도 있는 것이다.
[8] 항소심판결상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 이루어져야 할 판단이 누락되었음을 알게 된 당사자로서는 상고를 통하여 그 오류의 시정을 구하였어야 함에도 상고로 다툴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었음에도 상고로 다투지 아니하여 그 항소심판결을 확정시켰다면 그 후에는 그 예비적 청구의 전부나 일부를 소송물로 하는 별도의 소송을 새로 제기함은 부적법한 소제기이어서 허용되지 않는다.
참조조문
[1]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2조(현행 제216조 참조) [2]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4조(현행 제134조 참조) [3]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6조[소의 제기](현행 제248조 참조) [4]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0조(현행 제253조 참조), 제401조(현행 제431조 참조) [5]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2조(현행 제451조 참조) [6]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0조(현행 제253조 참조) [7]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0조(현행 제253조 참조) [8]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6조[소의 제기](현행 제248조 참조)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연조)
피고,피상고인
학교법인 ○○학원 (소송대리인 변호사 송영길 외 2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을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원심의 인정과 판단의 요지
가. 이 사건 전의 소송경위에 관한 원심의 인정
(1) 원고는 소외인에 대하여 1986. 8. 29.부터 같은 해 12. 10.까지의 사이에 빌려준 85,000,000원의 대여금채권과 1987. 3. 10.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담보한 35,000,000원의 매매잔대금 및 손해약정금 등의 채권을 가지고 있던 중, 1989. 8. 19. 그 채권들의 일부인 117,700,000원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소외인의 피고에 대한 토지매매잔대금 채권 중 같은 금액에 관하여 가압류결정을 받고, 소외인을 상대로 본안소송을 제기하여 1990. 9. 19. 가집행선고부 원고승소판결을 선고받아 승소한 원금 12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합계 235,732,873원 중 230,000,000원을 채무명의로 하여 1990. 10. 23. 소외인의 피고에 대한 그 토지매매잔대금 채권에 관하여 이미 가압류한 117,700,000원 부분을 본압류로의 전이하고 나머지 112,300,000원 부분을 압류한 후 그 각 압류채권의 전부명령을 받았다.
(2) 그 후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주위적으로는 전부금 211,587,688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고, 예비적으로는 피고가 1989. 5. 22. 소외인의 원고에 대한 위의 차용금채무 8,5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합한 145,000,000원의 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하여 같은 해 11. 30.까지 이를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고 주장하면서 145,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다음부터 '전소송'이라 쓴다)를 제기하였다.
(3) 이에 대하여 전소송의 제1심인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은 1993. 11. 25. 93가합2477 판결에서 그 전부명령이 피고에게 송달되기 전에 피전부채권이 모두 변제되었다는 이유로 주위적 청구에 대하여는 가압류에 의하여 집행보전된 117,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지급청구만을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하면서,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는 주위적 청구가 일부 인용된 이상 더 이상 살필 필요 없다고 하여 판결이유에서 실체적 판단을 하지 않고 주문에서도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판단을 하지 않았으며, 청구취지란에도 예비적 청구취지를 기재하지 않았다.
(4) 이에 원고는 원고패소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고, 그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1994. 9. 13.에 94나103 판결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제1심과 같은 취지의 이유를 설시하는 한편, 피고가 1987. 3. 10. 소외인에 대한 위의 토지매매잔대금 중 35,000,000원을 원고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그 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이 사건 주위적 청구와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서 주위적 청구가 일부 인용된 이상 그 주장에 대하여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그 주장 자체에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5) 원고는 원고패소 부분인 주위적, 예비적 청구 각 중 35,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에 대하여 상고하였는바, 대법원 1996. 2. 9. 선고 94다50274 판결은 인용된 전부금 부분의 지연손해금 청구에 대하여 제2심재판에 탈루가 있다고 보아 그 부분의 상고를 각하하며 불복상고된 35,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에 관한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6) 환송 후 항소심의 1996. 10. 25. 선고 96나13035 판결은 예비적 청구 35,000,000원과 그의 지연손해금 부분은 상고되지도 않았고 파기환송되지도 않았으므로 심판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다음, 주위적 청구의 파기환송 부분인 35,000,000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청구만을 인용한 채 예비적 청구의 환송부분인 35,000,000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 청구부분에 대하여는 청구인용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지 아니하였다.
(7) 그럼에도, 원고는 환송 후 항소심의 그 판결 중 판단되지 아니한 예비적 청구부분에 대하여는 상고하지 아니하였고 그 판결은 1996. 11.경 그대로 확정되어 전소송은 종료되었다.
나. 이 사건 소송과 원심 판단의 요지
1997. 8. 21. 제기된 이 사건 소송에서 원고는 전소송에서의 예비적 청구원인과 동일한 청구원인을 내세워, 피고가 소외인의 원고에 대한 위의 차용금 85,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자를 합한 145,000,000원의 지급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 대하여 그 예비적 청구취지 수액 중 일부인 8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이 사건의 제1심(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97가합17903호)은, 이 사건 청구가 전소송의 예비적 청구부분으로서 전소송의 환송 후 항소심에서 그 예비적 청구를 기각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판결에 대하여 상고하지 아니하여 확정되었으니 패소확정된 부분을 확정판결의 변론종결 이후에 새로이 발생한 사유에 기하지 아니한 채 다시 청구한 것이므로 기판력에 저촉되는 것이고, 가사 이 사건 청구 중 일부가 전소송의 상고심에서 파기환송한 부분인 35,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인 주위적 청구부분을 일부 포함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에 대하여는 환송 후 항소심에서 승소확정되어 그 소로써 구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한 부분을 재차 청구하는 것이 되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였는데, 이 사건 원심은 제1심과 그의 판단의 요지를 같이 하여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가. 전소판결의 기판력이 없다는 주장과 이 사건 소송요건에 관하여
법원이 구체적 소송사건에 대하여 당사자의 변론을 거쳐 종국판결을 선고하여 그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형식적 확정력이 발생하면 그 판결의 판단내용에 따른 기판력이 생기는바, 법원 판단의 통용성으로서의 그 효력은 처분권주의, 변론주의 등의 절차적 보장 아래에서 소송당사자가 자기책임으로 소송을 수행한 소송물에 관하여 법원이 판결주문에 판단을 특정 표시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구체적 사건의 어느 청구에 대하여 법원이 전혀 판단을 하지 않았다면 그 부분에 한하여서는 기판력이 생길 수 없는 것임은 상고이유의 전제로 삼은 주장과 같다 .
그러하니 앞서 본대로 전소송의 환송 후 항소심판결의 주문기재에서나 이유기재에서나 예비적 청구 기각의 판단이 명시되지 아니하였음에도 이 사건 소송의 원심이 그 판결에 그 예비적 청구를 기각한 판단이 있었다고 보아 전소송의 환송 후 항소심판결이 확정되어 그 청구에 관한 판단의 기판력이 생겼다고 전제한 다음, 그 판결의 기판력이 소송물을 같이 하는 이 사건 소송에도 미치게 된다고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거나 기판력에 관한 위에서 본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하겠다.
그러나 이 사건 본안에 관한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에 대한 판단에는 그 밖의 소송요건의 구비 여부가 전제되는 것이어서 직권으로 아래에서 그에 관하여 검토하기로 한다.
나. 소송요건으로서의 권리보호 요건에 관하여
(1) 소의 적법요건은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며( 대법원 1995. 7. 25. 선고 95다14817 판결 참조), 소송상 사권보호청구권은 사법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전제인 권리보호의 요건을 갖추어야 적법하게 되는 것이다( 대법원 1995. 8. 11. 선고 94다21559 판결, 1979. 9. 11. 선고 79다127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구 민사소송법(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아래에서도 같다) 제1조 에 규정되어 소송의 지도이념으로서 전반적인 민사소송절차를 규율한 신의성실의 원칙은 각 사건의 당사자로서는 소송경제의 이념에 따라 필요한 관련 사유를 주장·입증하고, 그 소송의 심급제도를 제때에 이용함으로써 당해 소송절차 안에서 분쟁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도록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수행에 협력하여야 한다는 취지를 포함한 것이다.
그와 같은 법 원칙에 좇아, 구 민사소송법에는 본안에 대한 종국판결이 있은 뒤에 소를 취하한 사람은 같은 소송물에 대하여 같은 소를 다시 제기하지 못하게 되며( 제240조 제2항 ), 당사자는 제1심법원의 종국판결에 대하여는 불변기간 내에만 항소로써 불복하고( 제360조 , 제366조 ), 제2심법원의 종국판결에 대하여는 상고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불변기간 내에만 상고로써 불복하여( 제392조 내지 제395조 ) 각 판결 위법사유의 시정을 구할 수 있으며, 일단 판결이 확정되면 그 판결 결과에 영향을 끼친 위법한 판단을 포함한 것이라 하더라도 무제한적으로 재심을 청구할 수는 없고 재심사유가 있을 때에만 재심이 허용될 뿐인데 그 경우에도 종국판결에 위법사유 있음을 알고서 그 판결 확정 전에 상소로 주장할 수 있었음에도 상소로 주장하지 않았던 때에는 재심으로도 위법한 판결의 시정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제422조 제1항 ) 규정되어 있었으며, 그 규정들의 취지는 법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된 현행 민사소송법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위의 규정들과 판례들의 취지를 종합해 볼 때, 어느 분쟁해결을 위하여 적정한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보다 더 간편한 절차를 이용할 수 있었음에도 그 절차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소송제기에 있어 소극적 권리보호요건인 직권조사사항이라 할 것이어서, 위법한 판결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게 된 당사자는 별소를 제기할 필요가 없이 간편하게 그 소송절차 내에서 상소를 통하여 그 분쟁해결을 위한 적정한 판단을 구할 길이 열려져 있으며 또한 소송경제에 맞는 그 방법을 통하여서만 사실심인 하급심판결에 대하여 새로 올바른 판단을 받도록 마련되어 있는 것이기에, 하급심의 판결에 위법한 오류가 있음을 알게 된 당사자가 그를 시정하기 위한 상소절차를 이용할 수 있었음에도 그를 이용하지 아니하고 당연무효가 아닌 그 판결을 확정시켰다면 그 판결은 위법한 오류가 있는 그대로 확정됨과 동시에 당사자로서는 그 단계에서 주어진 보다 더 간편한 분쟁해결수단인 상소절차 이용권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 되어, 그 후에는 상소로 다투었어야 할 그 분쟁을 별소로 다시 제기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의 권리보호를 위한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한 때문에 허용될 수 없을 터이다 .
(2) 한편, 청구의 예비적 병합은 주위적 청구가 인용되지 아니할 것에 대비하여 그의 인용을 해제조건으로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 심판을 구하는 병합형태로서 그 각 청구가 하나의 소송절차에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병합된 각 청구 중 주위적 청구를 배척하면서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판단하지 아니한 판결은 예비적 병합의 제도취지에 반하여 위법하게 되고 상고에 의하여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가 함께 상고심에 이심되는 것이며 예비적 청구부분의 소송의 재판 탈루가 된다고 할 것이 아니어서 ( 대법원 2000. 11. 16. 선고 98다2225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항소심판결이 예비적 청구 부분에 관하여 전혀 판단하지 아니하였다면 당사자는 그 판결에 대하여 불복상고하여 그 위법 부분의 시정을 받아야 하며, 당사자가 상고하여 그 예비적 청구에 대한 항소심의 판단이 누락되었다는 위법사유를 지적하였음에도 법률심인 상고심에서도 법률관계상의 그 쟁점에 관한 판단을 빠뜨림으로써 그 오류가 시정되지 않은 채 상고심판결이 확정되면 당사자는 재심사유를 주장·입증하여 그 상고심판결에 대한 재심을 구하는 길만이 남게 될 이치이다 .
나아가, 성질상 선택적 관계에 있는 양 청구를 당사자가 주위적, 예비적 청구 병합의 형태로 제소함에 의하여 그 소송심판의 순위와 범위를 한정하여 청구하는 이른바, 부진정 예비적 병합 청구의 소도 허용되는 것 이며, 아울러 주위적 청구가 전부 인용되지 않을 경우에는 주위적 청구에서 인용되지 아니한 수액 범위 내에서의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도 판단하여 주기를 바라는 취지로 불가분적으로 결합시켜 제소할 수도 있는 것 인바, 사실심에서 원고가 그러한 내용의 예비적 청구를 병합 제소하였음에도, 법원이 주위적 청구를 일부만 인용하고서도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 전혀 판단하지 아니한 경우, 앞서 본 법리에 따라 그 판단은 그 예비적 병합 청구의 성격에 반하여 위법한 것으로 되어 그 사건이 상소되면 그 예비적 청구부분도 재판의 탈루가 됨이 없이 이심되어 당사자는 상소심에서 그 위법사유에 대한 시정판단을 받는 등 진정한 예비적 청구 병합 소송에서와 마찬가지로 규율될 것이다.
(3) 따라서 항소심판결상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 이루어져야 할 판단이 누락되었음을 알게 된 당사자로서는 상고를 통하여 그 오류의 시정을 구하였어야 함에도 상고로 다툴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었음에도 상고로 다투지 아니하여 그 항소심판결을 확정시켰다면 그 후에는 그 예비적 청구의 전부나 일부를 소송물로 하는 별도의 소송을 새로 제기함은 위의 법리에서 보아 부적법한 소제기이어서 허용되지 않는다 고 하겠다.
다. 이 사건 소송의 권리보호 요건에 관한 직권판단
(1) 앞서 본 사실관계에 따를 때, 이 사건 원고가 전소송에서 선택적 관계로서 동시에 양립할 수 있는 전부금 청구와 채무인수금 청구를 불가분적으로 결합시켜 예비적 형태로 병합 청구하면서, 주위적으로 120,000,000원 및 그의 지연손해금인 전부금 청구의 지급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145,000,000원 및 그의 지연손해금인 채무인수금의 지급을 청구하여 그 양 청구의 심판의 순서로서 주위적 청구, 예비적 청구를 전후로 한정함과 동시에 심판의 범위로서 주위적 청구에서 인용되는 수액을 제한 예비적 청구부분의 심판을 구함으로써 그와 같은 내용으로 심판을 한정하는 예비적 병합 청구를 하였다고 볼 것임에도, 전소송의 환송 전 항소심은 그 병합 청구 당사자의 의사가 주위적 청구의 일부나 전부의 인용을 해제조건으로 한 예비적 청구의 병합이라고 이해한 나머지 주위적 청구 중의 일부만을 인용하면서도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는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지었는 바, 그 항소심의 그 판단에는 예비적 청구에 관한 심판을 빠뜨림으로써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나머지 전소송의 그 예비적 병합 청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고는 전소송의 환송 전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상고하면서 패소 부분을 통틀어 상고할 수 있었음에도 상고의 범위를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의 각 35,000,000원에 한정하여 상고함으로써 그 수액을 넘어 상고되지 아니한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의 각 패소 부분을 확정되게 하였으며, 나아가 그 소송의 환송 후 항소심판결이 35,000,000원의 주위적 청구부분만을 판단한 채 함께 환송되어 심판의 대상이 된 같은 수액의 예비적 청구부분에 대하여 판단하지 아니하였기에 그 예비적 청구 부분에 대하여 상고할 수 있었음에도 그 환송 후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전혀 불복 상고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예비적 청구를 판단하지 아니한 부분의 그 판결도 확정되게 하였다.
결국, 원고는 전소송의 환송 후 항소심이 예비적 청구 부분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아니한 사실을 알고도 불복함에 아무런 장애가 없는 상황에서 불복 상고하지 아니하였다가 다시 소를 제기하여 청구하여야 할 사정의 변경이 없음에도 그 예비적 청구의 일부분과 같은 내용인 소송물을 이 사건 소송으로 청구하였으니 이 사건 소송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를 때, 권리보호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적법한 소송이라 할 수밖에 없다.
(2) 그런데 이 사건에서, 제1심이 원고의 이 사건 청구가 기판력에 저촉되는 것이거나 소의 이익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하면서 원고의 이 사건 소를 각하함이 없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원심이 같은 논거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 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은 기판력 저촉 여부 판단상의 잘못과 더불어 주문기재 표현상의 잘못이 있다고 하겠으나, 원심은 본안에 관하여 실체 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형식적인 이유로 원고청구기각의 결론을 낸 제1심을 유지한 결과 이 사건 원고청구의 본안에 관한 기판력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므로, 원고의 소가 부적법한 것으로서 각하될 수밖에 없는 이 사건에서 원심의 그 잘못은 원심판결을 파기할 사유로는 되지 아니한다( 대법원 1992. 11. 24. 선고 91다29026 판결, 1993. 7. 13. 선고 92다48857 판결 등 참조).
3. 결 론
그러므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을 원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에 쓴 바와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