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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4. 25. 선고 2012도13318 판결
[병역법위반][공2013상,988]
판시사항

[1] 입영기피에 대한 처벌조항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 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의 의미

[2] 현역병 입영대상자인 피고인이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았다고 하여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피고인은 처음부터 입영할 의사가 없었다고 볼 여지가 있어 병무청 담당직원이 입영기일 연기 등의 구제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병역의무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보아 무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입영기피에 대한 처벌조항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 의 ‘정당한 사유’는 원칙적으로 추상적 병역의무의 존재와 그 이행 자체의 긍정을 전제로 하되 다만 병무청장 등의 결정으로 구체화된 병역의무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 즉 질병 등 병역의무 불이행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를 말한다.

[2] 현역병 입영대상자인 피고인이 지방병무청장 명의의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았다고 하여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피고인은 처음부터 입영할 의사가 없어 병무청 담당직원으로부터 지연입영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더라도 지연입영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고, 그 같은 경우에는 병무청 담당직원이 입영기일 연기 등의 구제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병역의무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는데도, 피고인에게 지연입영할 의사가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가려보지도 아니한 채 무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병역법 제88조 제1항 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1. 입영기피에 대한 처벌조항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 의 ‘정당한 사유’는 원칙적으로 추상적 병역의무의 존재와 그 이행 자체의 긍정을 전제로 하되 다만 병무청장 등의 결정으로 구체화된 병역의무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 즉 질병 등 병역의무 불이행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를 말한다 ( 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가. 피고인이 현역병 입영대상자로서 2011. 9. 5. 14:00까지 입영하라는 대구경북지방병무청장 명의의 입영통지서를 받았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기일로부터 3일이 지난 2011. 9. 8.까지 입영하지 않았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원심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 은 현역입영통지서를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기일로부터 3일이 경과하여도 입영하지 않은 경우에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은 입영기일로부터 3일이 경과하여도 입영하지 않은 자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처벌하지 않지만 입영기일로부터 3일 이내에 입영한 자는 정당한 사유 여부를 불문하고 처벌하지 않는 취지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전제한 다음, 병무청 담당직원이 병역법 제88조 제1항 , 동법 시행령 제24조 제1항 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피고인의 상황과 같이 입영날짜를 착각하여 입영하지 못하는 경우는 지연입영 대상이 아니라고 간주한 나머지, 지연입영 신고를 하고자 하는 피고인에게 아무런 구제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나아가 피고인에게 ‘고발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고지하여 피고인이 입영을 포기한 것이므로, 피고인이 입영하지 아니한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판결 및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 즉, ① 피고인은 병역기피로 인해 2008. 12. 18.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고, 2011. 3. 29.에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점, ② 피고인은 이 사건 수사와 공판에서 입영일자를 잊어버렸거나 착각하였다고 진술하였는바, 이 사건 입영일자 전인 2011. 6. 29.과 2011. 8. 9. 두 차례 입영연기신청을 하여 연기허가를 받았고, 특히 2011. 8. 9. 입영연기신청을 하면서는 이 사건 입영일자인 2011. 9. 5.에는 꼭 입대하겠다는 취지의 병역의무이행각서를 작성하면서 이 사건 입영일자가 기재된 상근예비역 입영통지서를 직접 수령하였으며, 이 사건으로 2011. 9. 27. 경찰에서 조사받을 때는 아버지 일을 도와주느라 입영일자를 잊어버렸다고 하였다가 2011. 10. 18.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는 입영일자를 휴대전화에 9. 15.로 잘못 입력해 놓았다고 다소 일관되지 못한 진술을 하였고, 이 사건 입영일에 병무청 담당직원과 통화하면서도 입영일자를 잊어버렸거나 착각했다는 말은 하지 않고 아파서 못 간다거나 지금 멀어서 못 간다고만 하였고, 담당직원이 입영일이 오늘인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피고인이 안다고 대답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입영일자를 잊었다거나 착각하였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거짓일 가능성이 큰 점, ③ 병무청 담당직원은 이 사건 입영일인 2011. 9. 5. 15:30경 피고인에게 전화하여 오후 5시까지 입영해야 한다고 설명하였고, 그러자 피고인은 ‘입영일로부터 3일까지는 입영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내일(2011. 9. 6.)까지 입영하면 안 되느냐’고 물었으며, 담당직원은 피고인에게 천재지변 같은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반드시 입영 당일에 입영해야 한다고 하면서 몸이 아프다거나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지 확인하였으나 피고인은 그런 내용은 없다고 대답한 사실 등 대화의 경위나 대화 내용의 전체적인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병무청 담당직원의 태도는 입영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조속히 입영하라는 권유나 독촉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피고인도 지연입영이 불가능하다고만 생각하지는 않았을 수 있는 점, ④ 피고인은 입영일로부터 3일 이내에 입영하면 된다고 알고 있었다고 보이는데도 병무청 담당직원 등에게 부득이한 사정이 있음을 밝히고 구제와 선처를 호소하는 등 입영하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나 노력을 하였다는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은 처음부터 입영할 의사가 없어 병무청 담당직원으로부터 지연입영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지연입영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고, 그 같은 경우에는 병무청 담당직원이 입영기일 연기 등의 구제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병역의무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지연입영할 의사가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가려보지도 아니한 채, 병역의무 불이행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이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 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민일영(주심) 이인복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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