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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2012. 3. 29. 선고 2011노3337 판결
[절도·컴퓨터등사용사기] 확정[각공2012상,681]
판시사항

피고인이, 자신의 동생 갑 사망 후 갑의 미성년 자녀 을 및 그의 생모 친권자 병에게 알리지 않고 갑 명의의 현금카드를 사용하여 갑의 계좌에서 예금을 인출하거나 예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여 절도 및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각 범행의 피해자가 을임을 전제로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피고인 주장을 배척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이, 자신의 동생 갑 사망 후 갑의 미성년 자녀 을 및 그의 생모 친권자 병에게 알리지 않고 갑 명의의 현금카드를 사용하여 갑의 계좌에서 예금을 인출하거나 예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여 절도 및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권한 없는 자가 타인의 현금카드를 이용하여 예금을 인출하거나 예금 잔고를 다른 금융기관에 개설된 자기 계좌로 이체한 경우 절도 범행의 피해자는 현금자동인출기 관리자이고, 컴퓨터등사용사기 범행의 피해자는 자금이체 거래의 직접적인 당사자이자 이중지급 위험의 원칙적 부담자인 거래 금융기관이므로, 이와 같은 경우 친족 간의 범행을 전제로 하는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각 범행의 피해자가 을임을 전제로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피고인 주장을 배척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유도윤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김경수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법리오해 및 사실오인)

가. 피고인은 동생인 망 공소외 1(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이 사망하자, 망인이 공소외 2에게 부담하고 있던 채무를 변제하고 중국에 있는 망인의 법률상 처 공소외 3을 국내로 입국시켜 망인의 사망에 따른 법률관계를 정리하는 비용으로 쓰기 위해 망인의 통장에 있던 돈을 인출하거나 피고인의 계좌로 송금하였으며, 실제로도 위 돈을 그러한 목적에 맞게 사용하였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망인의 계좌로부터 돈을 인출하거나 송금한 행위는 망인 또는 그 상속인들의 이익을 위해 그들의 사무를 대신 처리하기 위한 것이어서 위법성이 없음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피고인은 망인의 계좌로부터 1,654만 원을 인출 또는 송금한 후 피고인의 돈 146만 원을 보태어 총 1,800만 원을 공소외 2에게 송금함으로써 망인의 채무를 변제하고 공소외 3의 입국 비용을 부담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 위 1,654만 원을 취득하겠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절도죄 및 컴퓨터등사용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결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다. 피고인은 이 사건 각 죄의 피해자인 공소외 4와 친족관계에 있으므로, 형법 제344조 제354조 에서 각 준용되는 형법 제328조 에 따라 그 형이 면제되거나 공소가 기각되어야 한다.

2.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위 가., 나.항 주장에 대한 판단

(1) 절도죄의 성립에 필요한 불법영득의 의사는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신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처분하려는 의사를 말하고, 사기죄의 본질은 기망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에 있고 이로써 상대방의 재산이 침해되는 것이다( 대법원 2000. 10. 13. 선고 2000도3655 판결 ,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도4914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고인의 동생인 망인은 2008. 12. 24.경 공소외 2의 주선으로 중국을 방문하여 중국인인 공소외 3과 혼인하기로 하였고, 2009. 2. 6.에는 혼인신고를 하였는데, 공소외 3이 한국에 입국하기 전 2009. 2. 25. 지게차 전복 사고로 사망하였다. 망인이 부담하여야 하는 혼인 비용은 약 850만 원 정도이고( 공소외 2의 당심 법정진술), 공소외 3이 한국에 입국하는 데 필요한 수속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이다.

(나) 공소외 2는 망인이 사망한 당일 망인의 빈소를 방문하여 그곳에 있던 피고인에게 망인과 공소외 3의 결혼 사실을 알리면서, 공소외 3은 망인의 법률상 처로 망인의 아들 공소외 4(당시 11세)와 함께 망인의 재산에 대한 상속권이 있으므로 공소외 3을 입국시켜 망인과 이혼시켜야 한다고 말하였다.

(다) 피고인은 같은 날 망인의 소지품에 포함되었던 현금카드를 사용하여 미리 알고 있던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망인의 계좌에서 210만 원을 인출하고, 남아 있던 돈 중 14,440,000 주1) 원 을 자신 명의 계좌로 이체하였다. 피고인은 이에 대해 공소외 4의 동의를 받지 않았고(수사기록 제141쪽), 같은 날 망인의 빈소를 방문한 망인의 전처이자 공소외 4의 생모로서 친권자인 공소외 5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라) 피고인은 2009. 3. 7. 공소외 2에게 망인의 계좌에서 인출 내지 이체한 1,654만 원(= 210만 원 + 1,444만 원)을 포함한 1,800만 원을 송금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공소외 2로부터 사전에 망인이 공소외 2에게 실제 부담하고 있는 채무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았고, 위 돈과 관련해서 아무런 영수증 등을 받지 않았다.

(마) 한편 공소외 4는 2009. 3. 19. 서울가정법원에 공소외 3을 상대로 망인과 공소외 3의 혼인이 무효라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피고인 측에서는 공소외 3을 위한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여 망인과 공소외 3의 혼인이 유효하다고 다투었다. 피고인은 2009. 4. 29. 선양 주재 대한민국 총영사관에 ‘ 공소외 3이 한국에 나와 망인의 보험, 금융자산, 부동산, 동산에 대한 처리를 해야 한다. 공소외 3이 중국 법으로 재산을 포기한다는 공증은 할 수 있으나 가족 등 누구누구에게 위임한다는 공증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제수씨( 공소외 3)의 입국을 허락해 달라’는 내용이 기재된 초청사유서를 보냈다.

(3) 위 사실에,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공소외 2는 피고인으로부터 받은 돈 중 600만 원은 망인이 주지 않은 결혼 비용이고 1,200만 원은 상속인인 공소외 3의 입국 비용이라는 내용의 사실관계확인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하였고 당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처음에는 그와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가, 검사가 망인에게 결혼 비용을 빌려주었는지 묻자 위 600만 원은 망인에게 술값 등 명목으로 빌려준 돈이라고 말하고, 결혼 비용 외에 1,200만 원이 추가로 들어가는 이유에 대해서 묻자 위 돈은 공소외 3을 망인과 이혼시키는 비용이라고 말하여, 돈을 교부받은 명목에 대한 진술을 모두 번복한 점( 공소외 2는 최근 망인에 대한 채권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공소외 4를 상대로 조정신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② 사람이 사망한 당일 망인의 채권자가 빈소로 찾아가 망인의 친족에게 채무변제를 해 줄 것을 요청하고, 그 친족이 망인이 근무하는 회사를 찾아가 직접 자신에게 돈을 달라고 하거나, 망인의 계좌에 있는 돈을 인출·이체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이례적인 점, ③ 피고인이 공소외 2에게 송금한 돈은 통상적인 국제결혼 비용을 훨씬 초과함에도, 피고인은 망인이 공소외 2에게 부담하고 있는 채무의 존부나 채무의 정확한 액수에 대하여 아무런 확인을 하지 않았고, 상속인인 공소외 4나 그 법정대리인에게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점, ④ 피고인이 망인의 상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소외 3을 입국시키려 한 것뿐이었다면, 입국 비용이 포함되어 있는 결혼 비용을 훨씬 넘는 1,200만 원이 별도로 필요할 이유가 없어 보이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공소외 3을 입국시켜 공소외 3 몫으로 상속될 재산을 (피고인이) 받아 공소외 4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비로 사용하려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수사기록 제141쪽, 그러나 공소외 4는 망인 생존 시에는 망인과, 그 이후에는 생모인 공소외 5와 동거하고 있다), ⑤ 피고인이 망인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이체한 날(2009. 2. 25.)과 이를 공소외 2에게 송금한 날(2009. 3. 7.) 사이의 간격, 그 이후의 정황, 피고인과 망인의 상속인인 공소외 4 및 그의 친권자인 공소외 5 사이의 관계와 법적 분쟁 등 증거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는 망인 명의 계좌에 있는 돈을 취득하여 자신이 그 필요에 따라 이용·처분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며, 이것이 망인의 상속인인 공소외 4의 이익을 위하여 그의 사무를 대신 처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4) 따라서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들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원심판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나. 위 다.항 주장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권한 없는 자가 타인의 현금카드를 이용하여 예금을 인출하거나 예금 잔고를 자신이 거래하는 다른 금융기관에 개설된 자기 계좌로 이체한 경우, 절도 범행의 피해자는 현금자동인출기 관리자이고, 컴퓨터등사용사기 범행의 피해자는 자금이체 거래의 직접적인 당사자이자 이중지급 위험의 원칙적 부담자인 거래 금융기관이므로( 대법원 1995. 7. 28. 선고 95도997 판결 , 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도4127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경우 친족 사이의 범행을 전제로 하는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범행의 피해자가 공소외 4임을 전제로 하여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다만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 제1면 제19줄의 ‘비빌번호’를 ‘비밀번호’로 고치고, 제2면 제5줄의 ‘함으로써’와 ‘14,443,900원’ 사이에 ‘피해자 농협으로부터’를 추가하고, 원심판결 증거의 요지란에 ‘1. 피고인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1. 사체검안서 사본, 가족관계증명서 사본, 통장내역 사본, 초청사유서 사본, 대법원 사건검색화면, 사실관계확인서’를 각 추가하고, 원심판결 제2면 제11줄의 ‘제437조의2’를 ‘제347조의2’로 각 고치는 것으로 각 경정한다).

판사 이은애(재판장) 차동경 김수정

주1) 원심 판결문에는 14,443,900원으로 되어 있는데, 증거에 비추어 보면 3,900원은 이체 수수료로 보인다(1,300원 × 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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