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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7다239960 판결
[손해배상(의)][미간행]
판시사항

[1]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이 위자료 지급대상이 되는 경우

[2] 만성신부전증으로 혈액투석을 받아오던 갑이 좌측 동정맥루 부위 출혈로 을 병원 응급센터에 입원한 후 항생제 치료를 받았으나 혈액에서 그람양성균이 발견되고 열이 지속되는 등 상태가 좋지 않자, 을 병원 의료진이 감염성 심내막염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아 갑에게 항생제를 추가 투약하기로 결정하였고, 그 후 갑에게 혈액투석을 위한 동정맥루 재개통술을 실시하였는데, 을 병원 수련의 병이 수술 후 활력징후는 안정적이었지만 진정제의 영향으로 의식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로 금식 중이었던 갑에게 항생제를 투여하기 위하여 엘 튜브(L-tube, 입으로 음식물·약물 섭취가 부적절하거나 불가능할 때 코를 통하여 위장까지 연결하는 튜브)를 삽입하였다가 갑의 호흡과 맥박이 측정되지 않자 엘 튜브를 제거하고 흉부압박 등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여 갑의 맥박이 다시 측정되었으나, 다음 날 을 의료원의 의료진이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갑에게 감염성 심내막염에 대한 응급수술을 실시하였는데도 며칠 후 갑이 감염성 심내막염을 직접사인으로 하여 사망하자, 갑의 유족인 정 등이 을 병원 및 병을 상대로 엘 튜브 삽입에 관한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갑의 사망 원인이 엘 튜브 삽입 과정에서 일어난 호흡정지·심장정지가 아니라 그 이전부터 앓고 있었던 세균 감염으로 인한 감염성 심내막염인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엘 튜브 삽입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 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한 것으로서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 될 사안이 아닌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는 의사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원고(선정당사자), 피상고인

원고(선정당사자)

피고, 상고인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사건의 경위는 다음과 같다.

가. 망 소외인(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2012. 8. 13. 피고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이하 ‘피고 의료원’이라고 한다)에서 좌측 동정맥루 수술을 받았고, 그 후 만성신부전증으로 인한 혈액투석을 받아왔는데, 2013. 1. 20. 좌측 동정맥루 부위 출혈로 피고 의료원 응급센터에 입원하였다. 망인은 입원 후 항생제 치료를 받았으나 2013. 1. 28. 혈액에서 그람양성균이 발견되었고, 열이 지속되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았다. 피고 의료원 의료진은 망인이 감염성 심내막염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아, 망인에게 리팜핀 등 항생제를 추가 투약할 것을 결정하였다.

나. 망인은 2013. 1. 31. 14:45 혈액투석을 위한 동정맥루 재개통술을 받았다. 피고 의료원 의료진은 같은 날 18:30 망인에 대하여 금식을 지시하였고, 같은 날 19:30 망인에게 리팜핀을 투여하기 위하여 엘 튜브(L-tube, 입으로 음식물·약물 섭취가 부적절하거나 불가능할 때 코를 통하여 위장까지 연결하는 튜브)를 삽입할 것을 지시하였다. 이에 피고 2는 같은 날 20:30경부터 20:40경 사이에 망인에게 엘 튜브를 삽입하려고 시도하였다. 그 당시 망인은 진정제(미다졸람)의 영향으로 자극에 반응하고 일부 지시에 따를 수는 있었으나 지남력이 없는 상태였고, 활력징후(혈압, 맥박, 호흡 등)는 비교적 안정된 상태였다. 그런데 같은 날 20:55경 망인의 호흡·맥박이 측정되지 않자 피고 2는 엘 튜브를 제거하였고 이어서 흉부압박 등 심폐소생술을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같은 날 21:00경 망인의 맥박이 다시 측정되었고, 21:40경 망인은 중환자실로 옮겨졌는데, 의식수준은 반혼수상태였다.

다. 망인은 2013. 2. 1. 08:00 의식수준이 나른한 상태에 있었다. 피고 의료원 의료진은 같은 날 보호자 동의를 얻어 감염성 심내막염에 대한 응급수술을 하였다. 그럼에도 망인은 2013. 2. 18. 감염성 심내막염을 직접사인으로 사망하였다.

2.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원용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가. 엘 튜브 삽입술이 금식 상태의 환자에게 경구용 약제를 투입하여야 할 경우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시술이라고 하더라도, 망인과 같이 활력징후는 비교적 안정된 상태였지만 방금 수술을 받고 왔고 진정제의 영향으로 의식이 완전하지 않으며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 대하여는 환자의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로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피고들이 엘 튜브 삽입술 시행 전에 그 부작용, 위험성 등을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피고들은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다.

나. 엘 튜브 삽입술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더라도 최소한 망인의 갑작스러운 호흡정지·심장정지와 인과관계가 있으므로, 이 사건 청구는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에 대한 위자료를 구하는 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3. 가. 일반적으로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과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진료계약상의 의무 내지 위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당해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

이와 같은 의사의 설명의무는 수술 시에 한하지 않고, 검사·진단·치료 등 진료의 모든 단계에서 각각 발생한다 하더라도 설명의무 위반에 대하여 의사에게 위자료 등의 지급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의사가 환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아니한 채 수술 등을 시행하여 환자에게 예기치 못한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의사가 그 행위에 앞서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나 진단방법의 내용과 필요성 및 그로 인하여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성 등을 설명하여 주었더라면 환자가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함으로써 중대한 결과의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설명을 하지 아니하여 그 기회를 상실하게 된 데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의미에서 의사의 설명은 모든 의료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등 침습을 과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만을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 .

따라서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 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한 것은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 될 여지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1995. 4. 25. 선고 94다27151 판결 등 참조).

나.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에서 망인이 사망한 원인은 엘 튜브 삽입 과정에서 일어난 호흡정지·심장정지가 아니라, 그 이전부터 앓고 있었던 세균 감염으로 인한 감염성 심내막염이다.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엘 튜브 삽입술은 금식 상태의 환자에게 경구용 약제를 투약하여야 할 경우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시술일 뿐만 아니라, 피고 2가 망인에게 엘 튜브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그 후 망인에게 호흡정지·심장정지 등이 발생하였지만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함으로써 회복되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이 사건 엘 튜브 삽입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 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한 것으로서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 될 사안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옳다.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은 의사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잘못이 있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선정자 명단: 생략]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권순일(주심) 이기택 김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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