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하도급계약에서 하수급인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 또는 해지되면 그가 지급한 계약보증금을 하도급인에게 귀속시키되, 하도급인의 손해액이 계약보증금을 초과하는 때에는 하도급인이 하수급인에게 그 초과분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약정한 경우, 그 계약보증금의 법적 성질을 일종의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하수급인이 하도급인에게 계약금액의 10%에 해당하는 계약보증금을 납부하고, 하수급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약정한 착공기일을 경과하고도 공사에 착수하지 아니하거나 그 귀책사유로 실공사기간(실공사기간) 내에 실공사(실공사)를 완성할 수 없음이 명백히 인정될 때 및 하수급인의 계약조건 위반으로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될 때에는 하도급인이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 계약보증금은 하도급인에게 귀속하고,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도급인이 계약을 해제, 해지함에 따라 발생한 손해액이 계약보증금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초과분에 대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그 손해액이 계약보증금의 상당액에 달할 때에는 도급인에게 계약보증금을 귀속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약정을 한 경우, 위와 같은 내용의 계약보증금에 관한 약정을 한 목적은 하수급인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여 간접적으로 채무이행을 강제하는 것 외에, 하수급인의 계약불이행으로 인하여 도급계약 관계를 청산하게 될 때를 대비하여 하수급인이 하도급인에게 배상하여야 할 최소한의 손해액을 계약보증금액으로 예정하여 하도급인으로 하여금 손해 발생 및 그 수액을 증명하지 않고서 위 계약보증금을 자신에게 귀속시킬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만약 하도급인이 손해액이 계약보증금을 초과하는 것을 증명하여 이를 청구한 경우에는 그 손해배상액의 일부에 충당하기 위하여 계약 체결시에 계약보증금을 미리 하도급인에게 교부하게 한 데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그 계약보증금은 손해배상의 예정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되, 다만 하수급인이 배상할 손해액이 이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단순한 손해담보로서의 성질을 갖는다고 본 사례.
원고,피상고인
코오롱건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홍지만)
피고,상고인
전문건설공제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박우동)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소외 영일토건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가 이 사건 하도급공사를 시행하던 중 1996. 5. 2. 부도를 내게 되자 작업인부 및 장비업자들이 공사현장에서 시위를 하여 이 사건 하도급공사가 바로 중단된 사실, 이에 원고가 같은 달 3. 소외 회사의 부도로 인하여 더 이상 이 사건 공사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소외 회사에게 하도급계약 제26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통고서를 보낸 사실을 인정하고 나서, 이 사건 하도급계약은 소외 회사의 귀책사유로 적법하게 해지되었으므로 피고는 구 전문건설공제조합법(1997. 7. 1.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해 폐지)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소외 회사의 도급계약에 관하여 이행보증을 한 자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법 소정의 보증채권자인 원고에게 소외 회사의 이 사건 하도급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하도급계약상의 계약보증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다음, 피고의 다음과 같은 주장, 즉, 원고가 이 사건 공사진행 도중에 그 공사지역 지반 침하가 예상보다 심하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아무런 통보도 없이 소외 회사와의 사이에 시공공법을 당초 약정된 강제다짐 공법에서 자연침하 공법으로 변경하였는바, 위 변경에 따라 메워진 토사가 자연적으로 침하될 때까지는 잔여 공사를 계속할 수 없는 관계로 공기 연장이 불가피하여 이 사건 공사가 공기 내에 종료될 수 없었고, 또한 이로 인하여 매립의 연계작업인 부설, 다짐 등의 공사는 당초보다 규모가 축소되고 절토, 흙 운반 등의 공사는 당초보다 규모가 확대되어 그 공사 내용과 공사 금액에 변동이 있었으므로, 계약보증약관 제6조에 따라 혹은 보증채무의 성격 그 자체에서 보증인인 피고는 보증책임을 면한다는 주장을 그 설시와 같은 이유로 배척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계약의 해지 및 공사계약보증의 범위 등에 관한 법리오해나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갑 제1호증의 1, 2)에 의하면, 원고는 소외 회사와의 사이에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소외 회사는 원고에게 계약금액의 10%에 해당하는 계약보증금을 납부하고, 소외 회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약정한 착공기일을 경과하고도 공사에 착수하지 아니한 경우, 소외 회사의 귀책사유로 실공사기간(실공사기간) 내에 실공사(실공사)를 완성할 수 없음이 명백히 인정될 때 및 소외 회사가 계약조건에 위반하여 그 위반으로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될 때에는 원고는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으며(제26조 제1항), 이러한 경우에 계약보증금은 원고에게 귀속하고(같은 조 제2항), 원고는 소외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함에 따라 발생한 손해액이 계약보증금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소외 회사에게 그 초과분에 대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같은 조 제3항), 소외 회사의 채무불이행으로 발생한 지체상금이 계약보증금 상당액에 달할 때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고 계약보증금을 원고에게 귀속시킬 수 있다고 약정하였고(제25조 제5항), 소외 회사는 이 사건 계약보증금의 지급에 갈음하여 1995. 9. 15. 피고로부터 보증금액 금 736,450,000원, 보증기간 같은 달 5.부터 1996. 5. 31.까지로 된 하도급이행(계약)보증서 1매를 발행받아 원고에게 제출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원고와 소외 회사가 위와 같은 내용의 계약보증금에 관한 약정을 한 목적은 소외 회사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여 간접적으로 채무이행을 강제하는 것 외에, 소외 회사의 계약불이행으로 인하여 도급계약 관계를 청산하게 될 때를 대비하여 소외 회사가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최소한의 손해액을 계약보증금액으로 예정하여 원고로 하여금 손해 발생 및 그 수액을 증명하지 않고서 위 계약보증금을 자신에게 귀속시킬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만약 원고가 손해액이 계약보증금을 초과하는 것을 증명하여 이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 손해배상액의 일부에 충당하기 위하여 계약 체결시에 계약보증금을 미리 원고에게 교부하게 한 데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보증금은 손해배상의 예정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되, 다만 소외 회사가 배상할 손해액이 이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단순한 손해담보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고가 소외 회사의 계약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액이 계약보증금을 초과한다는 것을 증명하여 이를 청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 계약보증금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법원은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그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와 달리 이 사건 계약보증금은 하수급인인 소외 회사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여 채무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작용을 하고 소외 회사가 위약하였을 때에는 이를 전액 원고의 소유로 귀속되게 하여 제재를 가하는 위약벌 또는 제재금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이 사건 계약보증금의 성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주장은 이유 있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심은 가사 이 사건 계약보증금의 성질을 민법 제398조에 정해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본다 하더라도 소외 회사가 이 사건 하도급공사의 당초 총공급가액 금 6,695,000,000원 중 금 595,100,000원(6,695,000,000원-6,154,000,000원) 상당의 공사를 시공하지 못하였고, 원고는 소외 회사의 채권단에게 소외 회사의 채무 중 45%인 금 1,000,000,000원 가량을 대신 지급하여 주었으므로 이를 참작하면 원고는 소외 회사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이 사건 계약보증금 이상의 손해를 받았다고 추정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계약보증금은 이 사건 하도급 계약금액의 10%이고 이는 일반사회관념에 비추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 과다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의 감액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갑 제7호증의 1, 2)에 의하면 소외 회사가 원고에게 이 사건 현장에서 일한 소외 회사의 장비업자 및 근로자에 대한 임대료 및 임금을 보전해 줄 것을 요청하자 원고는 도급인의 자격에서 도의적인 책임으로 소외 회사의 채권단에게 소외 회사의 채무 중 45%인 금 1,000,000,000원 가량을 지급하는 대신에, 위 채권단으로부터 소외 회사에 대한 모든 채권을 양도받은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원고가 위 채권단에게 위 금원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이 사건 계약보증금이 부당하게 과다한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참작할 사정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나아가, 원심이 인정한 바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공사현장 지반이 예상보다 약하여 이 사건 하도급공사 진행중 당초 설계상의 지반 침하량을 초과하여 침하가 진행된 관계로 원고는 간혹 소외 회사에 대하여 일시적인 공사 중단을 요청하기도 하였고, 그로 인하여 계약 기간 내에 이 사건 공단 부지 중 도로예정지의 터파기 및 노면 정리 등을 시공할 수 없게 된 사실, 소외 회사가 하도급공사의 당초 공급가액의 약 92%에 해당하는 공사를 진행하여 그 잔여 공사 금액이 금 595,100,000원인 사실, 원고는 소외 회사로부터 1996. 3. 26. 이후의 공사기성금 270,100,000원을 소외 회사의 채권단을 위하여 원고가 임의처리하도록 하는 내용의 기성대금 포기각서를 제출받은 사실 등을 알 수 있고, 이와 같은 사정에다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원고가 실제로 입었으리라고 추정되는 손해의 내용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이 사건 계약보증금액은 부당하게 과다한 것으로 인정된다.
그렇다면,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에 관한 원심의 가정적 판단도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