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4두4117 시정명령등취소
원고
주식회사 한라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변론종결
2016. 5. 12.
판결선고
2016. 6. 2.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4. 4. 10. 의결 제2014-070호로 원고에 대하여 한 별지1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 등의 지위와 현황
원고, 주식회사 포스코건설, 지에스건설 주식회사, 주식회사 대우건설, 현대건설 주식회사, 삼성물산 주식회사, 대림산업 주식회사, 에스케이건설 주식회사, 현대산업개발 주식회사(이하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을 각 '포스코건설', '지에스건설', '대우건설',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에스케이건설', '현대산업개발'이라 하고, 이들을 통칭하여 '포스코건설 등 8개사'라 하며, 그 중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을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은 '포스코건설 등 6개사'라 한다)는 각 건설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의 사업자이다. 원고 및 포스코건설 등 8개사의 일반 현황은 다음과 같다.
(2012. 12. 31. 기준, 단위: 백만 원, 명)
나. 대구도시철도 3호선 건설공사 입찰
1) 조달청은 2008.12. 15. 대구도시철도 3호선 건설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8개 공구(이하 '제○공구'라 한다)로 나누어 대안입찰(부분대안) 방식으로 공고하면서, 낙찰자 결정은 설계점수와 가격점수를 각각 75%, 25%의 비중으로 가중하여 합산하는 가중치 기준방식으로 정하였다.
2) 이에 국내 대형건설사인 포스코건설 등 8개사는 2008. 11.경부터 같은 해 12.경까지 영업팀장 모임 등을 가졌고, 그 중 포스코건설 등 6개사는 이 사건 공사의 8개 공구 중 제4, 8공구를 제외한 6개 공구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공구별 입찰에 참여할 사업자를 결정하는 내용의 합의(이하 '이 사건 공구분할 합의'라 한다)를 하였다.
3) 원고는 2008. 12.경 이 사건 공구분할 합의에 따라 제3공구의 참여사로 결정된 대우건설과 사이에 대우건설을 낙찰예정자로 하고 원고가 들러리로 참여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이하 '이 사건 들러리 합의'라 한다)를 하였다.
4) 이 사건 들러리 합의에 따라 원고는 2009. 4. 14.경 조달청에 설계원안과 거의 유사한 대안설계를 제출하고 대우건설로부터 통보받은 투찰금액인 672억 700만 원(예정금액 706억 2,700만 원의 약 95.15%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재한 입찰서류를 제출하였다. 한편 대우건설은 주식회사 서한, 주식회사 미도종합건설, 에스디건설 주식회사 및 주식회사 신흥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제3공구에 관한 입찰에 참여하였는데, 위 컨소시엄은 제3공구에 관한 공사를 낙찰금액 678억 9,000만 원(예정금액 706억 2,700만 원의 약 96.12%에 해당하는 금액)에 낙찰받아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5) 한편, 조달청은 2008. 12.경 제3공구에 관한 입찰공고를 하면서 "대구광역시에 주된 영업소를 두지 않는 업체(대구지역업체로서 대표사로 참여하는 경우 포함)는 대구광역시 도시철도건설본부에서 발주한 도시철도 3호선 건설공사(8개 공구) 중 가능한 한 1개 공구에만 입찰에 참여하여 주시고, 대구지역업체는 대표사로 참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공동수급체 구성원으로서는 2개 공구 이내에서 입찰 참여를 권장합니다."라고 명시하였다.
다. 피고의 처분
1) 피고는 2014. 4. 10. 전원회의 의결 제2014-070호로 원고가 대우건설과 사이에 한 이 사건 들러리 합의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별지1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하고 과징금납부명령 부분만을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원고에 대한 구체적인 과징금 산정 과정은 다음과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2, 갑 제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경쟁제한성의 부존재
조달청이 '1개사 1공구 원칙'을 정하여 공고함에 따라 하나의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공구의 수가 제한되어 있었던 점, 포스코건설 등 8개사의 공구분할 합의1)로 인하여 이 사건 공사의 각 공구별 낙찰예정자가 결정됨으로써 제3공구의 낙찰예정자인 대우건설과 실질적으로 수주경쟁을 할 수 있는 경쟁사업자가 존재하지 않은 점, 위 공구분할 합의로 인한 경쟁제한성과 이 사건 들러리 합의로 인한 경쟁제한성은 별개로 판단되어야 하는데, 위 공구분할 합의로 인한 경쟁제한 효과가 완전히 발생한 이후에 원고가 오로지 유찰 방지를 위한 방편으로 이 사건 들러리 합의를 하고 그에 따라 제3공구의 입찰에 참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제3공구 입찰시장의 경쟁이 추가로 제한되거나 감소하였다고 볼 수 없는 점, 원고가 들러리로 참여하지 않아 유찰되었더라도 유찰된 후의 재공고기간, 1개사 1공구 원칙 등을 고려하면 결국 대우건설이 최종 계약자가 되었을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들러리 합의는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2)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의 위법
다음 사정들에 의하면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
가) 피고는 삼환기업 주식회사의 지하철 7호선 공사 담합 사건에서 대형건설사들의 공구분할 합의로 처음부터 입찰시장에서 유효한 경쟁이 사실상 제한된 점 등을 고려하여 들러리 합의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가 아닌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아 부과기준율을 정하였는데, 이 사건에서의 원고의 행위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들러리 합의로 인한 경쟁제한의 정도가 없거나 미미하여 위 지하철 7호선 공사 담합 사건에서의 삼환기업 주식회사의 경우와 사실관계 측면에서 실질적인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이 사건 들러리 합의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의율하였다. 이는 형평의 원칙 또는 자기구속의 원칙에 명백히 위배된다.
나) 피고는 주식회사 동양개발 등의 구의 및 자양 취수장 공사 담합 사건에서 들러리로 참여한 건설사들에 대하여 기본과징금을 50% 감액하는 것과 별도로 단순가담을 이유로 임의적 조정과징금 산정 단계에서 30%를 추가 감경하였는데, 이 사건에서의 원고도 제3공구에 관한 입찰에 들러리로 참여하는 대가로 다른 공구의 낙찰을 받기로 예정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단순가담자에 불과하여 위 취수장 사건과 이 사건 간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이 사건에서 원고에게 단순가담에 따른 감경을 하지 않았다. 이 역시 형평의 원칙 또는 자기구속의 원칙에 명백히 위배된다.
다) 피고는 유진투자증권 주식회사의 채권수익률 담합 사건이나 케이디비생명보험 주식회사의 예정이율 담합 사건에서 3년간의 당기순이익이 적자인 점을 고려하여 부과과징금 결정 단계에서 각 80%를 감경하였는데, 원고의 최근 3년간 누적 당기순손실은 6,601억 원이고 2013년도 부채비율이 572.7%에 이르는 등 원고의 재정상황이 매우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위 회사들과 비교하여 낮은 감경률을 적용하였는바, 이 또한 형평의 원칙 또는 자기구속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라) 이 사건 공구분할 합의의 당사자로서 낙찰을 받은 회사들에 대하여는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였다는 이유로 부과과징금 결정 단계에서 각 10%를 감경하고 입찰에서 탈락한 회사들에 대하여는 낙찰받은 다른 회사들과의 형평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역시 부과과징금 결정 단계에서 각 10%를 감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구분할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채 입찰에 탈락한 원고에 대하여는 이러한 감경을 하지 않았다.
마) 원고는 이 사건 들러리 합의로 인하여 대우건설로부터 어떠한 경제적 이익이나 보상을 약속받거나 지급받은 사실이 없는 등 부당이득이 없다.
바) 이 사건 들러리 합의로 인하여 유찰이 방지되어 이 사건 공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등 이 사건 들러리 합의는 공사의 원활한 진행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
나. 관계 법령
별지2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경쟁제한성 부존재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이 정하고 있는 경쟁제한성을 가지는지 여부는 당해 상품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선택 기준, 당해 행위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당해 공동행위로 인하여 경쟁이 감소하여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08두20376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인정한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제3공구의 입찰공고는 8개 공구 중 가능한 한 1개의 공구에 관한 입찰에 참여할 것을 권장한다고 명시하였을 뿐 '하나의 공구에 관한 입찰에 참여할 것'을 입찰참가 자격으로 정하지는 않은 점, 포스코건설 등 6개사의 이 사건 공구분할 합의로 인하여 제3공구 입찰시장의 경쟁이 일부 제한되기는 하였으나 완전히 제한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원고의 주장처럼 제3공구의 입찰에 대우건설을 제외하고 참여할 건설사가 없었다면 그 입찰은 당연히 유찰되어야 하는 것인데, 원고는 대우건설을 낙찰자로 만들기 위해 대우건설의 들러리 업체로 입찰에 참여하여 원안설계와 거의 유사한 대안설계 및 대우건설로부터 통보받은 투찰금액을 제출함으로써 대우건설이 예정가격의 96.12%에 이르는 높은 금액으로 낙찰을 받도록 한 점, 결국 원고가 제3공구 입찰에 형식적으로 참가함으로써 실질적인 경쟁 없이 대우건설이 단독으로 입찰에 참가하여 낙찰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여 실질적인 경쟁을 통하여 낙찰가격이 결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 소멸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들러리 합의는 입찰에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제3공구에 관한 입찰이 유찰되어 대우건설이 최종 계약자로 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를 뒤집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의 위법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공정거래법 제6조, 제17조, 제22조, 제24조의2, 제28조, 제31조의2, 제34조의2 등 각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것인지와 만일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공정거래법과 같은 법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과징금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얼마로 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재량을 가지고 있으므로, 피고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처분은 재량행위이고, 다만 이러한 재량을 행사함에 있어 과징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비례·평등의 원칙을 위반하는 등의 사유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서 위법하다(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두22054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인정한 사실 및 갑 제3호증의 1 내지 3, 갑 제8 내지 10, 1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이 형평의 원칙이나 자기구속의 원칙에 위배되는 등으로 피고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1) 원고 주장의 선행 사례들의 내용을 이 사건의 내용과 비교하여 볼 때 위 선행 사례들은 이 사건과 유사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여 위 선행 사례들을 이 사건과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곤란할 뿐만 아니라, 들러리 합의 형태의 입찰담합 사건에서 기본과징금을 산정함에 있어 들러리 합의를 '중대한 위반행위'로 인정하는 것이나 기본과징금을 감경하는 것에 더하여 단순가담을 이유로 추가로 과징금을 감경하는 것이 피고에게 구속력이 있을 정도의 행정관행으로 정착되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2) 원고의 이 사건 들러리 합의는 이른바 경성 공동행위 중에서도 가장 위법성이 강하다고 평가되는 입찰담합이고 그 성격상 경쟁제한 효과는 명백한 반면 효율성 증대효과는 미미할 뿐만 아니라 원고가 이 사건 들러리 합의에 따라 형식적으로 입찰에 참여함으로써 대우건설이 예정가격의 96.12%에 이르는 높은 금액으로 낙찰을 받을 수 있었으므로 이 사건 들러리 합의는 그 중대성의 정도가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3)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2009. 8. 20. 피고 고시 제2009-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과징금고시'라 한다) Ⅳ.3.다. 항은 "다수의 사업자가 관련된 상황에서 위반행위에 단순가담하거나 추종적인 역할만을 수행한 것이 명백한 경우, 또는 자신의 이익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다른 사업자의 권유나 대리로 참여하였거나 기망 또는 강박에 의하여 부득이하게 참여한 경우 의무적 조정과징금의 100분의 30 범위 내에서 감경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는 한편 그 단서에서 "입찰담합에 있어서 탈락한 것을 이유로 기본과징금이 100분의 30 이상 감액된 참가사업자에 대하여는 위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구 과징금고시 Ⅳ.1.다.(1).(마)의 2)항 규정에 따라 형식적으로 입찰에 참여한 원고의 기본과징금을 100분의 50 감경하였다.
(4) 피고는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입찰에 참가하였던 원고에 대하여 공동수급체 구성을 이유로 한 감경을 하지는 않았으나 들러리 업체인 원고에 대하여 기본과징금 산정 단계에서 낙찰자의 부과기준율의 50%만을 적용하였다.
(5)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심의일 기준 직전 3개 사업연도의 재무제표상 당기순이익을 각각 3:2:1로 가중 평균한 금액이 적자인 점을 감안하여 2차 조정과징금의 50%를 감경하고, 추가로 경기 악화로 건설시장이 위축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여 2차 조정과징금의 10%를 감경하였다. 또한 원고의 2013년도 자본 총계는 납입자본금을 초과한 상태에 있었으므로 이 사건 처분 시의 직전 사업연도에 원고가 자본잠식의 상태에 있지도 않았다.
(6) 원고가 이 사건 들러리 합의로 얻은 부당이득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공정거래법상 과징금은 부당한 공동행위의 규제라는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는 행정상의 제재적 성격도 가지고 있다.
(7) 원고가 제3공구에 관한 입찰에 형식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그 입찰이 유찰되지 않은 것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실행에 따른 결과에 불과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윤성원
판사 유헌종
판사 김관용
주석
1) 원고는 위 인정 사실과 달리 포스코건설 등 8개사가 이 사건 공사의 8개 공구에 관한 공구분할 합의를 하였다고 주장하므로 원고의 주장을 위와 같이 기재한다. 그러나 제3공구에 관하여 원고와 이 사건 들러리 합의를 한 대우건설이 공구분할 합의의 당사자임은 원고의 주장과 위 인정 사실이 동일하고 원고가 위 주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취지와 위 인정 사실이 별로 다른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므로 아래의 판단에서는 위 인정 사실에 기하여 설시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