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가합208226(본소) 채무부존재확인
2018가합208233(반소) 손해배상(자)
원고(반소피고)
주식회사 A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병호
피고(반소원고)
1. B
2. C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건진
변론종결
2019. 9. 5.
판결선고
2019. 10. 17.
주문
1. 별지 목록 기재 사고에 관하여 원고(반소피고)의 피고(반소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 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2. 피고(반소원고)들의 반소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본소, 반소를 합하여 피고(반소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본소: 주문과 같다.
반소: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는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 B에게 125,000,000원, 피고 C에게 120,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8. 3. 13.부터 이 사건 판결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각 지급하라.
이유
본소, 반소를 함께 본다.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여객운수사업을 영위하는 시내버스운송사업자로서 D 시내버스(이하 '원고 차량'이라 한다)의 소유자이고, E은 원고 소속 운전기사이다.
나. E은 2018. 3. 13. 22:04경 원고 차량을 운전하여 경산시 F건물 앞 노상을 G대정문 방면에서 평사리 방면으로 편도 2차로 중 1차로를 따라 직진 운행하던 중 원고 차량 진행방향 우측에서 좌측으로 도로를 횡단하다가 넘어진 H을 원고 차량 바퀴 부분으로 충격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H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같은 날 23:53경 사망하였고, 피고들은 망 H(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부모로 망인의 상속인들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5, 7, 10, 11, 12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요지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사고는 E이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망인이 갑자기 무단횡단을 시도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E은 이 사건 사고를 예견하거나 피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는 E의 과실이 아닌 망인의 전적인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로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금지급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
나. 피고들의 주장
이 사건 사고는 원고 차량의 운전자인 E의 전방주시의무 위반 등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원고는 원고 차량의 소유자로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에 따라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피고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 B에게 248,281,440원[상속분 223,281,440원{(망인의 일실수입 386,562,880원 + 망인의 위자료 60,000,000원) × 상속지분 1/2} + 위자료 20,000,000원 + 장례비 5,000,000원], 피고 C에게 243,281,440원[상속분 223,281,440원{(망인의 일실수입 386,562,880원 + 망인의 위자료 60,000,000원) × 상속지분 1/2} + 위자료 2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나 피고들은 망인의 과실을 고려하여 원고에게 청구취지 기재와 같은 금액의 지급을 구한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1)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 본문은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여 그 운전자의 고의 · 과실 유무를 가리지 아니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그 단서에서 "다만, 승객이 아닌 자가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에 자기와 운전자가 자동차의 운행에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아니하였고, 피해자 또는 자기 및 운전자 외의 제3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으며, 자동차의 구조상의 결함이나 기능상의 장해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제1호)."고 규정하여 자기 차의 승객이 아닌 보행자나 다른 차의 승객이 사상된 경우에는 운행자 및 운전자에게 주의 의무의 해태 없이 피해자나 제3자에게 고의 · 과실이 있고 또한 운행 자동차의 구조결함이나 기능장해가 없었음을 입증한 때에는 자동차사고로 인한 인명의 사상에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다.
2) 자동차의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하여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함으로써 족하고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을 예견하여 이에 대비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85. 7. 9. 선고 85도833 판결 등 참조). 즉 도로를 운행하는 운전자가 상대방 교통관여자 역시 제반 교통법규를 준수할 것을 신뢰하고 이러한 신뢰에 기초하여 운행을 한 이상 그 운전자에게 업무상 주의의무 위배의 책임을 물을 수 없고, 다만 위와 같은 신뢰의 원칙은 상대방교통관여자가 도로교통 관련 제반법규를 지켜 자동차의 운행 또는 보행에 임하리라고 신뢰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적용이 배제된다(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도4134 판결, 대법원 2010. 7. 29. 선고 2010도4078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의 경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E이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망인의 과실에 의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며, 한편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 차량에 구조상의 결함이나 기능상의 장해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① 이 사건 사고가 일어난 장소는 편도 2차로 도로이고, E은 위 도로의 1차로에서 운행을 하고 있기는 하였으나, 2차로는 차량의 불법주차 등으로 인하여 사실상 차량의 운행은 1차로로만 가능한 상황이었고, 2차로는 차량이 진행하지 아니하고 있었다.
②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시각은 밤 10시여서 시야의 확보가 낮처럼 용이한 상황은 아니었다.
③ E은 제한속도를 준수하여 원고 차량을 운행하였고, 이 사건 사고가 난 장소는 횡단보도로부터 겨우 16.9m 떨어진 곳이어서 보행자가 횡단보도가 아닌 차로로 무단 횡단하리라는 점에 대해 쉽게 예측하기 힘든 장소였다.
④ 망인은 2차로의 주차되어 있는 차량의 뒤쪽에 있어 E에게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E이 운행하던 차도 방향으로 전도되어 쓰러졌으며, 망인이 인도에서 서있던 시간은 22:04:23경, 망인이 주차된 차량에 가려서 모습을 보이지 않던 시간은 22:04:24경이고, 망인이 주차된 차량을 넘어 E이 운행하는 원고 차량 쪽으로 모습을 보인 것 또한 동일한 시간이고, E이 망인을 역과한 시간은 22:04:25 경이어서, 망인이 차도에 모습을 드러낸 때로부터 1초도 경과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⑤ E은 망인을 발견하고 즉시 제동을 하였으나, 망인이 버스 앞 차도로 전도된 때로부터 E이 이를 발견하고 제동을 한 시간이 1초도 안될 정도로 너무 짧았기 때문에 망인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충격하였다.
⑥ E이 신호를 위반하거나 과속을 함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를 유발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고, E이 전방주시의무를 게을리 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E이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은 이 사건 사고와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⑦ E은 2018. 7. 20. 대구지방법원 2018고약7791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사건에서 위 법원으로부터 '운전자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여 이 사건 사고를 발생시켰다.'는 범죄사실로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E은 위 약식명령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였고, 대구지방법원 2018고정832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사건에서 위 법원은 2018. 12. 18. "위 ① 내지 ⑥의 사유 등을 종합하면 E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음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E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위 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대구지방법원 2019노43호로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은 2019. 7. 4.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같은 달 12. 확정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 단서 제1호의 면책사유가 있음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하고, 피고들이 손해배상채권의 존부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그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 결국 위 손해배상금지급채무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본소청구는 이유 있고, 이와는 다른 전제에 선 피고들의 주장 및 반소청구는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본소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피고들의 반소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덕환
판사 신미진
판사 윤민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