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3고단1576 사기
피고인
1. A
2. B
3. C
검사
손석천(기소), 이은우(공판)
변호인
변호사 D(피고인 A, B을 위하여)
법무법인 E(피고인 C을 위하여)
담당변호사 F
판결선고
2014. 8. 14.
주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A은 2007. 7.경부터 2010. 9.경까지 서울 강남구 G빌딩 4, 5층에 있던 기획 부동산업체인 (주)H의 대표이사로 위 회사를 운영하였고, 피고인 B은 2008. 10.경부터 2009. 7.경까지 위 회사의 상무 등으로 근무하였으며, 피고인 C은 2008. 12.경부터 2010. 9.경까지 위 회사의 영업직원으로 근무하였다.
피고인들은 위 회사의 명의로 강원 원주시 I 임야 8,349m²를 헐값에 매수한 다음 불특정다수인에게 위 임야 인근이 개발되는 등으로 지가가 상승할 것처럼 말하여 비싼 값에 팔아넘겨 그 차익을 취할 것을 공모하고, 2009. 3. 6.경 위 임야를 평당 2만원으로 총 4,000만원에 매수하였다.
피고인 C은 2009. 2.경 초등학교 동창생인 J과 그녀의 남편인 피해자 K에게 '좋은 땅이 있으니 사두면 오를 것이다. 신청금으로 100만원을 걸어야 현장답사가 가능하다'라며 매수를 권유하여 2009. 3. 5. 피해자로부터 신청금 100만원을 송금받은 후, 피고인 B과 피고인 C은 피해자 부부와 함께 강원 원주시 일대를 다니면서 피해자에게 '원주가 혁신도시로 지정되어 의료산업단지가 조성되는 등 많은 인구가 유입될 것이다. 원주의 현재 지가도 상당히 올라 있는데 임야를 사놓으면 추후 기업들이 매수가의 몇 배를 주고 사려고 줄을 설 것이다. 임야를 매수하면 분할등기를 해줄 것이고 현재도 건축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지가는 무조건 오를 수밖에 없으니 임야를 사놓으면 후회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당시 위 임야는 실거래가가 평당 2만원에 불과하였고, 개발예정지가 아니어서 별다른 지가상승 요인이 없었으며, 부동산 투기 및 난개발방지를 위하여 토지분할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데다 평균 경사도가 28.5도에 이르는 등으로 건축 등 개발행위허가를 받을 수 없는 곳이었다.
피고인들은 이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와 2009. 3. 18. 위 임야 8,349㎡ 중 1,090㎡을 공유지분으로 하여 95,700,000원(평당 약 28만원)에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계약금으로 위 신청금 100만원을 포함하여 8,700,000원, 같은 달 19. 중도금으로 68,000,000원, 같은 달 20. 잔금으로 8,560,000원, 같은 달 24. 30평 추가매입금으로 8,560,000원을 송금받았다.
2. 판단
가. 피고인들의 변소 요지
1) 피고인 A, B
피고인 A, B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에게 말한 사실은 대체로 맞으나 그 말들은 사실이므로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2) 피고인 C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하였다는 공소사실 기재 말들은 사실이므로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인 C은 텔레마케터에 불과하므로 피해자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토지현황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말한 바 없고 계약체결과정에 관여한 바도 없다.
나. 분할등기 가능 여부를 기망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1)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이 인정된다.
① 원주시에서는 기획부동산의 토지를 이용한 투기 등에 토지분할을 악용하는 사례를 방지하고자, 2006. 9. 29. 개발행위(토지분할) 허가에 대한 처리계획을 수립하여 '대규모 임야 및 전·답의 택지식 분할 등은 현지 여건을 감안하여 허가를 제한'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나 구 지적법(2009. 12. 10. 법률 제9774호로 '측량·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이전의 것) 제19조,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 시행규칙 제24조에 의하면 토지 소유자는 법원의 확정판결을 첨부하여 토지의 분할을 신청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토지 소유자들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개발행위허가를 얻지 않고도 확정판결에 준하는 법원의 조정조서 정본 등을 받아 토지분할을 신청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원주시에서도 법원의 확정판결, 조정조서 등이 있는 경우에는 개발행위(토지분할)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도 개별분할등기가 이루어지도록 처리하였다(원주시청의 2013. 12. 24.자 사실조회회신 결과).
② 그런데 '개발제한구역 내 임야의 공유물분할에 관하여 당사자들 사이의 합의에 따라 작성된 조정조서가 지적법 시행규칙 제24조 제1항 제2호에 정한 '확정판결'로서 구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상의 토지분할에 관한 허가를 대체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두3920 판결)이 선고됨에 따라, 같은 취지로 국토해양부가 2009. 10, 29. 다른 법률에 의한 토지의 기반시설 허가 등이 선행되지 아니한 토지에 대하여 택지식 · 바둑판식 등으로 토지분할이 허가되어 투기에 악용되고 토지의 난개발 등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의 '토지의 분할업무 처리 철저' 지시를 함으로써 비로소 원주시에서도 위 지시 이후 비로소 법원의 조정조서 등을 받아서 한 토지분할 허가신청에 대하여 토지분할 허가가 없는 상태에서는 개별분할 등기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처리하였다.
③ 한편 피고인 A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H는 2009. 3. 9. 원주시 I 임야 8,349m²(이하 "이 사건 임야"라 한다)를 취득한 다음 피해자 K 등 17명에게 위 임야의 일부분씩을 특정하여 매도하였는데(이하 K가 매수한 특정 부분을 "이 사건 계쟁부분"이라고 한다), 소유권이전은 일단 공유지분을 이전한 다음 법원의 조정절차 등을 통하여 토지를 분할하기로 하고 2009. 3. 16.부터 2009. 5. 15. 사이에 각 공유지분별로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 그런데 공유자 중 L의 공유지분에 관하여 2009. 6. 30.경 압류등기가 경료됨에 따라 토지분할 절차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L의 공유지분에 대한 압류는 2010. 2. 10.경 해제되었다).
④ 그런데 위와 같이 토지분할 절차가 지연되던 중에 앞서 본 국토해양부의 2009. 10. 29. '토지의 분할업무 처리 철저' 지시가 내려옴에 따라 조정조서 등을 통한 토지분할이 제한됨에 따라, 일단 토지분할 절차가 보류되었다.
⑤ 그러나 피고인 A은 일단 종래 실무관행에 따를 경우 공유물분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 사건 임야의 공유자들이 당초 특정하여 매수하였던 부분대로 분할한다는 내용으로 법원에 조정신청을 하여 2011. 1. 6. 조정이 성립되었다. 다만 그 이후에도 2009년 이후의 개정 법령과 실무관행에 따라 분할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2) 위 인정사실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임야의 일부를 매도하였던 2009. 3. 18. 무렵에는 개발행위허가를 얻지 않더라도 법원에 조정신청을 함으로써 피해자에게 분할등기를 마쳐줄 수 있는 길이 여전히 열려 있었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토지를 분할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고, 달리 피고인이 이 점에 관하여 피해자들을 속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다. 건축 가능 여부를 기망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1)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이 인정된다.
① 이 사건 임야는 생산관리지역과 농림지역이 혼재되어 있고 생산관리지역은 준보 전산지에, 농림지역은 보전산지에 각 해당하는데(수사기록 제168면), 이 사건 계쟁부분은 준보전산지이면서 생산관리지역에 해당한다.
② 준보전산지에서는 건축 및 개발을 할 경우 산지관리법 시행규칙 제10조의2에 의한 산지전용허가기준에 적합할 경우 산지전용 등이 가능하고, 생산관리지역에서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1조 제1항, 원주시 도시계획조례 제30조 [별표 18]에 따라 건축할 수 있는 건축물이 정해지는데, 이 사건 계쟁부분에서는 3층 이하의 건축물의 건축이 가능하다.
③ 평균경사도를 기준으로 산지전용허가기준은 25도 이하이고, 생산관리지역에서 건축, 즉 개발행위가 허가되는 기준은 경사도가 22도 이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계쟁부분의 평균 경사도는 21.9도이다.
2) 이 사건 계쟁부분에 관하여 건축이 가능한지 여부는 이 사건 계쟁부분이 이 사건 임야로부터 분할됨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위 인정사실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계쟁부분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일정한 건축물의 건축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계쟁부분에 건축이 가능하다고 말하였다고 하여 허위사실로 기망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라. 나머지 기망행위의 존부에 대하여
1) 마지막으로, 당시 이 사건 임야는 실거래가가 평당 2만원에 불과하였고, 개발예정지가 아니어서 별다른 지가상승 요인이 없었음에도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원주가 혁신도시로 지정되어 의료산업단지가 조성되는 등 많은 인구가 유입될 것이고, 임야를 사놓으면 추후 기업들이 매수가의 몇 배를 주고 사려고 줄을 설 것이다.'라고 기망하였다는 부분에 관하여 본다.
2) 상품의 선전·광고에 있어 다소의 과장이나 허위가 수반되었다고 하더라도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정도의 것이라면 이를 가리켜 기망하였다고는 할 수가 없고, 거래에 있어 중요한 사항에 관한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하여야만 비로소 과장, 허위광고의 한계를 넘어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4. 1. 15. 선고 2003도5728 판결, 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4도45 판결 등 참조).
3)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실이 인정된다.
①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계쟁부분을 분양할 당시, 실제로 원주시가 혁신 도시로 지정되고 의료산업단지가 조성되는 등의 개발계획이 추진되고 있었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임야에 특유한 개발예정사실이나 지가상승요인이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기보다는 원주시가 향후 개발되고 발전될 예정이고 그 경우 이 사건 임야 역시 지가가 상승될 것이라는 예상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피고인 A은 검찰 조사에서 지가 상승 요인이 전혀 없음에도 피고인 B, C으로 하여금 고객들을 속여 매수가격의 10배 이상의 폭리를 취하고 매도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으나(수사기록 제399-400면)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이 사건 임야에 특유한 개발요인 등이 있다는 취지로 허위 진술을 한 바는 없고 원주시가 혁신도시로 지정된다는 등의 포괄적인 개발계획을 언급하였을 뿐이다].
② 토지 거래가격은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기재되어 있어 매수인들로서는 언제든지 부동산 거래가격을 확인할 수 있고 주식회사 H가 이 사건 임야를 매수한 가격 역시 등기부등본에 기재되어 있는 점, 통상 매매계약에 있어 매도인이 자신의 취득가격을 매수인에게 고지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들이 매수인들에게 종전의 매수가격을 알릴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③ 이 사건 계쟁부분은 이 사건 임야 중 경사도 등의 측면에서 토지 입지가 상당히 좋은 편에 속하는 곳으로서 평당 가격이 이 사건 회사의 이 사건 임야 전체의 평균 매수가격인 평당 2만원보다는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4) 위와 같은 점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계쟁부분을 분양함에 있어 중요한 사항에 관한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하여 기망하였다거나 사기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판사 정석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