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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9.28.선고 2018다230083 판결
대여금
사건

2018다230083 대여금

원고피상고인

주식회사 국민은행

피고상고인

A

원심판결

부산지방법원 2018. 4. 6. 선고 2016나50815 판결

판결선고

2018. 9. 28.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대출 관련 서류에 주채무자로서 직접 서명 날인하였다면, 자신이 그 소비대차계약의 채무자임을 금융기관에 대하여 표시한 셈이나,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법률상의 효과까지도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를 추단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대출명의자의 진의와 표시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 상대방인 금융기관이 대출명의자의 그와 같은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그 의사표시는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 무효이다.

구체적 사안에 있어서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실제 차주와 명의대여자의 이해관계 일치 여부, 대출금의 실제 지급 여부 및 직접 수령자, 명의대여자가 대출서류 작성과정에 관여한 정도, 대출의 실행이 명의대여자의 신용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혹은 실제 차주의 담보제공이 있었는지 여부, 명의대여자에 대한 신용조사의 실시 여부 및 조사의 정도, 대출원리금의 연체에 따라 명의대여자에게 채무이행의 독촉이 있었는지 여부 및 그 독촉 시점, 그 밖에 명의대여의 경위와 명의대여자의 직업, 신분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다8403 판결, 대법원 2008.6.12. 선고 2008다7772, 7789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D 주식회사(이하 'D'이라 한다)는 주식회사 씨티웰건설(이하 '씨티웰건설'이라 한다)이 시행하는 부산 수영구 B 외 38필지 지상의 C아파트(이하 'C'라 한다)의 시공사였 였다.

나. D의 임직원 분양 및 중도금 대출 1) D과 씨티웰건설은 2007. 7.경 원고와 대출협약을 체결하여, 원고는 C의 수분양자에게 중도금대출을 실행하여 그 대출금을 D이나 씨티 웰건설이 지정하는 계좌에 입금하고, D은 수분양자가 대출금의 상환을 지체할 경우 이를 수분양자와 연대하여 원고에게 변제하기로 약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대출협약'이라 한다).

2) D과 씨티웰건설은 2007. 6.경 C의 신축공사를 시작하면서 분양을 개시하였는데, 2개월이 지나도록 총 299세대 중 6세대만 분양이 이루어지는 등 분양률이 저조하였다. 3) 이에 D은 임직원들 명의의 분양계약을 체결하여 이를 바탕으로 원고로부터 이 사건 대출협약에 따른 중도금대출을 받아 자금을 조달하기로 하였다.

4) D의 임직원 291명은 씨티웰건설과 분양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당시 분양계약에 따른 계약금은 씨티웰건설 명의의 계좌에서 인출된 금원으로 납입처리되었다.

5) 또한 위 D의 임직원들은 원고로부터 위와 같은 분양계약에 따른 중도금대출을 받았는데, 당시 C에 관한 중도금대출을 주관한 원고의 부산 소재 남천중앙지점 소속 직원들이 서울 강남구 E에 위치한 D의 사업장을 방문하여 D의 임직원들로부터 일괄하여, 대출서류를 작성받았다.

6) D과 씨티웰건설은 위와 같이 D의 임직원들에게 분양한 C를 타에 전매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중도금대출금을 정리하여 주다가, 2012. 5.경 C가 완공되어 입주 개시일 이 2012. 7. 26.로 정해지자, 전매되지 않은 세대들을 2012. 9. 27. 케이비부동산신탁 주식회사에 신탁하고 원고 등을 그 우선수익자로 지정하였다.

7) 원고는 중도금대출의 만기가 도래한 이후 D과 대출기간 연장을 협의하였고, D 및 씨티웰건설의 대출기간 연장 요청에 따라 수회에 걸쳐 대출기간을 연장하였으며, D에게 중도금대출의 이자 납부를 요청하여 D으로부터 그 이자를 지급받아왔다. 원고는 C가 준공되어 입주 개시일이 지정된 이후에도 1년 10개월 가량 계속하여 대출기간을 연장하고 D으로부터 이자를 지급받았다.

8) D은 임직원 중 피고를 포함한 3명의 중도금대출을 제외한 나머지 288세대분의 중도금대출은 전매 등을 통해 모두 변제해 주었는데, 피고를 포함한 3명의 대출에 대해서는, 그들이 C 사업과 관련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등의 이유로 대출금 변제를 거절하였다.

9) D의 대표이사인 H도 당시 C 1세대를 분양받고 중도금대출을 받았는데,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4가단22316 사건에서, 그 중도금대출과 관련하여 원고로부터 대출금의 상환요구를 받은 적이 없고, 어떠한 방식으로 중도금대출 채무의 상환의무를 면하게 된 것인지에 관하여 그 과정을 알지 못한다고 증언하였다.다. 피고에 대한 분양 및 중도금대출

1) D의 직원으로 2007. 7. 말경부터 2년간 C 사업 관련 담당 팀장이었던 피고도 씨티웰건설과 사이에 C아파트 101동 401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의 2007. 9. 13.자 분양계약서를 작성하였다(이하 '이 사건 분양계약'이라 한다),

가) 총분양금액은 6억 3,720만 원이고, 그 중 계약금 합계 9,558만 원을 2회로 나누어, 중도금 합계 3억 8,232만 원을 각 6,372만 원씩 6회로 나누어 각 지급하되, 2008. 2. 15.까지 1차 중도금을, 2008. 7. 9.까지 2차 중도금을, 2009. 4. 9.까지 3차 중도금을, 2010. 3. 9.까지 4차 중도금을, 2010. 7. 9.까지 5차 중도금을, 2010. 12. 9.까지 6차 중도금을 각 지급한다. 나머지 잔금 1억 5,930만 원은 입주 시에 지급한다.

나) 공급자는 중도금대출을 위한 대출금융기관의 알선 및 은행 여신거래약관에 따른 대출이율을 결정하고, 수분양자는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대출이자는 후불제로 공급자가 입주 지정기간의 개시 전일까지 대납하고, 입주 지정기간의 개시일부터는 수분양자가 부담하며, 수분양자는 공급자가 대납한 이자를 상환해야 입주할 수 있다.

2) 피고도 원고에게 대출금액 3억 1,860만 원, 대출기간 3년으로 기재된 2007. 9. 13.자 대출거래약정서 등 중도금대출 관련 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는데, 원고는 피고의 분양계약상 1차 중도금 지급일인 2008. 2. 15.에 위 분양계약상 1차 내지 5차 중도금의 합계액 상당액으로 위 대출금액인 3억 1,860만 원의 대출을 전액 한꺼번에 실행하여 D의 계좌에 입금하였다(이하 '이 사건 대출'이라 한다).

3) 2012. 5.경 C가 준공되자, 이 사건 아파트도 2012. 9. 27. 원고 등을 우선수익자로 정하여 신탁되었는데, 당시 D과 씨티웰건설은 피고에게 분양계약에 따른 잔금 납부의무의 이행을 구하거나, 분양계약을 해제하는 등의 통상적인 법률적 절차를 취하지 않았고, 신탁사실을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

4) 원고는 이 사건 대출의 기간도 D과 씨티웰건설의 요청으로 2014. 8.경까지 연장하고, 그 이자도 2014. 5.경까지 D으로부터 납부받아 왔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와는 실질적 협의를 하지 않은 채 문자를 보내거나 우편으로 안내문 등을 발송하기만 하였다. 5) 이 사건 소송 중인 2017. 5.경에야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공매절차가 이루어졌는데, 그 절차에서 원고는 원금 3억 1,860만 원과 가지급금 전액을 지급받았으나, 이자 중 일부와 지연손해금 합계 115,251,102원을 지급받지 못하였다.

3. 원심은, 피고가 직접 분양계약서와 대출약정서에 서명·날인하였던 점, 피고가 이 사건 대출 당시 C의 분양 담당 팀장이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가 이 사건 대출약정의 실질적 당사자라고 판단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이 사건 대출약정 이 비진의표시로 무효라는 피고의 주장을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4.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위 사실관계에 나타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그 명의의 대출서류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제출하기는 하였으나, 피고와 D은 그 대출의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법률상 효과까지도 피고가 아닌 D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를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고, 원고로서도 충분히 그러한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이 사건 대출계약은 비진의 표시로 무효라고 할 것이다.

가. 피고가 C 사업의 담당 팀장이기는 하였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직원에 불과한 피고와 D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볼 수 없고, 피고는 D의 직원으로서 회사의 결정에 따라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분양계약서 및 중도금대출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 분양계약서 및 중도금대출서류 작성 당시 C의 분양률, 그 각 계약서 작성 및 구체적 이행 과정 등에 비추어 보면, 분양계약서 등의 기재와 달리, D의 직원에 불과한 피고에게 실제로 이 사건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중도금대출을 받을 의사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D이나 씨티웰건설도 피고를 포함한 D의 임직원들에게 C를 실제 분양할 의사 없이 중도금 대출금을 사용할 목적 등으로 형식적인 분양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그 대출채무를 자신들이 직접 변제할 의사를 가졌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다. 원고로서도, ① 299세대의 C 중 97% 이상인 291세대에 대한 분양계약을 D의 임직원들이 체결하였고, 그 중도금대출금이 D의 계좌에 입금된다는 사정을 알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② 당시 정상적인 분양률은 2%에 불과하여, 시공사의 임직원들이 자신의 뜻에 따라 분양을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점, ③ 분양계약서에는 수회에 걸쳐 중도금을 나누어 지급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는데, 원고는 수분양자의 그와 같은 분할지급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1차 중도금 지급기일에 1년 5개월 후에 지급할 5차 중도금까지 한꺼번에 대출을 실행하여 전액 시공사인 D의 계좌에 입금해 주었던 점, ④ 원고는 이 사건 아파트가 준공되어 등기가 경료된 이후에도 피고에게 직접 연락하여 대출금의 상환을 요청하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아니하였고, D 및 씨티웰건설의 요청으로 대출기간을 연장해오다가 2014. 5.경 이후 D이 이자의 지급을 거절하자 비로소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며, 2017년에 이르러서야 공매절차를 진행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도, 피고와 D이 이 사건 대출의 법률상의 효과까지도 그 명의자인 피고가 아니라 D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를 갖고 있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원고가 이 사건 대출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피고에 대한 신용정보조회 등을 거쳤다는 사정만으로 이와 달리 인정할 수는 없다.

5.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의 비진의 표시 항변을 배척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대출계약의 당사자 및 비진의 표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6.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노정희

대법관김소영

주심대법관박상옥

대법관조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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