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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다253413 판결
[대여금][미간행]
판시사항

제3자가 타인으로 하여금 제3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이를 사용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금융기관과 자신을 주채무자로 하는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 위 소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인지 여부(원칙적 소극) / 제3자가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법률상의 효과까지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로 대출 관련 서류에 서명·날인한 것이고, 금융기관 등 채권자도 이에 관하여 약정 내지 양해하였음을 추단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위 의사표시가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인지 여부(적극) 및 이때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

참조조문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국민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김진성 외 2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처음 담당변호사 이동명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참고서면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안에서)를 판단한다.

1. 통정허위표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의사표시의 진의와 표시가 일치하지 아니하고 그 불일치에 관하여 상대방과 사이에 합의가 있어야 한다. 제3자가 금전소비대차약정서 등 대출 관련 서류에 주채무자로 직접 서명·날인하였다면, 자신이 그 소비대차계약의 주채무자임을 금융기관 등 채권자에 대하여 표시한 셈이므로, 제3자가 타인으로 하여금 제3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이를 사용하도록 할 의사가 있었다거나 그 원리금을 타인의 부담으로 상환하기로 하였더라도, 이는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에 불과한 것이어서 원칙적으로 제3자의 진의와 표시에 불일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 대법원 1998. 9. 4. 선고 98다17909 판결 ,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6다53290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제3자가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그 법률상의 효과까지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로 대출 관련 서류에 서명·날인한 것이고, 금융기관 등 채권자도 제3자와 사이에 당해 대출에 따르는 법률상의 효과까지 실제 차주에게 귀속시키고 제3자에게는 그 채무부담을 지우지 않기로 약정 내지 양해하였음을 추단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그 의사표시는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이다 .

구체적 사안에서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는, 실제 차주와 명의대여자의 이해관계의 일치 여부, 대출금의 실제 지급 여부 및 직접 수령자, 대출서류 작성과정에 있어서 명의대여자의 관여 정도, 대출의 실행이 명의대여자의 신용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혹은 실제 차주의 담보제공이 있었는지 여부, 명의대여자에 대한 신용조사의 실시 여부 및 조사의 정도, 대출원리금의 연체에 따라 명의대여자에게 채무이행의 독촉이 있었는지 여부 및 그 독촉 시점 기타 명의대여의 경위와 명의대여자의 직업, 신분 등의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다7772, 7789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풍림산업 주식회사(이하 ‘풍림’이라 한다)는 주식회사 씨티웰건설(이하 ‘씨티웰건설’이라 한다)이 시행하는 부산 수영구 (주소 1 생략) 외 38필지 지상의 ○○동 △△△타워(이하 ‘○○동 △△△타워’라 한다)의 시공사였다.

나. 풍림의 임직원 분양 및 중도금 대출

1) 풍림과 씨티웰건설은 2007. 7.경 원고와 대출협약을 체결하여, 원고는 ○○동 △△△타워의 수분양자에게 중도금대출을 실행하여 그 대출금을 풍림이나 씨티웰건설이 지정하는 계좌에 입금하고, 풍림은 수분양자가 대출금의 상환을 지체할 경우 이를 수분양자와 연대하여 원고에게 변제하기로 약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대출협약’이라 한다).

2) 풍림과 씨티웰건설은 2007. 6.경 ○○동 △△△타워의 신축공사를 시작하면서 분양을 개시하였는데, 2개월이 지나도록 총 299세대 중 6세대만 분양이 이루어지는 등 분양률이 저조하였다.

3) 이에 풍림은 임직원들 명의의 분양계약을 체결하여 이를 바탕으로 원고로부터 이 사건 대출협약에 따른 중도금대출을 받아 자금을 조달하기로 하였다.

4) 풍림의 임직원 291명은 씨티웰건설과 분양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당시 분양계약에 따른 계약금은 씨티웰건설 명의의 계좌에서 인출된 금원으로 납입처리되었다.

5) 또한 위 풍림의 임직원들은 원고로부터 위와 같은 분양계약에 따른 중도금대출을 받았는데, 당시 ○○동 △△△타워에 관한 중도금대출을 주관한 원고의 부산 소재 □□□□지점 소속 직원들이 서울 강남구 (주소 2 생략)에 위치한 풍림의 사업장을 방문하여 풍림의 임직원들로부터 일괄하여 대출서류를 작성받았다.

6) 풍림과 씨티웰건설은 위와 같이 풍림의 임직원들에게 분양한 ○○동 △△△타워를 타에 전매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중도금대출금을 정리하여 주다가, 2012. 5.경 ○○동 △△△타워가 완공되어 입주 개시일이 2012. 7. 26.로 정해지자, 전매되지 않은 세대들을 2012. 9. 27. 케이비부동산신탁 주식회사에 신탁하고 원고 등을 그 우선수익자로 지정하였다.

7) 원고는 중도금대출의 만기가 도래한 이후 풍림과 대출기간 연장을 협의하였고, 풍림 및 씨티웰건설의 대출기간 연장요청에 따라 수회에 걸쳐 대출기간을 연장하였으며, 풍림에게 중도금대출의 이자 납부를 요청하여 풍림으로부터 그 이자를 지급받아왔다. 원고는 ○○동 △△△타워가 준공되어 입주 개시일이 지정된 이후에도 1년 10개월가량 계속하여 대출기간을 연장하고 풍림으로부터 이자를 지급받았다.

8) 풍림은 임직원 중 피고를 포함한 3명의 중도금대출을 제외한 나머지 288세대분의 중도금대출은 전매 등을 통해 모두 변제해 주었는데, 피고를 포함한 3명의 대출에 대해서는, 그들이 ○○동 △△△타워 사업과 관련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등의 이유로 대출금 변제를 거절하였다.

9) 풍림의 대표이사인 소외인도 당시 ○○동 △△△타워 1세대를 분양받고 중도금대출을 받았는데,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4가단22316호 사건에서, 그 중도금대출과 관련하여 원고로부터 대출금의 상환요구를 받은 적이 없고, 어떠한 방식으로 중도금대출 채무의 상환의무를 면하게 된 것인지에 관하여 그 과정을 알지 못한다고 증언하였다.

다. 피고에 대한 분양 및 중도금대출

1) 풍림의 임원으로 ○○동 △△△타워의 분양 담당 본부장이었던 피고도 씨티웰건설과 사이에 ○○동 △△△타워 ◇◇◇동 ☆☆☆☆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의 2007. 8. 23.자 분양계약서를 작성하였다(이하 ‘이 사건 분양계약’이라 한다).

가) 총분양금액은 17억 8,980만 원이고, 그중 계약금 합계 2억 6,847만 원을 2회로 나누어, 중도금 합계 10억 7,388만 원을 각 1억 7,898만 원씩 6회로 나누어 각 지급한다. 나머지 잔금 4억 4,745만 원은 입주 시에 지급한다.

나) 공급자는 중도금대출을 위한 대출금융기관의 알선 및 은행여신거래약관에 따른 대출이율을 결정하고, 수분양자는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대출이자는 후불제로 공급자가 입주 지정기간의 개시 전일까지 대납하고, 입주 지정기간의 개시일부터는 수분양자가 부담하며, 수분양자는 공급자가 대납한 이자를 상환해야 입주할 수 있다.

2) 피고도 원고에게 대출금액 8억 9,490만 원, 대출기간 3년으로 기재된 2007. 11. 9.자 대출거래약정서 등 중도금대출 관련 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는데, 피고는 위 대출금 전액을 풍림의 계좌에 입금하였다(이하 ‘이 사건 대출’이라 한다).

3) 2012. 5.경 ○○동 △△△타워가 준공되자, 이 사건 아파트도 2012. 9. 27. 원고 등을 우선수익자로 정하여 신탁되었는데, 당시 풍림과 씨티웰건설은 피고에게 분양계약에 따른 잔금 납부의무의 이행을 구하거나, 분양계약을 해제하는 등의 통상적인 법률적 절차를 취하지 않았고, 신탁사실을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

4) 원고는 이 사건 대출기간도 풍림과 씨티웰건설의 요청으로 2015. 2.경까지 연장하고, 그 이자도 2014. 5.경까지 풍림으로부터 납부받아 왔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와는 실질적 협의를 하지 않은 채 문자를 보내거나 우편으로 안내문 등을 발송하기만 하였다.

5) 이 사건 소송 중인 2017. 5.경에야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공매절차가 이루어졌는데, 그 절차에서 원고는 원금과 약정이자, 가지급금 전액을 지급받았으나, 연체이자 중 일부인 149,543,739원을 지급받지 못하였다.

3. 원심은, 피고가 직접 분양계약서와 대출약정서에 서명·날인하였던 점, 피고가 이 사건 대출 당시 ○○동 △△△타워의 분양을 담당한 본부장이었던 점 및 원고는 이 사건 대출약정 당시 피고에 대한 신용조사 절차를 거쳤던 것으로 보이는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대출약정의 실질적 당사자는 피고라고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대출약정을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4.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앞서 본 사실관계를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그 명의의 대출서류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제출하기는 하였으나, 피고는 처음부터 그 대출의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법률상 효과까지도 피고가 아닌 풍림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로 대출서류에 서명·날인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도 이 사건 대출약정에 따르는 법률상의 효과까지 실제 차주인 풍림에게 귀속시키고 피고에게는 그 채무부담을 지우지 않기로 양해하였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므로, 피고 명의로 되어 있는 이 사건 대출약정은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가. 피고가 ○○동 △△△타워의 분양 담당 본부장이기는 하였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임직원에 불과한 피고와 풍림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볼 수 없고, 피고는 풍림의 임직원으로서 회사의 결정에 따라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분양계약서 및 중도금대출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 분양계약서 및 중도금대출서류 작성 당시 ○○동 △△△타워의 분양률, 그 각 계약서 작성 및 구체적 이행 과정 등에 비추어 보면, 분양계약서 등의 기재와 달리, 풍림의 임직원에 불과한 피고에게 실제로 이 사건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중도금대출을 받을 의사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풍림이나 씨티웰건설도 피고를 포함한 풍림의 임직원들에게 ○○동 △△△타워를 실제 분양할 의사 없이 중도금 대출금을 사용할 목적 등으로 형식적인 분양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그 대출채무를 자신들이 직접 변제할 의사를 가졌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다. ① 원고도 299세대의 ○○동 △△△타워 중 97% 이상인 291세대에 대한 분양계약을 풍림의 임직원들이 체결하였고, 그 대출금이 풍림의 계좌에 입금된다는 사정을 알았다고 보이는 점, ② 당시 정상적인 분양률은 2%에 불과하여, 시공사의 임직원들이 자신의 뜻에 따라 분양을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점, ③ 원고는 대출금을 전액 시공사인 풍림의 계좌에 입금해 주었던 점, ④ 원고는 이 사건 아파트가 준공되어 등기가 경료된 이후에도 피고에게 직접 연락하여 대출금의 상환을 요청하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아니하였고, 피고 개인이 아닌 풍림 및 씨티웰건설의 요청으로 대출기간을 연장해오다가 2014. 5.경 이후 풍림이 이자의 지급을 거절하자 비로소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며, 2017년에 이르러서야 공매절차를 진행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도 이 사건 대출의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법률상의 효과까지도 실질적인 당사자인 풍림에게 귀속시키고 명의대여자인 피고에게는 채무부담을 지우지 않기로 양해하였다고 할 것이고, 원고가 이 사건 대출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피고에 대한 신용정보조회 등을 거쳤다는 사정만으로 이와 달리 볼 수 없다.

5.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의 통정허위표시 항변을 배척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대출계약의 당사자 및 통정허위표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6.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이기택 박정화(주심) 김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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