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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4. 7. 선고 2008나30399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산 담당변호사 송병춘)

피고, 피항소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선)

변론종결

2009. 3. 24.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0,000,1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의 교수임용과 재임용 탈락

원고는 1988. 3.경 2년간의 기간을 정하여 ○○○○전문대학 식품제조과 전임강사로 신규 임용되어 1990. 4. 1. 4년간의 기간을 정하여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조교수로 승진 임용되어 근무하던 중 1993. 7. 1. 위 ○○○○전문대학이 □□□□대학교로 개편됨에 따라 다시 4년간의 기간을 정하여 □□□□대학교(그 후 △△대학교로 바뀌었다, 이하 ‘이 사건 대학교’라 한다) 식품공학과 조교수로 재임용되었으나 1997. 8. 재임용심사 결과 기준 평점인 3.5점에 미달하는 3.35점을 받았다는 이유로 1997. 8. 31.자로 재임용에서 탈락되었다. 이 사건 대학교의 총장은 1997. 9. 8.경 원고에게 1997. 8. 31.자로 임용기간이 만료되었다는 통지를 하였다(이하 원고에 대한 재임용거부처분을 ‘이 사건 재임용거부처분’이라 한다).

나. 원고의 재임용거부처분취소소송 및 결과

이 사건 재임용거부처분에 대하여 원고는 재임용거부처분의 취소 및 무효의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1998. 10. 22. 98누3114호 로 이 사건 대학교의 재임용거부처분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소를 각하하였다.

다. 교원소청심사특별위원회의 취소결정

다시 원고는 2005. 10. 24. 이 사건 재임용거부처분에 대하여 교육인적자원부 교원소청심사특별위원회에 재임용재심사 청구를 하였는데, 위 교원소청심사특별위원회는 2006. 1. 10. ‘피청구인(이 사건 대학교 총장)이 1997. 8. 31. 청구인(원고)에게 한 재임용 거부처분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그 결정에서는 “청구인의 적극적인 교수협의회 활동을 통한 학교행정에 대한 문제제기 등으로 대학 측과 갈등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되고,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임용기간 만료에 임박하여 종전의 심사규정을 폐지하고 새로운 심사지침을 제정하여 재임용심사에 있어 피청구인(총장)의 개입이 용이하도록 변경한 점, 일부 평가영역에 있어서 객관적인 근거 없이 평정자 별로 자의적인 평가가 이루어진 점은 공정성과 객관성에 근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중략)…… 청구인에 대한 재임용탈락은 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하였다.

라. 원고의 복직

이 사건 대학교는 교원소청심사특별위원회의 위와 같은 재임용거부처분 취소결정이 있은 후, 2006. 3. 27.자로 원고를 복직시켰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청구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대학교의 조교수 재임용 심사시 재임용 여부에 관하여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요구할 조리상 신청권을 가짐에도 이 사건 대학교는 불공정하고 자의적인 재임용심사 후 이 사건 재임용거부처분에 이름으로써 원고의 위와 같은 권리를 침해하였으므로, 피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임용기간 만료일 다음날부터 이 사건 대학교에 복직한 2006. 3. 27.까지의 기간 동안 이 사건 대학교의 교원으로 근무할 수 없게 됨으로 말미암아 입게 된 급여 상당의 재산적 손해와 원고의 불법행위로써 입게 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중 우선 청구취지 기재 금액의 지급을 구한다.

2) 피고의 주장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재임용거부처분은 위법 · 부당한 처분이 아니고, 나아가 원고에게 재임용탈락이 통지된 때로부터 예산회계법상 5년의 소멸시효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소멸시효가 이미 경과하였으므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한다.

나.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1) 이 사건 재임용거부처분이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재임용거부처분의 불법행위 판단 기준

기간제로 임용되어 임용기간이 만료된 국 · 공립대학의 조교수는 교원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에 관하여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받아 위 기준에 부합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임용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재임용 여부에 관하여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 신청권을 가진다( 대법원 2004. 4. 22. 선고 2000두773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또한 합리적인 재임용 심사 기준에 따라 적법한 재임용 심사를 받았더라면 재임용을 받을 수 있었던 사립학교 교원이 위법하게 재임용을 거부당하였다면 그러한 재임용거부처분이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고(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3재다262 판결 참고), 이러한 법리는 국 · 공립대학의 교원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나) 인정사실

(1) 원고 및 이 사건 대학교 소속 교원들은 1996. 12. 23.경 청와대 민원실과 교육부 감사관실에 이 사건 대학교 총장의 인사 및 학사행정 관련 비리에 대하여 탄원서를 제출하여, 교육부에서 이 사건 대학교에 대한 특별감사가 실시되었고, 그 감사결과의 일부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2) 이 사건 대학교는 원고의 임용기간 만료일(1997. 8. 31.) 직전인 같은 달 22. 기존의 ‘기간제임용심사위원회규정’을 폐지하고 총장을 평정자로 포함하는 내용이 포함된 ‘기간제임용심사지침’을 제정하여 아래와 같이 원고에 대한 재임용 심사에 적용하였다.

(3) 새로 제정된 이 사건 대학교의 ‘기간제임용심사지침’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1조(목적) 이 지침은 교육공무원인사위원회규정 제17조 및 □□□□대학교교원인사관리규정 제7조 규정에 의거 임용기간이 만료되어 기간제 임용되는 교원에 대한 심사기준을 정하여 임용심사의 공정성을 기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심사자료) 기간제 임용심사에 필요한 자료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인사기록보조카드(본인이 작성) : 별지 제1호 서식

2. 임용기간내의 연구실적조서(본인이 작성) : 별지 제2호 서식

3. 연구실적물(임용기간 내의 논문 등)

4. 심사대상자의 대내외 업적(본인이 작성)

5. 기간제임용 심사평정표 : 별지 제3호 서식

6. 기간제임용 심사평정총괄표 : 별지 제5호 서식

제3조(심사기준) 전임교원의 기간제 임용심사는 임용기간 중의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중점적으로 심사한다.

1. 연구실적 및 전문영역의 학회활동

2. 학생의 교수 · 연구 및 생활지도에 대한 능력과 실적

3. 교육관계법령의 준수 기타 교원으로서의 품위유지

제4조(심사평정표 및 심사평정총괄표의 작성) ① 전임교원의 기간제임용 심사평정표는 별지 제3호 서식을 사용하여 제2조 제1호 내지 제4호의 심사자료와 객관적 근거에 의거하여 총장, 교무과장, 학생과장, 학부장, 학과장(다만 학부장, 학과장은 소속교원에 대해서만 작성)이 작성하고 총장은 이를 취합하여 심사평정총괄표를 작성한다.

② 전항의 심사평정결과 평균평점이 3.5 미만인 경우에는 총평란에 그 사유를 명시하여야 한다.

③ 전임교원의 기간제임용 심사평정자가 심사대상이 될 경우 본인에 대하여는 평정하지 못한다.

제5조(심사자료의 제출 및 심의) ① 총장은 제2조의 심사자료를 인사위원회에 제출하고 인사위원회는 이를 심의하여 동의여부를 결정한다.

② 인사위원회는 심의에 필요한 자료를 총장에게 수시로 요청할 수 있다.

제6조(전임교원의 기간제임용의 기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기간제임용에서 제외한다.

1. 연구실적이 200%에 미달하는 경우

2. 심사평정총괄표의 평균평점이 3.5 미만인 경우

제7조(소명의 기회) 인사위원회는 필요시 기간제임용에서 제외되는 전임교원에게 인사위원회에 출석하여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부칙 이 지침은 1997년 8월 23일부터 시행한다.

본문내 포함된 표
평정항목 학과장 학부장 학생과장 교무과장 총장 평균 인사위원회 심의
수정 이유
1. 연구실적 및 전문영역의 학회 활동 ① 연구능력 4 5 5 5 4 4.60 5.00 박사학위 소지자
② 논문 및 전시, 창작의 질 3 3 3 3 3 3.00 3.00
③ 논문 및 전시, 창작의 양 4 5 5 5 4 4.60 5.00 논문 420%
④ 학술회의 발표 및 학술활동 3 4 4 4 4 3.80 4.00 학술발표 1회
⑤ 연구과제 수탁 및 연수실적 4 3 5 5 3 4.00 5.00 산업체 연수 10일
⑥ 저서, 특허 및 자격증 3 3 3 3 3 3.00 3.00
⑦ 외국어의 능력 4 4 4 4 4 4.00 3.00 1개 외국어 가능
2. 학생의 교수·연구 및 생활지도에 대한 능력과 실적 ① 수업능력 4 5 4 4 4 4.20 4.00 전공과목 일부유사
② 수업이행상태 4 4 4 4 3 3.80 3.80
③ 교육효과 3 4 4 3 3 3.40 3.40
④ 평가의 공정성 4 4 3 4 3 3.60 3.00 출석부 미제출
⑤ 학생지도 열의 4 3 3 4 2 3.20 3.00 학생생활지도 열의보통
⑥ 학생지도 실적 3 3 2 3 2 2.60 2.00 학생생활지도실적 극히 저조
⑦ 산학협력 활동 4 3 4 3 3 3.40 3.40
3. 교육관계 법령의 준수 기타 교원으로서의 품위 유지 ① 국가사회에 대한 기여도 3 4 4 4 3 3.60 3.60
② 소속집단에 대한 기여도 3 3 3 3 2 2.80 3.00 행사참여율 보통
③ 근무상황 및 상벌관계 4 4 3 4 2 3.40 3.00 교수회 참여율 저조, 근무 불충실
④ 인격과 품위 3 3 2 2 2 2.40 2.00 학교 및 교직원 명예훼손 등
⑤ 인간관계 3 3 2 2 2 2.40 2.40
⑥ 윤리관 및 교육이념 4 4 2 2 2 2.80 2.40 책임감 결여
합계 3.55 3.70 3.45 3.55 2.90 3.43 3.35
총평 1. 학생지도의 열의 및 지도실적 불량
2. 학교의 명예훼손, 동료 교수 및 학과 교수간 불화, 근무상태 불량 등 교원으로서의 품위 손상
3. 기타

(4) 1997. 8. 27. 이루어졌던 이 사건 대학교의 재임용심사는 원고를 비롯한 11명의 각 학과 조교수를 대상으로 하였다. 평정자의 대부분은 원고에 대한 평정시 점수를 부여하면서 ‘양호’, ‘보통’, ‘불량’ 등의 추상적인 사유만을 언급하여 평가하였고, 평정결과 취합 후 인사위원회의 동의를 거친 심사결과 원고는 아래와 같은 평정결과를 받아 재임용에서 탈락되었고, 나머지 11명은 모두 재임용되었다.

(5) 이 사건 재임용 심사당시, 평정항목 중 ‘2. 학생의 교수, 연구 및 생활지도에 대한 능력과 실적 - 학생지도 실적’을 위한 평가자료로는 체육대회, 비봉축제 등 학생들의 행사에의 출석현황, 학급 지도 현황, 동아리 지도 현황, 교수추천 취업현황 등의 자료가 제출되었다. 위 자료들에 따르면, ① 원고는 1996년도 체육대회, 집회, 비봉축제, 1997년도 체육대회에 불참한 것으로 기록되었고, 같은 심사대상자였던 소외 1, 2, 3, 4, 5, 6, 7, 8, 9 등 9명 역시 위 각 행사에 모두 불참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② 1996년도 1, 2학기 및 1997년도의 학급 지도 현황으로는 원고가 1996년도 1, 2학기 동안 각 식품공학과 3학년 2개반을, 1997년도 1학기에는 식품공학과 4학년 2개반을 지도하였고, 같은 심사대상자였던 소외 2, 10, 11 역시 각 학기마다 2개반을, 소외 3, 7은 각 1996년도 1학기에는 2개반, 1996년도 2학기와 1997년도 1학기에는 각 1개반을, 소외 6은 1996년도 1학기 및 1997년도 1학기에는 각 2개반을, 1996년도 2학기에는 1개반을, 소외 12는 1996년도 1, 2학기, 1997년도 1학기 모두 각 1개반을 각 지도하였다. ③ 원고와 소외 2, 3, 4, 12, 7, 9는 모두 동아리 지도를 맡지 않았고, 소외 1, 10, 5, 6, 11, 8은 각 1개 동아리의 지도를 맡았다. ④ 지도학생들의 취업 추천에 관하여는, 소외 10, 12만이 사업체에 학생을 추천한 실적을 가지고 있었고, 원고를 포함한 8명은 취업지도 실적이 없었다.

다) 판단

앞서 본 사실관계에 비추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의 민원 등으로 원고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총장을 평정권자에 포함시키는 새로운 내용의 심사지침의 제정이 원고의 임용기간 만료일에 임박하여 이루어진 점, 실제로 총장 외의 평정자 4인의 평가결과 평균 평점 3.56으로 재임용 기준 평점을 상회하는데, 원고에 대한 재임용 심사에 참여한 총장이 원고에 대하여 최하의 점수인 2.90점을 주어 재임용 심사기준 미달에 큰 영향을 미친 점, 평정자의 평정 및 교원인사위원회의 평점 수정 중 ‘2. 학생의 교수, 연구 및 생활지도에 대한 능력과 실적 - 학생지도 실적’, ‘3. 교육관계법령의 준수 기타 교원으로서의 품위유지 - 인격과 품위, 인간관계, 윤리관 및 교육이념’ 등의 항목의 경우 원고는 재임용 심사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점수인 2점으로 평가되었는데, 기준미달의 평점에 대한 사유로 인사위원회가 거시한 ‘학교 및 교직원 명예훼손’, ‘책임감 결여’ 등은 객관적인 근거에 의한 평가라 할 수 없는 점, 특히 원고의 교육부 등에의 민원 사정만으로 원고가 학교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원고와 함께 심사받았던 타 심사대상자들과 비교하여 원고의 학생지도 실적이 기준에 미달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대학교는 원고에 대한 재임용 심사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 없이 공정한 심사를 벗어나 원고의 재임용을 거부하였으므로, 이 사건 재임용거부처분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다. 소멸시효 항변에 대한 판단

1) 판단

살피건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고,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2. 6. 23. 선고 2000다22249 판결 참조).

또한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이란 가해행위가 있었던 날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손해의 결과가 발생한 날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그 손해의 결과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면 그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의 결과발생을 알았거나 예상할 수 있는가 여부에 관계없이 가해행위로 인한 손해가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볼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 참조).

그런데 피고의 이 사건 재임용거부처분이 1997. 8. 31.에 있었고, 원고는 그 다음날부터 곧바로 교원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여 그로 인한 원고의 손해도 위 날짜에 현실적으로 발생하였으므로, 원고는 그 무렵에 이미 이 사건 재임용거부처분의 위법성과 그로 인한 가해자 및 손해를 모두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더구나,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재임용거부처분의 위법·무효를 주장하며 재임용거부처분취소·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였다가 패소판결을 받아 확정되었음은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이 사건 재임용거부처분으로 인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 때부터 진행된다고 할 것인데, 원고의 이 사건 소가 그로부터 소멸시효기간 3년이 경과하였음이 역수상 명백한 2008. 1. 16.에 제기되었음은 기록상 분명하므로, 그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완성으로 인하여 이미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다.

2) 대법원 2004. 4. 22. 선고 2000두7735 전원합의체 판결 (이하 '전원합의체 판결'이라고 한다.) 이전의 사법환경이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종래 대법원이 종전 사립학교법 하에서 임용기간이 만료된 기간제 교원에 대한 재임용이 거부된 경우에 재임용 여부는 임면권자의 판단에 따른 자유재량행위에 속한다고 해석하였고, 민사소송에서도 재임용거부처분에 대한 무효확인의 소의 이익 자체를 부인함으로써 위법한 재임용거부처분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 등의 사법적 구제수단이 보장되지 않다가 전원합의체 판결로써 그 동안의 판례를 변경하여 국·공립대학의 교수에 대한 재임용거부처분을 비로소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게 되었다.

따라서 원고는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에는 이 사건 재임용거부처분이 위법함을 인식할 수 없는 상태이자 위법한 재임용거부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법률상 장애상태에 있다가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됨으로써 비로소 그 장애상태가 해소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고는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고 나서야 비로소 이 사건 재임용거부처분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 및 그 가해자를 알게 된 것이므로, 전원합의체 판결의 선고일인 2004. 4. 22.이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아니하며,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때’라고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권리자가 그 권리의 존부나 권리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거나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다1381 판결 등 참조).

(2) 전원합의체 판결은 '기간제로 임용되어 임용기간이 만료된 국·공립대학의 조교수는 교원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에 관하여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받아 위 기준에 부합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임용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재임용 여부에 관하여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 신청권을 가진다'고 판시하고, 이와 저촉되는 종전의 대법원 판결을 폐기한 사실은 이 법원에 현저하다.

그러나 공정한 심사를 받을 권리를 침해한 재임용거부처분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법리구성이 종전 사립학교법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이나 전원합의체 판결로써 비로소 가능하게 된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도 공정한 재임용 심사를 받을 조리상 신청권의 침해나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주장이 충분히 가능하였으나, 재임용거부 당시 그러한 법리주장을 하지 못하였거나 그러한 주장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법원이나 교원징계재심위원회에서 인용되지 아니하였을 뿐이고, 이 사건 재임용거부처분 당시 사법적 구제절차 자체가 배제되어 있었던 것은 아닌 점, 또한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종전 판례의 변경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이전에는 적법하였던 이 사건 재임용거부처분이 그 이후에 비로소 위법하게 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권리의식이나 사회환경의 변화에 따른 판례의 변경은 법률상 장애사유가 되지 아니하는 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1991. 12. 24. 선고 90다카23899 판결 )에서 무면허운전에 관한 종전의 견해를 변경한 바가 있다고 하여 이로써 피해자가 보험회사에 대하여 보험금액 직접청구권을 행사함에 있어 법률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소멸시효가 위 대법원 판결이 있은 때로부터 기산된다고 할 수 없다는 대법원 1993. 4. 13. 선고 93다3622 판결 참조}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당시 사법환경을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 법률상 장애사유로 볼 수는 없다.

3) 매월 임금 상당액의 손해가 계속적으로 발생하여 각별로 소멸시효가 진행되는지 여부

가) 원고의 주장

피고 대학교가 원고에 대하여 위법한 이 사건 재임용거부처분을 하였고, 그 이후 현재까지 원고에 대하여 적법한 재임용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한 상태가 계속되어 그로 인한 손해가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므로, 그 손해는 날마다 새로운 불법행위에 기한 것으로서 그 각 손해를 안 때로부터 각별로 그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나) 판단

살피건대, 사립학교교원의 경우, 현행 사립학교법 하에서도 임용기간이 만료된 교원에 대한 재임용거부처분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당해 교원이 교수로서의 지위를 당연히 회복하지는 못하고, 학교법인에게도 그 거부처분이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의무가 있을 뿐, 그 교원과 반드시 재임용계약을 체결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않는 점, 헌법재판소도 재임용탈락자 구제특별법의 위헌성 여부를 판단하면서, 종전 사립학교법 시행 당시 이루어진 재임용거부처분에 대한 위 특별위원회의 취소결정이 내려진다고 하더라도 그 결정의 효력은 재임용거부처분이 단지 '부당함'을 확인하는데 그치고, 그 인용결정에 의하여 바로 '학교법인과 재임용이 거부되었던 당해 교원 사이에 교원임용관계가 성립된다'거나 '학교법인이 당해 교원을 반드시 재임용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효력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고 판시한 점( 헌법재판소 2006. 4. 27.자 2005헌마1119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위와 같은 법리는 국 · 공립학교의 교원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하여야 할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재임용거부처분의 위법성은 재임용심사절차에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원고의 재임용을 거부하였다는 1회적 불법행위로 종료되는 것이지 원고에 대한 복직의무의 불이행이라는 불법행위가 복직시까지 계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이는 재임용탈락자 구제특별법에 따른 교원소청심사특별위원회에서 이 사건 재임용거부처분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이를 취소하는 결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에게 재임용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재임용거부처분 후에 원고를 재임용하지 아니한 것이 계속적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

4) 소결론

따라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항변은 이유 있다.

라. 소멸시효항변이 신의칙에 반하는지 여부

1) 원고의 주장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하여 원고는 과거 기간제 교원제도의 운영에 있어서 부당하게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원들에 대하여 아무런 구제제도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 특별법 등이 제정된 것을 고려하면, 피고가 현재 시점에서 시효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한다.

2) 판단

살피건대, 피고가 시효완성 전에 원고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원고에게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피고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원고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지만, 피고에게서 이러한 사정을 찾을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소송에서 시효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금지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위 재항변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성원(재판장) 고승환 이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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