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한화생명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외 1인)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민주 담당변호사 조영윤 외 1인)
변론종결
2013. 5. 8.
주문
1. 피고가 2011. 12. 15. 원고에게 한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 경위
① 1998년부터 2000년까지는 수차례에 걸쳐 예정이율 등을 특정이율로 하거나 함께 인하하기로 합의하였다(이하 ‘1차 행위’라 한다). |
② 2001년부터 2006년까지는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미래의 예정이율 등에 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이러한 정보를 반영하여 각자의 이율을 결정하였다(이하 ‘2차 행위’라 한다). |
[인정 근거] 갑 제1호증의 기재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2차 행위’에 관하여
1) 피고의 처분사유
피고가 의결서에서 이 사건 처분의 근거로 삼은 2차 행위의 내용은, 원고 등 16개 생명보험회사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미래의 예정이율 등에 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이를 반영하여 각자의 이율을 결정한 것으로서, 이는 ‘예정이율 등을 일정한 수준으로 맞추자는 합의가 아니라 예정이율 등에 관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독자적인 이율 결정에 따르는 위험을 제거하려는 성격의 합의’라고 하고 있다(갑 제1호증의 기재).
2) 정보교환행위와 공동행위
가) 피고 주장
피고는 위와 같은 처분사유와 관련하여 먼저, 원고 등 16개 생명보험회사가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미래의 예정이율 등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자의 이율을 정하는 것은 이른바 '동조적 행위(concerted practice)'로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이 금지하는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나) 판단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에서는, 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면서, 제1호 에서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이하 ‘가격 결정 등 행위’이라 한다)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자들 사이의 합의 외에 정보교환행위와 같은 ‘동조적 행위(concerted practice)’ 자체를 담합행위의 일종으로 규제하는 외국의 법제와는 달리,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서 부당한 공동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가격에 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나아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가격 결정 등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하여야 한다. 물론 이러한 합의는 암묵적 요해 정도로도 충분하다 할 것이나, 적어도 사업자들 사이에 가격 결정 등 행위를 '공동으로 한다'는 점에 관하여 의사의 일치는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 등 16개 보험회사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공동으로 가격 결정 등 행위를 하기로 합의를 하였음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피고 주장과 같은 행위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공동행위를 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피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공동으로 가격결정 등 행위를 하기로 하는 합의
가) 피고 주장
다음으로 피고는, 위와 같은 처분사유는 정보교환행위를 통해 각자의 이율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공동으로 가격 결정 등 행위를 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원고 등 16개 생명보험회사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예정이율 등에 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여 왔고, 이와 같이 하여 수집한 다른 생명보험회사의 예정이율 등에 관한 정보와 함께 당시의 표준이율 및 시중금리, 자신의 자산운용수익률, 고객인지도, 책임부담금 부담 정도, 영업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각자 자신의 예정이율 등을 결정하였으며, 그 예정이율 등에는 일정한 형태의 뚜렷한 외형상 일치도 인정되지 않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이를 명백히 다투지 아니한다.
이에 의하면, 원고 등 16개 생명보험회사가 사전에 예정이율 등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그 교환된 정보가 자신의 예정이율 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자료 중 하나가 됨으로써 정보를 알지 못한 채 독자적으로 결정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제거할 수는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16개 보험회사는 교환된 정보 외에 다른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춰 예정이율 등을 결정하였고, 피고 스스로도 그들 사이에 예정이율 등을 일정한 수준으로 맞추자는 합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며, 그와 같이 하여 결정된 예정이율 등에 일정한 형태의 외형상 일치가 인정되지도 않고,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예정이율 등이 인하되기는 하였으나, 이는 예정이율 등의 결정기준이 되는 표준이율 및 시중금리 등이 지속적으로 인하되어 왔기 때문으로 보일 뿐, 반드시 이 사건 2차 행위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과 함께 '각자 결정한다'는 것과 '공동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양립하기 어려운 점까지 아울러 고려하여 보면, 피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원고 등 16개 생명보험회사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정보교환행위를 통해 각자의 이율을 결정하여 왔다는 사정만으로 그들 사이에 ‘공동으로 예정이율 등을 결정’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피고는, 16개 생명보험회사 사이에 자산운용수익률, 고객인지도, 영업력, 상품전략 등의 차이를 감안하여 어느 정도의 이율 차이는 용인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으나, 제출된 모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그와 같은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4) 소결
그러므로 ‘2차 행위’를 통해 원고가 다른 15개 생명보험회사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공동행위를 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나아가 살펴볼 것도 없이 위법하다(다만 을 제1호증의 1, 3, 5, 6, 7, 21~30, 58~64, 72~78, 을 제3호증의 3~9, 을 제4호증의 1~8, 10~12, 15, 16의 기재와 증인 김종열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국내 생명보험시장에서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여 과점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원고와 삼성생명보험 주식회사 및 교보생명보험 주식회사가 그동안 이루어진 정보교환 및 예정이율 등에 관한 결정 관행을 바탕으로 어느 시기부터서는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생명보험 주식회사가 예정이율 등을 결정하면 교보생명보험 주식회사와 원고가 그보다는 조금 높지만 자신들 사이에서는 같은 수준으로 예정이율 등을 결정하기로 하는 묵시적 양해가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이는 이 사건 처분사유와 공동행위 참가자, 합의내용, 합의방식, 합의의 시기 및 종기 등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기본적 사실관계가 같다고 할 수 없어 이 사건 처분의 적법사유로 삼을 수 없다).
나. ‘1차 행위’에 관하여
피고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는 ‘1차 행위’가 있었고, 2001년부터 2006년까지는 ‘2차 행위’가 있었는데 이들은 전체적으로 하나의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갑 제1호증).
따라서 ‘1차 행위’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은 처분시효가 경과한 후 이루어진 것이어서 부적법하다.
3. 결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이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한다.
주1) 확정금리형 보험상품에서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보험금 지급 때까지 운용하여 거둘 수 있는 예상수익률을 의미한다. 예정이율이 높아지면 보험료가 싸지고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보험료가 비싸진다. 보통 1년에 1회 정해지며 특정상품에 대하여 정해진 예정이율은 보험금 지급 때까지 고정된다.
주2) 금리연동형 보험상품에 적용되는 이율로 매달 1일 결정, 공시된다. 고객이 내는 보험료는 보험금 지급용으로 분류되는 위험보험료와 보험사가 보험모집 등 영업활동에 쓰는 비용(사업비), 그리고 만기환급 등을 위해 쌓아놓는 적립금으로 구분되는데, 공시이율은 이 중 적립금에 부과되는 일종의 금리다. 일반적으로 시중금리를 반영하여 결정되며, 공시이율이 높을수록 고객이 만기에 받는 환급금이나 중도해약 환급금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