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4도6426 사기
피고인
A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S
원심판결
부산지방법원 2014. 5. 2. 선고 2013노3578 판결
판결선고
2017. 4. 26.
주문
원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일시,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
록 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이는 법원의 심판 대상을 특정하고 피고인
의 방어의 범위를 한정하여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주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으므
로, 공소사실은 위와 같은 요소를 종합하여 범죄사실의 동일성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
로 기재하면 적법하다. 그러므로 공소장에 범죄의 일시·장소·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더라도,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에 반하지 아니하고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한 경우에는 공소 내용이 특정되지
않아 위법하다고 할 것은 아니다. 특히 포괄일죄의 경우에는 그 일죄의 일부를 구성하
는 개개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더라도 전체 범행의 시기와 종기, 범행 방법,
피해자나 상대방, 범행 횟수나 피해액의 합계 등을 명시하면 이로써 그 범죄사실은 특
정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2. 6. 20. 선고 2002도80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은 한의사 면허가 없음에도 E
명의로 G한의원을 설립하여 운영하면서 진맥, 침술, 부황, 한약 조제 등의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한 후,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하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진료비를 지급
받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진료한 환자를 마치 한의사 면허가 있는 I 등이
진료한 것처럼 위장함과 동시에 환자들에 대한 진료횟수도 부풀려 진료비를 청구하기
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08. 6. 12. 위 G한의원에서 피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2008. 5. 중의 진료행위에 대한 진료비를 청구하면서 위와 같이 무면허 의료행위와 진
료횟수 조작 등으로 과다 계상된 진료비를 청구하여 이를 진실로 믿은 피해자로부터
2008. 7. 2. 공단 부담 진료비 명목으로 3,594,990원을 지급받았다. 피고인은 그 외에
도 그 무렵부터 2013. 7. 18.까지 제1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에 기재된 것과 같이 피
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총 51회에 걸쳐 합계 198,066,680원을 교부
받았다'는 것이다.
3.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진료비 청구 및 이에 대
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심사가 개별 환자에 대하여 시행된 일련의 진료행위별로 이루
어지는 경우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과 같은 방법으로 진료비를 과다 청구하여 진료비를
편취하였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진료비를 청구한 진료행위별로 따져볼 수밖에 없는데,
이 사건 공소장에는 피고인이 매월 진료비를 청구한 일자, 진료행위의 월 총 건수, 진
료비 월 총액만 기재되어 있을 뿐 진료비 청구의 대상이 되는 진료행위가 특정되어 있
지 아니한 탓에 피고인이 청구한 진료비 중에 피고인에 의하여 고용된 한의사에 의하
여 정당하게 이루어진 진료행위에 관한 것이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피고인으로서
는 공소장에 기재된 진료비 청구 중 어떤 부분이 허위 또는 과장이고 어떤 부분이 정
당한 것인지를 따져볼 수 없고 법원으로서도 마찬가지이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은 특
정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그에 관한 공소제기는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규정된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
에 따라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의 점만 유죄로
인정하고 위 사기의 점에 관한 공소를 기각하였다.
4.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판결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각 사정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일부인 제1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는 연번 별로 피고인이
청구하여 지급받은 공단 부담 진료비의 청구일자, 청구사항(명세서의 수, 청구금액), 심
결내역(명세서의 수, 심결금액), 지급일자, 지급액, 진료연월의 각 상세내역이 표시되어
있다. 위 범죄일람표는 피고인에 대하여 수사를 의뢰하였던 피해자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지역본부장이 공소사실 기재 해당 기간 동안 피고인이 청구하여 지급받은 진료비
의 내역을 정리하여 제출한 것과 동일한 내용으로 해당 기간 동안 피고인이 청구하여
지급받은 내역 전체를 포괄하고 있다고 보인다.
2) 검사는 제1심 제1차 공판기일에 '개인별 진료비 지급내역'을 참고자료로 제출하
였다. 이는 G한의원 명의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진료비가 청구되고 지급된 구체적인
내역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지역본부가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던 것인데, 거기에는
수진자별로 주민등록번호, 진료개시일, 진료일, 청구내역(청구일자, 주상병, 총진료비,
공단부담, 본인부담), 지급내역(지급일자, 심결총진료비, 심결공단부담, 심결본인부담)
등 각 진료비에 관한 상세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3) 피고인은 원심에서 위 범죄일람표에 기재된 편취금액 중에는 피고인에게 고용
된 자격 있는 한의사가 한 진료행위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면서 위 '개인별
진료비 지급내역'에 기재된 개별 진료비마다 일일이 자신이 진료한 부분과 고용된 한
의사가 진료한 부분을 나누어 표시한 다음, 이를 토대로 자신이 무면허진료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하는 건수와 진료비 금액을 해당연월별로 표로 정리하여 원심법원에 제출
하였다.
나. 위와 같은 사정들을 기초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
보면, 검사는 G한의원이 정당하게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에 의하여 개설된 것
임을 전제하고, 나아가 구체적인 기망행위의 내용을, ①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고도 면
허 있는 의료인에 의한 의료행위가 이루어진 것처럼 가장한 행위와 ② 진료횟수를 부
풀려 실제 진료가 없었음에도 진료비를 청구한 행위로 특정하고, 공소 제기된 기간 동
안 청구 · 지급된 진료비 전액을 편취금액으로 기재하여 공소를 제기하였다.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구체적인 기망행위의 내용으로 보면 무면허 의료행위
관련 부분과 진료횟수를 부풀린 부분이 섞여 있지만, 개별 청구내역이 그중 어디에 해
당하는지와 상관없이 피해자에 대한 청구내역 전부가 정당한 진료비에 해당하지 않음
에도 마치 정당하게 지급받을 수 있는 의료급여가 있었던 것처럼 기망하였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기망행위는 동일한 피해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하
여 총 51회에 걸쳐 정상적인 진료행위가 있었던 것처럼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하였다는
것이므로 피고인의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이 충분히 인정되고 피해법익도 동일하므로
전체가 포괄일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포괄일죄를
구성하는 개개의 행위 태양을 개별적으로 구분하여 특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전체
범행의 시기와 종기, 범행 방법, 피해자, 범행 횟수, 피해액의 합계 등이 명시됨으로써
범죄사실은 충분히 특정 되었다고 할 것이고, 심판의 대상이 불분명하다거나 피고인에
게 방어의 어려움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불특정되어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고 가
볍게 단정할 일이 아니라, 검사가 기망행위의 구체적 태양을 위 ① 및 ②의 행위로 특
정하여 기소한 취지인지 여부를 분명하게 한 다음, 만약 그러한 취지라면 그중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피고인이 다투는 부분의 사실 여부를 밝혀 유·무죄의 판단을 하
면 되는 것이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사기죄에 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는 이유로 직권으로 그 부분 공소를 기각하였으니, 거기에는 공소사실의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
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이에 원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
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
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권순일
주심대법관박병대
대법관박보영
대법관김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