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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5다21593 판결
[손해배상(기)][공2006.6.15.(252),1027]
판시사항

운송물인 페놀의 변색이 그 자체의 특수한 성질이나 제조과정에서 생성된 부산물의 존재 등 숨은 하자로 인하여 생긴 것이고, 그와 같은 변색은 그 특수한 성질이나 숨은 하자로 인하여 보통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상법 제789조 제2항 의 규정에 의하여 해상운송인의 책임이 면책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운송물인 페놀의 변색이 그 자체의 특수한 성질이나 제조과정에서 생성된 부산물의 존재 등 숨은 하자로 인하여 생긴 것이고, 그와 같은 변색은 그 특수한 성질이나 숨은 하자로 인하여 보통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상법 제789조 제2항 의 규정에 의하여 해상운송인의 책임이 면책된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동국제 담당변호사 서동희외 3인)

피고, 피상고인

사우스 코스트 마리타임 리미티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경 담당변호사 최종현외 6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해상운송인은 자기 또는 선원 기타의 선박사용인이 운송물의 수령, 선적, 적부, 운송, 보관, 양륙과 인도에 관하여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운송물의 멸실, 훼손 또는 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것이지만, 운송물에 특수한 성질 또는 숨은 하자가 있었다는 것과 운송물에 관한 손해가 그 사실로 인하여 보통 생길 수 있는 것임을 증명한 때에는 이를 배상할 책임을 면하는 것이다( 상법 제788조 , 제789조 제2항 제10호 ).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이 사건 운송물인 페놀의 선적 후 발행된 선하증권에는 “외관상 양호한 상태로 선적함(Shipped in apparent good order and condition)”이라고 기재되었으며, 선적 직후인 2001. 2. 9. 송하인측 검정인인 인스펙토리트가 선박 내 탱크에서 3개의 샘플을 채취하여 에이에스티엠 디 1686(ASTM D 1686)방식(이하 샘플에 대한 색상수치 측정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짐)으로 측정한 색상수치는 모두 5로서 정상(이 사건 운송계약상 정상으로 간주되는 최대 수치는 20이다)이었는데, 하적 직전인 2001. 4. 2. 선박 내 탱크에서 채취한 샘플의 색상수치는 26으로서 계약상 허용 최대치를 벗어났음이 확인된 사실, 페놀의 용도 및 가격은 그 색상수치에 따라 달라지고 수하인인 삼성물산 주식회사(이하 ‘삼성물산’이라고 한다)는 이 사건 운송물인 페놀을 본래 수입한 용도대로 사용할 수 없어 저렴한 가격에 매각한 사실, 원고는 삼성물산과 이 사건 운송물인 페놀에 관하여 운송물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로서 삼성물산이 위 페놀을 저렴한 가격에 매각함으로써 입은 차액 상당의 손해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한 사실, 그런데 이 사건 운송물인 페놀은 육상 탱크에서 파이프라인을 거쳐 선박 내 14-C 탱크로 유입되는 방식으로 선적되었고, 선적에 앞서 선박 내 탱크에 대하여 4시간 동안의 냉해수로 닦아내기, 15분간 증류수로 헹구기, 환기, 걸레로 훔치기, 건조의 순서에 따라 청소가 이루어졌으며, 위 인스펙토리트가 그 청소상태를 확인하여 청결증명서(Cleanliness certificate of ships tanks)를 발급한 후 이 사건 운송물이 선적된 사실, 이 사건 선박의 14-C 탱크는 다른 탱크와 완전히 분리된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고 파이프라인의 구조상 하역작업이나 세척작업 후에는 내용물이 탱크나 파이프교차지점으로 흘러가도록 되어 있어 파이프라인에 다른 물질이 잔존하기 어렵게 되어 있는 사실, 이 사건 운송물에 대한 운송 중 보관조건은 운송물의 온도를 섭씨 55° 내지 60°로 유지하되 가열 시에는 하루 섭씨 3° 이상을 가열하지 아니하는 것이었는데, 이 사건 운송물은 운송도중 8일간(2001. 3. 1.부터 3. 6.까지, 3. 24. 및 3. 25.) 섭씨 55° 이하에 있었던 적이 있으나 5° 이상 온도가 저하된 적은 없었고, 가열 시에는 하루 섭씨 3° 이상 가열된 적은 없었던 사실, 선적 직전의 이 사건 운송물의 온도는 섭씨 63.3°였고 이를 보관하고 있던 육상의 탱크의 온도는 섭씨 65.7°였던 사실, 이 사건 운송물은 미국 텍사스주 남동부에 위치한 휴스턴 모바일항에서 열대지역인 파나마운하를 거쳐 약 2개월간 항해하여 대한민국 부산항에 도착한 사실, 한편 선적 당시 채취한 이 사건 운송물의 샘플로는 위 인스펙토리트가 채취한 것 외에도 피고측에서 선박 내 탱크에서 1개, 선박 내 탱크와 연결되는 육상 파이프라인의 끝부분(매니폴드)에서 1개를 각 채취한 것이 있었는데 이 샘플들에 대하여 하적시인 2001. 4. 2. 측정한 색상수치는 탱크 내 채취 샘플이 22, 매니폴드에서 채취한 샘플이 25로서 모두 허용치를 벗어난 사실, 며칠 후인 2001. 4. 9. 위 인스펙토리트가 보관해 온 샘플 3개에 대하여 측정한 색상수치는 여전히 5였으나 2001. 8. 21. 다시 측정한 색상수치는 10, 20 및 30으로 변색이 진행된 사실, 위 인스펙토리트 샘플들은 채취 후 2001. 4. 9.까지는 동결점(섭씨 40.8°) 이하의 저온에서 보관되었던 사실, 이 사건 운송물인 페놀은 이른바 쿠멘 과산화반응(cumene peroxidation) 방식으로 제조되었는데,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제조된 페놀에는 라디칼과 같은 매우 불안정한 불순물이 극소량 포함될 수 있고 이러한 경우 온도 상승 없이도 자체적인 반응에 의해 예측 불가능한 불순물이 추가로 생성될 수 있으며 이러한 불순물들로 인하여 페놀이 변색될 수 있고 그 변색과정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가속되며, 위와 같은 부수적인 반응은 온도 상승에 따라 촉진되는 경향이 있는 사실, 쿠멘법에 의하여 제조되는 페놀에 잔존할 수 있는 극미량의 과산화물 등으로 인한 변색을 방지하기 위하여 시약용으로 판매하는 순도 99.99% 이상의 고순도의 페놀에는 안정제(치아인산)를 첨가하기도 하는 사실, 이 사건 운송물을 선적하기 직전에 위 14-C 탱크로 운송한 운송물은 황산이었는데 페놀에 황산을 1:1의 비율로 첨가하였을 경우에는 반응 후에 극미량인 약 100ppm 정도의 황산만이 잔존하고 나머지 황산은 전부 페놀-4-술폰산이 되며 페놀에 황산을 100:1 또는 10:1의 비율로 첨가하였을 경우에는 황산은 전부 페놀과 반응하여 페놀-4-술폰산으로 되고 황산은 잔존하지 아니하는 사실, 페놀은 그 순도가 99% 이상인 경우에는 황산을 첨가하더라도 그 첨가 자체만으로는 전혀 변색되지 아니하고 그 순도가 98.5%인 경우에는 변색되기는 하지만 그와 같은 변색은 첨가하는 순간에 일어나고 그 이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색이 진행되지는 않는 사실, 이 사건 운송물인 페놀은 순도가 99.99%인 사실, 페놀은 섭씨 55°를 기준으로 하여 상하 섭씨 5°의 온도변화를 주더라도 변색되지는 아니하는 사실, 황산은 유독성이고 강렬하고 자극적인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위 14-C 탱크의 내벽 재질인 스테인레스 스틸을 부식시키지는 않으며, 스테인레스 스틸, 철, 또는 황이 페놀에 첨가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페놀이 변색되지는 않는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은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 사건 운송물인 페놀은 그 제조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로 인하여 변색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인 점, 이 사건 운송물인 페놀이 육상탱크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하여 선박 내 탱크로 곧바로 선적되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유입될 가능성은 없어 보이는 점, 이 사건 운송물인 페놀은 그 직전 운송물인 황산의 잔존이나 운송용기인 14-C 탱크의 재질로 인하여 변색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는 점, 선적 당시 육상 파이프라인의 끝부분에서 채취하여 따로 운송한 샘플 역시 탱크 내에 보관되어 운송된 페놀과 동일한 정도의 변색을 보인 점, 인스펙토리트에서 채취한 샘플들은 하적 당시까지 변색되지 않았지만 그 후 변색이 진행된 것으로 보아 그 전에 변색이 진행되지 않은 것은 동결점 이하의 온도에서 보관된 때문으로 보이는 점, 운송 중 일시적으로 발생한 섭씨 5° 범위 내에서의 온도 하락은 이 사건 운송물인 페놀의 변색과는 무관하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운송물인 페놀은 그 자체의 특수한 성질이나 제조과정에서 생성된 부산물의 존재 등 숨은 하자로 인하여 변색된 것이고, 그와 같은 변색은 그 특수한 성질이나 숨은 하자로 인하여 보통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고의 면책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것은 정당하고, 원심의 판단에는 이 사건 운송물인 페놀의 변색이 그 특수한 성질이나 제조과정에서 생성된 부산물의 존재 등 숨은 하자로 인하여 보통 생길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취지 또한 포함되어 있다고 보이므로, 거기에 상법 제789조 제2항 에서 정한 운송인의 면책사유에 대한 법리오해나 심리미진에 의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의 불법행위책임 및 채무불이행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의 선택적 청구에 대하여 어느 청구에 대한 판단인지 명시함이 없이 그 일부 판시 사실만으로 피고의 과실이 추정된다고 한 다음 다시 원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운송물인 페놀의 변색 원인들에 관한 주장을 배척하고, 이처럼 변색 원인에 관한 원고의 주장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점과 나머지 판시 사실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 주장의 면책사유가 인정된다고 설시하고 있는바, 이는 그 설시 방법에 있어서는 적절치 못하다고 할 것이나, 원심이 불법행위책임의 근거로서 원고가 주장한 운송물의 변색 원인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피고 주장의 면책사유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 그 판시의 사실들을 종합하여 피고 주장의 면책사유를 인정하고 있음이 분명한 이상, 거기에 상법상 해상운송인의 면책사유의 입증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규홍(재판장) 김영란 김황식(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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