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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방법원 2013.4.19.선고 2012노3000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퇴거불응)
사건

2012노3000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퇴거불응)

피고인

강00, 사립대학 교수

주거 경주시

등록기준지

항소인

피고인

검사

김수홍(기소), 김효진(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중원 담당 변호사 강윤구

원심판결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12. 9. 13. 선고 2012고정121 판결

판결선고

2013. 4. 19.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이 원심 판시 범죄사실의 서점(이하 '이 사건 서점'이라 한다)에 들어가 체류한 시간은 길어도 3분이 채 되지 아니하고, 특히 피해자의 퇴거 요구가 있은 이후 체류한 시간은 불과 1분도 채 되지 않았는바, 주거에 들어간 사람이 주거자의 퇴거요구를 받고 명백히 퇴거불응의 의사를 표명한 경우가 아닌 한 사회통념상 합리적 이유로

상당한 범위 내의 시간 동안 체류를 연장하였더라도 이를 퇴거불응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영업시간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시간대와 상황에서 피해자의 이유도 알 수 없는 일방적인 퇴거요구는 주거자의 정당한 퇴거요구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퇴거불응에 해당하지 아니하거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는바, 이와 같은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강△△는 피고인의 아들로서 경주시 성건동에서 있는 모친 명의의 ■■ 서점 운영을 도와 주고 있었다.

강△△는 2011. 7. 10. 11:40경 경주시 성건동에 있는 이 사건 서점에 들어가 피해자 이□□에게 판매용 도서를 빌려 달라고 말하였는데 피해자가 남편인 안▽▽에게 전화로 물어본 후 '남편이 일단 주지 말라고 하였다'라고 거절하였고, 또다시 피해자에게 '남편의 전화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였는데 피해자는 역시 안▽▽에게 전화한 후 '남편이 중요한 약속으로 전화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아이를 봐야 하고 아직 영업하기 전이니 가게에서 나가 달라'고 말하였다.

피고인은 그 즈음 강△△와 함께 이 사건 서점에 들어갔다가, 피해자에게 "남편의 전화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피해자로부터 "연락처를 가르쳐 줄 수 없다, 아이를 봐야 하니 가게에서 나가 달라"는 말을 들었고 피해자의 생후 2개월 된 아이가 서점 내 방안에서 울기 시작하였음에도 강△△와 함께 가게에 버티고 서 있다가 피해자가 112신고를 하자 같은 날 11:48경 이 사건 서점에서 나왔다. 이로써 피고인은 강△△와 공동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의 퇴거 요구에 불응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①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해당 서점에 필요한 판매도서가 없는 경우 다른 서점에서 도서를 빌려 판매하고 사후에 정산하는 관행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서점에 도서를 빌리러 들어갔을 당시 이미 피해자는 대여거절 및 퇴거요구 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하였던 점, ② 이 사건 서점이 아직 영업개시 전이었으므로 피고인에게 다른 용무가 있을 수 없고 퇴거에 특별한 절차나 시간이 소요될 상황도 아니었으며 피고인이 피해자의 퇴거요구에 관해 당부를 따질 이유가 전혀 없는 점, ③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를 한 후에도 피고인이 즉시 퇴거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 등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어떤 행위가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법익과 침해법익과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4도4569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이 사건 서점과 피고인의 처가 운영하는 ■■도서는, 이 사건 서점이 ■■ 서점으로부터 판매용 도서를 외상거래를 포함하여 도매로 공급받는 계속적 거래관계에 있었던 사실, ② 피고인의 아들인 강△ △가 일요일인 2011. 7. 10. 정오가 되기 얼마 전 쯤 이 사건 서점으로 들어가 피해자에게 "■■도서에서 왔다"면서 책을 빌려 달라고 요구하였고, 이에 피해자는 피해자의 남편에게 휴대전화로 연락하였으나 피해자의 남편이 거절하여, 강△△에게 위와 같은 전화내용을 전달한 사실, 4 강△△가 이 사건 서점을 나간 이후 즉시 피고인이 강스 △와 함께 다시 이 사건 서점으로 들어와 책을 빌려주거나 팔아달라고 요구하였으나, 피해자가 피고인의 요구를 거절하며 강△△와 피고인을 상대로 이 사건 서점에서 나가 줄 것을 요구한 사실, ⑤ 강△△와 피고인이 나가지 아니하면서 피해자에게 책을 빌려 주지도 팔지도 아니하는 이유를 묻거나, 피해자의 남편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자, 이에 피해자가 112로 신고한 사실, ⑥ 이 사건 서점으로부터 직선거리로 50m 거리에 있는 성건파출서에 같은 날 11:48:21경 현장출동지령이 내려왔고, 그 이후 1분 34초 정도가 경과한 11:49:55경 경찰이 이 사건 서점에 도착하였는데, 위 경찰은 12:01:55 경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의 책 도매 문제로 서로 의견 충돌된 것으로 다른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현장종결처리한 사실, ⑦ 위 현장출동지령을 받은 경찰이 출동하기 직전에, 강△△와 피고인이 성건파출소 마당에서 위 경찰을 만나 이 사건 서점에서 발생한 일을 이야기 하려고 하였는데, 위 경찰이 위 현장출동지령으로 이 사건 서점으로 바로 출동하고, 위 파출소의 다른 경찰이 강△△ 및 피고인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서점은 도서를 구입하려는 의사를 가진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어 있는 장소인 점, ② 비록 피해자는 당시 이 사건 서점이 영업을 시작하기 전이었다는 취지로 이 사건 서점에 있던 손님이 나가서 피해자가 이 사건 서점의 문을 잠그기 직전에 강△△가 이 사건 서점으로 들어온 것이라고 주장하고, 피고인은 이와는 달리 이 사건 서점에서 피해자와 실랑이를 하고 있는 도중에 손님이 나갔다고 주장하나, 강△△와 피고인은 어찌됐든 이 사건 서점에 손님이 출입하고 있는 것으로 인지하였다는 것으로,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서점이 영업 중이라고 인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가 이 사건 공소사실 발생 직전에 이 사건 서점에서 손님을 맞이한 상태였고, 이 사건 공소사실이 발생한 시각이 일요일 정오에 가까운 때임을 고려하면, 이 사건 서점이 영업을 시작하기 전이었다는 피해자의 주관적인 주장과는 달리 사회통념상 당시 이 사건 서점은 영업 중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점, ③ 일반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장소라도 필요한 때는 관리자가 그 출입을 금지 내지 제한할 수 있음은 당연한 소치이나(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도230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서점과 ■■도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발생하기 전부터 계속적 거래관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별다른 이유의 설명없이 강△△와 피고인에게 나갈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거절의 이유를 듣거나 피해자에게 도서를 빌려주거나 판매해 줄 것을 설득하기 위해 이 사건 서점에 잠시 머문 것으로, 일반적 사회평균인의 기준으로 일반인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매장이나 계속적 거래관계에 있는 거래상대방으로부터 아무런 이유 없이 거래를 거절당하였다면, 일반적으로 공개된 영업점에서 그 거래거절의 이유를 듣거나 거래를 위한 최소한의 설득의 노력을 하는 행위는 사회통념상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행위로서 그러한 행위조차 주거의 평온을 해한다거나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점, 4 피고인이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피해자의 남편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거나 거절의 이유를 말해줄 것을 요청하였을 뿐, 이 사건 서점에서 어떠한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욕설을 하는 등의 별다른 소란을 피우지 아니한 점(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 피해자에게 "남편의 전화번호를 가르쳐 달 라"고 요청하였으나 피해자로부터 "연락처를 가르쳐 줄 수 없다, 아이를 봐야 하니 가게에서 나가 달라"는 말을 들었고 피해자의 생후 2개월 된 아이가 서점 내 방안에서 울기 시작하였음에도 강△△와 함께 가게에 버티고 서 있다가 ..."로 기재되어있어, 마치 강△△와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 주거의 평온이 침해되었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으나, 피해자가 작성한 고소장의 기재 및 피해자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의 진술기재에 의하면, 피해자는 피고인이 들어오기 전부터 피해자의 아이가 울고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강△△와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의 아이가 울었다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⑤ 이 사건 이후 피해자의 남편이, 이 사건 공소사실 당시 강△△가 피해자에게 "뭐 저런 여자가 다 있어!" 라는 말을 하였다.는 이유로, 강△△를 폭행한 사건이 있었고, 이로 인한 피해자의 남편과 피고인측의 합의 과정이 원만하지 아니하던 중인 2011. 10. 18.경 피해자가 강△△와 피고인을 고소하였는데, 피해자의 고소시점이 이 사건 공소사실 발생일로부터 3개월이 더 경과한 때였고, 이 사건 발생 직후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종결처리로 종결한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침해된 법익보호의 관점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⑥ 강△△와 피고인이 피해자의 퇴거요구에 즉각적으로 이 사건 서점에서 나가지 아니하다가, 피해자가 112로 신고를 하자 비로소 나가기는 하였으나, 피해자의 퇴거요구와 112신고 사이의 그 시간적 간격이 얼마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는 강△△와 피고인이 이 사건 서점에서 머문 시간이 10분에서 15분 정도라고 주장하고(수사기록 15쪽), 피고인은 4분 정도라고 주장하는데, 이 사건 공소사실에 의하더라도 강△△가 11:40경 이 사건 서점에 혼자 들어갔다가 나온 후 피고인이 강△△와 함께 들어갔고, 피고인이 나온 시간이 11:48경이라고 되어 있어, 피고인이 이 사건 서점에 머문 시간은 5분이 채 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112로 신고를 하자, 강△△와 피고인은 즉각 이 사건 서점에서 나간 점(원심은 피해자가 112로 신고한 이후에도 강△△와 피고인이 즉각 퇴거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았으나, 위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성건파출소에 출동지령이 떨어진 시각부터 위 지령을 받은 경찰이 이 사건 서점에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이 1분 34초 정도이고, 위 출동지령이 떨어진 직후에 강△△와 피고인이 이미 성건파출소 마당까지 와 있는 상황이라면 즉각 퇴거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의 상당성 있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범죄로 되지 아니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임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증거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위 제2의 다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서경희

판사임태연

판사손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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