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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2001. 2. 8. 선고 99가합61465 판결 : 항소
[수익금지급][하집2001-1,279]
판시사항

[1]구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에 의한 금융감독위원회의 '계약이전결정'의 사법상 효력

[2] 수익증권저축약관상의 저축통장양도제한 규정의 의미와 효력

[3]증권투자신탁업법상의 신탁관계의 성질 및 위탁회사가 투자신탁재산으로 수탁회사를 통하여 보관하고 있는 회사채에 대한 처분권의 귀속주체(=위탁회사)

[4]증권투자신탁업법상의 위탁회사가 회사채보증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수익증권저축자(수익자)에 대한 저축금(수익금)지급채무와 상계하는 것이 증권투자신탁업법 제17조 제4항 에서 금지하고 있는 상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구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1998. 9. 14. 법률 제55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의한 금융감독위원회의 '계약이전결정'은 행정처분으로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은행에 대하여 계약이전을 받는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자에게 일정한 자산·부채 등을 이전하여 줄 공법적인 의무를 부과하는데 그친다 할 것이고, 그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자산·부채 등의 이전이라는 사법적인 효력까지 당연히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2]원칙적으로 증권투자신탁에 있어서 분할된 수익권은 수익증권에 의하여 양도할 수 있는 것이나( 증권투자신탁업법 제6조 제3항 ), 수익증권은 무액면유가증권인 관계로 유통시장이 형성되기 어렵고, 또한 수익자는 위탁회사에 대한 환매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환매가 허용되는 개방형 투자신탁에서는 수익증권의 양도를 허용하는 실익이 크지 않으며, 실제로 개방형 투자신탁의 경우에는 위탁회사가 수익증권증서 대신 수익증권저축통장을 교부하고 위탁회사의 승인 없이는 그 통장 자체를 양도하지 못하게 하여 결국 수익증권의 양도를 제한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수익자는 위탁회사에 대한 환매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수익증권저축의 경우, 저축재산의 인출을 청구하는 형태로 환매청구권을 행사하게 된다.)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증권저축에 있어서 수익증권의 양도를 제한한다 하더라도 수익자(저축자)의 권리행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니어서 유효하다.

[3]증권투자신탁업법상의 투자신탁의 경우, 수탁회사의 주된 의무는 신탁재산의 보관·관리·계산에 한정되는 것이어서, 위탁회사와 수탁회사 사이의 신탁관계는 신탁재산의 '보관·관리'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수동적인 신탁(passive trust, 소극신탁)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수탁자가 신탁재산에 대한 '처분권'까지를 갖는 신탁법에 있어서의 신탁관계(능동적인 신탁, 적극신탁)와는 그 성질을 달리하며, 위탁회사가 투자신탁재산운용의 일환으로 수탁회사로 하여금 인수하게 하여 수탁회사를 통하여 보관하고 있는 회사채에 대한 '처분권'은 위탁회사에게 귀속되므로, 비록 수탁회사가 각 회사채의 명의상 채권자로 되어 있다 할지라도 수탁회사는 각 회사채에 대한 위탁회사의 운용(처분)지시를 따라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4] 증권투자신탁업법 제17조 제4항 은 '위탁회사에 대한 채권은 그 위탁회사의 신탁재산에 속하는 채권과 상계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위탁회사가 신탁재산에 속하는 채권으로 그 신탁재산과 관계없이 발생한 자신의 고유채무(또는 별개의 신탁재산에 속하는 채무)와 상계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신탁재산의 감소나 유용을 막아 '신탁재산독립의 원칙'(신탁재산과 고유재산의 독립 및 신탁재산들 간의 독립)을 관철하려는 취지로 해석되는바, 위탁회사가 별개의 투자신탁재산운용으로 취득한 수익자에 대한 회사채보증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수익자로부터 수익증권저축통장을 양수한 자에 대한 저축금(수익금)지급채무와 상계하는 것은 위탁회사가 위 별개의 투자신탁재산에 속한 상태에서 불실화된 채권(파산절차가 개시된 수익자에 대한 회사채보증채권)으로 투자신탁재산의 운용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수익증권저축금지급채무와 상계한 뒤 그 저축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별개의 투자신탁재산에 편입시킴으로써 위 별개의 투자신탁재산의 감소를 막으려는 것으로서, 증권투자신탁업법 제17조 제4항 이 금지하고 있는 상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본 사례.

원고

주식회사 국민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촌 담당변호사 윤용섭 외 4인)

피고

대한투자신탁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김성진 외 3인)

주문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원고에게 피고 대한투자신탁 주식회사는 금 10,578,401,592원, 피고 한국투자신탁 주식회사는 금 3,293,100,001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1999. 12. 28.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이유

1. 인정 사실

가. 피고들과 서울은행의 각 투자신탁계약 체결

피고들은 증권투자신탁업법(이하 '투신업법'이라 한다)에 따른 증권투자신탁업무 등을 취급하는 회사들인바, 피고 대한투자신탁 주식회사(이하 '피고 대투'라고 한다)는 수탁회사인 주식회사 서울은행과, 1993. 12.경 대한스파트 시장주력 주식투자신탁계약(이하 '대한스파트 투신계약'이라 한다)을, 1998. 3. 31. 기업발전1단위형 주식투자신탁계약(이하 '기업발전 투신계약'이라 한다)을 각 체결하였고, 피고 한국투자신탁 주식회사(이하 '피고 한투'라고 한다)는 1998. 3. 31. 수탁회사인 주식회사 서울은행(이하 '수탁회사'라고 한다)과 기업안정1단위형 주식투자신탁계약(이하 '기업안정 투신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위 각 투자신탁계약의 주요내용

위 각 투자신탁계약에 편입된 약관의 주요내용은 아래와 같다.

(1)위탁회사인 피고들은 수탁회사에게 일정한 재산(이하 '투자신탁재산'이라 한다)을 보관시키면서 투자신탁재산에 속하는 유가증권의 취득, 매각 및 권리의 행사 등 투자신탁재산의 운용에 관한 일체의 사항을 결정하고 수탁회사에게 이를 집행하도록 지시하는 반면에 수탁회사는 투자신탁재산의 운용에 관하여 위탁회사가 지시하는 사항을 집행하고, 취득한 유가증권의 보관 등 투자신탁재산의 관리에 관련되는 업무를 수행하되, 투자신탁재산의 운용에 관한 위탁회사의 지시가 법령 또는 약관에 위배되었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위탁회사에 대하여 그 지시의 철회·변경 또는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2)위탁회사는 투자신탁을 최초로 설정하는 때 수탁회사에게 투자신탁원본액에 해당하는 투자신탁금을 위탁회사의 재산 등으로 납입하며, 투자신탁을 설정하는 때의 최초의 수익자는 위탁회사로 한다.

(3)투자신탁계약기간은 투자신탁의 최초설정일로부터, 기업발전 투신계약 및 기업안정 투신계약은 각 1년간, 대한스파트 투신계약은 6년간으로 한다.

(4)투자신탁재산의 운용과 관련하여 위탁회사의 지시에 따라 발생한 이익 및 손실은 모두 투자신탁재산에 계상되어 수익자에게 귀속된다.

(5)수탁회사는 투자신탁계약기간의 종료에 따른 투자신탁원본의 상환금 및 투자신탁이익의 분배금(이하 '상환금등'이라 한다)을 위탁회사의 청구에 따라 지체 없이 위탁회사에게 인도하고, 수탁회사가 상환금 등을 위탁회사에게 인도한 후에는 위탁회사가 수익자에 대하여 그 지급에 대한 책임을 부담한다.

(6)위탁회사는 투자신탁의 수익권(상환금 등에 대한 권리와 수익증권의 환매청구권, 투자신탁재산에 관한 장부 및 서류의 열람이나 등본 또는 사본의 교부청구권 등의 권리를 말함)을 1좌의 단위로 균등하게 분할하며, 그 분할된 수익권을 표시하는 수익증권을 발행하는데, 1,000좌권·10,000좌권·100,000좌권·1,000,000좌권·10,000,000좌권·100,000,000좌권·1,000,000,000좌권의 7종으로 발행하되, 다만 필요한 경우에는 책형으로 발행할 수 있다.

(7)수익증권의 매각이나 환매에 있어서 기준이 되는 가격인 (당일의) 기준가격은 그 직전일의 투자신탁계정원장에 계산된 투자신탁의 자산총액에서 부채총액을 차감한 금액을 직전일의 수익권 총좌수로 나누어 산출하고, 위탁회사는 위 기준가격을 매일 계산하여 위탁회사의 영업소 내에 게시한다.

(8)위탁회사가 발행한 수익증권을 매입하여 보유한 수익자는 (가) 일정한 기간(환매청구 금지기간)이 경과하거나 일정한 사유(수익자의 파산선고 등)가 발생한 경우 위탁회사에게 수익증권을 현금으로 환매할 것을 청구할 수 있고(수익증권을 환매하는 경우 위탁회사는 환매청구가 있는 날의 다음 영업일의 기준가격으로 환산한 현금을 지급하며, 일정한 환매수수료를 받는다), (나) 수익증권을 타인에게 양도할 수도 있으며, (다) 투자신탁계약기간이 종료하면 위탁회사에게 수익증권을 제출하여 상환금 등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9)한편, 수익자는 위탁회사로부터 수익증권을 직접 매입하는 대신 위탁회사가 운영하는 '수익증권저축'에 가입할 수 있는바, 수익증권저축은 위탁회사가 수익증권저축에 가입하는 수익자(이하 '저축자'라고 한다)로부터 저축금을 받아 그 자금으로 매입한 수익증권을 보관·관리함으로써 저축자의 편익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고, 위탁회사는 저축자에 대하여 저축금의 납입 및 수익증권의 내역을 증명하는 수익증권저축통장 또는 수익증권저축증서를 교부하며, 수익증권저축의 종류·방법 등 세부사항은 '수익증권저축약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르되, 저축자는 환매수수료의 면제 등 우대를 받을 수 있다.

다. 피고들의 투자신탁금의 납입 및 책형 수익증권의 발행

피고들은 위 각 투자신탁계약에서 정해진 투자신탁원본액에 해당하는 투자신탁금을 수탁회사에게 각각 납입한 다음, 위 각 투자신탁계약과 관련한 수익증권을 각 책형으로 발행하였다.

라. 대동은행의 각 수익증권저축 가입

주식회사 대동은행(이하 '대동은행'이라 한다)은 위 각 투자신탁계약과 관련하여 피고들이 운영하는 각 수익증권저축에 가입하였는바, 구체적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대한스파트 수익증권저축

대동은행은 1996. 8. 19. 피고 대투에게 저축의 종목을 '대한스파트 주식57호'(대한스파트 투신계약 관련)로 정하여 3,000,000,000원을 저축금으로 납입하면서 수익증권저축가입신청을 하고, 피고 대투는 같은 날 대동은행에게 계좌번호 50-6170-00001-5, 만기일 1999. 1. 7., 수익증권의 좌수 3,000,000,000좌로 기재된 수익증권저축통장을 교부함으로써, 수익증권저축계약(이하 '대한스파트 저축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대동은행은 1997. 10. 31.에 이르러 위 수익증권저축통장에 2,000,000,000원을 추가로 저축함으로써 그 수익증권의 좌수는 5,000,000,000좌로 늘어났다.

(2) 기업발전 수익증권저축

대동은행은 1998. 3. 31. 피고 대투에게 저축의 종목을 '기업발전1단위형 주식'(기업발전 투신계약 관련)으로 정하여 5,000,000,000원을 저축금으로 납입하면서 수익증권저축가입신청을 하고, 피고 대투는 같은 날 대동은행에게 계좌번호 50-4661-00001-7, 만기일 1999. 3. 31., 수익증권의 좌수 5,000,000,000좌로 기재된 수익증권저축통장을 교부함으로써, 수익증권저축계약(이하 '기업발전 저축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3) 기업안정 수익증권저축

대동은행은 1998. 3. 31. 피고 한투에게 저축의 종목을 '기업안정1단위형 주식1호'(기업안정 투신계약 관련)로 정하여 5,000,000,000원을 저축금으로 납입하면서 수익증권저축가입신청을 하고, 피고 한투는 같은 날 대동은행에게 계좌번호 160-600001-620-050, 만기일 1999. 3. 31., 수익증권의 좌수 5,000,000,000좌로 기재된 수익증권저축통장을 교부함으로써, 수익증권저축계약(이하 '기업안정 저축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마. 위 각 수익증권저축계약의 주요내용

위 각 수익증권저축계약에 편입된 약관(피고들이 제정하여 금융감독위원회에 신고한 약관임)의 주요내용은 아래와 같다.

(1)저축의 목적:수익증권저축(이하 '저축'이라 한다)은 위탁회사가 저축의 가입자(이하 '저축자'라고 한다)로부터 저축금을 받아 그 자금으로 수익증권을 매입하고 보관·관리함으로써 저축자의 편익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2)저축의 종목 및 종류:저축의 대상종목은 위탁회사가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감위'라고 한다)로부터 승인을 받아 설정한 투자신탁의 수익증권으로 하고, 저축의 종류는 임의식·목적식·할부식으로 분류된다.

(3)수익증권의 매입 등:위탁회사는 저축자가 납입한 저축금으로 저축자가 지정한 종목 및 종류에 따라 수익증권을 매입하여 저축하고, 위탁회사는 저축자에 대하여 수익증권을 1좌 단위로 매각 또는 환매할 수 있다.

(4)저축자의 우대:목적식저축의 경우 저축기간 종료 이후 수익증권을 환매하는 때에는 그 수익증권의 환매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일정한 경우 저축자에게 환매수수료를 면제한다.

(5) 저축재산의 인출:

(가)저축자는 언제든지 저축재산의 인출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투자신탁계약 약관에 별도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나)저축자가 저축기간 종료 또는 저축계약의 해지에도 불구하고 저축재산의 인출을 청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인출청구시까지 저축기간이 계속된 것으로 본다. 다만, 위탁회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당해 저축재산을 인출하여 회사가 정하는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다.

(다)저축자가 저축재산의 인출시 (현금이 아닌) 수익증권을 요구하는 경우 위탁회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수익증권으로 지급하여야 한다.

(6)양도의 제한:저축통장은 위탁회사의 승인 없이 양도 또는 질권의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7)약관의 변경:위탁회사는 금감위의 승인을 얻어 이 약관을 변경할 수 있고, 금감위는 공익 또는 저축자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위탁회사에게 이 약관의 변경을 명령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위탁회사는 약관을 변경한 후 변경내용을 금감위에 보고하여야 한다.

바. 대동은행의 회사채 보증 및 피고 대투의 회사채 인수지시 등

(1)그런데 대동은행은 ① 해태제과 주식회사가 1997. 8. 22. 원금 3,000,000,000원, 이자 연 11%, 상환기일 2000. 8. 22.로 정하여 발행한 제101회 회사채, ② 주식회사 신호종합개발이 1997. 1. 9. 원금 3,000,000,000원, 이자 연 11%, 상환기일 2000. 1. 9.로 정하여 발행한 제16회 회사채, ③ 주식회사 국제상사가 1997. 5. 6. 원금 5,000,000,000원, 이자 연 11%, 상환기일 2000. 5. 6.로 정하여 발행한 제51회 회사채, ④ 주식회사 한일합섬이 1997. 3. 15. 원금 5,000,000,000원, 이자 연 11%, 상환기일 2000. 3. 15.로 정하여 발행한 제70회 회사채를 각 보증하였는바, 각 그 보증계약에 의하면 대동은행이 파산선고를 받은 때 위 각 회사채보증채무는 그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2)한편, 피고 대투는 위 각 투자신탁계약과는 별개의 투자신탁계약에 기하여 조성된 투자신탁재산의 운용의 일환으로 그 투자신탁계약상의 수탁회사(역시 주식회사 서울은행임)로 하여금 위 각 회사채를 인수하게 하여 수탁회사를 통하여 이를 보관하여 왔다.

사.금감위의 계약이전결정 및 대동은행의 위 각 수익증권저축 양도약정 등

(1)금감위는 1998. 6. 29.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1998. 9. 14. 법률 제55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금융개선법'이라 한다) 제2조 제3호 , 제14조 제2항 에 의거하여, 대동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한 후 영업을 정지시킴과 동시에, 1998. 6. 29. 08:00를 기준으로 대동은행의 자산·부채 등을 원고 및 성업공사에게 인수시키는 내용의 계약이전결정을 하였는바, 그 결정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가)대동은행은 이 계약이전결정일 이후 원고 또는 성업공사가 이전받는 자산·부채 등을 현실적으로 인도받기까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이전 자산·부채 등을 보존·관리하여야 한다.

(나)대동은행은 위 (가)항의 업무를 대행하기 위하여 이 계약이전결정 즉시 원고 및 성업공사와 필요한 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

(다)대동은행은 채권을 원고 또는 성업공사에게 이전함에 있어 채무관련자 앞 채권양도통지를 하거나 승낙을 받는 등 채권양도 및 명의변경에 따른 제반 절차를 성실히 수행한다.

(2)대동은행은 위 계약이전결정에 따라 1998. 6. 29.자로 위 각 수익증권저축계약상의 권리를 원고에게 양도하기로 약정하였다.

(3)그 후 대동은행은 1998. 10. 23.에 이르러 대구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게 되었다.

아. 원고의 명의변경신청 및 이에 대한 피고들의 대응 등

(1)원고는 1999. 3.경 위 계약이전결정에 따라 인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대투에게 기업발전 저축계약의 저축자 명의를, 피고 한투에게 기업안정 저축계약의 저축자 명의를 각 원고로 변경하여 달라는 취지의 신청을 하였다.

(2)피고 한투는 원고의 위 명의변경신청에 응하지 아니한 반면, 피고 대투는 원고의 위 명의변경신청에 응하여 1999. 3. 31.자로 기업발전 저축계약의 저축자 명의를 원고로 변경하여 주기는 하였으나{실제로는 그 수익증권저축통장의 명의를 원고로 변경하여 준 것은 아니고, 기업발전 투신계약기간이 종료함으로써 피고 대투가 수탁회사로부터 상환금 등을 이미 인도받았던 관계로 기업발전 저축계약에 의한 대동은행의 수익증권저축계좌에서 1999. 3. 31.(저축만기일) 당시의 수익증권잔고의 평가금액(수익증권잔고를 기준가격으로 환산한 금액을 말함, 이하 '평가금 혹은 평가금액'이라 한다.)을 인출하여 그 금액을 원고 명의의 신탁형저축계좌(계좌번호 50-9000-30344-0)에 입금하는 방법으로 처리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원고에게 피고 대투의 대동은행에 대한 채권과 기업발전 저축계약에 기한 대동은행에 대한 채무를 앞으로 상계처리할 예정이어서 기업발전 저축계약에 기한 원고의 저축재산 인출청구에는 응할 수 없다는 내용을 통보하였다.

(3)한편, 대한스파트 저축계약의 저축자 명의는 여전히 대동은행으로 되어 있다.

자. 원고의 이 사건 소제기 및 피고 대투의 상계의사표시 등

(1)그 후 원고는 1999. 7. 12. 피고들을 상대로 위 각 수익증권저축계약에 따른 수익증권잔고의 평가금을 각 지급하라는 내용의 이 사건 소장을 이 법원에 제출하여, 1999. 7. 20. 이 사건 소장부본이 피고들에게 각 송달되었다.

(2) 대동은행이 보증한 위 각 회사채는 그 원리금이 지급되지 아니하였고, 1999. 3. 16. 현재 위 각 회사채의 원리금은 합계 17,420,815,278원이었는바(구체적인 내역은 아래〈표〉참조), 피고 대투는 1999. 10. 13.경 대동은행에 대한 위 각 회사채보증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기업발전 저축계약에 기한 피고 대투의 원고에 대한 저축금지급채무 등과 상계한다는 내용을 담은 준비서면을 이 법원에 제출하여, 1999. 10. 14. 그 준비서면부본이 원고에게 송달되었다.

〈표〉

본문내 포함된 표
회사채의 종목 원 금 미수이자 지연손해금 합 계
① 해태제과 제101회 3,000,000,000원 281,797,752원 5,248,355원 3,287,046,107원
② 신호종합개발 제16회 3,000,000,000원 321,750,000원 7,038,492원 3,328,788,492원
③ 국제상사 제51회 5,000,000,000원 356,882,022원 4,475,342원 5,361,357,364원
④ 한일합섬 제70회 5,000,000,000원 436,413,043원 7,210,272원 5,443,623,315원
합 계 16,000,000,000원 1,396,842,817원 23,972,461원 17,420,815,278원

(3)한편, 파산자 대동은행의 파산관재인 박영배, 이선우는 이 사건 소가 제기된 이후인 1999. 12. 6.경에 이르러 위 각 수익증권저축계약에 따른 수익증권은 모두 원고에게 양도된 것이라는 내용을 피고들에게 각각 통지하였다.

차.기업발전 저축계약에 따른 저축계좌상의 수익증권잔고 및 그 평가금액

한편, 기업발전 저축계약에 따른 저축계좌에는 그 만기일인 1999. 3. 31. 이후 현재까지 수익증권 5,000,000,000좌가 그대로 보관되어 있고, 그 평가금액은 3,563,401,592원이다. {위 아.의 (2)항에서 본 이유로 인하여, 실제 기업발전 저축계약에 따른 저축계좌(계좌번호 50-4661-00001-7)에는 수익증권잔고의 평가금이 이미 상환된 것으로 되어 있고, 그 평가금액은 원고 명의의 신탁형저축계좌(계좌번호 50-9000-30344-0)에 입금된 것으로 되어 있으나, 편의상 여전히 기업발전 저축계약에 따른 저축계좌에 수익증권 5,000,000,000좌가 그대로 보관되어 있고, 그 평가금액은 3,563,401,592원인 것으로 본다(당사자 사이에 다툼 없음).}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6∼10, 14, 15호증, 갑 제17호증의 1, 2, 갑 제18호증, 을 제1호증, 을 제4호증의 1, 을 제5, 7∼10호증의 각 1∼3, 을 제11호증의 1∼4, 을 제12호증, 을 제14호증의 1의 각 기재, 증인 강동학의 증언, 변론의 전취지

2.이 사건 각 수익증권저축계약상의 권리가 원고에게 이전된 것인지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가) 금감위의 1998. 6. 29.자 계약이전결정 자체의 효력에 의하여(즉, 대동은행과 원고 사이의 별도의 법률행위나 피고들에 대한 대항요건을 구비할 필요 없이) 위 각 수익증권저축계약상의 권리가 원고에게 이전된 것이고, (나)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대동은행은 위 계약이전결정에 따라 원고에게 위 각 수익증권저축계약상의 권리를 양도하기로 약정하고, 그 양도사실을 피고들에게 각 통지하여(또는 피고들이 그 양도를 승낙하여) 대항요건을 갖춤으로써 위 각 수익증권저축계약상의 권리가 원고에게 이전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들에 대하여 위 각 수익증권저축계약에 따른 각 수익증권잔고의 평가금액의 지급을(즉, 위 각 수익증권저축계좌에 있는 저축재산을 인출하여 줄 것을) 구한다.

(2)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가) 금감위의 계약이전결정은 행청처분인데, 별도의 법률행위를 하거나 대항요건을 구비할 필요 없이 계약이전결정이라는 행정처분만으로 위 각 수익증권저축계약상의 권리가 원고에게 이전된다고 할 수 없고, (나) 한편, 위 각 수익증권저축통장(즉, 수익증권저축계약상의 권리)은 위탁회사인 피고들의 승인이 없으면 양도하지 못하는 것이고 원고는 금융기관으로서 그와 같은 양도제한 규정을 알고 있었는바, 피고들의 승인이 없는 한 위 각 수익증권저축계약상의 권리가 원고에게 이전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나. 이 사건 계약이전결정의 효력

우선 금감위의 1998. 6. 29.자 계약이전결정(이하 '이 사건 계약이전결정'이라 한다)의 효력에 관하여 보건대, (1) 이 사건 계약이전결정의 근거법은 구금융개선법인바, 같은 법은 제14조 제2항 에서 '금감위는 부실금융기관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당해 부실금융기관에 대하여 계약이전의 결정, 6월의 범위 내에서의 일정기간의 영업정지 등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으며, 재정경제원장관에게 영업의 인가·허가 등의 취소를 요청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었을 뿐 계약이전결정의 절차나 효력 등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다는 점, (2) 그리하여 금감위는 이 사건 계약이전결정을 함에 있어 위 '1.의 사.의 (1)의 (가), (나), (다)항'과 같은 내용을 포함시켰다는 점, (3) 이 사건 계약이전결정이 있은 이후인 1998. 9. 14. 법률 제5549호로 개정되어 시행된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이하 '개정금융개선법'이라 한다)은 제14조의2 { 계약이전결정의 효력}를 신설하여 '① 제14조 제2항 의 규정에 의한 계약이전의 결정이 있는 경우 그 결정내용에 포함된 계약에 의한 부실금융기관의 권리와 의무는 그 결정이 있은 때에 계약이전을 받는 금융기관(이하 '인수금융기관'이라 한다)이 이를 승계한다. (이하 생략), ② 제14조 제2항 의 규정에 의한 계약이전의 결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해 부실금융기관 및 인수금융기관은 공동으로 그 결정의 요지 및 계약이전의 사실을 2 이상의 일간신문에 지체 없이 공고하여야 한다( 제3항 이하 생략).'라고 규정한 점을 종합하여 보면, 개정금융개선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있었던 이 사건 계약이전결정은 행정처분으로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대동은행에 대하여 인수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원고 및 성업공사에게 일정한 자산·부채 등을 이전하여 줄 공법적인 의무를 부과하는데 그친다 할 것이고, 그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위 자산·부채 등의 이전이라는 사법적인 효력까지 당연히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이전결정 자체의 효력에 의하여 위 각 수익증권저축계약상의 권리가 원고에게 이전된 것이라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수익증권저축의 법률관계

다음으로 대동은행의 원고에 대한 위 각 수익증권저축계약상의 권리양도약정의 효력에 관하여 살펴야 할 것인바, 이에 앞서 수익증권저축계약의 법률관계(특히, 수익증권저축의 양도제한과 관련한 법률관계)를 먼저 살피기로 한다.

(1) 수익증권저축의 제도적 의의

현재 우리 나라의 증권투자신탁거래의 실무관행은 투신업법이 예정하고 있는 전형적인 증권투자신탁거래와는 약간 다르게 운용되고 있다고 할 것인바, 그 중에서도 특히 피고들과 같은 증권투자신탁회사들이 투신업법 제37조 제1항 제2호 에 의거하여 금감위의 인가를 받아 증권저축업무를 할 수 있게 됨으로써 고안되어 활용되고 있는 것이 바로 '수익증권저축'이다.

오늘날에는 유가증권의 유통 편의를 위해서 고안된 증서의 존재가 오히려 유통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많은바, 특히 과거 유가증권 증서가 행하던 기능을 전자적 장부기재(전자결제시스템)로 대신 수행할 수 있는 관계로 유가증권을 이른바 '무권화(무권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증권투자신탁업계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여 증서형태(예컨대, 100,000좌권 수익증권 증서)의 유가증권 발행과 수익자에 대한 수익증권의 매각을 전제로 하는 투신업법 규정과는 달리 수익증권을 책형으로 발행하고 수익자들에게는 수익증권저축에 가입하게 하는 형태로 대부분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2) 수익증권저축의 존재이유

이러한 수익증권저축이 활용되는 이유는, (가) 수익자의 측면에서는 수익증권은 일정한 금액이 아닌 불확정한(확정의 기준만 정하여져 있음) 금액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무액면유가증권인 관계로 유통시장이 형성되기 어렵기 때문에, 수익증권의 환금성을 보장하는 유일한 수단은 위탁회사에 대한 환매청구권의 행사 밖에 없는 이상 굳이 수익증권 증서를 실제로 교부받을 필요가 없으며, 또한 수익증권저축에 의하면 수익권의 양도 등을 위하여 필요한 수익증권을 분실하거나 도난당할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고, (나) 위탁회사의 측면에서는 수익증권을 증서의 형태로 발행하는 데서 오는 절차상의 번거로움을 회피하고 발행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며, 수익증권의 분실로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한 문제(예컨대, 선의취득의 주장)를 피할 수도 있고, 또한 수익증권의 거래를 저축형식으로 함에 따라 저축의 시기와 액수별로 임의식·목적식·할부식의 다양한 종류의 저축을 수요에 맞게 활용함으로써 수익증권의 판매고를 높이고 그 판매고를 예측하여 투자신탁재산을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안정적으로 운용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것이며, (다) 그 외에도 수익증권저축에 의할 때 수익자가 일정한 경우에 환매수수료를 면제받는 경제적 이점도 있기 때문이다.

(3) 수익증권저축의 양도제한

원칙적으로 증권투자신탁에 있어서 분할된 수익권은 수익증권에 의하여 양도할 수 있는 것이나( 투신업법 제6조 제3항 ),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수익증권은 무액면유가증권인 관계로 유통시장이 형성되기 어렵고, 또한 수익자는 위탁회사에 대한 환매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환매가 허용되는 개방형 투신(수익증권에 대한 환매가 허용되는 투자신탁을 이른바 '개방형 투신'이라 한다.)에서는 수익증권의 양도를 허용하는 실익이 크지 않다.

그리하여 실제로 개방형 투신의 경우에는 위탁회사가 수익증권 증서 대신 수익증권저축통장을 교부하고 위탁회사의 승인 없이는 그 통장 자체를 양도하지 못하게 하여 결국 수익증권의 양도를 제한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에 따라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위 각 수익증권저축약관에서도 저축통장은 위탁회사의 승인 없이 양도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특히, 수익증권저축에서 저축통장을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게 하면 수익자는 환매수수료를 전혀 부담하지 않고서도 수익증권을 환매한 것과 같은 목적(투자금 회수)을 달성할 수 있게 되어 수익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게 된다고 볼 여지도 있다}.

따라서 위 각 수익증권저축약관에서 저축통장의 양도를 제한한 것은 결국 수익증권의 양도를 제한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수익자는 위탁회사에 대한 환매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수익증권저축의 경우, 저축재산의 인출을 청구하는 형태로 환매청구권을 행사하게 된다.)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증권저축에 있어서 수익증권의 양도를 제한한다 하더라도 수익자(저축자)의 권리행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되지는 않는다고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수익증권저축통장의 양도와 수익증권저축계약상의 권리의 양도는 별개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저축통장의 양도 없이 수익증권저축계약상의 권리만을 양도하는 경우를 쉽게 상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저축통장의 양도를 제한한다고 함은 수익증권저축계약상의 권리의 양도를 제한한다는 것을 달리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이 사건 각 수익증권저축계약상의 권리양도약정의 효력

(1)이 사건으로 돌이켜 대동은행의 원고에 대한 위 각 수익증권저축계약상의 권리양도약정의 효력에 관하여 보건대, 대동은행과 피고들은 위 각 수익증권저축계약을 체결하면서 대동은행이 피고들(위탁회사)의 승인 없이는 위 각 수익증권저축통장(즉, 수익증권저축계약상의 권리)을 양도하지 못하는 것으로 약정한 사실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고, 원고는 금융기관으로서 위와 같은 수익증권저축약관상의 양도제한 규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특히 갑 제6, 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위 각 수익증권저축통장의 1면에 수익증권저축약관이 적용된다는 기재가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금융기관인 원고로서는 위 저축약관상의 양도제한 규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어서, 대동은행이 이 사건 계약이전결정에 따라 위 각 수익증권저축계약상의 권리를 원고에게 양도하기로 약정하였더라도 피고들의 승인이 없으면 그 양도로 인한 권리이전의 효과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2)구체적으로, 각 수익증권저축계약 별로 나누어 그 양도로 인한 권리이전의 효과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가) 대한스파트 저축계약 및 기업안정 저축계약의 경우

원고는 대한스파트 저축계약 및 기업안정 저축계약의 경우에도 피고들이 각 그 저축통장의 양도를 승인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위 두 저축계약상의 저축자 명의가 여전히 대동은행으로 되어 있음은 위에서 인정한 것과 같은바, 피고들은 위 두 저축계약상의 권리양도를 각각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어서, 위 두 저축계약상의 권리가 원고에게 이전되었다고 할 수 없다(즉, 대동은행의 파산재단에 속하는 권리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두 저축계약상의 권리가 원고에게 이전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각 청구 부분은 이유 없다.

(나) 기업발전 저축계약의 경우

한편, 피고 대투가 1999. 3. 31.자로 기업발전 저축계약의 저축자 명의를 원고로 변경하여 준 사실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피고 대투는 그 저축계약상의 권리양도를 승인{다만, 그 승인은 상계의 이의를 유보한 승인이라 할 것이다. 위 1.의 아.의 (2)항 기재 '통보내용' 참조}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기업발전 저축계약상의 권리는 1999. 3. 31. 원고에게 이전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또한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대투가 기업발전 저축계약에 따라 원고에게 부담하는 채무는 저축금지급채무(즉, 원고가 저축재산의 인출을 청구할 당시 그 저축계좌에 있는 수익증권잔고의 평가금을 지급할 채무) 또는 수익증권인도채무인데, 그 선택권은 원고에게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위 1.의 마.의 (5)항 참조}, 위와 같은 불특정상태에 있던 피고 대투의 채무는 원고의 이 사건 소제기로 인한 선택권의 행사(즉, 환매권의 행사)로써 저축금지급채무로 특정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 대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기업발전 저축계약에 기한 저축금(그 저축계좌에 보관된 수익증권잔고의 평가금) 3,563,401,592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이하 '이 사건 저축금지급채무'라고 한다).

3. 피고 대투의 상계항변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이에 대하여 피고 대투는, 그가 대동은행(엄밀히 따지면 파산자 대동은행이라 할 것이나, 이하에서는 편의상 '대동은행'이라고만 한다)에 대하여 가지는 위 각 회사채보증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이 사건 1999. 10. 13.자 준비서면의 송달로써 이 사건 저축금지급채무와 대등액에서 상계한다는 취지로 항변한다.

{※ 피고 대투는, 1999. 3. 16.경 대동은행의 파산관재인에게 위 각 회사채보증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기업발전 저축계약에 따른 채무 등과 상계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주장하나, 이에 부합하는 듯한 을 제1호증의 기재를 살펴보면 그 내용은 '앞으로 1999. 3. 31.이 되면 위와 같은 상계처리를 할 예정이다.'라는 것으로서 이것만 가지고는 상계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하였다고 볼 수 없고, 그 밖에는 피고 대투가 1999. 3. 16.경 상계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 대투의 이 부분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원고는 피고 대투의 위 상계항변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주장하면서 다툰다.

(가)위 각 회사채는 투자신탁재산에 속하는 것인데, 투자신탁재산은 법률적으로 수탁회사에게 귀속되는 것으로서, 위 각 회사채의 채권자는 수탁회사이지 위탁회사인 피고 대투라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 대투는 위 각 회사채보증채권으로 이 사건 저축금지급채무와 상계할 수 없다 { 쟁점 1:위 각 회사채의 귀속주체}.

(나)가사, 피고 대투가 위 각 회사채의 채권자라 하더라도, 원고가 대동은행으로부터 양도받은 권리는 (특히, 그 양도 시점에서는) 수익증권반환청구권인데 반해, 피고 대투의 위 각 회사채보증채권은 금전채권으로서, 양채권은 서로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이 아니므로 상계할 수 없다 { 쟁점 2:채권의 동종성 여부}

(다)원고가 대동은행으로부터 기업발전 저축계약상의 권리를 양도받을 당시 피고 대투의 위 각 회사채보증채권 및 기업발전 저축계약에 따른 채무는 각각 변제기에 있지 아니하였으므로, 위 양채권은 상계할 수 없다 { 쟁점 3:양채권의 변제기}.

(라) 투신업법 제17조 제4항 에 의하면 위탁회사에 대한 채권은 그 위탁회사의 신탁재산에 속하는 채권과 상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탁회사(피고 대투)의 신탁재산에 속하는 채권인 위 각 회사채보증채권과 위탁회사에 대한 채권인 이 사건 저축금지급채권은 서로 상계할 수 없는 것이다 { 쟁점 4:투신업법상 상계금지 여부}.

(마)마지막으로, 신탁법 제20조는 신탁재산에 속하는 채권과 신탁재산에 속하지 아니하는 채무를 상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증권투자신탁의 경우 수익자와 위탁회사 사이에도 신탁관계가 존재하는바, 대동은행의 위 각 회사채보증채무가 기업발전 투신계약에 의하여 설정된 투자신탁재산에 속하지 아니하는 한 상계가 허용되지 아니한다 { 쟁점 5:신탁법상 상계금지 여부}.

(3)아래에서는 피고 대투가 주장하는 상계의 허용가능성 여부에 관하여 쟁점별로 나누어 살피기로 한다.

나. 위 각 회사채의 귀속주체 (쟁점 1)

(1)투신업법상 증권투자신탁이란 투자자들이 유가증권 등에 대한 직접 투자로 인하여 입게 될 위험을 분산시킴으로써 투자자들로 하여금 유가증권 등에 대한 투자를 용이하게 할 목적으로 유가증권 등의 투자·운용을 전문으로 하는 위탁회사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 등을 수입하여 이를 하나의 기금(신탁재산)으로 형성한 다음 수탁회사에게 위 신탁재산의 보관을 위탁하여 수탁회사로 하여금 이를 보관하게 한 후 당해 위탁회사의 지시에 따라 여러 종목의 주식, 회사채 등의 유가증권 등에 대하여 투자·운용하고, 그에 따른 수익권을 분할하여 당해 투자자에게 취득시키는 것( 투신업법 제2조 제1항 참조)을 말한다.

(2)이러한 증권투자신탁에 있어서 위탁회사는 ① 선량한 관리자로서 신탁재산을 관리할 책임을 지며( 같은 법 제17조 제1항 ), ② 수탁회사에게 신탁재산의 보관을 위탁하여야 하지만 수탁회사가 신탁재산을 보관함에 있어 그 재산이 신탁재산이라는 사실과 보관을 위탁한 위탁회사의 명칭을 명기하여야 하고( 같은 법 제17조 제5항 ), ③ 신탁재산을 투자·운용하며( 같은 법 제18조 ), 그와 관련하여 수탁회사에 대하여 유가증권 등의 취득·매각 등에 관하여 필요한 지시를 하여야 하고( 같은 법 제24조 ), ④ 신탁재산인 유가증권 등에 관한 의결권 등 모든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며( 같은 법 제25조 제1항 ), ⑤ 신탁재산에 관한 영업보고서와 업무보고서를 제출할 의무 및 신탁재산운용보고서를 작성하여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 같은 법 제26조 제1항 , 제27조 제4항 )데 반해, 수탁회사는 ① 신탁재산의 운용과 관련한 위탁회사의 지시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고( 같은 법 제24조 ), ② 위와 같은 위탁회사의 지시에 따라 유가증권 등의 매입대금지급, 유가증권 등의 매각에 따른 증권의 인도, 투자유가증권 등의 이자 및 배당의 수령 등의 업무를 영위한다( 같은 법 제38조 ).

(3)한편, 실무관행상으로도 수탁회사가 유가증권에 대한 매매계약을 직접 체결하는 것이 아니라, 위탁회사가 유가증권의 매매주문을 증권회사에 내고 수탁회사는 단지 결제만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4)위와 같은 증권투자신탁의 의의·위탁회사와 수탁회사의 분담업무·실무관행 등을 종합하여 보면, 투자자로부터 투자관리를 신탁받은 위탁회사가 그 업무 중에서 비교적 덜 중요한 부분만을 수탁회사에게 처리하게 하는 것에 불과하고, 수탁회사의 주된 의무는 신탁재산의 보관·관리·계산에 한정되는 것이어서, 위탁회사와 수탁회사 사이의 신탁관계는 신탁재산의 '보관·관리'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수동적인 신탁(passive trust, 소극신탁)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결국 증권투자신탁에 있어서 위탁회사와 수탁회사 사이의 신탁관계는 수탁자가 신탁재산에 대한 '처분권'까지를 갖는 신탁법에 있어서의 신탁관계(능동적인 신탁, 적극신탁)와는 그 성질을 달리하는 것이다.

{※ 수탁회사는 위탁회사의 법령 또는 신탁약관에 위반되는 신탁재산운용지시에 대한 철회·변경 또는 시정요구권을 가지나( 같은 법 제41조 제1항 ), 이는 위탁회사의 자의적인 신탁재산운용을 방지하여 수익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것만으로 위 신탁관계의 성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5)따라서 위탁회사인 피고 대투가 투자신탁재산운용의 일환으로 수탁회사(서울은행)로 하여금 인수하게 하여 수탁회사를 통하여 보관하고 있는 위 각 회사채에 대한 '처분권'은 위탁회사인 피고 대투에게 귀속된다 할 것이다. 즉, 수탁회사가 위 각 회사채의 명의상 채권자로 되어 있다 할지라도, 수탁회사는 위 각 회사채에 대한 위탁회사의 운용(처분)지시를 따라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므로, 위 각 회사채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자는 위탁회사인 피고 대투라고 할 것이다(더구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 대투가 위 각 회사채보증채권으로 이 사건 저축금지급채무와 상계를 하려는 것은 위 각 회사채가 속한 신탁재산이 부실해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그 신탁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수탁회사로서는 위탁회사인 피고 대투의 위와 같은 상계지시를 거부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아도 피고 대투는 위 각 회사채에 대한 처분권 등을 보유한 실질적 권리자라 할 것이고, 또한 위 각 회사채보증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는 허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 덧붙어 살피건대, 투신업법 제17조 제4항 은 '위탁회사에 대한 채권은 그 위탁회사의 신탁재산에 속하는 채권과 상계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조항은 위탁회사의 신탁재산에 속하는 채권의 귀속주체(채권자)가 위탁회사임을 전제로 한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원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위탁회사의 신탁재산에 속하는 채권의 귀속주체(채권자)를 수탁회사라고 한다면 위 조항은 '위탁회사에 대한 채권(즉, 위탁회사의 채무)은 수탁회사의 채권과 상계할 수 없다.'라고 해석되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을 규정해 놓은 것으로 되기 때문이다.}

다. 채권의 동종성 여부 (쟁점 2)

위에서 판단한 바와 같이, 원고는 대동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기업발전 저축계약상의 권리를 1999. 3. 31.자로 이전받은 것인바, 아래에서는 원고가 이전받은 권리와 위 각 회사채보증채권의 동종성 여부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1) 증권투자신탁에 있어서 수익자의 권리

증권투자신탁에 있어서 위탁회사로부터 수익증권을 매입하여 보유한 수익자는 위탁회사에 대하여 여러 가지 권리를 가지는데, 그 중 가장 본질적인 권리는 수익증권환매청구권 및 상환금등지급청구권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수익자가 수익증권의 환매를 청구하면 위탁회사는 환매청구가 있는 날의 다음 영업일의 기준가격으로 환산한 현금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므로, 수익증권환매청구권은 결국 금전의 급부(지급)를 목적으로 하는 금전채권으로 볼 수 있고, 상환금등지급청구권이 금전채권임은 명백하다 할 것이어서, 수익자가 위탁회사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는 본질적으로 금전채권이라 할 것이다.

(2) 수익증권저축에 있어서 저축자의 권리

한편, 실제 증권투자신탁거래에 있어서는 투신업법이 예정하고 있는 것처럼 수익자가 위탁회사로부터 수익증권을 직접 매입하여 보유하는 형태가 아니라, 수익자가 수익증권저축에 가입하면 위탁회사는 그 저축금을 받아 수익증권을 매입하여 이를 저축계좌에 보관·관리하는 형태로 대부분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이미 살핀 바와 같고, 이러한 수익증권저축에 있어서 저축자는 위탁회사에 대하여 저축금지급청구권 또는 수익증권인도청구권(수익증권반환청구권)이라는 선택채권을 가지게 되는바{위 1의 마의 (5)항 참조}, 수익증권인도청구권은 저축자가 위탁회사에게 수익증권을 보관시키는 수익증권저축의 특질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수익증권이 무액면유가증권인 관계로 유통시장이 형성되기 어렵기 때문에 저축자가 위탁회사로부터 실제로 수익증권을 인도받았다 하더라도 결국, 그 수익증권을 환가하기 위하여는 위탁회사에게 환매를 청구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 저축자가 위탁회사에 대하여 수익증권을 요구하는 경우라도 위탁회사에게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이 사건에서와 같이 위탁회사가 저축자에 대하여 상계권을 행사하려는 것도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한다면, 수익증권인도청구권은 저축자의 '부수적인' 권리에 불과하다 할 것이어서, 수익증권저축에 있어서도 저축자가 위탁회사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는 본질적으로 금전채권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3)따라서 원고가 대동은행으로부터 이전받은 권리는 수익증권반환청구권으로서 위 각 회사채보증채권과는 서로 다른 종류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이므로 상계가 허용될 수 없다는 원고의 위 주장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4)또한, 원고는 대동은행으로부터 저축금지급청구권 또는 수익증권반환청구권이라는 선택채권을 이전받은 것인데(즉, 원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대동은행으로부터 수익증권반환청구권만을 이전받은 것은 아니다.), 선택채권에서 채무를 이행하려면 '특정'을 통해 단순채권으로 변경되어야만 하는 것이고, 그 특정은 주로 '선택'에 의하여 이루어지며, 선택의 효과는 채권이 발생한 때에 소급하여 효력이 생기는(즉, 채권이 발생한 때로부터 선택된 급부만을 목적으로 하는 채권이 성립하고 있었던 것으로 되는) 것인바, 위에서 살핀대로 원고는 이 사건 소제기로 인한 선택권의 행사로써 대동은행으로부터 이전받은 선택채권을 저축금지급청구권으로 특정한 것이고, 그 선택의 효과는 채권이 발생한 때(즉, 대동은행이 기업발전 저축계약을 체결할 때에) 소급하여 효력이 생김으로써, 원고는 당초부터 저축금지급청구권인 금전채권을 대동은행으로부터 이전받은 것으로 된다 할 것이어서, 원고가 대동은행으로부터 금전채권이 아닌 수익증권반환청구권을 이전받았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5)나아가, 원고가 대동은행으로부터 기업발전 저축계약상의 권리를 이전받을 당시(1999. 3. 31.) 원고가 이전받은 권리와 위 각 회사채보증채권이 서로 목적을 달리하는 채권이라고 가정한다 하더라도, 그 이전(이전) 이후 원고가 이 사건 소제기로 인한 선택권의 행사로써 (원고는 저축금지급청구권이라는 금전채권을 갖게 되어) 위 양채권은 결국, 동종의 목적을 가지게 된 것이고, 또한 양채권이 동종의 목적을 가지게 되기 이전부터 위 각 회사채보증채권은 변제기(대동은행이 파산함으로써 기한의 이익을 상실한 1998. 10. 23.)에 도달하여 있었으므로, 양채권은 상계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1982. 6. 22. 선고 82다카200 판결 , 1987. 7. 7. 선고 86다카2762 판결 , 대법원 1996. 7. 9. 선고 96다16612 판결 등의 법리를 유추적용).

라. 양채권의 변제기(쟁점 3)

원고는, 그가 대동은행으로부터 기업발전 저축계약상의 권리를 양도받을 당시 피고 대투의 위 각 회사채보증채권 및 기업발전 저축계약에 따른 채무는 각각 변제기에 있지 아니하였으므로, 위 양채권은 상계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1) 원고가 대동은행으로부터 기업발전 저축계약상의 권리를 이전받을 당시(1999. 3. 31.) 피고 대투의 위 각 회사채보증채권이 이미 변제기에 도달하였음은 바로 위에서 살핀 바와 같고, (2) 위 권리이전 당시 피고 대투의 기업발전 저축계약에 따른 채무(수동채권)가 변제기에 도달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위 각 회사채보증채권(자동채권)이 이미 변제기에 도달한 이상 양채권의 상계는 허용되는 것이므로(위에서 인용한 각 대법원판결례 참조), 원고의 위 주장은 결국 이유 없다.

{※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수익증권저축약관에 의하면 수익자가 저축기간의 종료에도 불구하고 저축재산의 인출을 청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인출청구시까지 저축기간이 계속된 것으로 보고 있는바, 위탁회사(피고 대투)는 수익증권의 환매를 강제할 아무런 권한이 없는 것으로 되어, 피고 대투가 스스로 기한의 이익을 포기하고서 기업발전 저축계약에 따른 채무를 변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위 (2)에 기재된 법리가 적용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같은 약관에 의하면 (저축기간이 종료한 후) 위탁회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당해 저축재산을 인출하여 회사가 정하는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한편, 원고가 대동은행으로부터 기업발전 저축계약상의 권리를 이전받을 시점(1999. 3. 31.)에는 그 저축기간도 종료한 것이므로, 피고 대투로서는 위 저축계좌에서 저축재산을 인출하여 위 각 회사채보증채권과 상계처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마. 투신업법상 상계금지 여부 (쟁점 4)

피고 대투가 이 사건에서 주장하고 있는 상계가 투신업법 제17조 제4항 이 금지하는 상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1)신탁재산의 관리는 적극적으로 그 재산을 증식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극적인 감소나 유용을 막는 것도 중요한바, 투신업법은 신탁재산의 소극적인 감소나 유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아래와 같은 규정들을 두고 있다.

(가)위탁회사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신탁재산을 관리할 책임을 진다( 투신업법 제17조 제1항 ).

(나)위탁회사는 자기채무에 대하여 …… 신탁재산으로 이를 변제하지 못한다( 같은 조 제3항 ).

(다)위탁회사에 대한 채권은 그 위탁회사의 신탁재산에 속하는 채권과 상계할 수 없다( 같은 조 제4항 ).

(2)따라서 투신업법 제17조 제4항 은 위탁회사가 신탁재산에 속하는 채권으로 그 신탁재산과 관계없이 발생한 자신의 고유채무(또는 별개의 신탁재산에 속하는 채무)와 상계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신탁재산의 감소나 유용을 막으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즉, 위탁회사가 신탁재산에 속하는 채권으로 그 신탁재산과 관계없이 발생한 자신의 고유채무(또는 별개의 신탁재산에 속하는 채무)와 상계하는 것을 허용하게 되면, 신탁재산에 속하는 채권은 소멸하여 신탁재산이 감소하게 되는 반면, 위탁회사의 고유채무(또는 별개의 신탁재산에 속하는 채무)도 소멸하게 되어 위탁회사(또는 별개의 신탁재산, 이는 곧 별개의 투자신탁재산을 조성한 수익자전체와 같은 의미가 된다.)가 그로 인한 이익을 부당하게 향유하게 되므로, 이러한 결과를 방지함으로써 '신탁재산독립의 원칙'(신탁재산과 고유재산의 독립 및 신탁재산들 간의 독립)을 관철하려는 것이 바로 투신업법 제17조 제4항 의 취지라 할 것이다.

(3)그런데 피고 대투가 이 사건에서 주장하고 있는 상계는, 위탁회사(피고 대투)가 신탁재산에 속한 상태에서 불실화된 채권(위 각 회사채보증채권)으로 별개의 신탁재산의 운용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수익증권저축금지급채무(이 사건 저축금지급채무, 이는 신탁재산의 운용으로 인하여 발생한 채무가 아니어서 별개의 신탁재산에 속하는 채무라고 할 수 없다.)와 상계하여 신탁재산의 감소를 막으려는 것으로서, 투신업법 제17조 제4항 이 금지하고 있는 상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피고 대투는 위와 같은 상계를 통하여 별개의 신탁재산의 운용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수익증권저축금지급채무(이 사건 저축금지급채무)에 대한 현금지급의무를 면하고, 그 채무지급에 사용될 현금을 위 각 회사채보증채권이 속한 신탁재산계정에 편입시킴으로써 그 신탁재산의 불실(감소)을 막아 오히려 신탁재산을 보호하려는 것이고, 그와 같은 상계가 허용된다 하더라도 별개의 신탁재산에 속하는 채무가 소멸하는 것이 아니어서{소멸하는 것은 별개의 신탁재산의 운용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특정수익자(대동은행에서 원고로 변경)에 대한 수익증권저축금지급채무이다.} 별개의 투자신탁재산을 조성한 수익자전체가 그로 인한 이익을 부당하게 향유하게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 또한 그와 같은 상계가 허용되면, 위탁회사(피고 대투)가 신탁재산과 관계없이 발생한 자신의 고유채무 소멸로 인하여 부당한 이익을 향유하게 된다고 보는 견해가 있을지도 모르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탁회사(피고 대투)는 그와 같은 상계를 통하여 지급을 면한 현금을 위 각 회사채보증채권이 속한 신탁재산계정에 편입시키는 것이므로, 고유채무 소멸로 인한 부당한 이익을 향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4)한편, 피고 대투가 이 사건에서 주장하는 상계로 인하여 소멸하는 수동채권의 채권자인 특정수익자(대동은행에서 원고로 변경)의 입장에서 보면, 그가 비록 수익증권저축금채권을 현금으로 지급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상계로 인하여 그의 위탁회사에 대한 채무(위 각 회사채보증채무)도 대등액에서 소멸하는 것이므로, 결국 그도 위 상계로 인하여 어떤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은 아니다.

(5)나아가, 이 사건에서와 같이 특정수익자가 위탁회사에게 자금을 납입하여 수익증권저축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그 저축계약에 따른 저축금지급채권 또는 수익증권인도채권을 가지는 반면에 위탁회사도 (별개의 투자신탁계약에 기하여 조성된 신탁재산운용의 일환으로) 위 특정수익자에 대한 채권을 가지는 경우, 위탁회사가 위 특정수익자에 대한 채권으로 위 특정수익자에 대한 저축금지급채무와 상계하지 못하게 하면, 파산선고를 받는 등으로 자력이 충분하지 못한 당해 특정수익자는 저축금지급채권을 추심함으로써 그 추심액 상당의 현실적 이득을 얻게 되는 반면, 위 특정수익자에 대한 채권이 속한 신탁재산은 위 특정수익자로부터 채권추심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관계로 그 가치가 감소함으로써(즉, 신탁재산이 불실하게 되어) 그 신탁재산을 조성한 전체수익자가 그 만큼의 손해를 부담할 수밖에 없게 되어, 그 신탁재산을 조성한 전체수익자에 대한 손해를 예방함으로써 신탁재산에 대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하려는 위탁회사의 노력을 방해하는 결과가 된다고 할 것이다.

(6)결국,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피고 대투가 이 사건에서 주장하고 있는 상계는 신탁재산독립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하므로, 투신업법 제17조 제4항 이 금지하는 상계에 해당한다 할 수 없다.

바. 신탁법상 상계금지 여부(쟁점 5)

피고 대투가 이 사건에서 주장하고 있는 상계가 신탁법 제20조 에서 금지하고 있는 상계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신탁법 제20조 역시 신탁재산의 부당한 감소나 유용을 막음으로써 신탁재산독립의 원칙을 관철하기 위한 규정이라 할 것이고, 투신업법신탁법의 특별법으로서 투신업법 제17조 제4항 신탁법 제20조 투신업법상 신탁관계의 구조에 맞게 내용을 수정한 것이라 할 것이어서, 피고 대투가 이 사건에서 주장하고 있는 상계가 투신업법 제17조 제4항 에서 금지하는 상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이는 곧 신탁법 제20조 가 금지하는 상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과로 된다.

사. 소결론

요약하면, 피고 대투는 원고에 대하여 기업발전 저축계약상의 권리양도를 승인함에 있어 상계의 이의를 유보하였으므로, 그 권리양도 이전에 성립하여 변제기에 도달한 대동은행(양도인)에 대한 위 각 회사채보증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로써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고, 피고 대투가 1999. 10. 14.경 원고에게 위와 같은 상계의 의사를 표시하였음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으며{위 1.의 자.의 (2)항 참조}, 또한 그 상계의사표시 당시 상계적상이 모두 갖추어졌음은 위에서 판단한 바와 같다{즉, 양채권이 대립하는 당사자 사이의 채권이고(쟁점 1), 동종의 목적을 가지며(쟁점 2), 모두 변제기에 있고(쟁점 3), 허용되는 상계에 해당한다(쟁점 4, 5)}.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저축금지급채권과 피고 대투의 위 각 회사채보증채권은 피고 대투의 위 상계의사표시에 따라 상계적상 발생시점인 1999. 7. 20.(변제기가 늦게 도래한 수동채권의 변제기로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임) 그 대등액에서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대투의 위 상계항변은 이유 있다{※ 위 상계로 인하여 소멸하는 자동채권의 내역 및 그 근거는 별지 <상계충당내역표> 기재와 같음}.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각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김희태(재판장) 남기정 정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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