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7노5992 강제추행
피고인
A
항소인
검사
검사
임유경(기소), 이재표(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B
담당변호사 C.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2017. 8. 10. 선고 2016고단4927 판결
판결선고
2018. 5. 29.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되고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있으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D병원 원장이고 피해자 E(여, 38세)는 위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였던 자이다.
(1) 피고인은 2015. 1. 초순, 22:00경 용인시 기흥구 F에 있는 D병원 3층 간호사실 내에서, 야간 근무 중인 피해자를 강제추행하기로 마음먹고 간호사실 뒤편에 옷 갈아 입는 공간으로 피해자를 불러 내 갑자기 끌어안고 가슴을 만지고 입을 맞추고, 피해자의 두 팔을 피고인의 한 손으로 잡고 벽 쪽으로 밀어 피해자의 다리를 자신의 다리로 눌러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피해자의 입술에 입을 맞추는 등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2) 피고인은 2015. 1. 중순, 06:00경 위 (1)항 병원 2층 약국 내에서, 야간 근무 중인 피해자를 강제추행하기로 마음먹고 피해자가 찾고 있는 약을 찾아주는 척하며 피해자에게 다가가 갑자기 뒤에서 끌어안고 피해자의 두 팔을 피고인의 한 손으로 잡고 피해자를 약장에 강제로 걸터앉게 하여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팬티에 손을 넣어 피해자 성기에 손가락을 넣는 등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3) 피고인은 2015. 1. 중순, 06:30경 위 (1)항 병원 2층 진료실 내에서, 피해자에 대하여 욕정을 일으켜 피해자를 진료실 안으로 불러 갑자기 진료 침대 위로 강제로 눕히고 피해자의 두 팔을 피고인의 한 손으로 잡고 피해자 배 위에 올라타 반항하지 못
하게 한 후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는 등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이 사건 병원 3층 간호사실의 위치 및 구조에 비추어 위 (1)항 기재 행위가 강제로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고, ② 피해자가 2015. 1. 중순경 이 사건 병원 2 층 약국 내에서 피고인으로부터 강제추행 피해를 당한 때로부터 30분도 지나지 않아 피고인이 불 꺼진 진료실에서 부른다는 이유로 순순히 위 진료실에 들어간 것은 이례 적이며, ③ 피해자가 강제추행 피해를 당한 이후에 오히려 피고인의 전담간호사로의 근무변경을 희망하여 10개월 이상 피고인과 함께 근무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④ 피해자는 피고인의 임금체불 때문에 병원을 그만두면서 피고인을 강제추행으로 고소하였 는바 그 고소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이유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법원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 논리성 모순 또는 경험칙 부합 여부나 물증 또는 제3자의 진술과의 부합 여부 등은 물론, 법관의 면전에서 선서한 후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에 임하고 있는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 증인신문조서에는 기록하기 어려운 여러 사정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얻게 된 심증까지 모두 고려하여 신빙성 유무를 평가하게 되고, 피해자들을 비롯한 증인의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경우 객관적으로 보아 도저히 신빙성이 없다고 볼 만한 별도의 신빙성 있는 자료가 없는 한 이를 함부로 배척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631 판결 참조). 또한 그 진술이 주요 부분에 있어서 일관성이 있는 경우 역시 그 밖의 사소한 사항에 관한 진술에 다소 일관성이 없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그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8. 3. 14. 선고 2007도10728 판결 참조).
(2)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진술에는 신빙성이 있고,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① 피해자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으로부터 추행을 당하게 된 상황 및 피고인의 추행 방법, 추행이 종료된 이유 등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어 그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 비록 피해자가 추행행위 자체와는 관련이 없는 다른 정황들(범행 발생 후 피해자가 근무시간과 장소를 변경하게된 경위, 피해자의 여행 등 사생활)에 관하여 다소 일관성 없이 진술하였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그러한 사정만으로 추행행위 자체에 관한 피해자의 의 일관된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②) 이 사건 병원 3층 간호사실의 벽이 얇은 판넬로 되어 있고 옆 병실과의 사이에 물건을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피고인이 추행 당시 피해자를 밀어붙인 벽은 캐비넷과 맞닿아 있는 화장실 벽으로서 판넬로 된 옆 병실 쪽의 벽이 아닌 반대쪽 벽인 점(증거기록 제16쪽, 공판기록 제185쪽), 간호사실 옆 병실을 기준으로 간호사실과 맞닿은 판넬 벽에는 환자의 침대가 아닌 화단이 놓여있는 점, 간호사실과 옆 병실이 통하는 공간 부분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밀어붙이고 추행한 화장실과 대각선으로 반대쪽에 위치하고 있고, 옆 병실을 기준으로는 화단을 지나 외벽 끝 쪽에 위치하고 있어 간호사들이 평소에 실제로 그 공간을 이용하여 물건을 주고받았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피해자는 이 공간의 존재에 관하여 모르고 있었다), 공소사실 제1항 기재 범행은 환자가 별로 없는 야간 시간대에 이루어진 점(피해자는 당심 법정에서 이 사건 병원에 실제 입원한 환자는 없다고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순식간에 자신을 제압하여 소리를 지르는 등 대응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진술한 점, 피고인은 건장한 체격인 반면 피해자는 연약해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간호사실 벽이 얇은 판넬로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짧은 순간에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고, 당시 그 소리를 아무도 듣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사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
③ 피해자는 이 사건 병원 2층 약국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유사강간에 가까운 추행을 당하였고, 그로부터 30분 정도 경과한 후에 피고인이 있던 불 꺼진 2층 진료실에 들어갔다가 다시 추행을 당하였다. 피해자는 약국에서 추행을 당할 때 흐느끼며 울지 피고인이 추행행위를 멈추었다고 진술하였고, 이후 약국 내에서 한동안 마음을 진정시 키다가 피고인이 진료실에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기 위하여 진료실 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피고인이 불이 꺼진 진료실 안에서 피해자를 큰 소리로 부르며 어떤 물건을 가지고 가라고 하였고, 피해자가 망설이자 계속하여 큰 소리로 피해자를 불러서 당시 피고인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향후 자신에게 더 큰 위해가 가해질까봐 두려운 마음에 피고인이 주는 물건만 받아서 빨리 올라가기 위해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피해자의 진술은 경험칙상 납득이 되고, 피해자가 스스로 피고인이 있는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는 없다.
④ 피해자는 2015. 1.경 이 사건 병원 3층 병동에서 주로 야간근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첫 번째 강제추행을 당한 이후 두 번째 강제추행을 당할 때까지 사이에 피고인과 마주친 적이 없었고, 피고인으로부터 세 차례의 추행을 당한 이후에는 수간호사인 G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알리고 근무시간 변경 등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피해자는 그로부터 1주일 정도 경과한 후 G이 실제로 근무시간 변경 등 어떠한 조치를 취해 주기 전에 이 사건 병원을 그만두었고, 3~4개월 정도 경과한 후 이 사건 병원의 총무부장인 J의 전화를 받고 다시 근무하게 되었다. 그런데 피해자가 복귀할 무렵 이 사건 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는 병동 간호사 1명밖에 없었고, 당시 재정상태가 좋지 않아 외래에서 근무할 간호사만을 구하고 있었으며, 피고인의 처가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원무과, 외래진료 등의 업무를 도와주고 있었다.
한편 피해자는 2015. 1.경부터 2015. 5.경까지 L병원에서 야간근무를 하고 있으나 경제적 사정으로 다른 일을 병행하여야 했는데, 병원에서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을 가입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병원을 그만둔 후에는 병행하여 일할 수 있는 직장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피해자는 2015. 5.경 피고인의 처도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야간이 아닌 주간에 근무하기로 하였기 때문에 피고인이 다시 추행행위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복직을 결심하였으며, 당시 병원의 사정상 외래가 아닌 병동 간호사로 근무하게 해 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그 무렵 피부미용관리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었고, 이를 취득한 후 다른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만 이 사건 병원에서 근무할 생각으로 복직하였으며, 2015. 9.경 위 자격증을 이용하여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직장을 구하면서 이 사건 병원과 L병원을 모두 그만두었다. 이와 같이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후 이 사건 병원을 그만 두었다가 자신의 경제적 사정과 이 사건 병원의 근무환경 변화 등을 고려하여 복직하였고, 병원장의 전담간호사가 아닌 외래담당 간호사로 근무한 것이며, 이는 피해자의 희망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앞서 본 부득이한 사정 때문이었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가 병원을 그만둔 적이 없으며 피해자의 희망에 의하여 외래담당 간호사로 근무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나, 피해자가 이를 희망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병동 간호사의 근무시간 및 장소 변경은 수간호사의 권한인데 당시 수간 호사인 G은 피해자의 근무시간 및 장소를 변경해 주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는바, 이 사건 범행 이후 피해자의 근무시간과 장소가 변경된 이유는 앞서 본 바와 같은 부득이 한 사정 때문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6) 피해자가 2015. 9.경 이 사건 병원을 그만둘 때 피고인의 임금체불 문제가 있었으나, 당시 피해자가 수령하지 못했던 임금 130만 원은 2015. 1.경 최초로 병원을 그만둘 때 이미 발생하였던 것이고, 2015. 5.경 복직한 이후에는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매일 수당을 지급받았기 때문에 임금체불의 문제가 없었다. 만약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체불임금을 지급받기 위해 이 사건 고소를 한 것이라면 임금체불 문제가 발생한 2015. 1.경 고소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피해자는 고소가 늦어진 이유에 관하여, 처음에는 이를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려고 하였으나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고 계속하여 괴로워서 뒤늦게나마 고소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는바, 피해자의 고소 경위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볼 수 없다.
3. 결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이 법원이 인정하는 피고인에 대한 범죄사실의 요지는 제2의 가.항 기재와 같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원심 및 당심 증인 E의 법정진술
1. 현장약도, 녹취록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각 형법 제298조(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1. 이수명령
양형의 이유 1.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가. 기본범죄 및 경합범죄
[유형의 결정] 성범죄, 일반적 기준, 강제추행죄(13세 이상 대상), 제1유형(일반강 제추행)
[권고영역의 결정] 기본영역
[권고형의 범위] 징역 6월 ~ 2년
나. 다수범죄 처리기준
[권고형의 범위] 징역 6월 ~ 3년 8월
2. 선고형의 결정: 징역 1년이 사건 범행은 병원장이자 의사인 피고인이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를 상대로 범한 것으로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이 사건 추행행위의 정도가 가볍지 아니하고,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입은 정신적 충격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지 아니하였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다만 피고인이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범행 전후의 정황, 범행의 수단과 방법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신상정보 등록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각 범죄사실에 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에 의한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므로, 같은 법 제43조에 따라 관할기관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등록정보의 공개 및 고지의 면제
피고인의 나이, 직업, 재범의 위험성, 이 사건 범행의 동기, 범행 방법, 결과 및 죄의 경중, 공개명령 또는 고지명령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와 예상되는 부작용,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등록대상 성폭력범죄의 예방효과, 피해자 보호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7조 제1항, 제49조 제1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단서, 제50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신상정보를 공개 · 고지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공개명령 또는 고지명령을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송승우
판사이소진
판사권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