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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법원 2013.11.28.선고 2011재노9 판결
국가보안법위반,반공법위반,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계엄법위반

위반, 계엄법 위반

피고인

A

재심청구인

피고인

항소인

피고인 및 검사

검사

박상천(기소), 김지용(공판)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B, 담당변호사 C

재심대상판결

대전지방법원 1982. 11. 17. 선고 82노604 판결

원심판결

대전지방법원 강경지원 1982. 6. 1. 선고 82고단132 판결

판결선고

2013. 11. 28.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국가보안법위반, 반공법 위반, 계엄법 위반의 점은 각 무죄.이 사건 공소사실 중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의 점은 면소.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 부분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사건의 경과

가.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로 대전지방법원 강경지원 82고단132호로 기소되었고, 위 법원은 1982. 6. 1.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판시 제1, 2죄에 대하여 징역 1년 6월 및 자격정지 1년 6월을, 판시 제3죄 내지 제6죄에 대하여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하였다.

나. 이에 피고인과 검사가 항소하였는데, 대전지방법원은 1982. 11. 17. 82노604호로 위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판시 제1, 2죄에 대하여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판시 제3죄 내지 제6죄에 대하여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

다. 위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만 상고하였는데, 대법원은 1983. 2. 22. 82도 3176호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여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되었다.

라. 피고인은 1988. 2. 27. 특별사면(잔형집행면제) 및 특별복권되었다.

마. 피고인은 확정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여 이 법원은 2012. 10. 9. 위 재심대상판결에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제422조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인정되므로 위 재심 대상판결에 대한 재심을 개시한다는 결정을 하였고, 위 재심개시결정은 즉시항고 기간의 도과로 그대로 확정되었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이 D, E과 함께 F 써클을 만든 것은 사실이나, F는 사회주의 의식화 교육을 위한 단체가 아니고 피고인이 그러한 목적을 가지고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없다. 또한 원심판시 각 유죄의 증거들 중 피고인 및 관련자들의 수사기관에서의 각 진술은 불법구금 내지 가혹행위 등으로 임의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져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할 만한 사실 자체가 인정되지 아니함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또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국가보안법위반 및 반공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의 목적의식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피고인 등이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여 불능범에 해당하며, 또한 피고인이 자수하였음에도 원심은 형을 감면하지 않았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량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양형부당)

원심의 형량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3. 판단법리 재심개시결정이 확정된 사건에 대하여 법원은 그 심급에 따라 다시 심판을 하여야 하는데(형사소송법 제438조 제1항), 여기에서 다시 심판한다는 것의 의미는 재심대상판결 자체의 당부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심급에 따라 사건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심판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 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 재심 판결 당시를 기준으로 재심대상판결의 기초가 된 증거들과 그 이후에 재심공판절차에서 새롭게 제출된 증거들의 증거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원심판결의 당부를 새로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도2154 판결 등 참조), 4. 국가보안법위반 및 반공법위반의 점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별지 기재 공소사실 중 제2항 중 "계엄당국으로부터 집회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회원 단합대회를 개최하고" 부분과 제6항 중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집회를 개최하고" 부분을 각 제외한 나머지 각 공소사실 전부의 기재와 같다.

나. `F` 사건의 수사 및 재판 경위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인정된다.

1) 수사 및 재판과정

가) 피고인은 G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1980. 4. 16. 같은 대학교 학생이었던 D,E 등과 함께 F라는 써클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었는데, 1981. 7. 30.경 F 회원들이 합숙하면서 불온언동을 한 사실이 있다는 제보에 따라 F 회원 등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었다.

나) F 관련자들 중 D, E, H은 F 활동과 관련하여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계엄법 위반의 공소사실로 1981. 11. 25. 각 기소되어 1982. 1. 26. 모두 유죄판결을 선고받고(대전지방법원 강경지원 81고단458), 위 제1 심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각 제기하여 1982. 5. 12. 형만 일부 감경하는 판결을 선고받아 그 무렵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대전지방법원 82노123).

다) 한편, 피고인은 1981. 9.경 서점에서 점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중 F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도피생활을 하다가 1982. 4. 2. 태백경찰서에 자수하여 피고인에 대한 수사가 재기되었고, 원심 재판과정에서 피고인은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은 체 재판을 받으면서 제1회 공판기일(1982. 5. 18.)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하자 원심법원은 간이공판절차로 진행하여 피고인에 대한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피고인이 항소하여 재심 전 당심법정에서 "제1심 법정에서 목적의식을 가지고 써클 활동을 하였다고 진술한 것은 경찰수사단계에서부터 시작된 심리적 압박감과 경찰관들의 협박 때문에 그런 것이다. 제1심 법정에서 자백한 것은 경찰수사관들의 위와 같은 협박과 강요로 인한 심리적 강박상태가 지속되어 자포자기 상태에서 허위로 자백한 것으로 사실대로 진술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였으나, 그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였다.

라) 그 후 F 관련자들 중 위 D, E, H 등도 위와 같이 유죄판결이 확정되었고, 나머지 관련자들인 I, J, K, L, M 등은 각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2) 수사과정에서의 불법구금 및 가혹행위의 존재

가) 불법구금

피고인을 제외한 F 관련자들은 1981. 7. 말경 또는 8.초경 영장 없이 형사들에게 강제연행되었고,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되기 까지 대전 대공분실 지하실, 여관 등에 불법 구금되었는데, D, E, H, L, M 등은 약 60일 이상 불법 구금된 상태로 조사를 받았다. 피고인도 1982. 4. 2. 자수하여 1982. 4. 6. 구속영장이 집행될 때까지 4일간 부여경찰서에서 불법 구금된 상태로 조사를 받았다.

나) 고문 등 가혹행위

(1) F 사건 관련자들인 E, N, H, J, K은 재심 전 당심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F 사건에 관한 수사과정에서 고문과 가혹행위가 있었음을 진술하였는바, ① E은, "경찰에서 2개월 동안 지하실에서, 수갑찬 채 매달리기, 주전자로 코에 물 붓기 등의 고문을 당하였다. 3일 동안은 잠을 재우지 않아서 못 잤고, 그 후로 얼마 동안은 매일 2시간 정도밖에 재우지 않았다. 옆 방에서 D, L, K 등 8명이 고문당하는 소리를 들었고 그 중 여자는 3명이었다. 고문소리에 공포감과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 수사기관에서, 사회주의 의식화를 목적으로 하였다는 진술은 공포심과 위압감에서 허위로 진술한 것이다. 검찰에서는 고문당한 사실이 없지만 심리적 위압감을 느꼈고 검사의 유도심문에 경찰진술대로 진술하였다. 경찰수사 당시 받았던 고문으로 인하여 검찰, 법정에서 심리적 위압감으로 허위로 범죄사실을 인정한 것이다"라고 진술하였고, ② N는, "지하실에서 2개월 동안 수갑으로 묶어 매달고, 코에 물을 붓고, 통닭 비틀기 등의 고문을 당하였다. 2개월 동안 구속영장 없이 구금된 상태였다. 검찰 및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도 심리적 압박감에서 허위로 진술한 것이다"라고 진술하였으며, ③ H은 "영장 없이 지하실에서 70일 동안 육체적 고문, 정신적 협박으로 억지 강요를 받아 자포자기 상태에서 자백했다. 검찰, 법정에서도 위와 같은 심리상태의 여파로 체념상태에서 진술했다"고 진술하였고, (4J은, "1981. 9. 16. 아침에 구속영장 없이 강제 연행되어 지하실에서 첫 날은 잠을 못자고 자술서를 쓰라고 했다. 다른 사람이 먼저 쓴 자술서를 보여 주고 그대로 쓰라고 했다. 지하실에서 20일 동안 조사를 받다가 여관 등으로 옮겨 조사를 받았고, 1981. 10. 8. 구속영장 집행으로 유치장에 수감되었다. 검찰에서의 진술은 사실과 다르다"고 진술하였으며, ⑤ K은, "친구를 따라 F 써클 모임에 간 것 때문에 부여경찰 서로 연행되어 처음에는 여인숙으로 가서 12일 동안 있다가 지하실로 끌려가 40일 동안 있었다. E이 쓴 조서를 보여주면서 그대로 쓰라고 하였고, 고문실에서 묶인 채로 주전자로 코에 물을 부었다. 경찰에서 대답할 것을 외우게 하고 그렇게 진술하라고 해서 검사 앞에서 그대로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2) 또한, D도 1981. 8. 1.경 형사에게 연행되어 약 2개월 간 대전 대공분실 지하실에서 조사를 받다가 그 후 1주일 정도 부여경찰서 근처 여관에서 지낸 뒤 1981. 10. 9.경 부여경찰서 유치장에 정식으로 수감되었고, 대전 대공분실 지하실에서는 통닭 구이 물고문, 머리칼잡고 빙빙 돌리기, 경찰봉으로 머리 때리기 등의 고문을 당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그 후 정신질환을 앓기도 하였다. M, O, L 등도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통닭구이 물고문 등을 당하였다.

(3) 피고인도 경찰에서 조사받을 때 경찰수사관들은 "잘 드러나지 않는 부위에 표가 안나게 속병 들게 만들 수 있다"고 피고인을 협박하였고, 불법구금 기간 중 3일간 피고인이 잠을 잘 수 없게 하고 밤새워 조사를 하였으며, 공범과 대질신문 없이 이미 씌어진 조서를 읽어주면서 똑같이 진술하라고 압박하여 허위 진술을 강요하였고, 이러한 상태에서 1982. 4. 6. 피고인에 대한 제1회 경찰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었다.다. 이 사건 증거들의 증거능력 및 증명력 판단

1) 수사단계 및 원심법정에서의 피고인의 각 진술의 증거능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하는바(형사소송법 제309조), 피고인이 검사 이전의 수사기관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로 인하여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하고 그 후 검사 조사단계에서도 그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되어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하였다면 검사 조사단계에서 고문 등 자백 강요행위가 없었다고 하여도 검사 앞에서의 자백도 임의성 없는 자백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1603 판결 참조).

또 이와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가혹행위 등으로 인하여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하고 그 후 법정에서도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되어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하였다면 법정에서의 자백도 임의성 없는 자백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0도302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임의성 없는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취지는 허위진술을 유발 또는 강요할 위험성이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진술은 그 자체가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오판을 일으킬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위를 떠나서 진술자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위법·부당한 압박이 가하여지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임의성에 다툼이 있을 때에는 그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피고인이 증명할 것이 아니고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하여야 하고,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진술증거는 증거능력이 부정된다. 또한 기록상 진술증거의 임의성에 관하여 의심할 만한 사정이 나타나 있는 경우에는 법원은 직권으로 그 임의성 여부에 관하여 조사를 하여야 하고, 임의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증거능력이 없는 진술증거는 피고인이 증거로 함에 동의하더라도 증거로 삼을 수 없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도7900 판결 참조).

나아가, 헌법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제12조 제1항),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제12조 제5항), 체포·구속에 관한 적법절차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이를 이어받아 형사소송법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는 피의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말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하고(제200조의5), 이 규정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리가 현행범인을 체포하거나 현행범인을 인도받은 경우에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제213조의2). 나아가 형사소송법 제308 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함으로써 위 각 규정의 규범력이 확고하게 유지되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규정들을 종합해 보면,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위법행위를 기초로 하여 증거가 수집된 경우에는, 증거수집 과정에서 이루어진 적법절차 위반행위의 내용과 경위 및 그 관련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당초의 적법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행위의 중간에 그 행위의 위법 요소가 제기 내지 배제되었다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이 개입됨으로써 인과관계가 단절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해 증거뿐 아니라 그에 터 잡아 획득한 2차적 증거에 대해서도 증거능력은 부정되어야 한다. 이는 수사기관이 위법한 체포 상태를 이용하여 증거를 수집하는 등의 행위를 효과적으로 억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여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0도2094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기 전에 이미 F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완료되었고, 관련자들인 D, E, H, L, M, N, K, J 등은 장기간의 불법구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은 점, ②) 수사과정에서 위 관련자들에 대한 고문과 가혹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인 또한 경찰 수사 당시 최초 4일 간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잠을 재우지 않는 등의 가혹행위를 당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른 관련자들에 대하여 이미 유죄 판결이 선고되었다는 이유로 사건이 이미 종결되었으니 관련자들이 이미 진술한 대로 진술할 것을 강요받거나 신체 · 생명에 대한 협박을 받는 상황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진술거부권 등을 고지받았는지 여부가 매우 의심스러운 점, ④ 피고인에 대한 수사 및 제1심 공판이 진행될 당시 이미 D, E, H 등에 대한 유죄판결이 선고된 상태여서, F를 만드는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관여한 피고인으로서는 다른 관련자들에 대한 죄의식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또한 위와 같은 가혹행위와 진술강요 등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피고인은 제1심 재판 이후 F의 다른 후배들과 연락이 되었고,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에서 피고인을 위하여 변호사를 선임해 주어 비로소 재심 전 당심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다툴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에 대한 경찰 수사과정에서 이루어진 가혹행위, 협박, 회유 등으로 인하여 피고인의 경찰 진술뿐만 아니라 검찰 및 원심법정에서의 진술까지도 모두 임의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추단되거나, 적어도 그 임의성에 강한 의심이 든다고 할 것인데, 그러한 임의성에 대한 의문점을 없애는 검사의 적극적인 입증이 없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피고인의 원심법정 진술, 피고인에 대한 각 검찰 및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및 각 자술서 등은 모두 임의성 없는 자백의 증거능력 배제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09조, 제317 조에 의하여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1982. 4. 2. 영장에 의하지 않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 등도 고지받지 못한 채 불법적으로 구금된 이후 경찰 및 검찰 수사를 거쳐 그로부터 불과 약 45일 후인 1982. 5. 18. 제1심 재판을 받으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자백하였는데, 이러한 피고인에 대한 불법체포가 이루어진 전후 경위 및 불법체포 기간, 불법체포 이후 불과 약 45일 만에 제1심 재판이 시작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불법 체포로 인한 피고인의 심적 상태는 검찰 수사를 거쳐 제1심 공판 단계에까지 계속 이어진 것으로 보이고, 달리 피고인의 의사결정의 자유가 확실하게 보장되었다거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었다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이 개입되지 않은 이상 불법체포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도, 설령 피고인이 제1심 재판에서 피고인에 대한 검찰 및 경찰의 각 피의자신문조서나 피고인의 자술서 등을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증거들은 유죄 인정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2) P, I, Q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와 P, I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및 Q에 대한 경찰 및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D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P, I, Q이 작성한 각 자술서와 진술서 등은 피고인이 이를 증거로 삼는 것에 부동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정 성립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고, 원진술자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가 보장되지 아니 하였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에 의하여 각 증거능력이 없다.

3) E, J, N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진술자들에 대하여 장기간의 불법구금 상태에서 고문, 회유와 협박에 의하여 수사가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이고, 재심 전 당심법정에서도 그와 같은 이유로 모두 검찰에서도 사실대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진술하였는바, 위 각 진술에 대하여 그 임의성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검사 작성의 위 각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7조에 의하여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

4) 이 사건 각 압수물과 경찰 작성의 각 압수조서의 각 기재는, 피고인 및 F 관련자들에 대한 강제연행 전후에 걸쳐 영장 없이 압수한 것으로 모두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하고(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이 사건 재심에서 그러한 절차의 위법에도 불구하고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어떠한 예외적인 사정도 발견할 수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의하여 각 증거능력이 없다.

5) 재심 전 당심 증인 E, J, N, H, K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수사당시의 불법구금 및 고문 등 가혹행위에 관한 진술을 하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에 일부 부합하는 취지의 진술도 하였으나, 그러한 각 진술은 대체로 F 써클의 조직이나 가입, 회합 등에 관한 진술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진술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그 밖에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R, S, T에 대한 각 경찰 또는 검찰 진술조서의 기재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라. 소결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은 모두 증거능력이 없거나, 증명력이 부족하고 달리 위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5. 계엄법위반의 점에 관한 직권판단

원심은 피고인의 계엄법위반의 행위(즉, 별지 공소사실 중 제2항의 "공소외 D, 동 E과 공동하여 계엄당국으로부터 집회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1980. 5. 11. 16:30경부터 동월 12. 07:00경까지 사이에 공주군 계룡면 소재 계룡저수지에서 풀밭에 천막을 치고 J, K 및 U등 회원 23명을 모아 회원 단합대회를 개최하였다"는 부분)에 관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으나, 기록에 의하면, V 등이 1979. 12. 12. 군사반란 및 1980. 5. 18. 광주민주화항쟁을 전후하여 행한 일련의 행위는 내란죄가 되어 헌정질서 파괴범죄에 해 당하고(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6 판결 참조), 피고인의 위 행위는 V 등의 이러한 헌정질서 파괴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함으로써 헌법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은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범죄로 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1도730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9. 5. 21. 선고 2000재노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6.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관한 직권판단

원심은 또한, 피고인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의 행위(별지 공소사실의 제6 항 중 "반국가단체인 북한공산 집단의 활동을 찬양, 동조하여 이를 이롭게 한 것이다"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관하여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1989. 3. 29. 법률제4095호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4조 제1항, 제3조 제1항 제5호를 적용하였으나, 개정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제3조 제1항 제5호 "제1호 내지 제4호 이외에 헌법의 민주적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집회 또는 시위"를 삭제하면서 부칙에 그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관하여 아무런 경과규정을 두지 않았고, 이는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5호 에 의한 집회 내지 시위까지 처벌대상으로 삼은 종전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려에 의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 후 법률의 개폐에 의하여 형이 폐지되었을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1도73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유·무죄의 실체 재판을 할 수 없고 면소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므로(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7도7523 판결 등 참조),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7. 이 사건 재심의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국가보안법위반 및 반공법위반의 각 점에 관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고, 계엄법 위반 및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의 각 점에 관하여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도 있으므로, 피고인이 항소이유에서 밝힌 나머지 주장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모두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무죄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에 대한 국가보안법위반, 반공법 위반, 계엄법위반의 각 점에 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별지 기재 공소사실 제6항 중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집회를 개최하고,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 전부의 기재와 같은바,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이 부분 각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사소송법 제440조,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이 부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면소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의 점의 요지는 별지 공소사실 제6항 중 "반국가단체인 북한공산 집단의 활동을 찬양, 동조하여 이를 이롭게 한 것이 다"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기재와 같은바,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이 부분 공소사실에 적용된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제3조 제1항 제5호같은 법 제3조 제1항 제5호는 1989. 3. 29. 법률 제4095호로 전문개정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폐지되었음이 명백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에 의하여 면소를 선고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정완

판사김미경

판사구자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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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대전지방법원강경지원 1982.6.1.선고 82고단132
-대전지방법원 1982.11.17.선고 82노604
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