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9노161 업무상배임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유지연(기소), 김정옥(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대민 담당변호사 정승규
원심판결
청주지방법원 2019. 1. 15. 선고 2018고정682 판결
판결선고
2019. 10. 17.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피고인이 피해자 C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매월 지급받은 활동비에 대하여 청주세무서로부터 근로소득세 부과처분을 받았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인은 근로자라 할 것이어서 근로기준법이 정한 바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는데다가 그 지급에 관하여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의까지 거친 이상 업무상 임무를 위배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피고인에게 퇴직금 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청주세무서의 근로소득세 부과처분 등을 토대로 당연히 퇴직금 청구권이 있는 근로자라고 믿고 퇴직금을 지급받은 것에 불과하므로, 배임의 고의도 없었다.
나. 양형부당
가령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오랫동안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봉사하던 피고인이 근로소득세 부과대상이라는 사정을 전혀 모른 채 소액의 월정 활동비를 지급받아 왔었는바 사후적으로 소급 부과된 거액의 근로소득세를 보전 받기 위하여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일 뿐 실질적으로 취한 이득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하면, 원심의 형(벌금 3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입주자대표회의는 공동주택관리법의 관련 규정 및 관리규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동주택 입주자 등의 선거로 선출된 동별 대표자들로 구성되고 공동주택의 관리에 관한 주요사항을 결정하는 자치 의결기구(공동주택관리법 제2조 제1호 제8호, 제14호 등 참조)인바, 그 회장을 비롯하여 구성원인 동별 대표자들은 입주자 등으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를 위임 받고 있는 것이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고용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할 수는 없다.
2) 소득세법 제20조 제1항 소정의 근로소득은 지급형태나 명칭을 불문하고 성질상 근로의 제공과 대가관계에 있는 일체의 경제적 이익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근로의 대가 외에도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되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급여도 포함하는 것으로(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두1941 판결, 대법원 2017. 9. 12. 선고 2014두7992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임금과는 개념이나 범위를 달리하는 것인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라 지급받은 월정 활동비가 근로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위 회장이 근로자인지 여부와는 논의의 평면을 달리하는 것이며, 과세관청이 피고인에게 지급된 활동비를 과세대상으로 파악하여 근로소득세를 부과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거나 그렇게 오인할 만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
3) 나아가 입주자대표회의는 공동주택관리법 및 관리규약이 정한 바에 따라 입주자 등을 대표하여 관리주체의 관리비 등에 관한 예산의 수립과 그 집행 및 결산 등을 감독하는 위임기관에 불과할 뿐 관리규약으로 규정되거나 수립된 예산의 지출 항목으로 편성된 바도 없는 새로운 지출항목을 스스로 창설하여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할 것이다.
4)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이 사건에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피고인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근로기준법 상의 퇴직금 청구권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그밖에 공동주택관리법이나 피해자 C아파트의 관리규약 또는 승인된 예산안에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 대하여 퇴직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는 이상, 피해자 C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인 피고인이 자신에게 부과된 근로소득세를 보전 받기 위하여 다른 구성원들과 공모하여 퇴직위로금 명목으로 800만 원을 지급받은 행위는 피해자 C아파트의 손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이득을 취한 업무상배임행위에 해당하고, 설령 그에 관하여 아무런 권한도 없는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의절차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행위가 정당화되거나 배임의 범의가 부인될 수는 없다.
5) 따라서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 주장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오랫동안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재직함으로써 입주자 등의 신임을 받아 온 피고인이 자신에게 부과된 근로소득세를 보전받기 위하여 관리규약이나 예산 등에 전혀 근거가 없는 퇴직위로금 명목의 돈을 지급받았다는 점에서 죄질과 범정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는데다가, 관리비가 입주민 등 전체를 위한 공금이라는 경각심이 있었거나 자신의 이익보다 단체의 공익을 우선시하고자 했더라면 과연 이 사건과 같은 방만하고 사익을 먼저 챙기는 범행이 가능했을지도 의문인 점,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 선고 이후에라도 그 판결취지를 경청하여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신의 지위나 관련 규정을 숙고해 보았더라면 잘못을 깨우칠 수 있었을 것임에도 당심에 이르기까지 청주세무서의 근로소득세 부과처분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지위가 근로자인 것으로만 알았다는 등의 아전인수격 변명으로 일관하며 잘못을 돌아볼 줄 모르는 점 등을 비롯하여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들을 두루 감안하면, 원심의 형은 적정한 것으로 판단되고 너무 가벼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는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윤성묵
판사 고춘순
판사 김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