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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3다81019 판결
[계약금반환등][미간행]
판시사항

[1] 통상의 임의대리권이 상대방의 의사표시를 수령하는 수령대리권을 포함하는지 여부(적극)

[2] 계약 체결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받은 대리인이 계약의 해제 등 일체의 처분권과 상대방의 의사를 수령할 권한까지 가지는지 여부(소극) / 아파트 등 건물의 분양업무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받은 자의 업무범위에 분양계약의 취소, 해제가 속하는 경우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다담 담당변호사 손석봉)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생보부동산신탁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백상 담당변호사 이경천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원고가 피고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 101동 1901호를 분양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사실, 피고는 입주예정일인 2011. 3. 31.까지 이 사건 아파트를 준공하지 못한 사실, 원고의 아들 소외 1이 2011. 5.경 원고 명의로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지연에 따른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피고가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입주예정기간을 2011. 11. 1.부터 2011. 12. 31.까지로 변경하는 데 동의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개별합의서를 작성한 사실을 인정하고, 소외 1에게 대리권이 없었고 표현대리가 성립하지 아니하며 원고가 추인하지도 아니하여서 이 사건 개별합의가 원고에게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입주지연에 따른 분양계약상의 약정해제권을 행사하여 분양대금의 반환 등을 구하는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개별합의의 부제소 합의에 반하여 각하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을 배척한 다음,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의 시공사 직원으로서 분양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소외 2에게 2011. 6. 이후 2, 3회에 걸쳐 ‘아들인 소외 1이 작성한 이 사건 개별합의서는 속아서 작성된 것이니 분양계약을 해제해 달라’고 요구한 사실은 인정되나, 원고가 피고의 직원도 아닌 분양사무실 직원에게 계약을 해제해 달라고 요구한 것만으로 피고에 대한 적법한 계약해제의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임의대리에 있어서 대리권의 범위는 수권행위(대리권수여행위)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것이므로 어느 행위가 대리권의 범위 내의 행위인지의 여부는 개별적인 수권행위의 내용이나 그 해석에 의하여 판단할 것이나, 일반적으로 말하면 수권행위의 통상의 내용으로서의 임의대리권은 그 권한에 부수하여 필요한 한도에서 상대방의 의사표시를 수령하는 이른바 수령대리권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다39379 판결 참조).

그리고 어떠한 계약의 체결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받은 대리인이 수권된 법률행위를 하게 되면 그것으로 대리권의 원인된 법률관계는 원칙적으로 목적을 달성하여 종료하는 것이고, 법률행위에 의하여 수여된 대리권은 그 원인된 법률관계의 종료에 의하여 소멸하는 것이므로( 민법 제128조 ), 그 계약을 대리하여 체결하였던 대리인이 체결된 계약의 해제 등 일체의 처분권과 상대방의 의사를 수령할 권한까지 가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다11276 판결 참조). 한편 아파트 등 건물의 분양업무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받은 자의 업무가 개별적인 분양계약의 체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정에 따라 그 일부 분양의 취소 내지 해제와 이에 따른 보완적인 재분양 계약의 체결 등 거래행위를 순차적, 계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필요로 하고 분양계약에 달리 정함이 없는 경우에는, 일반 거래상대방의 보호를 위하여는 이러한 모든 행위가 일률적으로 그 업무범위 내에 속한다고 보아야지, 그중에서 분양계약의 취소, 해제만을 따로 떼어 그 업무는 본인이 이를 직접 수행하든지 분양업무를 맡은 대리인에게 별도의 특별수권을 하여야 한다고 새겨서는 안 될 것이다 ( 대법원 1994. 10. 28. 선고 94다22118 판결 참조).

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4개동 440세대의 이 사건 아파트를 신축, 분양함에 있어 분양업무의 원활한 처리를 위하여 시공사에게 이 사건 아파트의 분양업무 일체를 위임한 사실, 이 사건 아파트 공급계약서에 위 위임을 명시한 조항(제18조 제7항)이 있고, 매도인(갑), 매수인(을)에 이어 시공사(병)의 기명·날인이 있는 사실, 시공사는 분양팀을 조직하고 분양사무실을 마련하여 이 사건 아파트의 분양계약체결 등 분양업무를 담당한 사실(당초 시공사 주식회사 동일하이빌은 2009. 6. 3. 주식회사 동일토건에 흡수합병됨), 분양지연에 따른 개별합의서에는 수탁시행사인 피고, 시공사인 주식회사 동일토건 및 위탁시행사인 주식회사 유니버스하우징이 모두 ‘갑’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실제 개별합의 계약체결 업무는 시공사가 위임받아 그 직원들이 담당하였고, 원고의 아들 소외 1도 시공사의 직원 소외 3에게 원고 명의로 이 사건 개별합의서를 작성해 준 사실, 원고가 2011. 6.경 분양사무실을 찾아가 시공사 직원인 소외 2에게 분양계약을 해제해달라고 했을 때 소외 2는 시공사가 아닌 피고에게 해제의사표시를 해야 한다고 안내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개별합의서가 작성되었으니 해제를 할 수 없다고 답변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 101동 1901호에 관한 분양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시공사의 분양업무 대리권의 원인된 법률관계가 목적을 달성하여 종료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순차적·계속적인 분양계약 및 개별합의의 체결과 수분양자들의 입주 시까지는 시공사의 분양업무 대리권이 그대로 존속하고 있고 시공사에게 수분양자들의 분양계약 해제의 의사표시를 수령할 권한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원고가 시공사의 분양사무실에 근무하는 소외 2에게 한 이 사건 아파트 101동 1901호에 대한 해제의 의사표시는 피고에 대하여 그 효력이 미친다고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원고가 시공사의 분양사무실 직원에게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여 피고에 대하여 적법한 해제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대리권의 범위 및 의사표시의 수령권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김용덕 박보영(주심)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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