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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1.29. 선고 2013추104 판결
시정권고재결취소등
사건

2013추104 시정권고재결취소등

원고

초석건설산업 주식회사

피고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변론종결

2014. 12. 11.

판결선고

2015. 1. 29.

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중앙해양안전심판원 2013. 7. 19.자 중해심 제2013-005호 재결 중 원고에 대한 시정권 고재결 부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이 사건 해양사고의 발생과 재결의 내용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4호증, 을 제1, 3, 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 중 '기초준설 및 케이슨 속채움 공사'에 투입하고 자 2011. 6. 3. 주식회사 거원 선박해체(이하 '거원 선박'이라고 한다)와 사이에 거원 선박 소유의 1,324톤급 무동력 부선(船)인 거원호(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고 한다)를 임대기간 12개월로 정하여 임차하는 내용의 이 사건 선박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이 사건 선박은 2011. 6. 14. 인천항에서 출항하여 2011. 6. 20, 16:00경 제주해 군기지 제1공구 건설현장에 도착하였으나, 건설 관련 주민시위로 인해 공사에 바로 투입되지 못한 채 2011. 6. 22. 15:00경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소재 화순항에 입항하여 공사투입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 이 사건 선박은 화순항에서 선수 양현 닻을 내려놓고 선미는 방파제 기초석의 강제로프에 정박용 밧줄을 묶어 대기하던 중, 2011, 8. 6. 23:00경 한반도에 근접하여 북상한 제9호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선수 닻줄과 정박용 밧줄이 끊어져 선체가 해 안가로 떠밀려 부유하다가 인근 해안 암반에 수회 부딪혀 배 밑바닥이 깨지고 구멍이 뚫리는 등 피해를 입었고, 2011. 8. 7. 07:00 서귀포시 화순항 외방방파제 등대로부터 약 288도 방향, 약 1,150미터 떨어진 북위 33도 14분 07초, 동경 126도 19분 00초 해 안가에 좌초되었다(이하 '이 사건 해양사고'라고 한다).

라.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은 2013. 7. 19. 이 사건 해양사고에 관하여 "좌초사건은 선박임차인 원고가 태풍 내습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하여 강한 바람과 높은 너울성 파도에 거원호의 선체가 심하게 동요되면서 선미 정박용 밧줄과 선수 닻줄이 절단되어 발생한 것이다. 해양사고관련자 선박임차인 원고에 대하여 시정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원인규명재결과 시정권고재결을 하였다(이하 시정권고재결 부분을 '이 사건 재결'이라고 한다).

2. 원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이하 '해양심판법'이라고 한다) 제15조 제1항 제5호는 심판관이 '전심의 심판에 관여한 경우'에는 직무집행에서 제척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전심의 심판에 관여한 경우'란 최종 심판기일과 재결의 합의에 관여함을 말하고 그 전의 심판기일이나 증거조사에 관여한 경우는 포함되지 아니한다.

원고의 주장과 같이 제1심 심판절차에서 제1, 2회 심판기일에 심판장으로 관여하였으나 제3~6회 심판기일에는 관여하지 아니한 A이 제2심 심판절차와 이 사건 재결에 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해양심판법 제15조 제1항 제5호의 '전심의 심판에 관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이에 반대되는 전제에서 심판관의 전심관여로 인해 이 사건 재결이 위법하다는 원고의 주장은 독자적인 견해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선박임대차계약의 실질은 정기용선계약에 해당하여 선박의 항행과 관리에 관련된 해기적인 사항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선박소유자인 거원선박에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이 사건 재결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박의 이용계약이 선체용선계약 또는 선박임대차계약인지 아니면 정기용선계약인지 여부는 그 계약의 취지 · 내용, 선원에 대한 실질적 지휘·감독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이용기간의 장단, 사용료 액수의 정도, 점유관계의 유무 기타 임대차 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2. 5. 선고 97다1909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변론에서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① 원고가 이 사건 선박을 거원 선박으로부터 빌리면서 체결한 선박임대차계약에 의하면 '거원선박의 선원은 원고의 현장책임자의 작업지시에 순응하여야 하며, 만약 불응하거나 작업에 태만하다고 인정되어 원고가 선원 교체를 요구할 시에는 72시간 내에 선원을 교체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제6조 제1호), '임대가동 중 필요로 하는 선박용 유류비 등 유지관리비용을 원고가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제7조 제1호), 이에 따르면 거원선박 소속 선원 B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과 선박에 대한 관리권이 원고에게 있다고 볼 수 있는 점, ② 특히 선박임대기간 중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에 관하여 '임대기간 중 작업과 관련된 인명피해 사고나 기타 사고에 대해서는 원고의 책임 하에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제6조 제2호), '피항조치를 하지 않아 발생된 손해에 대해서는 천재지변이나 불가항력적인 사고를 제외하고 원고의 책임으로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제7조 제3호), 이에 의하면 원고와 기원선박 사이의 관계에서 사고 발생시 1차적인 책임이 원고에게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점, ③ 원고의 원청회사인 삼성물산 주식회사가 작성한 문건에 의하면, 원고의 C가 작업중지와 피항결정에 따른 조치를 주관하고 작업자를 관리하며 피항지의 안전상태를 확인하는 등 태풍대비 업무를, 원고의 직원인 D가 예인담당 업무를 맡도록 되어 있는 점, ④ 실제로 원고의 C가 삼성물산 주식회사에 피항지 선정보고를 하고, 원고의 직원인 D가 거원선박의 선원인 B에게 태풍 무이파의 한반도 접근을 알리면서 이 사건 선박의 정박용 밧줄을 추가 설치하는 것을 감독하고, B로부터 이 사건 해양사고에 대한 보고를 받는 등 선박관리자로서의 업무를 수행한 점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정에 의하면, 선원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과 선박에 대한 지배관리권이 원고에게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선박의 이용계약은 선체용선계약 또는 선박 임대차계약에 해당하고,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선박을 관리하는 업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계약이 정기용선계약에 해당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해양사고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원고는 태풍에 의한 이 사건 해양사고가 '불가항력에 의한 사고'에 해당하고, 화순항으로 피항한 조치에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원고의 귀책사유를 인정한 이 사건 재결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태풍과 같은 기상상황은 변화무쌍하여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속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선박관리자로서는 태풍의 진로가 예상과 달라져 해상에 더 심한 강풍과 파랑이 일어날 경우까지 대비하여 태풍 피해가 생기지 아니하도록 선박을 안전한 장소로 피항하는 등 안전조치를 철저히 강구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으므로, 태풍의 진로가 예보된 것과는 다르게 지나감에 따라 위 선박이 정박 중이던 항구가 예상보다 더 강한 태풍권에 들게 되어 선박의 정박용 밧줄이 절단되어 표류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였던 원고에게 선박관리상의 잘못이 없다거나 불가항력에 의한 사고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1. 1. 15. 선고 88추27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 즉 ①) 태풍 무이파가 강한 바람과 집중호우를 동반하는 자연재해이기는 하나 강력한 태풍을 자주 경험하여 온 우리나라와 같은 기후여건에서 위와 같은 태풍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② 화순항은 그 위치, 구조, 시설 면에서 남쪽에서 북상하는 태풍을 대비하기에 다소 부족하고, 이 사건 태풍의 내습과 관련하여 화순항 관리센터에서 다른 창으로의 피항을 권유하기도 하였으며, 결과적으로 이 사건 선박을 포함하여 화순항에 피항하였던 선박들은 모두 태풍 피해를 입었으나, 다른 항에 피항하였던 선박들은 별다른 물적·인적 피해를 입지 아니한 점, ③ 선박관리자인 원고로서는 태풍의 진로가 예상과 달라져 해상에 더 심한 바람과 높은 너울성 파도가 일어날 경우까지 대비하여 태풍의 피해가 생기지 아니하도록 안전한 장소로 피항하는 등 안전조치를 철저히 강구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원고가 기상청의 태풍 진로에 관한 예보와 2011. 6.경 태풍 메아리(태풍 무이파보다 한 단계 낮은 태풍이다)의 내습 당시 화순항으로 피항을 하였던 경험만을 믿고서, 이 사건 선박을 이동시키기 위한 예인선을 미리 준비하여 안전한 곳으로 피항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강구하지 아니하고 화순항에서 계속 머물면서 정박용 밧줄을 보강하는 정도의 피항조치만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해양사고는 천재지변이나 불가항력적인 사고라기보다는 이 사건 선박의 관리책임이 있는 원고가 태풍에 대비하는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잘못으로 발생한 사고라고 봄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민일영

대법관박보영

주심대법관김신

대법관권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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