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6구합106062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참여자격 취소 및 참여자
격취득제한처분 취소
원고
주식회사 A
피고
중소기업청장
변론종결
2017. 6. 7.
판결선고
2017. 7. 12.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6. 12. 5. 원고에 대하여 한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참여자격 취소 처분 및 6개월 간의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참여자격 취득제한 처분을 각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레미콘, 아스콘, 콘크리트의 제조, 생산,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B는 원고 영업팀장으로 근무하는 사람이다.
나. C협동조합(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 한다)은 D을 생산하는 원고를 포함한 17개 업체(원고, E 주식회사, 주식회사 F, 주식회사 G, H 주식회사, I 유한회사, 주식회사 J, K 주식회사, L 주식회사, M 주식회사, 주식회사 N, 주식회사 0, 주식회사 P, Q 주식회사, 주식회사 R, 주식회사 S, 주식회사 T, 이하 '이 사건 회원사'라 하고 개별 업체들은 '주식회사', '유한회사'를 제외한 회사명으로 특정한다)로 구성되어 있다.
다. 원고는 2011. 7.경부터 2016. 5. 24.까지 이 사건 조합과 이 사건 회원사들 사이에 관급 D 구매 입찰(이하 '이 사건 입찰'이라 한다)에 관하여, 미리 낙찰예정사(이 사건 조합 또는 이 사건 회원사)와 들러리사를 지정하고 낙찰예정사는 미리 정한 투찰금액으로 투찰하고 들러리사는 이보다 조금 높은 금액으로 투찰하며 나머지 업체는 해당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방법으로 낙찰예정사가 낙찰받도록 하거나, 고의적으로 무응찰, 단독응찰 또는 예정가격 초과로 낙찰자를 선정하지 못하도록 하여 당초 제한경쟁 방식으로 공고된 계약을 유찰시켜 발주기관으로 하여금 수의계약 방식으로 계약방식을 전환하게 한 후 특정 업체가 수주하도록 하였다(이하 '이 사건 담합행위'라 한다).
라. B는 2016. 9. 21. '원고 영업팀장으로서 이 사건 회원사의 대표이사 등과 공모하여 이 사건 담합행위를 하여 낙찰금액 합계 54,063,620,875원 상당으로부터 파생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고 이로써 조달청 등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관급 D 구매 입찰 건에 관하여 위계 또는 기타의 방법으로 이 사건 입찰의 공정을 해하였다'는 범죄사실에 대하여 입찰방해죄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고단4187, 5376(병합), 이하 '관련 형사판결'이라 한다. B는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항소심은 2017. 2. 3. B의 항소를 받아들여 B에게 벌금 7,000,000원을 선고하였으며(서울중앙지방법원 20163816),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마. 피고는 2016. 12. 5.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한 이 사건 담합행위가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판로지원법'이라 한다) 제8조 제3항 제3호 소정의 '담합 등 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다음과 같이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 참여자격 취소 및 참여자격 취득제한 6개월(2016. 12. 8.부터 2017. 6. 7.까지)의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6, 9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처분은 다음과 같은 사유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1) 처분사유 부존재
원고가 이 사건 담합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고, 피고는 이 사건 처분사유로 원고가 조달청장으로부터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받은 사실을 들고 있는데 이는 판로지원법상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 참여자격 취소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그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2) 재량권 일탈·남용
원고는 총 1,360건의 이 사건 입찰 중 75건에만 직접 가담하고 그 중에서도 9건만 낙찰받은 점, 대기업 5개사가 전체 시장의 65%를, 중소기업 17개사가 35%를 점유하는 D 제품시장 상황상 이 사건 담합행위를 하지 않으면 원고와 같은 중소기업은 무모한 출혈경쟁을 감수해야 하는 점, 이 사건 담합행위는 실무자인 B의 일탈행위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아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D은 판로지원법 제6조에 의한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어 중소기업에게만 조달청 등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D 구매 입찰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었고, 특히 2009. 12. 29. 신설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4조에 따라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이 의무적으로 조달청장에게 위탁하여 D을 구매하게 된 것을 계기로 그 무렵부터 D의 관급시장 규모가 증가하게 되었다.
2) 실무자협의회, 대표자협의회 등의 조직
가) 이 사건 회원사는 2009. 4.경 이 사건 조합의 주도로 당시 회원사인 D생산업체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D 실무협의회 운영세칙'(이하 '이 사건 운영세칙'이라 한다)을 제정한 후 회원사 간 사급시장을 포함한 D 공급시장에서의 물량배정 및 가격유지에 관한 협의를 하였고, 이 사건 조합 주재로 정기적으로 실무자협의회(이 사건 회원사의 영업담당 임원의 모임이다. 이하 '이 사건 실무자협의회'라 한다), 대표자협의회(이 사건 회원사의 대표이사의 모임이다), 파일분과위원회, 전국 파일협의회 등을 개최하여 회원사 간 D에 관한 월별 생산 판매실적 및 재고현황 정보를 교환하며 관급시장에서의 D 납품단가를 유지시키고, 공동 감산계획을 세운 후 그 실천방법으로서 토요휴무제 등을 시행하면서 준수 여부를 점검하여 관급용 D의 생산·출고량을 조절하였다.
나) 이 사건 회원사인 17개 D 생산업체들은 모두 이 사건 실무자협의회에 참여하였다.
3) 이 사건 담합행위 방식
가) 이 사건 회원사는 관급 D 구매 입찰과 관련하여 회원사들의 활동지역, 생산 재고량, 입찰 적격점수 등을 고려하여 낙찰예정사, 들러리사, 투찰금액 수준을 정한 후 그대로 투찰하였고, 낙찰예정사 및 들러리사 이외의 회원사들은 해당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의 입찰담합을 실행하였으며, 발주기관이 공고하는 기초금액을 높이기 위하여 '무응찰, 단독응찰, 예정가격 초과응찰' 등 형태로 해당 입찰 건을 유찰시켜 특정 회원사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였다.
나) 구체적으로 원고가 개별적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경우, 원고는 내부적으로 입찰 참여 여부를 1차적으로 결정한 다음 매주 1회 열리는 이 사건 실무자협의회에서 다른 업체들과 협의를 하여 개별 입찰건에 대한 최종 입찰참여 여부를 결정하였고, 이 사건 실무자협의회에서 원고가 특정 D 납품건에 대한 배정업체로 정해지면, 원고는 예정가격 초과가 되지 않을 정도의 투찰률을 정하여 투찰을 하는 한편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할 신부업체들에게 연락을 하여 구체적인 투찰률을 알려주면서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여 원고가 낙찰을 받았고, 다른 회원사도 마찬가지였다.
4) 이 사건 운영세칙 2009년경 작성된 이 사건 운영세칙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D실무협의회 운영세칙 제5조(협의회의 임무) 협의회는 다음 각 항을 심의, 결정하고 집행한다. 1. 상호 협의에 의한 공정한 순번제 시행 및 적정가격에 관한 조정과 관장 2. 부당 행위의 감시 및 부당 투매사에 대한 공동대응 3. 관급 및 사급 입찰에 우선 순번사 결정, 대표이사회의에 상정 4. 파일업계 안정을 위한 모든 행위의 집행을 대표이사회의에 상정 제6조(제재) 파일 생산업체가 다음 각 항을 위반하여 제2조의 목적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였을 때에는 협의회의 결의에 의하여 공동으로 대응 처리한다. 1. 위반행위 적발시 해당사 대표이사에게 단체 항의방문한다. 2. 위반사에 대해서는 관급 및 사급 입찰에서 위반횟수의 2배만큼 우선순위에서 배제한다. 3. 위반사항이 업계에 피해가 큰 경우 전 회원사 2/3 이상 찬성으로 실무협의회에서 (일시, 영구) 퇴출시킬 수 있다(재가입 여부도 동일). 제7조(세부사항) 1. 순번제 운영세칙 (1) 기본 순번은 각 사 제비뽑기로 정하여 각사 순번을 정하고(기본 1회), 생산능력 업계 1, 2위의 대형사는 협의에 의하여 2회의 순번을 주어 정하며, 별도로 회원사가 인정하는 업체 는 1.5회의 순번을 줄 수 있다(전 회원사 2/3의 찬성) |
(2) 우선순번사의 선정은 기본순번을 기준으로 입찰(견적)별, 초대(요청)받은 회원사 중에 기본순번이 가장 앞선 사로 우선협상권을 주며, 이하 순번도 동일한 규칙으로 순번을 부여 한다. (3) 각 회원사는 입찰(견적)의 요청을 받았는지 여부를 집행부에 거짓 없이, 정한 시한 내 에 통지해야 할 의무를 지며 이를 어길 시에는 동 입찰(견적) 건에서 불이익이 발생하더라 도 감수해야 한다. (4) 각 입찰(견적)별 우선순번사는 협의회가 정한 단가로 낙찰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 여야 하며 이를 사전 협의 없이 어길 시에는 제재할 수 있다. (4-1) 각 입찰(견적)별 우선순번사는 하위순번사에 입찰 가격, 결제조건 등을 수시 협의 결 정하여 통보하고 관리해야 한다. (5) 입찰(견적)별 물량의 다소에 따라 우선협상사는 그 순번을 이해관계가 맞는 하위순번사 등과 순번의 교체를 할 수 있다(회의참석사 2/3 찬성). (6) 입찰 순번에서 반칙행위로 우선순번에서 탈락할 경우 반칙사는 꼭 이행하여야 하며, 만 일 이를 또 어길시 중징계한다(중징계는 긴급회의를 소집하여 회원사 2/3 찬성으로 정한 내 용을 대표이사회의에 보고 실행한다). |
5) 관련 형사판결
원고 영업팀장인 B 이외에도 이 사건 조합의 이사장, 이 사건 회원사의 대표이사 또는 임직원 등도 2011. 7.경부터 2016. 5. 24.까지 위와 같은 담합행위를 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공동피고인으로 기소되었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관련 형사판결에서 '피고인들(B 포함)이 수년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행한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한 범행의 규모가 큰 점,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을 악용하여 입찰의 공정성을 크게 해한 점, 그 수단에 있어서도 죄질이 좋지 않은 점, 피고인들이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하여 취득한 이득은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점, 범행의 관여정도 및 인식정도, 낙찰가액의 크기와 더불어 참여횟수도 고려, 이 사건 담합행위의 구심체 역할을 한 이 사건 조합에서 법적인 책임을 부담할 지위에 있는지 여부, 범행으로 인한 수익의 궁극적인 귀속자인 실사주 내지 최종적인 책임을 부담할 대표이사인지, 실무자인지 여부' 등을 고려하여, V(이 사건 조합의 이사장 겸 I 대표이사)에 대하여는 징역 1년을, W(이 사건 조합의 전무이사)에 대하여는 입찰방해죄 및 뇌물공여죄로 징역 1년을, X(이 사건 조합의 전략기획실장)에 대하여는 입찰방해죄 및 사기죄로 징역 3년을, Y(E 대표이사), Z(F 대표이사), AA(H 대표이사), AB(J 대표이사), AC(K 대표이사)에 대하여는 각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AD(M 대표이사), AE(N 대표이사), AF(O대표이사), AG(P 대표이사), AHQ 대표이사), AI(R 대표이사), AJ(T 대표이사)에 대하여는 각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AK(E 대표이사), AL(G 상무이사), AM(H 전무이사), ANI 관리부장), AO(J 영업팀장), AP(K 영업이사), AQ(L 영업팀 차장)에 대하여는 각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각 선고하였다(항소심에서는 V, W, X, AJ이 잘못을 뉘우치는 등의 사정이 감안되어 V, W에 대하여는 각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X에 대하여는 징역 2년, AJ에 대하여는 벌금 1,000만 원이 각 선고되었다).
라. 판단
1) 적용 법령
행정처분의 적법 여부는 그 행정처분이 행하여진 때의 법령과 사실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1981. 12. 8. 선고 80누412 판결), 제재적 행정처분의 경우에는 위법 행위 시점의 법령과 사실관계에 따라 행정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바(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누383 판결, 대법원 1987. 1. 20. 선고 86누63 판결 각 참조), 이 사건 처분은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 참여자격을 취소하고, 참여자격 취득을 6개월간 제한하는 처분'으로서 제재적 행정처분이므로 행위시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현행 판로지원법(2016. 1. 27. 법률 제13866호로 개정된 것) 제8조 제3항은 '중소기업청장은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참여자격을 취소하거나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정지할 수 있다.
다만,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참여자격을 취소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제3호에서 '담합 등 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를 들고 있고, 같은 조 제5항은 '중소기업청장은 참여자격을 취소한 경우에는 취소한 날부터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참여자격 취득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위 규정은 2016. 4. 28.부터 시행되었는데 부칙에서 위 규정들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구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2011. 3. 30. 법률 제10504호로 개정되어 2011. 7. 1.부터 시행되고 2016. 1. 27. 법률 제138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판로지원법'이라 한다) 제8조 제3항은 '중소기업청장은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참여자격을 취소하거나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정지할 수 있다. 중소기업청장은 참여자격을 취소한 경우에는 취소한 날로부터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참여자격 취득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제3호에서 '담합 등 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를 들고 있고, 위 규정은 2011. 3. 30. 개정되어 2011. 7. 1.부터 시행되었는데 부칙에서 위 규정들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하 '판로지원법 시행규칙'이라 한다) 제4조,1) [별표 1] 제3호는 판로지원법 또는 구 판로지 원법 제8조 제3항 제3호에 따른 담합 등 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 '참여자격 취소'와 '참여자격 취득 제한 기간 6개월'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 담합행위가 2011. 7.부터 2016. 5. 24.까지 있었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위 규정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담합행위 중 2011. 7.부터 2016. 4. 27.까지의 행위는 구 판로지원법 제8조 제3항 제3호, 판로지원법 시행규칙 제4조, [별표 1] 제3호가, 2016. 4. 28.부터 2016. 5. 24.까지의 행위는 판로지원법 제8조 제3항 제3호, 판로지원법 시행규칙 제4조, [별표 1] 제3호가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2) 처분사유의 존부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갑 제4, 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담합행위는 경쟁의 공정한 집행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으므로 판로지원법 또는 구 판로지원법 제8조 제3항 제3호 소정의 '담합 등 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
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원고를 포함한 이 사건 회원사는 2009. 4.경 이 사건 조합의 주도로 당시 회원사인 D 생산업체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이 사건 운영세칙을 제정한 후 회원사간 사급시장을 포함한 D 공급시장에서의 물량배정 및 가격유지에 관한 협의를 하였고, 이 사건 조합 주재로 정기적으로 이 사건 실무자협의회, 대표자협의회, 파일분과위원회, 전국 파일협의회 등을 개최하여 회원사 간 D에 관한 월별 생산·판매실적 및 재고 현황 정보를 교환하며 관급시장에서의 D 납품단가를 유지시키고, 공동 감산계획을 세운 후 그 실천방법으로 토요휴무제 등을 시행하면서 준수 여부를 점검하여 관급용 D의 생산·출고량을 조절하였다.
나) 이 사건 담합행위의 방식에 관하여, 이 사건 회원사는 관급 D 구매 입찰과 관련하여 회원사들의 활동지역, 생산 재고량, 입찰 적격점수 등을 고려하여 낙찰 예정사, 들러리사, 투찰금액 수준을 정한 후 그대로 투찰하였고, 낙찰예정사 및 들러리사 이외의 회원사들은 해당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의 입찰담합을 실행하였으며, 발주기관이 공고하는 기초금액을 높이기 위하여 '무응찰, 단독응찰, 예정가격 초과응찰' 등 형태로 해당 입찰 건을 유찰시켜 특정 회원사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 B는 '원고의 영업팀장으로서 이 사건 회원사와 공모하여 이 사건 조합 및 이 사건 회원사들 간에 관급 D 구매 입찰 건에 관하여, 위와 같은 담합행위를 하여 총 9회에 걸쳐 낙찰금액 합계 14,375,407,749원 상당으로부터 파생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으며, 이로써 이 사건 회원사의 대표이사 등과 공모하여, 조달청 등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관급 D 구매 입찰 건에 관하여 위와 같이 위계 또는 기타의 방법으로 해당 입찰의 공정을 해하였다'라는 범죄사실에 대하여 입찰방해죄로 유죄판결을 선고 받았고, 위 판결은 확정되었다.
라) 관련 형사판결은 B가 다른 공동피고인들과 함께 수년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행한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한 범행의 규모가 크고,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을 악용하여 입찰의 공정성을 크게 해하였으며, 그 수단에 있어서도 죄질이 좋지 않고, 이들이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하여 취득한 이득은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가며, 범행의 관여정도 및 인식정도, 낙찰가액의 크기와 더불어 참여횟수 등을 고려하여 양형을 정하였는데, 원고가 이 사건 담합행위로 낙찰받은 횟수가 9건, 낙찰 금액이 약 143억 원에 이른다.
마)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사건 담합행위에 대하여 시정조치를 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하지는 않았는데, 이는 이 사건 담합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지, 이 사건 담합행위가 담합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은 아니다.
바) 피고는 이 사건 처분에 관한 사전통지서에도 원고가 이 사건 담합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을 처분사유로 명시하였고, 원고가 조달청으로부터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받은 사실을 이 사건 처분사유로 삼고 있지는 않다.
3)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할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가) 판로지원법에 의하면, 피고는 중소기업자가 담합 등 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위 중소기업자의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 참여자격을 취소하여야 하고(제8조 제3항 제3호), 피고는 참여자격을 취소한 경우에는 취소한 날부터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참여자격 취득을 제한할 수 있다(제8조 제5항). 한편 구 판로지원법에 의하면, 피고는 중소기업자가 담합 등 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위 참여자격을 취소하거나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정지할 수 있고, 참여자격을 취소한 경우에는 취소한 날로부터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참여자격 취득을 제한할 수 있다(제8조 제3항 제3호).
다)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이 부령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그것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고, 당해 처분의 적법 여부는 위 처분기준만이 아니라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므로, 위 처분기준에 적합하다 하여 곧바로 당해 처분이 적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위 처분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아니하거나 위 처분기준에 따른 제재적 행정처분이 그 처분사유가 된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위 처분기준에 따른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는데(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두6946 판결 참조), 판로지원법에 따른 계약에서 담합 등 부당한 행위를 하는 중 소기업자에 대하여 일정 기간 경쟁입찰 참여자격을 정지하거나 참여자격을 취소함으로써 공공기관이 입게 될 손해를 미연에 방지할 공익상의 필요가 상당하고, 그 제재 사유 및 제재의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처분기준이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원고가 총 1,360건의 이 사건 입찰 중 75 건에만 직접 가담하고 그 중에서도 9건만 낙찰받은 것은 사실이나, 위와 같이 낙찰받은 건 외에도 이 사건 조합을 통한 이 사건 담합행위 전체에 직, 간접적으로 가담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마) 이 사건 회원사 대부분은 그 대표이사나 임원 등이 입찰방해죄로 처벌받았으나, 원고는 영업팀장인 B가 입찰방해죄로 처벌받았을 뿐 대표이사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원고가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한 이익을 얻어온 점, 원고도 B가 모든 업무를 알아서 처리하고 납품수량 및 금액만 보고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어 B에게 포괄적인 대리권을 수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 이 사건 처분을 하는 것이 부당하지 않다.
바)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대기업 5개사가 전체 시장의 65%를, 중소기업 17개사가 35%를 점유하는 D 제품시장 상황상 이 사건 담합행위를 하지 않으면 원고와 같은 중소기업은 무모한 출혈경쟁을 감수해야 하는 등 이 사건 담합행위가 불가피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방승만
판사김종찬
판사임한아
주석
1) 위 조항은 2011. 7. 8. 지식경제부령 제193호로 개정되어 2011. 7. 1. 시행된 후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