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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21.4.27. 선고 2020구합69649 판결
영업정지처분취소
사건

2020구합69649 영업정지처분취소

원고

*

피고

*

변론종결

2021. 3. 30.

판결선고

2021. 4. 27.

주문

1. 피고가 2019. 10. 25. 원고에게 한 1개월 15일(2019. 11. 6. ~ 2019. 12. 20.)의 문화재수리업 영업정지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주식회사 ○○(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은 종합문화재수리업(업종 : 보수단청업) 등록을 위하여 소외 C로부터 2012년 8월경부터 2013. 6. 27.까지 보수 기술자격증을 대여받고 그 대가로 2,520만 원을 지급한 후 종합문화재 수리업, 건축공사업 등을 영위하였다. 2015년경 위 사실이 발각되자, C와 이 사건 회사 및 대표이사 D는 2015. 10. 5. 문화재수리등에관한 법률위반죄로 각각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지방법원 ○○지원 2015고약****, 이하 ‘이 사건 약식명령’이라 하고, 그 위반내용을 '이 사건 위반행위'라 한다).

나. 이 사건 회사는 2016. 4. 18. 피고에게 상호를 현재 원고의 상호인 'A'로 변경하고 영업장을 △△시에서 ▽▽시로 이전한다는 내용의 등록사항변경신고를 한 다음 종합문화재 수리업, 일반 건축공사업 등의 영업행위를 계속하였다.

다. 이 사건 약식명령이 확정된 이후에도 원고 소재지의 관할관청인 ◇◇도지사나 피고는 이 사건 회사나 원고에게 이 사건 위반행위와 관련하여 아무런 제재처분을 하지 않고 있었다.

라. 감사원이 문화재청에 대하여 2018년 7월경 실시한 감사에서 그 때까지 원고에게 이 사건 위반행위에 대한 아무런 제재처분을 하지 아니한 사항이 지적되자, 문화재청장은 2019. 3. 9. 피고에게 원고에 대한 제재처분 등의 조치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였다.

마. 이에 따라 피고는 2019. 4. 30. 원고에게 이 사건 위반행위를 이유로 영업정지 3개월의 처분을 할 것이라는 내용의 사전통지를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위반행위 후 이 사건 회사의 주주 구성과 경영진, 직원이 거의 모두 변경되어 사실상 다른 회사가 되었으므로 기존의 이 사건 회사가 한 이 사건 위반행위로 원고가 불이익을 받는 것은 부당하고, 위반행위일로부터 5년 이상이 경과한 시점에 영업정지 처분을 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여 신뢰보호와 실권의 법리에 위반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바. 피고는 청문절차를 거쳐 영업정지 3개월을 1/2로 감경하기로 하여 2019. 10. 25. 원고에게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이하 '문화재수리법'이라 한다) 제49조 제1항 제9호에 의하여 1개월 15일간(2019. 11. 6.부터 2019. 12. 20.까지) 영업을 정지한다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사.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2019. 11. 1. 행정심판을 청구하였으나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2020. 6. 16.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고는 2020. 7. 8.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5, 내지 7, 10 내지 15호증, 을 제1,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처분은 다음과 같은 실체적 하자가 있으므로 위법하다.

1) 첫째, 이 사건 위반행위 후 이 사건 회사는 주주 구성과 경영진 및 직원 구성이 거의 모두 변경되었고 영업장소도 △△에서 ▽▽로 변경되는 등 사실상 다른 회사가 되었으며, 그 이후에는 아무런 위반행위를 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현재의 원고 회사는 실질적인 의무위반자가 아님에도 피고가 기존의 이 사건 회사가 저지른 이 사건 위반행위를 이유로 원고에게 불이익을 주는 제재처분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

2) 둘째, 피고는 이 사건 회사의 이 사건 위반행위 사실을 알면서도 장기간 아무런 제재처분을 하지 않다가 위반행위 종료일인 2013년 6월경부터 6년 이상의 기간이 지난 2019년 10월에서야 원고에게 이 사건 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실권(실효)의 법리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하다.

3) 셋째, 이 사건 위반행위로 인하여 문화재 수리 과정에 하자 등 실질적 손해가 발생하지는 않은 점, 이 사건 위반행위 후 이 사건 회사의 인적 · 물적 토대가 완전히 변경된 상태에서 6년 이상의 장기간이 지났고 원고가 그 기간 동안 아무런 위반행위를 한 바 없는 점, 피고가 약 6년 전의 위반행위에 관하여 오랜 기간이 지나서 영업정지라는 제재처분을 하는 것은 원고에게 예상지 못한 큰 불이익을 주어 지나치게 가혹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이다.

나. 판단

1) 원고가 이 사건 위반행위의 실질적 당사자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하여(원고의 첫 번째 주장에 대하여)

가) 회사를 양수한다는 것은 첫째로 영업 주체인 회사로부터 영업 일체를 양수하여 회사와는 별도의 주체인 양수인이 양수한 영업을 영위하는 경우, 둘째로 회사의 주식이나 지분권을 그 소유자로부터 양수받아 양수인이 회사의 새로운 지배자로서 회사를 경영하는 경우로 통상 구분된다. 첫째의 경우는 영업의 주체인 회사가 양도인이 되어 양수인과 계약을 체결하고 양도·양수 후에도 양수인은 그 회사와는 별도의 주체로서 양수한 영업을 영위하는 것이나, 둘째의 경우는 영업 자체를 양도·양수하는 것이 아니라 영업의 주체인 회사의 주식이나 지분권을 양도·양수하는 것이고(대법원 1995. 8. 25. 선고 95다20904 판결, 1999. 4. 23. 선고 98다45546 판결 등 참조), 이 경우에는 그 양도·양수를 전후하여 회사의 주식 또는 지분권을 소유하는 주주 또는 지분권자만 달라질 뿐이며 회사의 법인격 자체는 아무런 변동이 없이 그대로 유지·존속한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31163 판결 등 참조).

나) 갑 제1, 3, 4, 7, 1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의 현 대표이사인 H 등과 그 가족이 2015. 3. 6. D 등으로부터 이 사건 회사의 주식 전부를 일괄 양수하면서 이 사건 회사의 경영권도 함께 취득한 사실, H 등은 2016. 4. 18. 이 사건 회사의 상호를 현재 원고의 상호로 변경하고 영업장을 △△시에서 ▽▽시로 이전한 사실, H는 2016. 6. 2. 원고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H 등의 위 주식 및 경영권 양수와 원고로의 상호 변경 전후로 원고의 주주 및 경영자만 변경되었을 뿐 그 법인격은 아무런 변동이 없이 그대로 유지 · 존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위반행위의 실질적 당사자가 아니라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실효의 법리 등 위반 및 재량권의 일탈 · 남용 주장에 대하여(원고의 두 번째 및 세 번째 주장에 대하여)

가) 행정법상 실권 또는 실효의 법리는 법의 일반원리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바탕을 둔 파생원칙인 것이므로 공법관계 가운데 관리 관계는물론이고 권력관계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그것은 본래 권리행사의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리자가 장기간에 걸쳐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의무자인 상대방은 이미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게 되거나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추인케 할 경우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가 될 때 그 권리 행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88. 4. 27. 선고 87누915 판결 등 참조).

일반적으로 제재적 행정처분이 사회통념상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하였는지의 여부는 처분사유인 위반행위의 내용과 당해 처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목적 및 이에 따르는 제반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 침해의 정도와 그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 교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0. 5. 22. 선고 90누1571 판결, 대법원 1993. 12. 21. 선고 93누16796 판결 등 참조).

나)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각 증거 등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은 신의성실의 원칙 등을 위반하거나,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추어 원고가 입을 불이익이 지나치게 가혹하여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판단된다.

(1) 이 사건 처분은 이 사건 위반행위가 모두 종료한 2013년 6월경으로부터

약 6년 4개월이 경과한 2019. 10. 25.에야 이루어졌다. 그 지체된 기간은 이 사건 처분의 근거규정이 정한 영업정지기간 상한(3년)의 2배를 초과한다.

이 사건 약식명령은 2015. 10. 5.경 내려졌고, 그에 따라 주무관청인 문화재

청은 이 사건 위반사실을 인식하고 2016. 9. 6.경 명의대여자인 I에게 자격정지 1년 처분을 하였으며 그 처분사실을 곧바로 관할관청인 피고에게 통보하였다. 그럼에도 감사원이 2018년 7월경 문화재청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여 그 감사결과에 따라 문화재청장이 2019. 3. 6.경 피고에게 행정처분을 요구할 때까지, 관할관청이던 충남도지사나 피고 모두 이 사건 위반행위에 대하여 전혀 문제삼지 않았다.

그리하여 원고에게는 오랜 기간 아무런 제재처분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고,

원고는 이전과 같이 평온하게 종합문화재수리업과 건축공사업을 계속 영위하며 사업규모를 키워 왔으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더 이상의 제재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믿게 되었을 여지가 크다.

이러한 사정 아래서 새삼스럽게 원고에 대하여 약 6년 4개월 전의 이 사건

위반행위를 이유로 영업정지라는 제재를 가하는 것은 원고의 신뢰이익과 법정 안정성을 빼앗는 가혹한 결과가 된다.

(2) 원고가 수주하여 시공한 공사의 총 기성금액은 2016년에는 약 5억 원,

2017년에는 약 19억 원, 2018년에는 약 8억 원이었다가, 2019년에는 약 38억 원에 이르렀고, 2020년 7월까지는 수주한 총 공사 계약금액은 17억 원에 이르는 등 사업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였다(갑 제9, 16호증 참조). 이처럼 원고의 사업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됨으로써 이 사건 위반행위 당시보다 현재 이 사건 처분으로 입게 될 원고의 영업상 손실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하였다고 볼 수 있고, 이 사건 처분이 원고의 대외적인 신용과 신뢰도에 상당한 악영향을 주게 되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하면, 원고가 장래 입게 될 무형의 불이익도 상당하다.

이에 비하여 이 사건 위반행위 후 6년 이상이 경과한 시점인데다가 위반행

위 당시와는 원고의 주주와 경영자 등 내부 구성원이 대부분 교체된 상황 아래서는 이 사건 처분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장래 위반행위를 예방한다는 공익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보인다.

(3) 이 사건 처분의 근거법률인 문화재수리법제49조에서 자격증 대여 등 위반행위를 한 업체에 대하여 영업정지 등 제재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제재처분의 제척기간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관할관청이 아무런 시기적 제한 없이 오래 된 과거의 위반행위를 문제삼아 영업정지 등의 침익적 행정처분을 무제한적으로 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없다.

오히려 다음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비록 문화재수리법이 명시적으로 위반행

위에 대한 제재처분의 제척기간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관할관청이 제재처분을 할 수 있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위반행위 종료일로부터 5년 이상 경과한 후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의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침해하는 지나치게 과도한 처분으로 보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즉 ① 영업정지처분은 기업으로 하여금 일정 기간 일체의 영업활동을 중지

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과징금이나 과태료 등 금전의 부과나 입찰참가제한처분 등 기업에 대하여 행정청이 하는 영업취소를 제외한 다른 침익적 처분보다 침해의 정도가 크다. ② 행정청이 과거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아무런 처분을 하지 않고 있다가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 시기적인 제약 없이 영업정지처분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게 되면 행정청이 자의적으로 제재처분의 시기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이에 따라 기업이 입는 실질적인 피해의 정도가 현저히 달라지게 됨으로써 책임주의에 위반될 여지가 커진다. ③ 이 사건 변론종결일 전인 2021. 3. 23. 시행된 행정기본법은 행정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국민의 법적 지위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제23조에서 제재처분의 제척기간에 관하여 '법령 등의 위반행위가 종료된 날부터 5년이 지나면 해당 위반 행위에 대하여 제재처분(인허가의 정지ㆍ취소ㆍ철회, 등록 말소, 영업소 폐쇄와 정지를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이 아직 시행 전이어서 이 사건에 직접 적용할 수 없지만 이러한 행정기본법 규정의 취지는 그 시행 전이라도 행정청이 재량권을 적절하게 행사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④ 원고와 같은 건설업자에게 적용되는 또 다른 법령인 건설산업기본법 제83조 제6호, 제84조의2 제2호는 국가기술자격증 등을 다른 자에게 빌려 건설업의 등록기준을 충족시킨 자에 대하여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거나 1년 이내의 영업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이에 대해서는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5년의 기간이 지난 경우에는 영업정지, 과징금의 부과 또는 건설업 등록의 말소를 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여, 이 사건과 유사한 자격증 대여행위에 대한 제재처분에 5년의 제척기간을 두고 있다(이는 2013. 6. 19.부터 시행되었다). 이러한 유사업종에 관한 법적 규율의 내용과 취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3항, 1항은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담합 또는 관계 공무원에 대한 뇌물을 교부하는 행위를 제외한 일반 부정당행위에 대하여는 그 행위가 종료된 때로부터 5년이 지난 경우에는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 등 영업정지처분보다 침익성이 적은 입찰참가제한처분에 대해서도 5년의 제척기간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제척기간 조항 역시 행정청이 제재처분의 시기를 자의적으로 선택할 수 없도록 하여 국민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규정이다.

그럼에도 피고는 이러한 여러 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원고의 위반행위가 경

과실에 불과하거나, 문화재의 피해가 경미하다는 사정 등만을 주로 고려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갑 제14호증 참조).

(4) 이 사건 위반행위로 인하여 부실시공 등 문화재에 실질적인 피해를 초래

하였다고 볼 자료는 없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현재까지 문화재 수리법 등의 법령 위반행위를 저지른 바 없다.

다) 결국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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