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08고합513 미성년자간음, 미성년자추행
피고인
A (88년생, 남)
검사
유진승
변호인
변호사 강경철(국선)
판결선고
2008. 12. 26.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약 2년 전부터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지적 장애 2급이자 미성년자인 피해자 V(여, 16세)를 알게 되었다.
가. 피고인은 2008. 7. 13. 09:00경 부산 사하구 소재 XX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피해자를 간음할 것을 마음먹고 그녀를 그 곳으로 불러 낸 후 강제로 그녀의 손을 잡아끌고 운동장 구석에 있는 의자로 데리고 가 옷을 벗겨 위력으로써 피해자를 1회 간음하고,
나. 피고인은 2008. 7. 17. 07:00경 부산 사하구 소재 XX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그 곳에서 아침운동을 하고 있는 피해자를 보고 강제추행할 것을 마음먹고, 강제로 그녀의 손을 잡아끌고 운동장 구석으로 데리고 가 피해자의 옷을 모두 벗긴 후 가슴과 음부를 만져 위력으로써 피해자를 추행하였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는 피해자 V의 이 법정 및 수사기관에
서의 각 진술, 증인 B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 C의 고소장, 복지카드사본, 메모지, 진단서 등이 있다. 이하 그 진술 등의 신빙성 여부를 검토하기로 한다.
나. 피해자의 진술내용과 평가
피해자는 ①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미성년자추행의 점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는 메모지의 내용에 대하여, 경찰 조사과정에서는 경찰관이 '범행일자를 어떻게 기억하느냐'고 질문하자, "우리 집에 종이에다가 적어 놨어요.", "A가 7월 17일날 건드렸다고 적어 놨어요."라고 하다가, 이 법정에 이르러서는 변호인이 반대신문과정에서 '왜 그러한 메모지를 작성하였는가'라고 질문하자, "조사하는 여자경찰관이 메모를해 놓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쪽지에 제가 직접 쓴 것입니다."라고 답변하였다. 이어 이러한 메모지가 경찰조사받기 전에 작성된 것이 아니라 조사 후에 경찰관의 권유에 의하여 작성된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덧붙이고 있다. ② 강제추행의 점에 대하여는 위와 같이 메모지를 작성하여 두었다고 진술하면서도, 그보다 범행 정도가 더 중하고 불과 나흘 전에 있었다는 미성년자간음의 점에 대하여는 아무런 메모도 작성하여 두지 않았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너무 빨리 적다 보니까 13일 것은 적지 못했다"라는 취지의 애매하고 자신 없는 대답을 하고 있다. ③ 2008. 7. 20. 피해자에 대한 제1회 경찰조사가 1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이에 조서 열람시간까지 더하면 1시간 20분이란 오랜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그동안 피해자는 2008. 7. 17. 강제추행의 점에 대하여만 진술하고, 간음의 점에 대하여는 일체 진술을 하지 않다가, 같은 달 21.에 진행된 제2회 경찰조사에서 갑자기 피고인의 강간사실을 이야기하고 있고, 이처럼 갑자기 그 사실을 이야기하게 된 동기에 관하여는, 제1회 조사 말미에 경찰관으로부터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한 사실이 있는가를 질문 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④ 제1회 경찰조사 끝부분에 경찰관이 피해자를 상대로 한, 강간사실이 있었는지의 질문에 대하여는, 피해자가 웃으면서 "아니오, 그런 것은 없어요."라고 답변하여 강간 피해를 부정하는 내용의 답변을 한 바 있다. ⑤ 미성년자간음의 점에 대한 공소사실 기재의 시점은 2008. 7. 13. 09:00 경이고, 미성년자강제추행의 점에 대한 공소사실 기재의 시점은 같은 달 17. 07:00로 당시는 여름철이어서, 각 그 무렵이면 일출이후의 시간으로 주변 사물의 식별이 충분히 가능하고, 인근 주민들 중 몇 사람 정도는 아침 운동을 위하여 그곳에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런 시간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상대로 학교 운동장에서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을 자행하였다고는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특히 같은 달 17. 07:00경에는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학교운동장에 운동 중인 주민이한, 두명 있었다는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⑥ 2008. 7. 11. 교도소에서 출소한 피고인이 그 후 불과 이틀 만에 피해자를 학교운동장에서 강간하였다는 것 또한 쉽사리 납득할 수 없다. ⑦ 그 중에서도 특히 피고인이 저질렀다는 강제추행의 점에 대하여는 '경찰조사 당시의 진술'과 '검찰조사 이후 이 법정에서의 진술' 간에 차이가 있기는 하나, 강간의 점에 대하여는 경찰 제1회 조사 이후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를 부인하고 있는바, 그 진술의 전후 내용과 경위에, 자신의 죄책을 은폐하기 위한 무슨 특별한 사정 등이 포함된 것으로 의심되는 징후는 보이지 아니한다. ⑧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에 대한 이 법정에서의 주신문 내용은 검사의 질문에 대하여 피해자가 수동적으로 '예'라고 답변하고 있을 뿐이어서 이로부터 공소사실의 중요부분에 대한 어떤 믿을 만한 진술이 있은 것으로 볼 수 없다. 이상의 정황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피해자가 지적장애 2급의 장애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한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을 근거로 피고인의 죄책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다. 증인 B의 진술내용과 평가B는 법정에서, ①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강간이나 강제추행 사실에 대한 증언을 했다기보다는 그가 운영하는 노점상에 피고인이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며 영업을 방해한 사실에 대한 증언을 한 것이어서, 그로써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② 고소장의 제출에 관하여는, 비록 C의 이름으로 작성되었으나 실제는 B가 작성하여 제출하였다는 것으로, 그 내용은 증인이 직접 피해자로부터 들은 내용이 아니고 증인의 처인 C가 피해자로부터 들은 내용을 B가 전해 듣고 이를 바탕으로 작성하였다는 것이어서, B가 C로부터 전문한 내용 이외에는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과 관련하여 알고 있는 사실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③ 증인신문과정 중에 검사의 주신문에 대하여는 고소장과 같은 내용을 C를 통하여 전해 들었다고 이야기를 하다가, 변호인이 반대신문과정에서 "최근에 고소장 내용과 같이 2008. 7. 17. 7시에 XX초등학교에서 증인의 딸이 피고인에게 추행을 당했다는 말을 누구로부터 들은 적이 있는가 요."라고 질문하자 "듣지 못하였습니다."라고 답변하여 전혀 주신문내용과 부합하지 않는 답변을 한 바 있고, 나아가 변호인이 C가 고소한 것을 전제로 하여 그러한 내용을 알고 있느냐고 질문하자 자신이 고소장을 제출하였다고 진술한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마치 C가 고소장을 제출한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자신은 그 내용을 잘 모른다고 답변하는 등 전후 사정과 경위에 반하는 진술을 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된 증인 B의 대체적인 진술내용과 과정에 전후 일관성이 없고, 공소사실에 관한 부분이 없어서 그 진술에 피고인의 죄책을 인정할 만한 자료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할 것이다.
라. C가 작성한 고소장의 내용과 그 증거가치 나아가, ① C가 작성했다는 고소장은 피고인의 강제추행의 점에 대한 내용만을 포함하고 있고, 강간의 점에 대한 고소의 내용은 포함하고 있지 않아, 이를 미성년자간음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② 증인 B의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고소장은 C에 의하여 작성되었는지, B에 의하여 작성되었는지도 불분명하고, 그 내용 또한 전해들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전제로 하는 고소장의 내용 또한 그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마. 결론
따라서 피해자 V와 증인 B의 각 진술, C의 고소장은 모두 이를 믿기 어렵고, 기타 검사 제출의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며, 그밖에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종전의 성격과 행동에 비추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범행이 있었으리라는 의심이 전혀 없는 바는 아니지만, 증거에 의하면, 적어도, 공소장에 적시된 그 시점의 장소에서 그 기재와 같은 피고인의 범행에 관하여는 그것이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위와 같은 합리적 의심이 있고, 이러한 의심을 배제할 만한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가 없는 이상, 이 사건 공소사실은 결국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고종주
판사김태규
판사허익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