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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법 2012. 2. 15. 선고 2011가합20056 판결
[석사학위취소처분취소] 항소[각공2012상,457]
판시사항

[1] 학칙의 성질 및 그 해석 방법

[2] 갑 대학교가 을의 석사학위논문이 다른 사람의 논문을 표절한 것이라는 이유로 을에 대한 석사학위수여를 취소한 사안에서, 학위수여취소가 갑 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 규정을 위반하여 위법하게 이루어진 표절 결정에 근거하였고, 취소 과정에 학칙 위반의 하자도 인정된다는 등 이유로 무효라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학칙은 재판의 준거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법규에 유사한 성질을 가지므로,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법해석의 원칙이 학칙의 해석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2] 갑 대학교가 을의 석사학위논문이 다른 사람의 논문을 표절한 것이라는 이유로 을에 대한 석사학위수여를 취소한 사안에서, 갑 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가 표절 결정 당시 예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예비조사를 진행하지 아니하였고 을에게 표절 결정을 통지하지 아니하여 재심의를 요청할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위 표절 결정은 갑 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 규정을 위반하여 위법하게 이루어졌고, 위와 같이 위법한 표절 결정에 근거한 학위수여취소 역시 위법하며, 갑 대학교 대학원 학칙에서 학위수여취소사유로 정한 ‘학위를 받은 자로서 학교 명예를 손상하는 행위가 있을 때’는 ‘학위를 받은 다음, (학위를 수여받은 본인이) 학교 명예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로 해석하는 것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한데, 을의 석사학위논문 표절 행위는 석사학위 취득 전에 있었고, 을의 석사학위논문 표절이 언론에 보도된 것 자체를 가지고 ‘을이 학교 명예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갑 대학교 대학원위원회가 위 학칙에 근거하여 학위수여취소를 결정한 것에는 하자가 있다는 등 이유로, 학위수여취소가 무효라고 한 사례.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이준 외 1인)

피고

학교법인 한양학원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푸른 담당변호사 홍진원)

변론종결

2012. 2. 1.

주문

1. 피고가 2011. 5. 9. 원고에게 한 석사학위취소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의 석사학위 취득

원고는 1977년경 피고가 설립·운영하고 있는 한양대학교 산업경영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하여, 1978. 12.경 위 석사과정을 수료하면서 ‘ (논문 제목 생략)’이라는 제목의 석사학위논문(이하 ‘원고의 석사학위논문’이라 한다)을 제출한 다음, 1979. 2.경 한양대학교 산업경영대학원(이후 학제가 개편되어 ‘공학대학원’으로 변경되었다)으로부터 공학석사학위를 받았다.

나. 한양대학교의 석사학위 취소

1) 원고는 2011. 3. 26. 소외 ○○대학교의 총장으로 취임하였는데, ○○대학교의 운영과 관련하여 소외 ‘범시민학교법인 ○○대학 미래발전위원회’라는 단체와 대립하였고, 그 과정에서 ‘원고의 석사학위논문이 소외인의 경희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 석사학위논문을 표절한 것’이라는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고, 나아가 위 미래발전위원회는 2011. 4. 중순경 한양대학교에 원고의 석사학위논문의 표절 사실을 제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제보’라 한다).

2) 한양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는 2011. 4. 29. 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의 석사학위논문이 소외인이 1976년경 작성한 경희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 석사학위논문을 표절하였다’는 결정을 내렸다(이하 ‘이 사건 표절 결정’이라 하고, 소외인이 1976년경 작성한 경희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 석사학위논문을 ‘ 소외인의 논문’이라 한다).

3) 한양대학교 대학원위원회는 2011. 5. 9. ‘원고의 석사학위논문은 한양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심의 결과 표절로 판정되었으므로, 그 결과를 송부받은 공학대학원 위원회가 해당 논문이 표절된 것임을 확인하고, 대학원 학칙 제48조에 의하여 석사학위를 취소’하기로 결정하였고, 이에 한양대학교는 원고에 대한 석사학위수여를 취소하였다(이하 ‘이 사건 학위수여취소’라 한다).

다. 한양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 규정 등 관련 규정

■ 연구진실성위원회 규정

제1조 (목적) 본 규정은 연구윤리 및 진실성을 확립하고 연구부정행위를 사전에 예방하며, 연구부정행위 시 공정하고 체계적인 진실성 검증을 위한 한양대학교(이하 ‘본교’라 한다) 연구진실성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의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 (적용대상) 이 규정은 본교 내 연구개발 활동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모든 연구자와 직원에 대해서 적용한다.

제3조 (용어의 정의)

① 연구부정행위(이하 ‘부정행위’라 한다)라 함은 연구의 제안, 연구의 수행, 연구 결과의 보고 및 발표 등에서 행하여진 위조·변조·표절·부당한 논문저자 표시 행위 등을 말하며 다음 각 호와 같다.

3. “표절”이라 함은 타인의 논문, 특허 및 아이디어 등 지적 결과물 또는 연구내용·결과 등을 정당한 승인 또는 인용 없이 도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④ “예비조사”라 함은 부정행위의 혐의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를 말한다.

⑤ “본조사”라 함은 부정행위의 혐의에 대한 사실 여부를 입증하기 위한 절차를 말한다.

제10조 (예비조사)

① 위원회는 관련 제보를 접수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3인으로 구성된 예비조사위원회를 구성한다.

③ 예비조사위원회는 조사 착수 후 30일 이내에 결과를 위원회에 보고해야 하며, 결과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1. 제보의 구체적인 내용 및 제보자의 신원정보

2. 조사의 대상이 된 부정행위 혐의 및 관련 연구과제

3. 본조사 실시 여부 및 판단의 근거

4. 관련 증거 자료

5. 제보일이 시효 기산일로부터 5년을 경과하였는지 여부

제11조 (본조사)

① 위원회는 예비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본조사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예비조사 결과 승인 후 30일 이내에 본조사위원회를 구성한다.

제13조 (결과의 통지) 위원장은 조사 결과에 대한 위원회의 결정을 서면으로 작성하여 지체 없이 피조사자와 제보자에게 통지한다.

제14조 (재심의) 피조사자 또는 제보자는 위원회의 결정에 불복이 있을 경우 결정을 통지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위원회에 이유를 서면으로 하여,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제15조 (절차적 권리보장) 제보자와 피조사자에게 의견진술, 이의제기 및 변론의 권리와 기회를 동등하게 보장해 주어야 하며, 관련 절차를 사전에 고지해 주어야 한다.

제21조 (준용) 연구진실성 검증과 관련하여 본 규정에서 정하지 않은 내용은 국가의 연구진실성 관련 법률 및 규정을 준용한다.

■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2007. 2. 8. 제정 과학기술부 훈령 제236호)

제1조 (목적) 이 지침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 제19조의2에 의하여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추진·관리하거나 수행하는 기관들에게 연구부정행위를 방지하고 연구윤리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역할과 책임에 관하여 기본적인 원칙과 방향을 제시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 (적용대상)

① 이 지침은 과학기술분야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는 모든 연구수행기관(이하 ‘연구기관’이라 한다)과 이를 지원하고 관리·감독하는 중앙행정기관 및 전문기관(이하 ‘연구지원기관’이라 한다)을 대상으로 한다.

② 인문사회분야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거나 국가연구개발사업 외의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하는 기관 또는 단체가 연구윤리 및 진실성 확보를 위한 자체규정을 마련하고자 할 경우 이 지침을 준용할 수 있다.

제12조 (진실성 검증 시효)

① 제보의 접수일로부터 만 5년 이전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접수하였더라도 처리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

② 5년 이전의 부정행위라 하더라도 피조사자가 그 결과를 직접 재인용하여 5년 이내에 후속 연구의 기획 및 연구비의 신청, 연구의 수행, 연구 결과의 보고 및 발표에 사용하였을 경우와 공공의 복지 또는 안전에 위험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처리하여야 한다.

■ 대학원 학칙

제48조 (학위수여의 취소) 각 대학원의 학위를 받은 자로서 학교 명예를 손상하는 행위가 있을 때에는 각 대학원 운영위원회의 결의를 거쳐 그 수여를 취소할 수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1) 한양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이 사건 표절 결정 당시 다음과 같이 한양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 규정 및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준수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표절 결정은 무효이고, 이 사건 표절 결정을 근거로 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학위수여취소 역시 무효이다.

가)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2조 제1항 및 한양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 규정 제10조는 제보일로부터 5년 이전에 있었던 부정행위에 대하여는 조사하지 않음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한양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제보일인 2011. 4.경으로부터 5년 이전에 있었던 원고의 석사학위논문 표절 여부를 조사하였다.

나) 한양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 규정 제10조는 예비조사위원회를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 사건 표절 결정은 예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예비조사를 진행하지 아니하였다.

다) 한양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 규정 제13, 14조는 위원회의 결정을 피조사자에게 통지하고, 피조사자는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한양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 위원장은 이 사건 표절 결정을 원고에게 통지한 바 없다.

2) 원고의 석사학위논문 표절 행위는 대학원 학칙 제48조에서 말하는 “각 대학원의 학위를 받은 자로서 학교 명예를 손상하는 행위가 있을 때”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학위수여취소는 학칙을 위반하여 결정된 것이다.

3) 원고가 석사학위를 취득한 것은 당시 지도교수의 제안에 따라 지도교수가 제공하는 초안을 그대로 제출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석사학위논문 표절에 직접적인 동기를 제공하였던 한양대학교가 30여 년이 지난 2011. 5. 9.에 이르러 이를 문제 삼으며 석사학위를 취소하는 것은 신의칙과 신뢰의 원칙에 반한다.

나. 피고의 주장

1) 이 사건 학위수여취소는 한양대학교 대학원위원회가 원고의 석사학위논문이 표절된 것임을 독자적으로 확인하고 결정한 것으로서, 한양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이 사건 표절 결정과는 무관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표절 결정에 어떠한 하자가 있다 하여도 이 사건 학위수여취소의 위법성과는 무관하다.

2) 원고의 석사학위논문 표절이 언론에 보도된 것 자체가 대학원 학칙 제48조에 규정된 “학교 명예를 손상하는 행위가 있을 때”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원고의 석사학위 취득은 고등교육법 및 시행령 등을 위반하여 적법한 학위논문의 제출 및 인준절차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원고의 석사학위 취득은 무효이고, 이 사건 학위수여취소는 원고의 석사학위 취득이 처음부터 무효이었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3) 원고는 스스로 석사학위논문을 표절하여 제출한 자로서 자신의 석사학위가 취소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므로, 이 사건 학위수여취소가 신의칙이나 신뢰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3. 판단

가. 이 사건 표절 결정의 하자 주장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표절 결정의 하자

가) 을 제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한양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이 사건 표절 결정 당시 ‘원고의 석사학위논문이 소외인의 경희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 석사학위논문을 표절하였다는 것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예비조사위원회와 본조사위원회를 열지 않고, 원고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표절 결정 사실을 공학대학원에 통보한 사실, 한양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가 2011. 4. 29. 이 사건 표절 결정을 하였음에도 이를 원고에게 통지하지 아니한 사실(이에 원고는 이 사건 표절 결정 및 이 사건 학위수여취소 결정이 이루어진 정확한 날짜를 알지 못한 채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가, 피고가 답변서를 제출함에 따라 위 각 결정이 있었던 날짜를 특정하였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원고의 석사학위논문이 1978. 12. 한양대학교 산업경영대학원에 제출되었음에 반하여, 원고의 석사학위논문 표절에 관한 이 사건 제보는 2011. 4. 중순경 있었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 우선 원고는 한양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이 사건 제보의 접수일로부터 만 5년 이전에 있었던 원고의 석사학위논문 표절 사실에 관하여 이 사건 표절 결정을 함으로써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2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나, ① 위 지침 제12조 제1항이 “제보의 접수일로부터 만 5년 이전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접수하였더라도 처리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제보의 접수일로부터 5년 이전의 부정행위에 관하여도 조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점, ② 원고의 주장과 같이 제보의 접수일로부터 5년 이전의 부정행위에 관한 제보를 처리하지 아니하는 이유를 ‘증거가 제대로 보존되지 않거나 관련 참고인의 이직으로 인하여 공정한 조사가 어려울 것을 감안한 취지’에 있다고 본다 하여도, 이를 가지고 ‘제보의 접수일로부터 5년 이전의 부정행위에 관하여는 일률적으로 표절 심사를 할 수 없다’고 해석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석사학위논문과 소외인의 논문은 그 제목과 세부목차가 완전히 동일하고 내용도 거의 유사하므로(을 제2호증의 1, 2의 각 기재), 표절 여부를 판단할 자료가 충분하고, 공정한 조사가 어려울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점에 비추어 보면, 한양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이 사건 제보의 접수일로부터 만 5년 이전에 있었던 원고의 석사학위논문 표절 사실에 관하여 이 사건 표절 결정을 하였다고 하여, 이를 위 지침 제12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다) 그러나 이 사건 표절 결정은 예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예비조사를 진행하지 아니한 점, 한양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 위원장은 이 사건 표절 결정을 원고에게 통지하지 아니하여, 원고에게 재심의를 요청할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점은 모두 연구진실성위원회 규정 제10, 13, 14조의 각 규정에 위배된 것이므로, 이 사건 표절 결정은 위 각 규정을 위반하여 위법하게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2) 이 사건 표절 결정의 위법이 이 사건 학위수여취소의 위법과 무관한지 여부

가) 피고는, 이 사건 학위수여취소는 한양대학교 대학원위원회가 원고의 석사학위논문이 표절된 것임을 독자적으로 확인하고 결정한 것으로서, 한양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이 사건 표절 결정과는 무관한 것이므로, 이 사건 표절 결정에 어떠한 하자가 있다 하여도 이 사건 학위수여취소의 위법성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나) 살피건대 ① 한양대학교 대학원위원회는 이 사건 학위수여취소 당시 그 회의 결과에, ‘원고의 석사학위논문은 한양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심의 결과 표절로 판정되었으므로, 그 결과를 송부받은 공학대학원 위원회가 해당 논문이 표절된 것임을 확인하고, 대학원 학칙 제48조에 의하여 석사학위를 취소한다’고 기재한 다음 대학원위원회의 각 위원들이 서명하였으므로(을 제3호증의 기재),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이 사건 표절 결정이 이 사건 학위수여취소 결정의 근거가 되었고, ② 한양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 규정 제2조는 ‘한양대학교 내 연구개발 활동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모든 연구자와 직원에 대해서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앞서 본 바와 같음), 원고의 석사학위논문에 대한 표절 심사 역시 위 적용 범위에 포함되므로, 원고의 석사학위논문이 표절하여 작성된 것인지 여부 자체를 결정하기 위하여는 연구진실성위원회의 표절 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학위수여취소는 위와 같이 위법한 이 사건 표절 결정에 근거한 것으로서 역시 위법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고,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학칙 위반 하자 주장에 관한 판단

1) 학칙 위반의 하자 유무

가) 학칙은 재판의 준거로 적용되므로( 대법원 1982. 7. 27. 선고 81누398 판결 , 대법원 1989. 7. 11. 선고 87누1123 판결 , 대법원 1992. 7. 14. 선고 91누4737 판결 등 참조), 그와 같은 점에서 법규에 유사한 성질을 가지는바,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법해석의 원칙(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이 학칙의 해석에도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나)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한양대학교 대학원 학칙 제48조는 ‘각 대학원의 학위를 받은 자로서 학교 명예를 손상하는 행위가 있을 때에는 각 대학원 운영위원회의 결의를 거쳐 그 수여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앞서 본 바와 같음), 여기서 말하는 “학위를 받은 자로서 학교 명예를 손상하는 행위가 있을 때”는 “학위를 받은 다음, (학위를 수여받은 본인이) 학교 명예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로 해석하는 것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다 할 것이다.

다) 원고는, 원고 스스로가 지도교수를 비롯한 한양대학교 논문심사위원들을 적극적으로 기망하는 방식으로 표절된 석사학위논문을 제출한 것이 아니라, 지도교수가 먼저 석사학위논문의 제출 및 석사학위 취득을 권유하여 석사학위논문 초안을 제공함에 따라 이루어졌으므로, 원고에게 표절된 석사학위논문 제출에 관한 귀책사유가 없어 대학원 학칙 제48조가 적용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① 지도교수가 먼저 석사학위논문의 제출 및 석사학위 취득을 권유하여 석사학위논문 초안을 제공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②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지도교수가 먼저 석사학위논문의 제출 및 석사학위 취득을 권유하여 석사학위논문 초안을 제공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그대로 원고 자신의 석사학위논문으로 제출한 행위는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행위로 보이고, ③ 대학원 학칙 제48조는 학교 명예가 손상됨에 있어 ‘학위를 받은 자의 귀책사유’를 요구하고 있지도 아니하다.

라) 그러나 과연 원고가 ‘석사학위를 받은 다음 학교 명예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의 석사학위논문 표절 행위는 석사학위 취득 전에 있었고, 원고의 석사학위 취득 후에는 ‘원고의 석사학위논문이 소외인의 경희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 석사학위논문을 표절한 것’이라는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었을 뿐이므로, 이와 같은 언론 보도 자체를 가지고 ‘원고가 학교 명예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한양대학교 대학원위원회가 대학원 학칙 제48조에 근거하여 이 사건 학위수여취소를 결정한 것은, 위 학칙 제48조를 적용할 수 없음에도 이를 적용한 하자가 있다.

마) 결국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2)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피고는, 원고의 석사학위 취득이 고등교육법 및 시행령 등을 위반하여 적법한 학위논문의 제출 및 인준절차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원고의 석사학위 취득은 그 자체가 무효이고, 따라서 이 사건 학위수여취소는 원고의 석사학위 취득이 처음부터 무효이었음을 확인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나) 살피건대 원고가 1978. 12.경 원고 자신의 석사학위논문을 제출하여 1979. 2.경 한양대학교 산업경영대학원으로부터 공학석사학위를 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의 석사학위논문 제출 및 인준절차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을 제1, 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원고는 한양대학교의 석사학위를 바탕으로 경희대학교의 박사학위과정에 진학하여 이를 수료한 다음, 경희대학교로부터 박사학위를 수여받았으므로, 원고의 석사학위 취득이 무효라 한다면, 나아가 경희대학교의 박사학위 역시 무효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 ② 한양대학교로부터 석사학위를 수여받기 위하여는 석사학위청구논문을 제출하고, 3인으로 구성된 논문심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한양대학교 대학원 학칙 제42, 43조 각 제1항), 한양대학교 역시 원고의 석사학위청구논문을 심사할 당시 위와 같은 논문심사위원회의 승인을 거쳤을 것이라는 점 등의 사정이 인정되는바, 이와 같이 원고의 석사학위가 무효로 확인됨으로써 원고가 입게 되는 손해, 원고의 석사학위청구논문 심사과정에서의 한양대학교의 과실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석사학위청구논문을 심사한 다음 승인하고 원고에게 석사학위를 수여한 한양대학교가, 그 학위수여일로부터 32년여가 지난 2011. 5. 9.에 이르러 오로지 표절논문을 제출한 원고만을 탓하며 원고의 석사학위 취득이 무효라 주장하는 것은 신의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한양대학교가 원고에게 한 이 사건 학위수여취소는 앞서 본 바와 같은 한양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 규정을 위반한 하자 및 학칙 위반의 하자로 인하여 무효라 할 것이고, 피고가 위 학위수여취소가 유효하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그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이표(재판장) 송영복 범선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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