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우석)
피고
서울특별시 강서구보건소장
변론종결
2011. 10. 20.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1. 3. 7. 원고에 대하여 한 450,000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94. 12. 2. 서울 강서구 (주소 생략)에 ‘○○○약국’을 개설한 이래로 이를 운영하고 있다.
나. 피고는 2011. 3. 7. 약사 또는 한약사 자격이 없는 소외 1(항소심판결의 소외인)이 2009. 8. 3. 18:20경 위 ‘○○○약국’에서 소외 2에게 의약품인 노틸정(두통약)을 판매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업무정지 5일에 갈음하는 과징금 450,000원을 부과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이하 가지번호 있는 서증의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처분에는 아래와 같은 중대·명백한 하자가 있으므로, 결국 이 사건 처분은 당연 무효이다.
(1) 약사법상 무자격자에 의한 의약품 판매행위에 대한 영업정지처분이나 과징금 부과처분 등의 권한은 본래 국가의 사무에 속하는 것이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이를 국가로부터 위임받아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므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그 사무의 일부를 소속 행정기관 등에 다시 위임하고자 할 경우에는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 승인에 관한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서 피고에게는 이 사건 처분을 할 권한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2)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약사법 시행령 [별표2] 과징금 산정기준과 약사법 시행규칙 [별표8] 행정처분의 기준은 무자격자에 의하여 판매된 의약품의 종류나 그 수량 등을 불문한 채 단지 그 위반횟수만을 양정의 요소로 삼고 있는데, 이는 비례의 원칙이나 공평의 관념에 명백히 반하는 결과를 낳게 되어 결국 위 각 규정은 위헌, 위법한 것이다.
(3) 피고는 이 사건 처분 이전에 원고에 대하여 2009. 8. 3. 18:20경 무자격자에 의한 의약품(박카스와 노틸정) 판매행위를 이유로 과징금 900,000원의 부과 처분을 하였고, 이에 원고가 주위적으로 위 처분의 무효확인을, 예비적으로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위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는 취지의 판결을 받고서, 위 판결이 그 무렵 확정되었는데도 위 판결의 취지와 어긋나게 이 사건 처분을 하는 것은 행정판결의 기속력에 반한다.
(4) 피고가 재차 이 사건 처분을 할 예정이었음에도 그 직원들이 사건의 조기종결, 분쟁 확대의 저지 등을 내세우며 원고에게 위 행정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도록 종용, 설득하였고, 이에 원고가 위 행정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자, 곧바로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5) 이 사건 처분의 사유인 무자격자에 의한 의약품(노틸정) 판매의 점에 부합하는 증거로서 피고가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는 동영상CD(을 제1호증의 2)의 영상 밖에는 없는데, 위 각 영상 화면의 가로·세로 비율이 그 동영상장비에 의하여 출력되는 일반적인 화면의 가로·세로 비율과 서로 다른 점 등에 비추어 위 각 영상이 인위적으로 조작된 것으로 보여 이를 위 무자격자에 의한 의약품 판매행위에 대한 증거로 삼는 것은 부당하고, 달리 이에 대한 충분한 입증이 없다.
나. 관계법령
별지 관계법령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소외 2는 2009. 8. 3. 원고 운영의 ‘○○○약국’에서 약사 또는 한약사 자격이 없는 소외 1로부터 일반의약품인 박카스 1박스와 두통약 노틸정 2포를 구입한 후 이를 촬영한 동영상 CD, 구입약(두통약) 및 영수증을 첨부하여 피고에게 약사법위반 내용을 신고하였다.
(2) 피고의 직원 소외 3은 2009. 8. 5. ○○○약국에 방문하여 원고와 소외 1에게 동영상을 보여주고서 원고로부터 무자격자에 의한 의약품 판매행위를 자인하는 내용의 확인서를 징구하였다.
(3) 피고는 2009. 8. 13. 원고에게 무자격자 소외 1의 의약품 판매행위에 대하여 약사법 제44조 제1항 을 근거법규로 하여 약사법 제76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6조 관련 [별표 8] 행정처분기준 Ⅱ. 개별기준 제11호를 적용하여 업무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하겠다는 내용의 사전통지를 하고, 소외 1과 원고를 약사법위반으로 강서경찰서에 고발하였다.
(4)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2009. 11. 9. 약사법위반으로 원고에 대하여는 기소유예를 하고, 소외 1에 대하여는 약식기소를 하였다. 이에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09. 11. 24. 소외 1에게 벌금 300,000원의 약식명령을 고지하였다.
(5) 소외 1이 이에 불복하여 서울남부지방법원 2009고정4011호 로 정식재판을 청구하자, 위 법원은 2010. 2. 11. 위와 같은 무자격의 의약품 판매사실을 인정하여 소외 1에 대하여 벌금 300,000원을 선고하였다. 소외 1이 위 판결에 불복하여 같은 법원 2010노340호 로 항소를 제기하자 위 법원은 2010. 9. 30. 박카스 판매로 인한 약사법위반의 점은 무죄로, 노틸정 판매로 인한 약사법위반의 점은 유죄로 판단하여 소외 1에게 벌금 100,000원을 선고하였다. 이에 소외 1이 대법원 2010도13615호 로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011. 1. 13. 위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여, 위 항소심 판결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6) 한편, 피고는 2010. 3. 29. 약사 또는 한약사 자격이 없는 소외 1이 2009. 8. 3. 18:20경 위 ‘○○○약국’에서 의약품인 박카스와 노틸정(두통약)을 판매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업무정지 10일에 갈음하는 과징금 900,000원을 부과하는 처분을 하였다.
(7) 원고는 위 과징금 부과처분에 불복하여 이 법원 2010구합26339호 로, 주위적으로는 위 과징금 부과처분의 무효확인을, 예비적으로는 위 과징금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위 법원은 2010. 12. 9. ① 소외 1이 원고의 묵시적 또는 추정적인 지시 하에 판매한 것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소외 1이 박카스를 판매한 행위를 두고 약사법 위반이라고 할 수 없으나, ② 소외 1이 원고의 지시·감독을 받지 아니한 채 독자적으로 소외 2와 상담하고 그에게 일반의약품인 노틸정을 권하여 판매하였다고 봄이 상당한데, ③ 이와 같이 약사법위반행위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을 위 과징금 부과처분의 사유로 삼은 하자가 중대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외관상 명백하다고 볼 수는 없어 위 과징금 부과처분이 당연무효라고는 할 수 없고, ④ 위 과징금 부과처분의 사유 중 약사법위반행위로 인정되는 노틸정 판매의 점만을 기초로 그 과징금액을 산정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되 예비적 청구를 모두 받아들여 위 과징금 처분을 전부 취소하는 판결을 하였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이하 ‘이 사건 확정판결’이라 한다).
【인정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 을 제1호증의 1, 3, 4,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피고에게 이 사건 처분을 할 권한이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약사법 제44조 제1항 , 제76조 제1항 제3호 에 의하면, 약사 또는 한약사의 자격이 없는 자가 약국에서 의약품을 판매한 경우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당해 약국 개설자에 대하여 기간을 정하여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명할 수 있고, 지방자치법 제104조 제1항 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조례나 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의 일부를 보조기관, 소속 행정기관 또는 하부행정기관에 위임할 수 있다.
한편, 서울특별시 강서구 사무위임 조례 제5조 제1항 [별표] 제10호 ㈗목, ㈙목은 구청장의 약국에 관한 사무 중 업무정지 및 이에 갈음하는 과징금의 부과 업무를 보건소장에게 위임하도록 정하고 있다.
위 각 규정들의 내용을 종합하면, 무자격자에 의한 의약품 판매행위를 이유로 약국 개설자에 대하여 업무정지명령이나 그에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처분을 할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속하는 것이므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위의 사무를 소속 행정기관인 보건소장 등에게 위임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자신의 권한에 속한 사무를 보건소장 등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지, 자신이 위임받은 사무의 일부를 다시 보건소장 등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볼 여지는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이 사건 처분의 근거법령이 위헌, 위법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약사법 시행규칙 제96조 가 그 [별표 8]에서 약사법위반행위의 유형별 제재처분의 기준을 정하고 있고, 그 위반의 경위나 위반회수 등을 일반적인 고려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약사법 제76조 제3항 의 위임규정에 근거한 것이다. 한편, 약사법 시행령 제33조 는 위반행위의 종류와 위반 정도 등을 고려하여 같은 법 시행규칙으로 정하는 업무정지처분 기준에 따라 [별표 2] 기준을 적용하여 과징금액을 산정한다고 규정하면서 약국 개설자의 경우 전년도 총매출금액에 따른 차등을 두어 업무정지 1일에 해당하는 과징금액을 정하고 있는데, 이는 약사법 제81조 제2항 의 위임규정에 근거한 것이다. 약사법이 행정처분의 기준이나 과징금액의 산정 기준을 위와 같이 하위 법령에 위임한 것은 제재적 행정처분에 통일성, 형평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위와 같은 위임규정의 내용과 취지 등을 고려하면, 같은 유형의 위반행위라 하더라도 그 규모나 기간, 위반의 경위, 사회적 비난의 정도, 위반행위로 인하여 다른 법률에 의하여 처벌받은 다른 사정, 행위자의 개인적 사정 및 위반행위로 얻은 불법이익의 규모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안에 따라 적정한 업무정지기간 또는 그에 갈음하는 과징금액을 정하여야 할 것으로 결국 위 각 규정에서 정한 업무정지기간이나 과징금액은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 최고한도라고 해석되어야 하는 이상 위 각 규정이 비례의 원칙이나 공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3) 이 사건 처분이 행정판결의 기속력에 반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행정소송법 제30조 제1항 에 의하면, 처분을 취소하는 확정판결은 그 사건에 관하여 당사자인 행정청을 기속하므로, 확정판결의 당사자인 처분 행정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확정된 당초 처분과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사유를 내세워 다시 확정판결과 저촉되는 처분을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으나, 위와 같은 확정판결의 기속력은 판결주문 및 그 전제로 된 요건사실의 인정과 그 효력의 판단에만 미칠 뿐 판결의 결론과 직접 관계가 없는 방론이나 간접사실 등에는 미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이 사건 확정판결에서는 원고 운영의 약국에서 약사 또는 한약사의 자격이 없는 소외 1이 의약품인 노틸정을 판매한 점은 인정하고, 박카스를 판매한 점과 관련하여서는 원고의 묵시적 또는 추정적 지시 아래 이루어진 것으로 보되, 다만 처분의 일부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의 과징금액 산정에 대한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900,000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전부 취소하였던 사실, 이에 피고가 무자격자에 의한 노틸정 판매의 점만을 들어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 인정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가 이 사건 확정판결에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저촉된다거나 이 사건 처분이 이 사건 확정판결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어 결국 이 사건 처분이 이 사건 확정판결의 기속력에 반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4) 신뢰보호의 원칙 위배 주장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행정상의 법률관계에 있어서 행정청의 행위에 대하여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는, 첫째 행정청이 개인에 대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여야 하고, 둘째 행정청의 견해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데에 대하여 그 개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며, 셋째 그 개인이 그 견해표명을 신뢰하고 이에 기초하여 어떠한 행위를 하였어야 하고, 넷째 행정청이 위 견해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함으로써 그 견해표명을 신뢰한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어야 하는바, 어떠한 행정처분이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는 때에는 공익 또는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로서 위법하다( 대법원 2008. 1. 17. 선고 2006두1093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원고의 주장 자체에 의하더라도 피고의 직원들이 사건의 조기종결, 분쟁 확대의 저지 등을 내세우며 원고에게 위 2010구합26339호 행정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도록 종용, 설득하였다는 것에 불과하여 이를 두고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의 표명’으로 보기 어렵고, 달리 피고의 직원들이 원고에게 위 항소를 포기하면 무자격자에 의한 노틸정 판매의 점을 원인으로 한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도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이 사건 처분사유의 부존재 주장에 대하여
행정재판에 있어서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에서 유죄로 인정된 사실은 유력한 증거 자료가 되므로 행정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두10424 판결 ,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다69148, 69155(병합)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소외 1이 2010. 9. 30. 서울남부지방법원 2010노340호 사건에서 약사 또는 한약사의 자격 없이 원고 운영의 약국에서 의약품인 박카스를 판매하였다는 점은 무죄로, 의약품인 노틸정을 판매하였다는 점은 유죄로 인정되어 벌금 100,000원에 처한다는 판결을 선고받은 사실, 이에 소외 1이 대법원 2010도13615호 로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011. 1. 13. 위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여, 위 항소심 판결이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 인정사실에다 그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위 2010노340 판결 에서 의약품 판매 장면이 촬영된 동영상CD를 소외 1에 대한 유죄부분의 증거로 삼지 않았던 점, ② 원고의 주장과 같이 위 동영상CD 영상 화면의 가로·세로 비율이 그 동영상장비에 의하여 출력되는 일반적인 화면의 가로·세로 비율과 서로 다르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위 동영상CD가 인위적으로 조작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약사 또는 한약사의 자격이 없는 소외 1이 원고 운영의 약국에서 의약품인 노틸정을 판매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관계법령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