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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다203763 판결
[손해배상(의)][공2019상,738]
판시사항

[1] 의료과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기 위한 증명책임의 정도 및 의료상 과실의 존재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피해자)

[2] 의사의 진료방법 선택에 과실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3] 문제 된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 증상이 의료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위와 같은 경우에도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울 수 있는지 여부(소극)

[4] 의료행위로 후유장애가 발생한 경우, 의료상 과실 추정 여부의 판단 기준

[5] 갑이 을로부터 전방 경유 요천추 추간판 수술을 받은 후 ‘사정장애와 역행성 사정’이 영구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받은 사안에서, 을이 위 수술을 택한 것이 의사에게 인정되는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후유증이 발생하였다는 것만으로 을의 의료상 과실을 추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의료과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의료행위 과정에서 저질러진 과실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이 완화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의료상 과실의 존재는 피해자가 증명하여야 하므로 의료과정에서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는 점이 부정된다면 그 청구는 배척될 수밖에 없다.

[2] 의사는 진료를 하면서 환자의 상황, 당시의 의료 수준과 자신의 전문적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그것이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 결과를 놓고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3]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밝혀내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문제 된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대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않는다.

[4] 의료행위로 후유장해가 발생한 경우 후유장해가 당시 의료수준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하는 때에도 의료행위 과정의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거나 그 합병증으로 2차적으로 발생될 수 있다면, 의료행위의 내용이나 시술 과정, 합병증의 발생 부위·정도, 당시의 의료수준과 담당 의료진의 숙련도 등을 종합하여 볼 때에 그 증상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는 한, 후유장해가 발생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다.

[5] 갑이 을로부터 전방 경유 요천추 추간판 수술(이하 ‘전방 경유술’이라 한다)을 받은 후 ‘사정장애와 역행성 사정’이 영구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받은 사안에서, 을이 전방 경유술을 택한 것이 의사에게 인정되는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거기에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없고, 수술 중에 상하복교감신경총이 손상되어 역행성 사정의 후유증이 발생하였다고 보더라도 그것만으로 을의 의료상 과실을 추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등에 비추어 갑의 상하복교감신경총 손상은 전방 경유술 중 박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손상이거나 그로 인한 역행성 사정 등의 장해는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수술 과정에서 상하복교감신경총 손상과 그로 인하여 영구적인 역행성 사정 등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신경손상을 예방하기 위하여 을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지, 을이 그러한 주의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것인지, 손상된 신경의 위치나 크기에 비추어 육안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는지, 을이 주의의무를 준수하였다면 신경손상을 예방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 신경손상과 그로 인한 역행성 사정 등의 결과가 수술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나 을의 의료상 과실을 추정할 수 있는지를 판단했어야 하는데도, 이러한 사정을 심리하지 않고 을의 의료상 과실을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양선화)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병남 외 3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기본적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는 2013. 7. 6. 원고 1에게 제4-5 요추간 추간판 확장 후 추간판 절제술과 인공디스크 삽입술, 제5 요추-제1 천추 부위 전방 경유 추간판 제거와 인공디스크 치환술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수술’이라 한다). 원고 1은 이 사건 수술 이후 ‘사정장애와 역행성 사정’이 영구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받았고 그에 따라 정서문제와 수면장애 등 일상생활 적응력이 떨어진 상태로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다. 원고 2는 원고 1의 아내이다.

나. 전방 경유 요천추 추간판 수술(이하 ‘전방 경유술’이라 한다)은 사람 몸의 전방(배쪽 부분)에 절개를 하여 척추의 요천추 부분을 수술하는 것이다. 전방 경유술의 대표적인 합병증은 회음부와 골반부에 분포하는 교감신경과 천골신경의 손상이고, 특히 흉수에서 나온 교감신경은 척추 전방부에서 신경얼기를 만들어 비뇨기관, 성기관과 괄약근에 분포하므로 교감신경 얼기에 손상이 생긴 경우 남성에게는 역행성 사정이 발생한다. 척추수술 중 방광 경부의 괄약근 조절에 관여하는 요추체 전면에 있는 상하복교감신경총이 손상되면 역행성 사정이 발생할 수 있다. 척추수술 중 역행성 사정이 발생하는 빈도는 1984년 문헌에서 0.42%로, 1995년 문헌에서는 몇 가지 사례에서 5.9%까지라고 보고되었고, 신경의 손상 정도에 따라 예후가 다르지만 약 3~5% 정도는 영구 장애로 남는다.

2. 원심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수술로 원고 1에게 남게 된 역행성 사정, 사정장애와 적응장애는 피고가 수술을 하면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잘못에 기인한 것으로서 그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고 1은 이 사건 수술 당시 35세의 젊은 남성으로 이 사건 수술 이전에 역행성 사정의 원인이 될 기왕력이 없었다. 이 사건 수술 부위가 천골신경과 관련이 있고, 천골 부분에 기능장애가 오는 원인은 대부분 수술 시 신경손상이다. 전방 경유술에서 신경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무딘 박리기를 사용하는 것이 권장되는데도 피고는 무딘 박리기라고 보기 어려운 수술용 클립을 사용하였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수술 중 박리 또는 지혈 시 원고 1의 신경을 손상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신경손상 예방을 위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역행성 사정은 후방 경유술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데, 원고 1에게 후방 경유술을 하기 곤란한 사정이 없는데도 전방 경유술을 선택하였다. 전방 경유술을 선택한 것이 의사의 합리적 재량 범위 내에 있다고 하더라도 전방 경유술이 후방 경유술과는 달리 역행성 사정을 유발할 수 있는 신경손상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피고로서는 더 신중히 수술을 했어야 한다.

전방 경유술 시 비정상적인 신경분포 등이 원인이 되어 불가피하게 합병증이 발생할 수는 있으나, 원고 1의 신경이 비정상적으로 분포되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역행성 사정이 이 사건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중의 하나이지만 그 발생빈도가 1984년 약 0.42%, 1995년 약 5.9%에 불과할 정도로 상당히 낮고, 특히 역행성 사정이 발생한 환자라도 약 3~5% 정도에서만 영구장애로 남는 점을 감안하면, 원고 1의 영구적 역행성 사정장애를 이 사건 수술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3. 대법원판단

가. 의료과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의료행위 과정에서 저질러진 과실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다 (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의료상 과실의 존재는 피해자가 증명하여야 하므로 의료과정에서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는 점이 부정된다면 그 청구는 배척될 수밖에 없다 ( 대법원 1999. 9. 3. 선고 99다10479 판결 ,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101916 판결 등 참조).

한편 의사는 진료를 하면서 환자의 상황, 당시의 의료 수준과 자신의 전문적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그것이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 결과를 놓고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밝혀내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문제 된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대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않는다 (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등 참조). 의료행위로 후유장해가 발생한 경우 후유장해가 당시 의료수준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하는 때에도 의료행위 과정의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거나 그 합병증으로 2차적으로 발생될 수 있다면, 의료행위의 내용이나 시술 과정, 합병증의 발생 부위·정도, 당시의 의료수준과 담당 의료진의 숙련도 등을 종합하여 볼 때에 그 증상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는 한, 후유장해가 발생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다 (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76290 판결 등 참조).

나. 위 법리에 비추어 위에서 본 사실관계와 이 사건 기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할 수 있다.

(1)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더라도 피고가 전방 경유술을 택한 것이 의사에게 인정되는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거기에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수술에서 박리를 위해 수술용 클립을 사용하였음을 전제로 신경손상 예방조치를 소홀히 하였다고 보았으나, 수술용 클립은 지혈을 위한 도구일 뿐이므로 피고가 이를 박리에 사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 밖에 원심이 든 사정은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만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

(2) 이 사건 수술 중에 상하복교감신경총이 손상되어 역행성 사정의 후유증이 발생하였다고 보더라도 그것만으로 피고의 의료상 과실을 추정할 수는 없다. 제1심의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등에 비추어 원고 1의 상하복교감신경총 손상은 전방 경유술 중 박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손상이라거나 그로 인한 역행성 사정 등의 장해는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으로 볼 여지가 있다.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은 위와 같은 불가피한 손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없고, 피고의 의료 과실을 추정할 정도로 개연성 있는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원심으로서는 수술 과정에서 상하복교감신경총 손상과 그로 인하여 영구적인 역행성 사정 등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신경손상을 예방하기 위하여 피고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지, 피고가 그러한 주의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것인지, 손상된 신경의 위치나 크기에 비추어 육안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는지, 피고가 주의의무를 준수하였다면 신경손상을 예방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 신경손상과 그로 인한 역행성 사정 등의 결과가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나 피고의 의료상 과실을 추정할 수 있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러한 사정을 심리하지 않고 피고의 의료상 과실을 인정하고 그로 인해 원고 1에게 역행성 사정 등의 장해가 발생하였다면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의료소송에서 증명책임, 과실과 인과관계의 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피고의 상고는 이유 있어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 민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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