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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지방법원 2013. 12. 6. 선고 2013나20647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돈영)

피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김재학)

피고보조참가인

안성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평택 담당변호사 강길복)

변론종결

2013. 11. 15.

주문

1. 제1심 판결 중 피고에 대하여 원고에게 2,614,641원과 이에 대하여 2009. 2. 18.부터 2013. 12. 6.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원고의 항소 및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각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 중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이를 10분하여 그 9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하고,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은 이를 10분하여 그 9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보조참가인이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2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9. 2. 18.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원고 : 제1심 판결 중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4,133,914원 및 이에 대하여 2009. 2. 18.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피고 :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의 입국 경위 및 하나원의 지위

1) 원고는 2004. 5.경 북한에서 이탈하여 중국 심양에서 생활하다가, 2008. 10.경 태국으로 건너가 태국외국인보호소의 탈북자수용소에 수용되어 있다가, 2009. 1. 15. 대한민국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이다.

2) 통일부장관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 에 근거하여 안성시에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보호 및 정착지원을 위한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이하 ‘하나원’이라 한다)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은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합동신문을 받은 후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호대상자로 결정되면 하나원에 입소하여 약 12주 동안 사회적응교육 등을 받고 거주지로 전출하게 된다. 하나원장은 보호대상자가 하나원에서 보호받고 있는 동안 신원 및 북한이탈 동기의 확인, 건강진단, 그 밖에 정착지원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주1) 있다.

나. 원고에 대한 비자발적 입원조치의 경위

1) 원고는 태국 외국인보호소에서 폭행 사건에 연루되어 열악한 환경의 외국인수용소에 수용되면서 같은 시기에 북한을 이탈한 사람들보다 늦은 2009. 1. 15.에 입국하게 되었다.

2) 원고는 2009. 2. 3.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태국 외국인수용소에 있는 동안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이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시는 등 불안하고 흥분된 정신 상태를 보여 인근 ○○○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당시 ○○○병원의 정신과 전문의는 “원고가 3년여 전부터 불면증이 있어 왔고 최근 불안, 불면과 몸에 열이 나며 감정조정이 되지 않는 증상이 심해지고 있어 꾸준한 투약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밝혔다.

3) 원고는 2009. 2. 17. 하나원 125기 교육생으로 하나원에 입소하였다. 원고는 입소 첫날부터 자신이 본래 124기 교육생으로 입소하였어야 하는데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의 잘못으로 늦게 입소하게 되었으니 하나원에서 빨리 내보내 달라고 요구하며 사회적응교육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표시하는 등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나타냈다.

4) 이에 하나원의 담당공무원 소외 1은 2009. 2. 17. 하나원 내 심리상담사인 소외 2로 하여금 원고의 심리상담을 하도록 하였는데, 당시 소외 2는 원고의 증상에 대하여 “조증을 시사하는 증상(loud voice, talkativeness, flight of idea, pressure of speech)과 함께 주의력, 기억력 손상, 사고장애(망상 존재 가능성 상당히 높음) 등을 보이고 있고 지각장애가 존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현재는 기분 요소(mood component)를 동반한 정신증적 상태일 가능성이 있지만, 정신분열증에 대하여는 신중한 배제가 필요하며,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의 개인력, 과거력, 가족력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향후 증상으로 인한 행동화(acting out) 가능성이 높아 보이므로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고 정신과 진료 및 약물 치료를 권유하며 입원 치료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 보임. 원고가 병식(insight)이 없으므로 입원 조치 시 주의가 요망된다”는 취지의 심리상담결과를 보고하였다.

5) 원고는 다음날인 2009. 2. 18.에도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분노를 계속 표시하는 등 교육을 받기 어려운 상태를 보였다. 이에 소외 1은 하나원 내 정신과 의사인 공무원 소외 3에게 진료를 의뢰하였고, 같은 날 소외 3은 “원고가 행동조절이 안되고 행동 문제로 인해 자해 또는 타해가 우려되며 지속적 경과 관찰 및 치료를 위해 정신과 입원이 필요한 상태”라는 취지의 소견을 하나원장에게 보고하였다.

6) 이에 하나원장은 2009. 2. 18. 소외 3, 소외 1로 하여금 원고를 용인시 백암면에 있는 정신의료기관인 서울특별시립 백암정신병원(이하 ‘백암정신병원’이라 한다)에서 진료를 받도록 하였고, 백암정신병원의 정신과 전문의 소외 4는 원고를 양극성 장애의 정신질환이 있는 것으로 진단하며 입원치료를 권고하였다.

7) 이에 하나원장은 같은 날 곧바로 백암정신병원에 원고의 입원을 의뢰하면서 정신보건법 제24조 , 동법 시행규칙 제14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하여 보호의무자로서 원고가 입원하는 것을 동의한다는 내용의 입원동의서를 제출하였고, 백암정신병원장은 같은 날 하나원장의 입원동의서를 근거로 원고를 폐쇄병동에 입원(이하 ‘이 사건 입원’이라 한다)시켜 치료하다가 2009. 5. 6. 퇴원시켰다. 원고는 2009. 5. 6. 위 병원에서 퇴원하고 같은 날 하나원도 퇴소하였다.

다. 정신보건법의 관련 규정

제21조 (보호의무자)

① 정신질환자의 민법상의 부양의무자 또는 후견인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가 된다. 다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보호의무자가 될 수 없다.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보호의무자 사이의 보호의무의 순위는 부양의무자·후견인의 순위에 의하며 부양의무자가 2인 이상인 경우에는 민법 제976조 의 규정에 따른다.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보호의무자가 없거나 보호의무자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그 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당해 정신질환자의 주소지(주소지가 없거나 알 수 없는 경우에는 현재지)를 관할하는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이 그 보호의무자가 된다.

제24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①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보호의무자가 1인인 경우에는 1인의 동의로 한다)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입원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하여 당해 정신질환자를 입원 등을 시킬 수 있으며, 입원 등을 할 때 당해 보호의무자로부터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입원 등의 동의서 및 보호의무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받아야 한다.

제25조 (시장·군수·구청장에 의한 입원) ① 정신질환으로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발견한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또는 정신보건전문요원은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당해인의 진단 및 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

제1항 의 규정에 의하여 신청을 받은 시장·군수·구청장은 즉시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에게 당해 정신질환자로 의심되는 자에 대한 진단을 의뢰하여야 한다. ③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제2항 의 정신질환자로 의심되는 자에 대하여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있어 그 증상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는 시장·군수·구청장은 당해인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 또는 운영하는 정신의료기관 또는 종합병원에 2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입원하게 할 수 있다. ④ 제3항 의 규정에 의한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의 기준은 제28조 의 규정에 의한 중앙정신보건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한다.

⑤ 생략

⑥ 시장·군수·구청장은 제3항 의 규정에 의한 진단결과 당해 정신질환자에 대하여 계속입원이 필요하다는 2인 이상의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있는 경우 당해 정신질환자에 대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 또는 운영하는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치료를 의뢰할 수 있다. 다만, 그 관할구역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 또는 운영하는 정신의료기관이 없는 경우에는 그 외의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치료를 의뢰할 수 있다.

제26조 (응급입원) ①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자로서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큰 자를 발견한 자는 그 상황이 매우 급박하여 제23조 내지 제25조 의 규정에 의한 입원을 시킬 수 없는 때에는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얻어 정신의료기관에 당해인에 대한 응급입원을 의뢰할 수 있다.② 제1항 의 규정에 의하여 입원을 의뢰할 때에는 이에 동의한 경찰관 또는 소방기본법 제35조 의 규정에 따른 구급대의 대원은 정신의료기관까지 당해인을 호송한다. ③ 정신의료기관의 장은 제1항 의 규정에 의하여 입원의뢰된 자에 대하여 72시간의 범위 내에서 응급입원을 시킬 수 있다.④ 제3항 의 규정에 의하여 입원의뢰된 자에 대한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진단결과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으로 인하여 계속입원이 필요한 때에는 제23조 내지 제25조 의 규정에 의하여 입원을 시켜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4, 5, 12, 15, 21, 23, 24, 25, 29, 31호증, 을 제1 내지 8, 18, 2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함에 당하여 한 행위인지 여부

앞의 1.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정 즉, ① 하나원은 통일부장관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보호 및 정착지원을 위하여 설치한 시설로서 그 소속공무원인 하나원장 등이 하나원의 교육생인 원고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하여 백암정신병원에 진료를 의뢰하고 입원치료를 받도록 조치한 것은 그의 직무행위의 일환으로 행하여진 것인 점, ② 이 사건 입원은 원고의 자발적 의사에 따른 것이 아니라, 하나원장 등이 백암정신병원에 원고의 진료를 의뢰한 후 백암정신병원 의사의 입원권고에 동의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고, 사법상 계약에 해당하는 입원결정의 주체는 백암정신병원장과 하나원장으로 보아야 하는 점, ③ 이 사건 입원의 근거가 된 정신보건법 제24조 는 보호의무자가 의뢰하는 입원을 전제로 한 규정으로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당해 정신질환자의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보호의무자의 동의 없이는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단독으로 입원을 강제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과 같이 하나원장이 원고의 정신보건법상 보호의무자임을 자처하며 강제입원에 동의하여 원고를 백암정신병원에 입원시킨 것은 공무원으로서 그 직무를 집행함에 당하여 한 행위에 해당한다.

2) 위법성의 인정 여부

가) 정신보건법 제21조 는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는 민법상의 부양의무자 또는 후견인이고, 이와 같은 보호의무자가 없거나 보호의무자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그 의무를 이행할 수 없고, 당해 정신질환자의 주소지가 없거나 알 수 없는 경우에는 현재지를 관할하는 시장·군수·구청장이 그 보호의무자가 된다고 명시하고 있는바, 위 규정은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에 대한 동의 권한이 있는 보호의무자의 범위를 한정적으로 열거한 것임이 명백하며, 하나원장 등이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3항 등에 근거하여 보호대상자인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지원과 관련하여 취할 수 있는 필요한 조치에 ‘비자발적 입원 등 보호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강제처분’이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정신보건법상 보호의무자에 해당하지 않는 하나원장 등이, 정신보건법상 응급입원 등의 요건을 갖추어 입원하게 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백암정신병원에 원고의 입원을 의뢰하고 스스로 보호의무자로서 원고의 입원에 동의함으로써 백암정신병원으로 하여금 원고를 의사에 반하여 입원시키도록 한 행위는 정신보건법의 절차를 위반한 행위이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는, 국가는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키고, 정신질환을 예방하며, 정신질환자의 치료·재활 및 장애극복과 사회복귀촉진을 위한 연구·조사와 지도·상담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바( 정신보건법 제4조 제1항 ), 이 사건 입원 당시 원고가 행동조절이 안되어 자해 또는 타해 우려가 있었는데 정신보건법상 보호의무자인 안성시가 동의를 거부하고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업무를 수행하는 국가기관인 하나원장이 원고의 치료 및 하나원 내의 다른 교육생의 보호·안전을 위하여 원고에 대한 입원에 동의하였으므로, 이는 법령에 따른 업무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거나 급박한 위난을 피하기 위하여 부득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행위로서 긴급피난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거나 책임이 조각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법령에 바탕을 둔 정당한 업무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되나, 법령의 규정에 기한 업무행위라고 하더라도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인정되면 위법성을 면치 못한다고 할 것인바, 하나원장이 보호의무자로서 원고의 입원에 동의한 행위를 정신보건법 제4조 에 따른 국가의 ‘정신질환자의 치료’ 조치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앞의 1. 및 위 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신보건법을 위반한 채 이 사건 입원에 동의한 것을 사회적 타당성이 있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어떤 가해행위가 긴급피난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현재의 급박한 위난을 피하려는 행위로서,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부득이하여야 한다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고, 여기서 부득이하다는 것은 타인에게 손해를 주는 외에는 적당한 피난수단이 없고 또한 위난을 피함으로써 보호되는 이익과 피난행위로 생긴 손해와의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지 않을 것을 의미하며, 급박한 위난은 가해자의 고의나 과실로 조성된 것이 아니어야 하는바, 이 사건에서 보건대, 앞의 1.에서 인정한 사실 및 위 가)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이 사건 입원 당시 원고의 심리나 행동장애의 정도가 다른 교육생에게 위해가 될 정도로 급박한 위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정신보건법상 응급입원의 요건을 갖추어 원고를 입원 조치하는 것도 가능하였으므로 부득이한 경우로 볼 수도 없으니, 긴급피난에 해당하지도 아니한다.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고의 또는 과실의 인정 여부

가) 일반적으로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함에 있어서 관계법규를 알지 못하거나 필요한 지식을 갖추지 못하여 법규의 해석을 그르쳐 잘못된 행정처분을 하였다면 그가 법률전문가가 아닌 행정직 공무원이라고 하여 과실이 없다고 할 수 없으나, 법령에 대한 해석이 그 문언 자체만으로는 명백하지 아니하여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는데다가 이에 대한 선례나 학설, 판례 등도 귀일된 바 없어 의의가 없을 수 없는 경우에 관계 공무원이 그 나름대로 신중을 다하여 합리적인 근거를 찾아 그 중 어느 한 견해를 따라 내린 해석이 후에 대법원이 내린 입장과 같지 않아 결과적으로 잘못된 해석에 돌아가고, 이에 따른 처리가 역시 결과적으로 위법하게 되어 그 법령의 부당집행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처리 방법 이상의 것을 성실한 평균적 공무원에게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고,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까지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의 과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 대법원 1995. 10. 13. 선고 95다32747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에서 보건대, 을 제11, 16, 26호증의 각 기재와 당심 증인 소외 5의 일부 증언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하나원장은 하나원에서 보호하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건강진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직무상 권한이 있고, 이 사건 입원 이전에도 하나원에 입소한 교육생이 외래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을 경우 입원약정서(을 제11호증)를 작성하여 준 사실, 이 사건 입원 당시 원고에 대한 가족관계등록부가 창설되지 않고 주민등록이 부여되어 있지 않아 민법상의 부양의무자나 주소지 및 현재지가 명확하지 않았던 사실, 하나원에서 보호하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 지침은 이 사건 이후인 2010. 11. 9.에 이르러서야 제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앞의 1.에서 인정한 사실에 갑 제40호증, 을 제12호증의 각 기재와 당심 증인 소외 6, 소외 7의 각 증언, 당심 증인 소외 5의 일부 증언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사정들 즉, ①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북한이탈주민이 신속히 적응, 정착하는데 필요한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보호대상자인 북한이탈주민에 대하여 그 의사에 반한 강제처분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고, 행정기관이 법률의 근거 없이 인신구속을 할 수 없음은 헌법의 기본원리이며, 정신보건법은 모든 정신질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에 대하여 항상 자발적 입원이 권장되어야 함을 기본이념으로 삼고 있으므로( 정신보건법 제2조 제1 , 5항 ) 정신보건법에 규정된 법적 절차들은 엄격히 준수되어야 하는 점, ② 정신보건법상, 정신질환자에 대한 민법상의 보호의무자가 없거나 보호의무자가 부득이한 사유로 그 의무를 이행할 수 없고 정신질환자의 주소지가 없거나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당해 정신질환자의 현재지를 관할하는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이 그 보호의무자가 됨은 그 규정의 법문 자체로 명백하고 그와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는 점, ③ 하나원에서 보호하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가족관계등록부의 창설 및 주민등록 자체가 하나원장의 직무 범위에 포함되므로, 원고가 가족관계등록부가 창설되지 아니하고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사정이 정신보건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가 될 수 없는 점, ④ 하나원장은 2006. 6. 8. 이미 하나원에서 보호하던 북한이탈주민에 대하여 정신보건법상 보호의무자인 안성시장의 입원동의를 받아 비자발적 입원치료를 받도록 조치한 선례가 있었던 점(을 제12호증, 갑 제40호증), ⑤ 하나원장 등이 당시 원고에 대한 정신보건법상 보호의무자가 누구인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웠더라도, 정신병원에의 강제입원이 원고의 신체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인 점을 고려하여 적법한 절차에 관하여 진지한 검토를 하였어야 하고, 설령 원고가 이 사건 입원 당시 정신질환으로 인해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크고 그 상황이 매우 급박하다고 판단하였더라도 정신보건법 제26조 는 그와 같은 긴급한 상황을 대비하여 응급입원에 관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절차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준수하였어야 함에도, 하나원장 등은 적법한 절차에 대한 진지한 검토 없이 원고가 하나원에 입소한 다음날 전격적으로 원고의 강제입원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당시 하나원장 등에게 정신보건법상 보호의무자의 동의 없이 원고를 강제로 입원시킨 것과 같은 처리 방법 이상의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당한 근거나 합리성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하나원장 등은 그 직무집행에 그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이러한 점에서, ‘하나원장이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자로서 입원에 동의한 행위가 정신보건법을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정당행위나 긴급피난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다’는 취지의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한편 피고는 이 사건 입원 당시 백암정신병원의 원무과 직원이 보호의무자인 안성시장에게 원고의 입원에 대한 동의를 구하였으나 안성시장이 이를 거절하여 부득이 하나원장이 입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그 직무집행에 과실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을 제19호증(제1심 법원의 백암정신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의 기재에 의하면, 백암정신병원장은 이 사건 입원 당시 ‘원무팀장 소외 5가 안성시 □□□□지원과 주무관에게 전화를 걸어 구두로 안성시장의 입원 동의를 요청하였으나, 안성시장은 하나원의 교육생은 주민등록번호도 부여받지 않았고 하나원에 일시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하나원장이 보호의무자가 된다고 하며 입원동의를 거절하였다’는 취지로 그 경위를 밝히고 있고, 당심 증인 소외 5의 일부 증언도 이에 부합한다.

그러나 당심 증인 소외 6, 소외 7의 각 증언과 제1심 법원의 안성시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정 즉, 안성시장은 하나원의 보호대상자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동의를 거절한 전례가 없고 특히 원고에 대하여는 입원 동의요청이 없었다고 밝히고 있으며, 안성시장이 이미 2006. 6. 8. 하나원에서 보호하고 있던 북한이탈주민의 입원에 보호의무자로서 동의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을 제19호증의 기재와 당심 증인 소외 5의 일부 증언만으로 안성시장이 당시 백암정신병원장의 동의 요청을 거절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앞서 살핀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북한이탈주민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할 직무상 의무가 있는 하나원장이 백암정신병원 원무과 직원의 구두통화 내용만으로 자신을 정신보건법상 보호의무자로 잘못 알고 이 사건 입원에 동의한 것을 두고 정신보건법상 보호의무자 등에 관한 적법한 절차에 관하여 신중을 다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찾아 업무를 처리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소결

공무원인 하나원장 등이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백암정신병원에 원고를 입원시키도록 한 것은 정신보건법에 위반되는 것이어서 위법한 직무행위에 해당하고, 그 직무를 집행함에 있어 법규를 준수하고 법이 허용하지 않는 원고의 신체의 자유 등 권리 침해를 피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도 인정되므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 따라 하나원장 등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손해배상의 범위

1) 일실수입

갑 제3호증, 을 제1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1965. 1. 23.생이고 2009. 2. 17. 하나원 125기 교육생으로서 하나원에 입소하여 2009. 4. 23.까지는 하나원 내에서 사회적응교육 등을 받고 퇴소하여 거주지로 전출할 예정이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원고는 이 사건 입원 조치가 없었더라면 적어도 퇴소예정일 다음날인 2009. 4. 24.부터 2009. 5. 6.까지 거주지에서 도시 보통인부 정도의 수입은 얻을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기간 동안의 일실수입 614,641원(= 66,622원 × 13 × 22/31, 1월 가동일수를 22일로 본다)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한편 원고는 2009. 2. 18.부터 2009. 4. 22.까지 기간에 대하여도 일실수입 상당의 손해를 구하나, 원고가 백암정신병원에 입원하지 않았더라도 2009. 2. 18.부터 2009. 4. 23.까지는 다른 교육생과 함께 하나원에서 사회적응교육 등을 받아야 하는 특수한 지위에 있었음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는 위 기간 동안은 수입을 얻을 수 없었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위자료

원고는 그 의사에 반하는 입원으로 신체의 자유를 상당 기간 침해당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원고의 정신적 손해를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고, 원고의 입원 경위 및 입원 기간, 당시 원고의 증세와 치료의 필요성 및 치료경과, 북한이탈주민인 원고의 특수한 지위, 하나원장 등의 업무집행의 위법성 및 과실의 정도, 원고의 나이, 성별 등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자료의 액수는 2,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다. 소결

피고는 원고에게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2,614,641원(일실수입 614,641원 + 위자료 2,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인 2009. 2. 18.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13. 12. 6.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한 제1심 판결 중 위 인정 금원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부분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의 항소 및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복규(재판장) 김창현 이원중

주1)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은, 북한이탈주민으로부터 보호신청을 받은 재외공관장 등은 그 사실을 소속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거쳐 통일부장관과 국가정보원장에 통보하여야 하고(제7조 제2항), 위 통보를 받은 국가정보원장은 임시 보호나 그 밖의 필요한 조치를 한 후 지체 없이 그 결과를 통일부장관에게 통보하여야 하며(제7조 제3항), 통일부장관은 제7조 제3항에 따른 통보를 받으면 협의회의 심의를 거쳐 보호여부를 결정하여야 하고(제8조 제1항), 보호대상자에 대한 보호 및 정착지원을 위하여 정착지원시설을 설치·운영하며(제10조 제1항), 정착지원시설을 설치·운영하는 기관의 장은 보호대상자가 거주지로 전출할 때까지 정착지원시설에서 보호하여야 하고(제11조 제1항), 보호대상자가 정착지원시설에서 보호받고 있는 동안 신원 및 북한이탈 동기의 확인, 건강진단, 그 밖에 정착지원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제11조 제3항)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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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북부지방법원 2013.5.3.선고 2012가단18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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