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시용기간 중인 근로자에 대한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필요한지 여부(적극) 및 그 정식채용 거부의 요건
판결요지
시용제도란 확정적인 근로관계를 맺기에 앞서서 정식채용을 전제로 하여 당해 근로자의 직업적 능력을 판단하기 위하여 시용기간을 두는 것으로서 확정적인 근로계약의 체결 여부를 일정 정도 유보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해고규제를 완화하는 기능이 있기는 하나, 어디까지나 정식으로 채용된 경우와 마찬가지로 근로계약관계는 성립하였던 것이므로 그에 대한 해고에 있어서도 근로기준법 제27조 소정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만 하고, 다만 직업적 능력이나 업무적격성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인하여 정식채용을 거부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에는 그 해고가 가능하다.
참조조문
원고
황문호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세혁)
피고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피고보조참가인
피고보조참가인
주문
1. 피고가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과 사이의 94부해233호 부당해고구제재심신청사건에 관하여 1994. 10. 12.자로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의 부담으로 하고 그 나머지는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은 판결.
이유
1. 이 사건 재심판정의 경위
아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2, 3호증, 을 제1, 7, 8, 9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여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 을 제4, 6호증의 각 일부 기재에 증인 유영수의 증언 및 변론의 전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고 반증 없다.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1963년 일반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의사로서, 1994. 7. 27. 원고가 경영하는 종합병원인 잠실병원의 응급실에 1주 중 평일에 1일 휴무하는 대신 일요일에도 근무하되 매일 18:00부터 다음날 09:00까지 근무하는 야간당직의사로 채용되어 월 4,000,000원의 급료를 근무일수의 비율로 지급받기로 하고 당일부터 근무를 시작하였으나 채용된지 3일 만인 같은 달 30. 원고에 의하여 업무수행의 적격성이 없다는 이유로 해직되었다.
나. 이에 참가인은 위와 같은 해직조치가 근로자인 원고에 대한 부당해고임을 전제로 하여 1994. 8. 2. 근로기준법 제27조의2 의 규정에 의하여 서울특별시지방노동위원회에 그 구제를 신청한 결과, 위 지방노동위원회는 1994. 9. 1. '참가인이 정식으로 채용된 의사로서 다소 업무수행에 미숙한 점이 있었다고는 할지라도 이를 근로관계를 단절시키는 해고사유로까지는 보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원고의 참가인에 대한 해고를 부당해고로 인정하는 한편, 원고는 참가인을 지체 없이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중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라는 판정 및 구제명령을 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이러한 판정 및 구제명령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94부해233호로 재심판정을 신청하였고, 피고는 위 초심결정이 정당하고 이를 번복할 만한 이유가 없다는 점을 들어 1994. 10. 25.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시용기간 중의 근로자인지 여부
참가인은 의술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의로서 어느 누구로부터도 환자에 대한 진단내용이나 치료방법 등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휘명령을 받지 아니하고 오직 자신의 책임하에 독립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지만 일단 사업주인 원고를 위하여 그가 경영하는 잠실병원의 근무체제 속에 들어가 노무를 제공하면서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을 지급받기로 한 이상, 병원경영자인 원고와 사이에서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근로기준법 제14조 소정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고는 참가인이 시용기간 중에 있었음에도 정식으로 채용된 의사임을 전제로 하여 그에 대한 해고의 정당성 유무를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므로, 과연 참가인이 시용기간 중에 있었는지가 먼저 문제로 된다.
살피건대, 앞서 믿은 증거들과 갑 제5호증의 1, 2, 갑 제6호증, 갑 제7호증의 1, 2, 3, 갑 제8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유재문, 서명유의 각 증언을 종합하면, 원고 경영의 잠실병원은 275개의 병상을 갖추고 16명 가량의 전문의와 8명의 수련의가 근무하는 종합병원으로서 의사가 정식으로 채용되는 경우 으례 서면으로 급여 및 근무조건을 상세히 정한 근무약정서를 작성하여 온 사실, 위 잠실병원의 근무체제는 통상 전문의들이 낮에 진료를 하고 수술실 조수근무 및 야간응급실근무는 수련의들이 교대로 담당하면서 야간에 응급환자가 생겨 부득이 한 경우에는 해당 전문의에게 연락하여 응급진료를 실시하게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으나 이러한 근무체제에 문제가 있어 경영을 맡고 있는 원고가 1994. 7. 중순경부터 신문광고 및 의료종사자의 전문소개업소인 을지의료부 등을 통하여 응급실의 야간당직을 전담할 전문의를 구하고 있었던 사실, 그러나 야간당직을 전담할 마땅한 전문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위 병원 소속 수련의 전원이 임금인상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아니한 데에 불만을 품고 1994. 7. 26.부터 집단휴가를 떠나버렸고 이에 위 병원측은 다급하게 야간당직을 전담할 의사를 구하다가 위 을지의료부의 소개를 받고 찾아온 만 67세(1926. 9. 19.생)의 참가인을 야간당직의로 채용을 시도한 사실, 위 병원의 인력관리는 주로 관리부장인 소외 유영수가 담당하였는데 동인은 1994. 7. 27. 참가인을 면담한 자리에서 고령이라서 신속하고 능동적인 업무수행을 위하여 상당한 체력의 뒷받침이 요구되는 야간당직업무를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의문을 품고 우선 3, 4일 정도 시용기간을 두고 그 적격 여부를 시험한 다음 정식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기로 하고 근무약정서와 같은 서면을 작성하지 아니한 채 근무시간 및 급료의 대강만을 정하여 구두로 참가인과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에 반하는 을 제4, 6호증의 각 일부 기재는 믿지 아니하고 을 제5, 9호증의 각 기재는 위 인정을 좌우할 자료가 되지 못하고 달리 반증 없다.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원고 경영의 위 병원에서 채용하고자 하는 응급실 야간당직의는 그 업무가 주당 6일 동안을 매일 야간에 15시간씩 근무하여야 하므로 응급환자의 신속한 처리를 위하여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 각별한 체력이 요구된다고 할 것인데 참가인은 오래 전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여 공적으로 그 전문적 기술을 인정받은 의사이기는 하지만 이미 고령에 이르러 응급실 야간당직의사로서의 업무를 계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체력이나 능력을 갖추었다고는 쉽게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위 병원측에서 참가인을 정식으로 채용하기 전에 시용기간을 두는 것은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위 병원의 경영주인 원고가 직접 참가인에게 시용기간을 고지하지는 아니하였지만 원고를 대리하여 참가인을 채용한 위 관리부장이 참가인과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3, 4일 간의 시용기간을 적용하기로 참가인에게 명시한 이상, 참가인은 위 해직(해고) 당시 시용기간 중에 있는 근로자였다고 할 것이다.
나. 해고의 정당성
원래 시용제도란 확정적인 근로관계를 맺기에 앞서서 정식채용을 전제로 하여 당해 근로자의 직업적 능력을 판단하기 위하여 시용기간을 두는 것으로서 확정적인 근로계약의 체결 여부를 일정정도 유보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해고규제를 완화하는 기능이 있기는 하나, 어디까지나 정식으로 채용된 경우와 마찬가지로 근로계약관계는 성립하였던 것이므로 그에 대한 해고에 있어서도 근로기준법 제27조 소정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다만 직업적 능력이나 업무적격성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인하여 정식채용을 거부할 합리적 이유가 있을 때에는 그 해고가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믿은 증거들에 의하면, 참가인은 1994. 7. 27.부터 같은 달 29.까지 3일간 매일 18:00부터 다음 날 09:00까지 위 병원의 응급실에서 근무함에 있어서 발목관절환자, 복통환자, 동맥파열환자, 뇌출혈환자 등을 처치하는 과정에서 미숙한 점을 보여 담당 간호원들로부터 불신을 받게 되었고, 한편 간호사들의 태도가 무례하다고 느낀 나머지 그들에게 욕설을 하기도 하고 환자들의 면전에서 그 중 한 사람인 소외 한정희 머리를 손으로 치기도 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간호원들이 참가인과의 근무를 집단적으로 거부하는 사태를 일으켰고 근무도중 자주 응급실을 떠나 외래진료과에 가서 휴식을 취하면서 환자에 대한 응급진료를 지체하는 바람에 기다리던 환자 및 보호자로부터 불만을 샀고 그 중 일부 환자는 진료도 받지 아니한 채 그냥 돌아가기도 한 사실, 원고는 응급실 소속 간호사들 및 원무과 소속 직원들로부터 참가인의 근무능력이 부실하다는 보고를 받고 3일째인 1994. 7. 29.에는 직접 응급실에 나가 참가인과 함께 진료를 실시하면서 참가인의 업무수행 상황을 관찰하여 본 결과 근무태도·능력·체력 등의 여러 면에서 참가인이 응급실근무자로서 부적격하다고 판단하여 결국 참가인을 위와 같이 해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에 반하는 을 제4, 6호증의 각 일부 기재는 믿지 아니하고 달리 반증 없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참가인은 고령인 나머지 체력소모가 각별히 요구되는 응급실 야간당직업무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여 간호사와 사이에 심각한 분쟁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응급실을 찾아 온 환자들에게 적절한 진료를 시행하지 못하였는바, 이러한 근무내용은 시용기간 중에 있는 참가인에게 응급실 야간당직의로서의 업무적격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정식채용을 거부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그를 이유로 참가인에 대하여 원고가 한 위 해고는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참가인에 대한 해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행하여졌음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