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5다1666 근저당권말소
원고상고인
농업회사법인 A 유한회사
피고피상고인
1. B
2. C
원심판결
전주지방법원 2014. 12. 9. 선고 2013나12382 판결
판결선고
2016. 8. 30.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4점에 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특허실시권계약이 망 G가 대출을 받기 위하여 F과 사이에 실제로는 특허권이나 상표권 등을 사용할 의사가 없이 허위로 체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설령 이 사건 특허실시권계약이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하더라도 피고들이 이 사건 특허실시권계약을 기초로 하여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지게 된 제3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데, 피고들이 통정허위표시에 관하여 악의라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 회사의 이 부분 주장을 배척하였다.
하지만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나. 이 사건 특허실시권계약이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 특허실시권 계약은 특별한 사정도 없이 최초 약정한 선급금 1억 원 이외에 추가로 2억 원을 바로 지급하고, 3억 원에 해당하는 실시양액의 생산공급이 완료된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특허권자인 F으로 하여금 특허권 등을 원고 회사가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조건으로 6억 원을 즉시 수령할 수 있는 채권을 취득하게 하는 것으로 통상의 특허실시권 계약에 비하여 이례적으로 실시권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나) 원고 회사는 자본금이 3억 원에 불과한 회사인데, 설립 후 육류 가공 공장을 지이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이용한 2차 가공품을 생산하여 판매하기로 하고, 그에 따라 원심판결문 별지 목록 기재 각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를 매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다음 그 지상에 같은 목록 기재 각 공장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고 하고,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을 합하여 '이 사건 부동산'이라고 한다) 신축공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공사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여 다액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특히 이 사건 특허실시권계약이 체결될 무렵에는 채권자 중 1인인 E의 신청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강제경매개시결정까지 내려진 상황이었다.
(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 회사의 임원들로부터 원고 회사의 운영에 관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받은 망 G는 지인의 소개로 전혀 안면이 없었던 F을 만나 F으로부터 2,450만 원을 차용하여 E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고 위 강제경매 신청을 취하시켰다. (라) F이 보유한 특허권은 인삼 수경방법, 인삼 육묘방법 등에 관한 것으로서 원고 회사가 예정하고 있던 육류 가공사업과 아무런 관련성을 찾을 수 없고, 원고 회사의 당시 자금사정 등에 비추어 이 사건 특허 실시권계약과 같은 내용의 신규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없었다.
(마) 원고 회사는 이 사건 특허실시권계약 후 그 특허권 등을 사용하여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시설을 갖추거나 이를 이용한 영업을 한 바 없고, 피고는 이 사건 특허실시권계약서의 기재와 달리 10만 포에 달하는 실시양액(L 수정수)을 공급하는 대신 20리터 통에 담은 원액을 공급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는 계약서의 내용과도 상이한 주장일 뿐만 아니라 아무런 인적·물적 생산기반이 갖추어진 바 없는 원고 회사가 위와 같이 영업에 필요한 원료부터 공급받았다는 것도 선뜻 수긍이 되지 않는다.
(바) 오히려 망 G는 위와 같이 F으로부터 돈을 차용할 당시 새로 신축된 이 사건 건물을 포함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공사대금 및 시설자금 등으로 사용할 자금을 대출받고자 알아보고 있던 상황이었고, 이러한 사정을 듣게 된 F의 제의로 금융기관 대출 대신 사채를 얻어 사업자금을 마련하기로 한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F의 요청에 따라 사채업자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데 사용할 목적으로 이 사건 특허실시권계약서,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사) 그 후 망 G는 황등신용협동조합으로부터 상당한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게 되자 F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설정된 피고들 명의의 이 사건 각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요구하였으나 F이 이를 거부하였고, 이에 이 사건 특허실시권계약이 체결된 후 불과 3개월이 되기도 전에 원고 회사를 대리하여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각 근저당권의 말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F을 사기 혐의로 형사고소하기에 이르렀다.
(2) 위와 같은 사정들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특허실시권계약은 실제로 원고 회사가 F이 보유한 특허권 등을 사용하여 제품을 생산하고, 그 대가로 특허사용료 등을 지급할 목적으로 체결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F의 제안에 따라서 원고 회사가 사채업자를 통하여 대출을 받는 데 사용할 목적으로 F이 원고 회사에 6억 원 상당의 특허사용료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같은 외관을 만들기 위하여 통정하여한 허위표시에 의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다. 피고들이 민법 제108조 제2항의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민법 제108조 제2항에서 말하는 제3자는 허위표시의 당사자와 그의 포괄승계인 이외의 자 모두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그 가운데서 허위표시행위를 기초로 하여 새로운 이해관계를 맺은 자를 한정해서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1983. 1. 18. 선고 82다594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 회사와 F 사이에서는 이 사건 특허실시권계약 및 이 사건 확인각서를 통하여 원고 회사가 이 사건 특허실시권 계약에 의하여 F에게 지급할 6억 원의 특허사용료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원고 회사 소유의 부동산에 피고들 명의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고, 이를 담보로 특허권자 F피고들로부터 특허사용료 6억 원 상당에 해당하는 돈을 직접 수령하되, 그 채무는 원고 회사가 변제하기로 한 사실, 원고 회사를 대리한 망 G는 위와 같은 약정에 따라 피고들 명의로 이 사건 각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들은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는 이 사건 특허실시권계약에 의하여 근저당권자가 된 것에 불과하고 허위표시 행위에 기하여 새로운 이해관계를 맺은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앞서 본 것과 같은 이유만을 들어 원고 회사의 이 부분 주장을 섣불리 배척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통정허위표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원심은 이 사건 특허실시권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들은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이 사건 각 근저당권 설정 전 또는 설정 후에 F이나 원고 회사에게 자금을 융통하여 주었으므로 이 사건 각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아 이 사건 각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가 부존재한다는
원고 회사의 주장을 배칙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우선 이 사건 특허실시권계약이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볼 여지가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특허실시권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피고들이 F에게 자금을 융통하여 준 것을 가지고 원고 회사에 자금을 대여한 것이라고 보아 이 사건 각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앞서 본 것과 같은 경위로 F이 원고 회사가 자금을 차용하는 것을 돕는 과정에서 2012. 6. 1. 피고 C의 계좌에서 F의 계좌로 송금된 5,000만 원 중 4,800만 원이 2012. 6. 1.과 같은 달 2일 I의 모인 H 명의 예금계좌로 송금되었다가 같은 시기에 그 중 2,500만 원이 원고 회사의 법인계좌로 송금되었고, 2012. 6. 5. 피고 C의 계좌에서 F의 계좌로 송금된 5,000만 원 중 4,299만 원이 2012. 6. 5. 과 같은 달 6일 I의 계좌로 송금되었다가 2012. 6. 6. 그 중 3,000만 원이 원고 회사의 법인계좌로 송금된 사실, I은 F과 같은 사업에 종사하면서 동일한 사업장 주소를 사용하는 사람이고, H은 I의 모인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이 I과 I의 모인 H의 계좌를 거쳐 원고 회사의 법인계좌로 송금된 돈은 F이 원고 회사에 대여하였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피고 C가 원고 회사에 직접 자금을 대여한 것인지가 분명하지 아니하고, 나아가 판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B이 직접 원고 회사에 자금을 대여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각 근저당권을 담보로 실제로 피고들이 원고 회사에 직접 자금을 대여한 것인지, 만약 F이 자금을 대여한 것이라면 제3자인 피고들 명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경위는 어떠한지 등을 좀 더 면밀히 심리하여 피고들 명의의 이 사건 각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가 존재하는지 여부나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의 유효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원심이 앞서 본 것과 같은 이유만을 들어 원고 회사의 이 부분 주장을 설불리 배척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범위나 근저당권의 효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현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권순일
대법관박병대
주심대법관박보영
대법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