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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도10915 판결
[배임][미간행]
AI 판결요지
마을의 이장으로 재직하던 피고인이 마을 주민들의 탄핵으로 마을 이장직을 사임하게 되었음에도 예치금을 새로 마을 이장으로 선임된 마을 주민들에게 인계하지 않고 계속 보관하다가 암반발파 공사가 시작된 이후 마을 주민들 중 일부의 가옥에 균열이 가는 등의 일이 발생하자, 피해보상 문제로 마을 회의가 개최되었고, 그 자리에서 갑이 마을 주민들에게 피해를 본 부분에 대해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였으나 마을 주민 중 같은 해 12월말까지 서면으로 자료를 제출한 사람은 없으므로, 피고인은 예치금을 계속 보관하다가 예치금 반환기간이 종료되었다는 이유로 갑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의 동의 없이 예치금을 그대로 갑에게 반환하였는데, 암반발파 공사가 시작된 이후 마을 주민들 중 일부의 가옥에 균열이 가는 등의 일이 발생하여 마을 회의가 개최되었고, 그 자리에서 갑이 마을 주민들에게 피해를 본 부분에 대해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였으나 마을 주민 중 같은 해 12월말까지 서면으로 자료를 제출한 사람은 없으므로, 피고인이 예치금을 계속 보관하다가 예치금 반환기간이 종료되었다는 이유로 갑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의 동의 없이 예치금을 그대로 갑에게 반환한 사안에서, 예치금은 예치기간 중 암반발파 작업으로 마을 주민들의 건물에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담보하기 위하여 교부된 금원으로서 마을 주민들 전체의 총유에 속한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은 마을 주민들의 대표(이장) 자격에서 이를 보관하고 있던 것에 불과하므로, 2005. 5.경 마을 주민들에 의하여 탄핵된 피고인으로서는 새로 이장으로 선임된 갑에게 예치금을 인계해 주어야 할 임무가 있으며, 이는 마을 주민들에 대하여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이 위 임무에 위배하여 예치금을 갑에게 인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마을의 이장도 아닌 피고인이 마을 주민들의 건물에 피해가 발생하지 아니하였음이 확정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마을 이장인 갑이나 마을 주민들과 상의도 없이 함부로 예치금 전액을 갑에게 반환함으로써 갑으로 하여금 이를 처분할 수 있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마을 주민들에게 손해배상에 대한 담보를 상실하는 손해를 가한 행위는 형법 제355조 제2항 소정의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시사항

마을의 물류창고 신축 회사로부터 공사에 따른 피해보상 예치금을 받아 보관하던 마을 이장이 탄핵으로 사임한 후에도 후임 이장에게 위 예치금을 인계하지 않고 계속 보관하다가 예치금 반환기간이 종료되자 마을 주민들의 동의 없이 회사에 반환한 행위가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안성시 (이하 생략) ○○마을(이하 ‘마을’이라 한다)의 이장으로 재직하던 2005. 1. 24.경 마을의 주민대표(이장) 자격으로, 마을에서 물류창고를 신축하던 공소외 회사와 사이에 공소외 회사가 실시하는 암반발파 공사와 관련하여 “위 공사기간 중 마을 주민들의 건물에 피해가 발생하면 그 보상금으로 사용하고 2005. 12. 24.까지 피해가 없으면 공소외 회사에 반환하기로” 약정하고, 공소외 회사로부터 2,000만 원의 예치금(이하 ‘이 사건 예치금’이라 한다)을 피고인의 개인 통장으로 송금받아 이를 마을 주민들을 위하여 보관하게 되었다.

나. 피고인은 2005. 5.경 마을 주민들의 탄핵으로 이장직을 사임하게 되었음에도 이 사건 예치금을 새로 마을 이장으로 선임된 공소외 1에게 인계하지 않고 계속 보관하였다.

다. 위 암반발파 공사가 시작된 이후 마을 주민들 중 일부의 가옥에 균열이 가는 등의 일이 발생하였다. 2005. 8.경 피해보상 문제로 마을 회의가 개최되었고, 그 자리에서 공소외 1이 마을 주민들에게 피해를 본 부분에 대해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였으나 마을 주민 중 같은 해 12월말까지 서면으로 자료를 제출한 사람은 없다.

라. 피고인은 이 사건 예치금을 계속 보관하다가 2005. 12. 26.경 예치금 반환기간이 종료되었다는 이유로 공소외 1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의 동의 없이 이 사건 예치금을 그대로 공소외 회사에 반환하였다.

2.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예치금은 암반발파 작업으로 인해 마을 주민들에게 피해가 없을 경우에는 공소외 회사에 반환하기로 약정되어 있었던 것인데, 공소외 2 등 마을 주민들의 가옥에 발생한 균열 등이 이 사건 암반발파 작업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고 그로 인해 마을 주민들에게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의 예치금 반환행위로 인하여 공소외 회사에게 2,0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마을 주민들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며,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예치금은 위 예치기간 중 암반발파 작업으로 인해 마을 주민들의 건물에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담보하기 위하여 교부된 금원으로서 마을 주민들 전체의 총유에 속한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은 마을 주민들의 대표(이장) 자격에서 이를 보관하고 있던 것에 불과하므로, 2005. 5.경 마을 주민들에 의하여 탄핵된 피고인으로서는 새로 이장으로 선임된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예치금을 인계해 주어야 할 임무가 있으며, 이는 마을 주민들에 대하여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

그리고 피고인이 위 임무에 위배하여 이 사건 예치금을 공소외 1에게 인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2005. 12. 26.경 그 당시는 마을의 이장도 아닌 피고인이 마을 주민들의 건물에 피해가 발생하지 아니하였음이 확정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마을 이장인 공소외 1이나 마을 주민들과 상의도 없이 함부로 이 사건 예치금 전액을 공소외 회사에 반환함으로써 공소외 회사로 하여금 이를 처분할 수 있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마을 주민들에게 손해배상에 대한 담보를 상실하는 손해를 가한 행위는 형법 제355조 제2항 소정의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 있어서 손해발생 여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양승태 박시환(주심) 박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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