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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7다255344 판결
[부당이득금][미간행]
판시사항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는지 여부(소극) 및 부동산에 관하여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었으나 점유자가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지 아니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 경우, 소유명의자가 점유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화 담당변호사 박봉석 외 1인)

피고, 상고인

제주특별자치도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봉훈)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제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가 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점유의 경위와 용도 등을 감안할 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점유개시 당시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거쳐서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권취득의 법률요건이 없이 그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 무단점유한 것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자주점유의 추정은 깨어지지 않는다 (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10다33866 판결 참조). 부동산에 대한 취득시효가 완성되면 점유자는 소유명의자에 대하여 취득시효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고 소유명의자는 이에 응할 의무가 있으므로, 비록 점유자가 그 부동산에 관하여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지 아니하여 아직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소유명의자는 점유자에 대하여 부동산의 점유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 ( 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다51280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피고가 수용하기로 한 면적은 1,219㎡인데, 피고는 이 사건 각 토지 중 위 1,219㎡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고, 토지의 일부 지분만을 사실상 지배하여 점유한다는 것을 상정하기도 어려우므로, 피고가 이 사건 각 토지 중 1,219㎡에 해당하는 지분을 시효로 취득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하면서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에게 법률상 원인 없는 점유로 인한 부당이득의 반환을 명하였다.

3.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1977. 8. 19. 이 사건 분할 전 토지 5,031㎡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다음 1977. 8. 25. 소외 1, 소외 2에게 각 3,044분의 751 지분에 관하여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그 결과 이 사건 분할 전 토지에 관한 원고의 지분은 3,044분의 1,542가 되었다.

2) 이 사건 분할 전 토지는 1978. 3. 30. 제주시 (주소 1 생략) 전 2,548㎡와 (주소 2 생략) 전 2,483㎡로 분할되었는데, 분할에 따른 등기 절차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자는 다시 이 사건 각 토지로 분할되었고, 후자는 제주시 (주소 3 생략) 토지로 환지되었다.

3) 피고는 1978년경 제주도시계획도로 광로 2류 1호선을 확장하는 사업을 진행하였는데, 위 사업의 토지 보상비 책정조서에는 이 사건 분할 전 토지 5,031㎡ 가운데 2,548㎡를 수용대상으로 하여 3,312,400원(= 2,548㎡ × 1,300원)의 보상금을 책정하였다는 내용이 기재되었다가 이를 삭제한 다음 다시 1,219㎡를 수용대상으로 하여 1,584,700원(= 1,219㎡ × 1,300원)의 보상금을 책정하였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소유자란에는 원고의 성명과 주소가 기재되어 있다.

4) 원고는 1978. 6. 8.경 이 사건 분할 전 토지 가운데 1,219㎡를 보상비 1,584,700원으로 수용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동의서를 피고에게 제출하였는데, 동의서에는 이전등기용 인감증명서가 첨부되어 있다.

5) 피고는 1978년경 이 사건 각 토지에 도로를 개설한 후 현재까지 이를 점유·사용하고 있는데, 이 사건 각 토지의 면적 합계는 2,548㎡이고, 그중 원고의 지분 3,044분의 1,542에 해당하는 면적은 1,291㎡(= 2,548㎡ × 1,542 ÷ 3,044, 소수점 이하 반올림)이다.

나. 이에 의하면 피고는 도로를 개설하기 위해 원고를 비롯한 이 사건 각 토지의 공유자들로부터 이 사건 각 토지를 취득하고자 하였고, 당시 원고는 이 사건 각 토지 중 3,044분의 1,542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으므로, 피고는 원고로부터 원고가 보유하던 지분을 협의취득 등으로 취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비록 토지 보상비 책정조서나 동의서에 ‘1,219㎡’로 수용면적이 기재되어 있고, 그 면적이 원고의 지분에 상응하는 토지의 면적보다 적기는 하지만, 위 기재는 그 자체가 지분비율이 아니라 ‘수용면적’을 기재하는 란의 내용인 점, 원고 지분에 해당하는 면적은 1,291㎡로 위 조서 등 기재 면적과 다르긴 하나 그 차이가 근소하고, 착오로 인해 ‘1,291㎡’로 기재할 것을 ‘1,219㎡’로 기재하였을 여지도 충분히 있어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이 사건 각 토지 중 원고의 지분을 취득하고자 하면서 위 조서 등에 이를 면적으로 환산하여 기재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위 면적 기재만으로 피고가 원고의 지분이 아니라 토지의 특정 부분을 취득하였다고 볼 것은 아니다.

다. 한편 피고가 이 사건 각 토지 중 원고 소유 지분에 대한 보상비를 1,584,700원으로 책정한 다음 원고로부터 그 지분을 위 가격으로 수용하는 것에 대한 동의서와 이전등기용 인감증명서를 교부받은 점, 피고는 1978년경 이 사건 각 토지를 비롯한 인근 토지들에 도로를 개설한 다음 현재까지 점유·사용하고 있는데, 원고가 그로부터 30여년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이 사건 각 토지의 점유개시 당시 협의취득 등을 통해 원고가 보유하던 지분을 적법하게 취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영수증 등 일부 서류를 제출하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 소유 지분에 대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된다고 할 수 없다.

라. 그렇다면 피고는 이 사건 각 토지 중 원고 소유 지분에 대하여는 소유의 의사를 가지고 이 사건 각 토지 전부에 도로를 개설하여 이를 점유해 옴으로써 이 사건 각 토지 중 원고 소유 지분을 시효취득하게 되었고, 이 경우 원고는 피고에게 점유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마.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각 토지 중 원고 소유 지분에 대하여는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에게 부당이득의 반환을 명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수용 내지 협의취득의 목적물의 특정 및 취득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나머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박상옥 이기택(주심) 박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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