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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다212510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미간행]
판시사항

[1] 처분문서상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 계약내용의 해석 방법

[2] 택지개발 등 사업의 시행자인 갑 공사 등이 도로관리청인 을 광역시와 위 사업에 필요한 공공시설인 도로의 개설사업과 관련하여 ‘갑 공사가 사업에 소요되는 설계비, 공사비, 보상비 등 사업비를 전액 부담하고, 사업으로 매입되는 토지는 을 광역시의 명의로 한다’는 등의 내용으로 사업비 분담협약을 체결하였는데, 을 광역시가 갑 공사가 제공한 돈으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74조 제1항 에 따른 잔여지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잔여지에 관하여 을 광역시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자, 갑 공사가 을 광역시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잔여지 보상금은 사업에 드는 보상비로서 협약에 따라 갑 공사가 부담하여야 할 ‘사업비’에 포함되고, 협약에서 정한 ‘사업으로 매입되는 토지’에 위 잔여지가 포함되지는 않지만 이를 누가 소유할 것인지에 관하여 따로 약정한 바 없으므로, 협약에 따른 정산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을 광역시가 잔여지나 수용보상금에 해당하는 돈을 부당이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한국토지주택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정기돈)

피고, 피상고인

인천광역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새얼 담당변호사 최영식)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는 2008. 1.경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2009. 10. 1. 시행된 한국토지주택공사법에 의하여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는 원고로 통합되었다)와 인천-부천간 도로 2공구 개설을 위한 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의 사업비 분담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이라 한다)을 맺었다.

(2) 이 사건 협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사업의 범위는 인천 계양구 (주소 1 생략) 광장 경계부터 (주소 2 생략), 기 개설구간(1공구)까지의 도로건설(길이 1.3km, 폭 38~50m)로 한정한다. 다만 구체적인 범위는 향후 실시설계 시 확정된 내용으로 한다(제3조).

② 청라지구, 가정택지개발지구, 가정오거리 등 개발사업의 시행주체인 대한주택공사 등이 사업비 전액을 부담한다(제5조). 사업비는 사업에 소요되는 설계비, 공사비, 보상비, 기타 부대비 등 제반 비용을 말한다(제2조).

③ 피고는 인허가와 설계, 공사, 감리의 시행, 사업과 관련한 보상 업무를 수행한다(제4조 제1항).

④ 사업으로 매입되는 토지는 피고의 명의로 하고, 준공된 제반 시설물은 피고의 재산으로 무상 귀속한다(제4조 제2항).

⑤ 약정 당사자들은 사업 준공일로부터 3월 이내에 관련 증빙서류를 검토한 후 사업비를 정산 처리한다(제6조 제2항 본문).

(3) 피고는 2011. 4. 11. 인천도시계획시설(광로 2-5호선) 실시계획(변경)인가 고시 후 수용재결을 거쳐 도로 건설에 필요한 토지를 수용하였다.

(4) 소외인은 그 소유 토지가 이 사건 사업으로 수용됨으로써 나머지 토지를 종래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해졌다면서 피고를 상대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 제74조 제1항 에 따른 잔여지 매수를 청구하였고, 피고가 이를 거절하자 인천지방법원 2012구합2218호 로 잔여지 수용청구를 하였다.

(5) 위 소송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2012누32989호 사건에서 피고로 하여금 소외인에게 합병 전 3필지이던 이 사건 잔여지의 보상금 명목으로 760,572,000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정한 2013. 6. 15.자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되었다. 피고는 원고가 제공한 돈으로 보상금을 지급하고 이 사건 잔여지에 관하여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나. 원심은 제1심판결의 이유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잔여지의 매수는 이 사건 사업의 시행에 필수적이고, 이 사건 잔여지의 보상금은 위 사업에 드는 보상비로서 이 사건 협약 제2조에서 정의한 ‘사업비’에 해당한다.

(2) 당사자 사이에 달리 정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 협약 제4조에서 정한 ‘사업으로 매입되는 토지’에는 실제 도로로 사용되는 토지뿐만 아니라 토지보상법상 잔여지 매수청구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하고 취득한 토지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는, 피고가 원고에게 잔여지의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3) 가령 실제 도로로 사용되는 토지만이 위 ‘사업으로 매입되는 토지’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더라도, 이 사건 사업비로 매입한 이 사건 잔여지를 누가 소유할 것인지에 관하여 특별한 약정이 없으므로, 이 사건 협약 제5, 6조에 따른 정산을 거치지 않은 채 피고가 이 사건 잔여지 또는 잔여지에 관한 수용보상금을 부당이득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계약으로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계약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다29130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협약은 택지개발사업 등에 필요한 공공시설인 도로의 개설사업에 드는 비용의 분담을 정한 것으로서, 원고와 같은 택지개발사업 등의 시행주체가 관련 사업비 전액을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잔여지의 보상금이 이 사건 사업에 드는 보상비로서 ‘사업비’에 포함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고가 잔여지 보상에 드는 비용을 부담한 것은 이 사건 협약 제5조에 따른 것이므로 이를 법률상 원인 없이 지출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다. 그러나 원고의 비용으로 매수한 이 사건 잔여지가 위 협약 제4조 제2항에서 정한 ‘사업으로 매입되는 토지’에 포함되어 피고에게 소유권이 귀속된다고 해석할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 사건 협약 제4조 제2항은 택지개발사업 등의 시행주체가 사업비용을 부담하는 데서 나아가 이 사건 사업으로 설치된 시설물은 물론 토지의 소유권까지 피고에게 귀속시키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는 도로의 부지와 시설물의 소유권을 도로관리청인 지방자치단체에 귀속시킴으로써 공공시설인 도로를 좀 더 효율적으로 유지·관리하면서 공공의 이익에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2) 위 조항에서 말하는 ‘사업으로 매입되는 토지’에 이 사건 사업 과정에서 취득한 모든 토지가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고, 도로의 부지와 같이 도로의 효율적인 유지·관리에 필요한 범위에서 이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3) 이 사건 협약은 도로의 개설 구간과 폭·넓이를 미리 한정하고 향후 실시설계를 통해 사업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잔여지는 ① 이 사건 협약에서 정한 사업범위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② 소외인 소유의 토지 일부가 사업범위에 포함되어 수용되면서 토지보상법 제74조 제1항 에 따라 수용의 효과가 발생하였을 뿐이며 ③ 그 면적이 444㎡, 보상금이 7억 원이 넘고 ④ 현재 도로와 구분되어 주차장 등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잔여지가 도로의 효율적인 유지·관리에 필요한 토지라고 보기 어렵고, 결국 이 사건 협약 제4조 제2항의 ‘사업으로 매입되는 토지’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 이와 달리 원심이 위 조항에서 정한 ‘사업으로 매입되는 토지’에 이 사건 잔여지가 포함된다고 본 것은 잘못이다.

라. 한편 약정 당사자들이 이 사건 잔여지를 누가 소유할 것인지에 관하여 따로 약정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이 사건 협약은 제5, 6조에 따라 사업비용 전체를 정산하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심이 부가적으로 판단한 것처럼 이 사건 협약 제5, 6조에 따른 정산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피고가 이 사건 잔여지나 그 수용보상금에 해당하는 돈을 부당이득하였다고 보아 그 반환을 인정할 수는 없다.

마. 결국 부당이득에 관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그 이유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결론적으로 정당하다. 원심판결에는 처분문서 또는 법률행위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원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박보영 이기택 김재형(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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