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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6두57502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미간행]
판시사항

[1] 자살행위로 사망한 근로자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는 경우 및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사항

[2] 생산직 근로자로 일하던 미혼 여성인 갑이 필름 커팅 작업을 하다가 칼날에 손가락 6개가 절단되는 사고로 상해를 입고 입원치료와 수술치료를 받았는데, 요양치료 중에 ‘양극성 정동장애’ 등 진단을 받고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사안에서, 갑의 양극성 정동장애 등은 사고로 발생한 상해 치료과정에서 발생한 감내하지 못할 정도의 스트레스로 소인이 악화되어 비로소 발병하였다고 추단할 수 있고, 그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른 것으로 추단할 수 있으므로 갑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남도 담당변호사 고재욱)

피고, 피상고인

근로복지공단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1두14692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의 딸로서 1982. 11. 15.생인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7. 11. 12. 소외 2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생산직 근로자로 근무하던 중 2009. 2. 13. 위 회사 필름공장에서 필름 커팅 작업을 하다가 칼날에 손가락 6개가 절단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당해 “우 제2, 3수지 원위지골 완전절단상, 좌 제2, 3수지 중위지골 불완전 절단상, 양측 2수지 동맥·신경·정맥·건손상, 양측 3수지 동맥·정맥·신경·건손상, 양측 4수지 원위지골 골절 및 동맥, 신경손상” 등의 상해(이하 ‘기승인 상병’이라 한다)를 입었다.

나. 망인은 이 사건 사고로 손가락 접합수술을 받고 2009. 2. 13.부터 2009. 4. 24.까지, 2009. 8. 3.부터 2009. 8. 25.까지, 2009. 11. 3.부터 2009. 11. 28.까지, 2010. 3. 30.부터 2010. 4. 20.까지 4회의 입원치료와 3회의 수술치료를 받았고, 2010. 9. 15.경 요양치료를 종결하였으며, 피고는 망인이 ‘한쪽 손의 가운데 손가락 또는 넷째 손가락을 제대로 못 쓰게 된 사람’에 해당한다고 보아 망인에 대하여 제12등급의 장해등급판정을 하였다.

한편 망인이 2009. 2. 24.경 피고에게 기승인 상병에 대한 최초 요양급여를 신청할 때 첨부한 초진소견서에는 ‘원고가 기승인 상병에 대하여 너무 힘들어 하고, 걱정하며, 통증을 호소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의무기록에 의하면 망인은 위 치료기간동안 통증과 불안을 여러 차례 호소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한편 의무기록에는 ‘수술에 중독된 것 같다’는 내용도 기재되어 있다.

다. 망인은 요양치료 중이던 2010. 1. 9. ‘양극성 정동장애(의증)’ 진단을 받고, 2010. 1. 18.경부터 2012. 10. 29.까지 ○○○○병원에서 환청, 망상, 고양된 기분, 불면 등으로 양극성 정동장애에 관한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며, 2013. 5. 29.부터 2014. 3. 19.경까지 △△△△ △△△△△△△의원에서 ‘분열정동성 장애, 울병형’ 등으로 치료를 받았다.

라. 망인은 2014. 3. 21. 11:30경 거주하고 있던 여수시 (주소 생략)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사망하였다.

마. 분열정동성 장애는 일반적으로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병하고,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극성 정동장애의 경우도 유전적인 요인이 많은 병이지만 일상 사건이나 환경적인 스트레스도 요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는 망인의 행동발달상황으로 1, 2학년 때는 ‘조용한 성격으로 맡은 일에 충실하고, 자기주장이 뚜렷하며 규칙을 잘 준수한다’고 기재되어 있고, 3학년 때는 ‘명랑 쾌활하다’고 기재되어 있으며, 고등학교 3년 동안 개근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사. 망인은 소외 2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생산직 근로자로 근무하면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까지 재직기간 동안 정신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었고, 무단결근한 사실도 없었다.

아. 망인은 이 사건 사고를 당하기 전에 정신적 질환으로 진단을 받거나 치료를 받은 전력이 없고, 망인의 가족 중에 정신병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발생과 기승인 상병 치료 과정에서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추인할 수 있다.

(1)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만 26세의 미혼 여성으로서 칼날에 손가락 6개를 절단당하는 사고를 당하였는데, 이러한 사고를 당하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2) 입원치료기간만 120일에 이르는 등 망인은 양극성 정동장애를 진단받기 전까지의 치료기간동안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위 기간 동안 통증과 불안을 여러 차례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요양치료 종결 후에도 일부 장해가 남게 되었다.

나. 한편 양극성 정동장애나 분열정동성 장애가 심리적 요인에 의하여 유발될 수도 있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여기에 ① 망인이 기승인 상병에 대한 요양치료가 계속되던 중에 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을 받았는데, 이 무렵 이 사건 사고 발생과 기승인 상병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스트레스 외에 다른 스트레스 요인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망인은 이 사건 사고 전까지 정신적 질환으로 진단을 받거나 치료를 받은 전력이 없고, 망인의 가족 중에도 과거에 정신질환을 앓았거나 현재 앓고 있는 자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위 질환은, 이 사건 사고 발생과 기승인 상병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감내하지 못할 정도의 스트레스로 인하여 그 소인이 악화되어 비로소 발병하였다고 추단할 수 있다.

다. 나아가, 앞서 인정한 여러 사정에 망인이 자살을 선택할 만한 다른 특별한 사유가 나타나지 아니한 사정까지 더하여 보면, 망인이 양극성 정동장애 또는 분열정동성 장애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

4.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사고 이후 망인이 받은 스트레스의 정도,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경위 등에 관하여 면밀하게 따져보지 아니하고, 망인이 우울감, 두려움, 열등감, 절망감, 대인과민성 등을 나타낼 정도의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나 극심한 정신적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는 점 등의 사정을 들어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상 재해에서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김용덕 김소영 이기택(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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