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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7두53941 판결
[유족보상금부지급처분취소청구의소][공2018하,1498]
판시사항

[1] 공무원연금법 제3조 제1항 제2호의2 제61조 제1항 에서 정한 순직유족보상금 지급요건인 공무와 질병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 책임의 소재 및 증명의 정도 / 공무원이 자살행위로 사망한 경우,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 및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사항

[2] 경찰서 경비교통과 교통조사계에 배치되어 3교대로 근무하던 갑이 복부 통증과 극심한 체중 감소로 병원에 내원하여 신경인성 복부 통증 진단과 우울증 및 불안장애 치료의 처방을 받았는데, 갑이 병가 중에 자살하자 아내 을이 유족보상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공무원연금공단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을 한 사안에서, 갑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충분한데도 이를 부정한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공무원연금법 제3조 제1항 제2호의2 제61조 제1항 에 따라 순직공무원의 유족에게 지급하는 순직유족보상금의 지급요건이 되는 ‘공무상 질병’은 공무집행 중 공무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뜻하는 것이므로, 공무와 질병의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다만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공무원이 자살행위로 사망한 경우에, 공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자살한 사람의 질병이나 후유증상의 정도,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 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한 사람의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2] 경찰서 경비교통과 교통조사계에 배치되어 3교대로 근무하던 갑이 복부 통증과 극심한 체중 감소로 병원에 내원하여 신경인성 복부 통증 진단과 우울증 및 불안장애 치료의 처방을 받았는데, 갑이 병가 중에 자살하자 아내 을이 유족보상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공무원연금공단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을 한 사안에서, 갑이 위 부서에 배치되어 3교대로 근무하면서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초과근무를 요하는 과중한 업무 및 사망사고를 비롯한 교통사고 현장조사, 교통사고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응대하는 등의 업무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받았고, 심한 업무상 스트레스 및 업무 복귀에 대한 압박감과 신경인성 복부 통증으로 우울증이 악화되었으며,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으므로, 갑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충분한데도 이를 부정한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영심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공무원연금공단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무원연금법 제3조 제1항 제2호의2 제61조 제1항 에 따라 순직공무원의 유족에게 지급하는 순직유족보상금의 지급요건이 되는 ‘공무상 질병’은 공무집행 중 그 공무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뜻하는 것이므로, 공무와 질병의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다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공무원이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공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자살한 사람의 질병이나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 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한 사람의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1두32898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의 남편인 망 소외인(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6. 9. 1. 경찰관으로 임용되어 경기지방경찰청 ○○경찰서에서 업무를 시작하였다.

나. 망인은 2015. 7. 20. ○○경찰서 경비교통과 교통조사계(이하 ‘이 사건 부서’라 한다)에 배치되어 교통사고 관련 조사, 인적·물적 증거 확보, 관련 서류 작성 및 검찰 송치 업무 등을 담당하였다.

다. 망인은 이 사건 부서에서 비번, 일근(09:00~15:00), 당직(09:00~다음 날 09:00), 비번, 휴무, 당직의 3교대로 근무하였다. 망인이 이 사건 부서에 배치된 2015. 7.부터 2015. 10.까지 사이에 병가 등을 집중적으로 사용하여 근무일수가 통상보다 적은 상황에서도 그 기간 중 초과근무한 시간은 7월 19시간, 8월 12시간, 9월 31시간 30분, 10월 37시간이다. 한편 이 사건 부서는 2016. 9.부터는 4교대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라. 망인은 2015. 7. 22.부터 2015. 10. 6.까지의 기간 동안 원고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일이 많고 힘들다. 항상 바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자주 보냈다.

마. 망인은 2007. 12.경 위장염, 결장염 등의 진료를 받고, 이후로도 간헐적으로 위장 관련 질환으로 진료를 받기는 하였으나, 2015. 10.경부터 2016. 1.경까지는 기능성 소화불량, 상세불명 기원의 위장염 및 결장염, 복부통증 등으로 30회 가까이 진료를 받았다.

바. 망인은 2016. 1. 31. △△△△△병원에서 치료받을 당시 최근 3개월 동안 체중이 12㎏ 감소했고, 식사량도 줄었다고 진술하였다. 담당 의사는 검사 결과 특이소견이 없어 망인에게 발생한 복부 통증은 스트레스, 음식, 약제 등이 복합적인 이유로 발생한 기능성 위장장애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또한 담당 의사는 망인의 극심한 체중감소는 단순한 기능성 위장장애의 증상만으로 보기에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고, 기저에 심한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있다고 판단하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의뢰하였다.

사. 망인은 2016. 2. 2. □□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서 진료를 받을 당시 ‘복부통증이 신경성으로 의심되며, 6개월 전 이 사건 부서로 이동한 후 24시간씩 업무처리를 하면서 장이 안 좋아졌다. 3개월 전부터 쉬고 있는데 4개월 전부터 통증이 시작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담당 의사는 망인의 주된 호소는 복통이었으나 이와 함께 부서 이동과 업무처리에 따른 스트레스도 호소하여 망인의 통증을 신경인성 통증으로 판단하고, 항우울제, 항불안제, 수면제 등을 처방하였다.

아. 망인은 2015. 11. 16.부터 6개월간 육아휴직을 하였는데 그 기간 중인 2016. 1. 29. ○○경찰서 ◇◇지구대로 발령받고 2016. 2. 1. 복직명령을 받았으나, 같은 날부터 2016. 2. 14.까지 추가로 병가를 신청하였다. 이후 망인은 2016. 2. 7. 오전 자택이 있는 아파트에서 투신하여 사망하였다. 망인이 남긴 자필유서에는 ‘약이 듣지 않아 엄청 고통스럽게 아프다. 원고의 만류에도 자신이 고집을 부려 한의원에 간 것이나 이 사건 부서에 간 것부터가 불행의 시작이었다. 나는 가망이 없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자. △△△△△병원이 발급한 진단서에 따르면, 망인의 최종진단 병명은 ‘우울증, 이상 체중 감소’이었고, 망인이 최근 과로, 업무 관련 스트레스로 극심한 체중 감소를 겪어 내원하였는데, 우울증 및 불안장애로 판단하여 약물 요법, 정신과적 치료와 함께 휴식, 요양 가료를 권유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차. 한편 망인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우울증 등으로 치료를 받은 기록이 없고 별다른 가정문제나 경제상 문제도 밝혀진 바 없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망인은 이 사건 부서에 배치되어 3교대로 근무하면서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초과근무를 요하는 과중한 업무 및 사망사고를 비롯한 교통사고 현장조사, 교통사고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응대하는 등의 업무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나. 이러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망인은 2015. 10.경부터 2016. 1.경까지 복부 통증으로 30회에 가까운 진료를 받으면서 단기간에 체중이 12kg이나 감소하였고, 이에 따라 망인의 주치의는 망인의 복부 통증을 ‘신경인성 통증’으로 판단하였으므로, 망인의 복부 통증을 단순한 기왕증이나 체질적 소인에 기인한 것으로만 볼 수는 없다. 또한 망인은 그 유서에서 그 통증으로 인한 고통과 이 사건 부서에서 맡게 된 업무로 인한 우울감과 절망감을 강하게 호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망인이 과거 우울증 등으로 치료를 받은 전력도 없는 점까지 보태어 보면, 과중한 업무 및 그와 관련된 심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망인의 신경인성 복부 통증이 악화되었고, 그로 인하여 망인의 우울증이 발병 또는 급격하게 악화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다.

다. 나아가 망인이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에 비추어 보면, 이전에 우울증 병력이 없던 망인이 자살을 선택할 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망인은 심한 업무상 스트레스 및 업무 복귀에 대한 압박감과 신경인성 복부 통증으로 인하여 우울증이 악화되었고,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 망인의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4. 그런데도 원심은 망인이 받은 업무상 스트레스의 원인과 정도, 망인의 우울증이 유발되고 악화된 경위, 자살 무렵 망인의 정신상태 등에 관하여 면밀하게 따져보지 아니하고, 망인이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거나 그로 인하여 우울증이 발병하고 악화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단정하여,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였다. 따라서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공무상 재해에서의 공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고영한 김소영(주심) 권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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