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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다234985 판결
[손해배상(기)][공2016상,751]
판시사항

[1] 민사법의 영역에서 과실에 의한 방조가 가능한지 여부(적극) 및 이 경우 과실의 내용 / 과실에 의한 방조행위와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기준

[2] 모용계좌 개설에 관한 금융기관의 주의의무 위반과 피모용자 또는 제3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판결요지

[1] 민법 제760조 제3항 은 불법행위의 방조자를 공동불법행위자로 보아 방조자에게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지우고 있다. 방조는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여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사법의 영역에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며, 이 경우의 과실의 내용은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말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과실에 의한 방조로서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방조행위와 불법행위에 의한 피해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며,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할 때에는 과실에 의한 행위로 인하여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사정에 관한 예견가능성과 아울러 과실에 의한 행위가 피해 발생에 끼친 영향, 피해자의 신뢰 형성에 기여한 정도, 피해자 스스로 쉽게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2] 타인의 명의를 모용하여 계좌가 개설된 경우에, 그 과정에서 금융기관이 본인확인절차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모용계좌를 통하여 입출금된 금전 상당에 대하여 언제나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볼 수는 없고,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주의의무 위반과 피모용자 또는 제3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며, 상당인과관계는 일반적인 결과 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본인확인 주의의무를 지우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과 보호법익, 계좌를 이용한 불법행위의 내용 및 불법행위에 대한 계좌의 기여도, 계좌 이용자 및 계좌 이용 상황에 대한 상대방의 확인 여부, 피침해이익의 성질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금융기관이 본인확인절차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아니하여 개설된 모용계좌가 불특정 다수인과의 거래에 이용되는 경위나 태양은 매우 다양함에도 모용계좌를 이용하여 범죄행위가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그로 인하여 발생한 피해에 대한 책임을 금융기관에 부담시킨다면, 불특정 다수인이 자신의 책임하에 행하여야 할 거래상대방에 관한 본인확인이나 신용조사 등을 잘못하여 이루어진 각양각색의 하자 있는 거래관계나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행하여진 다양한 형태의 재산권 침해행위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무차별적으로 금융기관에 책임을 추궁하는 결과가 되어 금융기관의 결과 발생에 대한 예측가능성은 물론 금융기관에게 본인확인의무 등을 부과한 행동규범의 목적과 보호법익의 보호범위를 넘어서게 되므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본인확인절차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아니하여 모용계좌를 개설한 금융기관의 잘못과 다양한 태양의 가해행위로 인한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하여야 한다.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본 담당변호사 정원일)

피고, 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한별 담당변호사 김성민)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가. 민법 제760조 제3항 은 불법행위의 방조자를 공동불법행위자로 보아 방조자에게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지우고 있다. 방조는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여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사법의 영역에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며, 이 경우의 과실의 내용은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말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과실에 의한 방조로서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방조행위와 불법행위에 의한 피해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며,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할 때에는 과실에 의한 행위로 인하여 해당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사정에 관한 예견가능성과 아울러 과실에 의한 행위가 피해 발생에 끼친 영향, 피해자의 신뢰 형성에 기여한 정도, 피해자 스스로 쉽게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3다91597 판결 ,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2다84707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타인의 명의를 모용하여 계좌가 개설된 경우에, 그 과정에서 금융기관이 본인확인절차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모용계좌를 통하여 입출금된 금전 상당에 대하여 언제나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볼 수는 없고, 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주의의무 위반과 피모용자 또는 제3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며, 그 상당인과관계는 일반적인 결과 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본인확인 주의의무를 지우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과 보호법익, 계좌를 이용한 불법행위의 내용 및 그 불법행위에 대한 계좌의 기여도, 계좌 이용자 및 계좌 이용 상황에 대한 상대방의 확인 여부, 피침해이익의 성질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이 본인확인절차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아니하여 개설된 모용계좌가 불특정 다수인과의 거래에 이용되는 경위나 태양은 매우 다양함에도 모용계좌를 이용하여 범죄행위가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그로 인하여 발생한 피해에 대한 책임을 금융기관에 부담시킨다면, 불특정 다수인이 자신의 책임하에 행하여야 할 거래상대방에 관한 본인확인이나 신용조사 등을 잘못하여 이루어진 각양각색의 하자 있는 거래관계나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행하여진 다양한 형태의 재산권 침해행위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무차별적으로 금융기관에 책임을 추궁하는 결과가 되어 금융기관의 결과 발생에 대한 예측가능성은 물론 금융기관에게 본인확인의무 등을 부과한 행동규범의 목적과 보호법익의 보호범위를 넘어서게 되므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본인확인절차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아니하여 모용계좌를 개설한 금융기관의 잘못과 다양한 태양의 가해행위로 인한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5다2182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경북 예천군 종합민원과 소속 공무원인 소외 1은 관련 서류를 위조하여 군유지 불하대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편취하기로 마음먹고, 원고에게 “경북도청 이전 예정지 인근지역인 경북 예천군 호명면 (주소 1 생략), (주소 2 생략) 각 토지(이하 ‘이 사건 각 토지’라고 한다)가 예천군의 소유인데 이를 불하받도록 해 주겠다.”라고 거짓말을 한 다음 2011. 2. 10.경 입찰서 작성에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원고로부터 주민등록증과 인감도장을 교부받았다.

(2) 소외 1은 2011. 2. 10. 피고 농협은행 주식회사(이하 ‘피고 농협’이라고 한다)의 예천군청 출장소(이하 ‘이 사건 출장소’라고 한다)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는 피고 1에게 위와 같이 교부받은 원고의 주민등록증과 인감도장을 제시하고 거래신청서에 원고의 인감도장을 날인하여 제출하는 방법으로 원고 명의의 예금계좌(이하 ‘이 사건 계좌’라고 한다)를 개설한 다음 원고의 인감도장이 날인된 통장(이하 ‘이 사건 통장’이라고 한다)을 교부받았다.

(3) 피고 1은 이 사건 계좌의 개설 과정에서 소외 1에게 원고 명의의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요구하는 등 원고의 적법한 위임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소외 1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통장의 예금주란 아래 부분에 ‘(예천군)’이라는 부기를 해주었다.

(4) 소외 1은 2011. 2. 11. 예천군청 내 사무실에서 이 사건 통장 중 거래도장과 예금주가 표시된 면을 복사하고, 백지에 예천군청 민원실 직인을 날인한 후 이를 오려내어 위와 같이 복사한 통장사본의 거래도장란에 붙인 다음 이를 다시 복사하여 거래도장란에 예천군청 민원실 직인이 날인된 통장사본(이하 ‘이 사건 통장사본’이라고 한다)을 만들었다.

(5) 소외 1은 2011. 2. 13. 원고가 사무장으로 근무하는 법무사 사무실에서 원고에게 이 사건 통장사본이 마치 예천군청의 법인통장인 것처럼 말하면서 이 사건 계좌로 이 사건 각 토지의 불하대금 5억 원을 입금하도록 요구하였다.

(6) 원고는 2011. 2. 14. 평소 거래하던 예천새마을금고에서 직원인 소외 2에게 수신인을 예천군으로 기재한 입금의뢰서를 제출하면서 이 사건 계좌로 5억 원을 입금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소외 2는 원고에게 이 사건 계좌의 예금주가 예천군이 아닌 원고이고 타행송금 1회 거래한도가 1억 원이라는 이유로 송금이 곤란하다고 설명하였고, 이후 원고의 동의를 얻어 수신인을 원고로 변경한 다음 이 사건 계좌로 5억 원을 입금처리 하였다.

(7) 소외 1은 2011. 2. 15. 이 사건 출장소에서 이 사건 계좌 개설 신청 당시 미리 원고의 인감도장을 찍어 놓았던 출금전표를 이용하여 이 사건 계좌에서 5억 원을 출금하여 이를 편취하였다(이하 소외 1의 위와 같은 일련의 편취행위를 ‘이 사건 사기행위’라고 한다).

다. 원심은, 금융기관으로서는 대리인을 자처하는 자에게 예금계좌를 개설하여 주는 과정에서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제출받고 대리인의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의 최소한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대리인에 의하여 개설된 예금계좌가 불특정 다수의 잠재적 피해자에 대한 범죄행위에 이용될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타인의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않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전제한 다음, 피고 1에게는 이 사건 계좌 개설 과정에서 본인확인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고 이러한 피고 1의 과실과 소외 1의 이 사건 사기행위로 원고가 입은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원고에 대하여 피고 1은 과실에 의한 방조로 인한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고, 피고 농협은 피고 1의 사용자로서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라. (1)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것과 같이 피고 1에게 이 사건 계좌 개설 당시 원고 본인의 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하여도, 피고 1에게 이 사건 사기행위에 대한 방조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피고 1이 이 사건 계좌를 개설하여 이 사건 통장을 발급하여 주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피고 1이 이 사건 계좌를 개설할 때에 이 사건 계좌를 통하여 위와 같은 사기행위가 이루어지며 이 사건 계좌가 그 사기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점에 관한 예견가능성과 아울러 이 사건 사기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이 사건 계좌가 이 사건 사기행위에 관한 원고의 신뢰 형성에 기여한 정도, 원고가 스스로 쉽게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 등의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

(2)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피고 1이 이 사건 계좌를 통하여 입·출금이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넘어서서, 소외 1이 이 사건 계좌의 예금주인 원고를 상대로 그 계좌가 예천군의 법인계좌라고 기망하여 그 계좌로 군유지 불하대금 명목으로 돈을 입금받는 등으로 이 사건 계좌 및 통장이 이 사건 사기행위 과정에서 예천군과 사이의 진정한 토지불하거래인 것으로 믿게 하는 기망수단으로 이용될 것을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이는 이 사건 통장의 예금주가 엄연히 원고이고 그 거래도장란에 원고의 인감도장이 날인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피고 1이 이 사건 계좌 개설 당시 소외 1의 요구에 따라 이 사건 통장의 예금주란 아래에 ‘(예천군)’을 부기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또한 원고에게 제시된 이 사건 통장사본의 예금주는 원고 본인인 반면 거래도장란에는 예천군 소유 토지의 불하업무와 관련 없는 예천군 민원실 직인이 날인되어 있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계좌가 실제 예천군 법인계좌가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고, 나아가 원고가 이 사건 계좌로 5억 원을 송금할 무렵에는 새마을금고 직원으로부터 이 사건 계좌의 예금주가 예천군이 아니라 원고 본인이라는 설명까지 들었으므로 원고로서는 5억 원을 송금하기 전에 이 사건 계좌가 실제 예천군 법인계좌인지 여부를 확인해 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하여 제대로 확인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원고로서는 소외 1의 이 사건 사기행위 당시 약간의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5억 원의 손해를 입는 것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계좌 개설 당시 피고 1에게 원고 본인의 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과실과 소외 1의 이 사건 사기행위로 원고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1의 과실과 소외 1의 이 사건 사기행위로 원고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 원고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과실에 의한 방조로 인한 공동불법행위책임 내지 불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결론

그러므로 피고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박병대 김신 권순일(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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