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서 정한 ‘석유판매업’에서 ‘판매’의 의미
참조조문
참조판례
대법원 2002. 5. 14. 선고 2001도5632 판결 (공2002하, 1460)
피 고 인
피고인 1 외 5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원 담당변호사 윤기원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이하 ‘석유사업법’이라 한다) 제10조 제1항 은 석유판매업을 하려는 자는 시·도지사 등에게 등록하도록 규정하는 한편, 제46조 제2호 에서 ‘ 제10조 제1항 에 따른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석유판매업을 한 자’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리고 석유사업법에서 정한 ‘석유판매업’이란 석유 ‘판매’를 업(업)으로 하는 것을 말하며, 여기서 ‘판매’는 실소비자 등에게 석유제품을 유상양도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 대법원 2002. 5. 14. 선고 2001도563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한다.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등 참조).
2.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1) 피고인 4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1, 피고인 5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2, 피고인 6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3(이하 개별회사를 가리킬 때에는 ‘피고인’ 및 ‘주식회사’를 생략하고, 회사 전부를 가리킬 때에는 ‘피고인 회사들’이라 하며, 대표이사 전부를 가리킬 때에는 ‘피고인 1 등’이라 한다)이 피고인 회사들과 각 레미콘운반도급계약 등을 체결한 콘크리트믹서트럭 소유자들에게 레미콘 운반비의 일부를 피고인 회사들에 설치한 자가용주유취급소에서 경유로 지급(이하 위 경유를 ‘이 사건 경유’라 하고 그 지급을 ‘이 사건 경유공급행위’라 한다)함으로써 관할관청에 등록하지 아니하고 석유판매업을 하였고, (2) 피고인 회사들은 그 각 대표자인 피고인 1 등이 피고인 회사들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이 관할관청에 등록하지 아니하고 석유판매업을 하였다는 것이다.
나. 이에 대해 원심은, 이 사건 경유공급행위는 그 실질이 콘크리트믹서트럭 소유자들에게 지급하여야 할 레미콘 운반비에 포함된 경유대금을 현물인 경유로 지급한 것과 다름없다고 보아 경유판매행위에 해당하며, 비용을 절감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영리성도 인정된다는 등의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들이 석유판매업을 하였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을 비롯한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 4 주식회사와 피고인 6 주식회사가 콘크리트믹서트럭 소유자들과 체결한 레미콘운반도급계약 등에 의하면, 레미콘 운반에 소요되는 경유는 피고인 4 주식회사와 피고인 6 주식회사가 부담하기로 명시되어 있고, 피고인 5 주식회사가 체결한 레미콘운반도급계약에도 피고인 5 주식회사가 운반거리 1㎞당 0.5ℓ의 경유를 공급하기로 되어 있다.
도급은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데, 도급인은 그 일에 관하여 수급인에게 재료를 제공할 수 있다( 민법 제669조 ). 이에 비추어 보면, 위 레미콘운반도급계약 등의 문언상 피고인 회사들은 그 수급인들에게 레미콘 운반작업에 소요되는 경유를 제공하기로 약정하였음이 분명하므로, 이 사건 경유공급행위는 위 약정에 따라 도급인인 피고인 회사들이 도급계약의 목적인 레미콘 운반작업에 관한 재료인 이 사건 경유를 제공한 것으로서 이를 제외한 나머지 콘크리트믹서 차량 등을 이용한 운반작업에 대하여만 운반비가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경유공급행위만을 분리하여 매매와 같이 평가하는 것은 위 레미콘운반도급계약의 문언 및 실질에 어긋나고 또한 대가를 받지 않고 이루어진 이 사건 경유공급행위를 유상양도의 판매행위로 보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2) 피고인 5 주식회사와 피고인 6 주식회사가 콘크리트믹서트럭 소유자들과 체결한 레미콘운반도급계약에 의하면, 콘크리트믹서트럭 소유자들은 피고인 5 주식회사와 피고인 6 주식회사로부터 공급받은 유류를 레미콘 운반용이 아닌 다른 용도로는 전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고, 특히 피고인 6 주식회사는 공급한 유류가 전용된 경우에 이를 콘크리트믹서트럭 소유자가 경유를 절취한 것으로 보아 최고 없이 레미콘운반도급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까지 정하고 있다.
이러한 약정은 이 사건 경유가 콘크리트믹서트럭 소유자들에게 제공된 후에도 여전히 그 소유권이 피고인 5 주식회사와 피고인 6 주식회사에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서, 콘크리트믹서트럭 소유자들이 이 사건 경유를 유상으로 매수하였다면 이러한 약정을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므로, 다른 사정이 없다면 이러한 약정 아래에서 이 사건 경유공급행위를 판매로 보는 것은 경험칙에 어긋난다.
(3) 한편 피고인 5 주식회사는 레미콘운반도급계약에서, “공급량 대비 실사용 유류량이 초과 시 초과금을 운반비에서 공제하고, 반면에 공급량 미만 사용 시에는 잔량 유류비용을 운반비 지급 시 포함하여 지급한다.”고 정하였고, 피고인 6 주식회사도 레미콘운반도급계약에서 “콘크리트믹서트럭 소유자들은 공급된 경우 1ℓ당 1.8㎞ 이상을 운행하여야 하며, 이를 이행치 못할 시 그 차액에 대한 유류대금을 운반비에서 공제하기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이하 이러한 조항들을 ‘이 사건 유류비 공제 등 조항’이라 한다).
이 사건 유류비 공제 등 조항은 콘크리트믹서트럭 소유자들로 하여금 유류비를 절감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피고인 회사들이 부담하는 레미콘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만을 근거로 이 사건 경유공급행위가 대금을 받고 이 사건 경유를 판매하는 행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4) 그뿐 아니라 설령 원심의 판단과 같이 이 사건 경유공급행위의 실질이 콘크리트믹서트럭 소유자들에게 지급하여야 할 레미콘 운반비에 포함된 경유대금을 현물인 경유로 지급한 것과 다름없다고 보더라도, 이는 피고인 1 등이 레미콘운반도급계약에서 발생된 운반비 채무 중 일부인 경유대금채무를 대물변제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일 뿐, 이러한 이유만으로 이 사건 경유공급행위를 석유판매행위로 단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4.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어긋나는 판시 이유만으로 이 사건 경유공급행위가 석유판매업을 한 것에 해당한다고 섣불리 단정한 나머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석유사업법에서 정한 ‘석유판매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