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법원이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참조조문
참조판례
대법원 1996. 5. 10. 선고 96도755 판결 (공1996하, 1952) 대법원 2001. 6. 29. 선고 2001도1091 판결 (공2001하, 1800)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도9122 판결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정대영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장 변경 요부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성폭력범죄 관련 부분 각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피고인 1에 관하여
(가) 피고인은 2010년 11월경 피해자를 찾으러 충남 금산군 추부면에 있던 피고인 2의 숙소 근처로 가 피해자와 피고인 2가 택시를 타는 장면을 목격하고 뒤쫓아 가서 위 택시를 정차시킨 후 피고인 2에게 “어린 아이 데리고 뭐하는 짓이냐?”라고 말한 뒤 피해자를 피고인 소유의 (차량번호 생략) 렉스턴 차량에 태운 다음 피해자가 정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의 변별 능력과 의사표현 능력이 미약함을 알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추행하기로 마음먹고 충남 금산군 진산면에 있는 ○○사 부근으로 가 주차한 뒤 손으로 피해자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져 피해자가 정신상의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추행하였다.
(나) 피고인은 2010년 12월경 피해자를 귀가시켜 준다면서 위 렉스턴 차량에 태운 다음 피해자가 정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의 변별 능력과 의사표현 능력이 미약함을 알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추행하기로 마음먹고 충남 금산군 (주소 1 생략) 마을 입구 공터에 주차한 뒤 손으로 피해자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만져 피해자가 정신상의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추행하였다.
(다) 피고인은 2011년 1월경 충남 금산군 (주소 2 생략)에 있는 공장 주변 공터에 주차하여 둔 위 렉스턴 차량 안에서 피해자가 정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의 변별 능력과 의사표현 능력이 미약함을 알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기로 마음먹고, 피해자에게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냐? 이리 와 봐라”고 말하면서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1회 간음하여 피해자가 정신상의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2) 피고인 2에 관하여
(가) 피고인은 2010년 10월경 충북 금산군 (주소 3 생략)에 있는 △△노래방에서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신 후 피해자가 정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의 변별 능력과 의사표현 능력이 미약함을 알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기로 마음먹고 위 (주소 3 생략)에 있는 □□□□ 모텔의 호수를 알 수 없는 방으로 피해자를 데리고 가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1회 간음하여 피해자가 정신상의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나) 피고인은 2010년 10월경 충남 금산군 (주소 1 생략) 277-5에 있는 피고인의 숙소에서 피해자가 정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의 변별 능력과 의사표현 능력이 미약함을 알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기로 마음먹고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강아지 2마리를 주겠다. 나와라”라고 말하여 위 숙소로 피해자를 유인한 후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1회 간음하여 피해자가 정신상의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다) 피고인은 2010년 11월경 충남 금산군 (주소 5 생략) 남경중국음식점에서 피해자가 정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의 변별 능력과 의사표현 능력이 미약함을 알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기로 마음먹고 피해자에게 “강아지를 더 주겠다”라고 말하여 충남 금산군 (주소 3 생략)에 있는 ◁◁원룸으로 데려간 뒤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1회 간음하여 피해자가 정신상의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나. 원심은 이 부분 각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어느 정도의 지적 장애가 있다는 점을 알았다고 볼 수 있으나, 피해자가 단순한 지적장애 이상의 정신장애로 인하여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들이 피해자가 정신장애로 인하여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간음하거나 추행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장애인에 대한 준강간 등)의 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른 한편 원심은, 피고인 1이 피해자를 간음할 당시 피해자의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피해자의 옷을 강제로 벗겼으며, 피해자는 이에 대항하여 몸부림을 치고 휴대전화 전원을 켜서 전화를 시도하거나 차 밖으로 내리려고 하는 등 저항한 사실, 피고인 2도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질 당시 욕을 하거나 때릴 듯이 겁을 준 사실에 비추어,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의사를 제압할 만한 유형력을 행사하는 등으로 위력에 의하여 심신미약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간음 내지 추행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보아, 공소장 변경의 절차를 밟음이 없이 피고인들을 형법 제302조 의 위력에 의한 심신미약자간음죄 및 심신미약자추행죄로 의율하여 처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를 수긍할 수 없다.
(1)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포함된 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공소장이 변경되지 아니하였더라도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검사의 공소장변경 없이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 대법원 1996. 5. 10. 선고 96도755 판결 , 대법원 2001. 6. 29. 선고 2001도1091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은 이 부분 각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아니한 ‘위력으로’라는 새로운 사실을 인정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정신장애로 인하여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간음 또는 추행하는 행위와 원심에서 인정한 심신미약자에 대하여 위력으로 간음 또는 추행하는 행위는 그 행위의 객체, 상대방의 상태, 행위의 내용과 방법 등에서 서로 달라서 그에 대응하는 피고인들의 소송상 방어의 내용이나 수단 등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원심이 유죄판결의 이유로 명시한 범죄사실이 공소사실에 기재되지 아니한 새로운 것으로서 공소사실 기재의 범죄행위와 그 행위의 객체, 상대방의 상태, 행위의 내용과 방법 등을 달리하는 것임이 분명한 이상, 비록 그 범죄사실에 대하여 공판절차에서 어느 정도 심리가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공소장의 변경을 요하는 사항이어서 피고인으로서는 법원이 공소장 변경 없이 다른 사실을 인정하지는 아니할 것이라고 예상하게 된다는 점, 그리고 원심이 인정한 ‘위력에 의한 심신미약자 간음 및 추행’ 사실에 대응하는 변소와 증거자료 등을 제출할 기회를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그 부분에 관련하여 충분한 심리가 되었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이 초래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위 인정사실 부분의 심판대상에 관하여 공소장 변경의 절차를 거쳤어야 할 것임에도, 이와 달리 그 절차 없이 위와 같이 범죄사실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법원의 심리·판단의 대상 또는 공소장 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피고인 2의 사기 부분에 대하여
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2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인정하거나 기망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한편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성폭력범죄 관련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은 이 부분을 위 피고인에 대한 사기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단하여 위 피고인에게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결국 피고인 2에 대한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