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법령의 위임이 없음에도 법령에 규정된 처분 요건에 해당하는 사항을 부령에서 변경하여 규정한 경우, 부령 규정의 법적 성격 및 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2]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39조 제3항 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기획재정부령인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15조 제1항 의 법적 성격
판결요지
[1] 법령에서 행정처분의 요건 중 일부 사항을 부령으로 정할 것을 위임한 데 따라 시행규칙 등 부령에서 이를 정한 경우에 그 부령의 규정은 국민에 대해서도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지만, 법령의 위임이 없음에도 법령에 규정된 처분 요건에 해당하는 사항을 부령에서 변경하여 규정한 경우에는 그 부령의 규정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 기준 등을 정한 것으로서 행정조직 내에서 적용되는 행정명령의 성격을 지닐 뿐 국민에 대한 대외적 구속력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어떤 행정처분이 그와 같이 법규성이 없는 시행규칙 등의 규정에 위배된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처분이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고, 또 그 규칙 등에서 정한 요건에 부합한다고 하여 반드시 그 처분이 적법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 경우 처분의 적법 여부는 그러한 규칙 등에서 정한 요건에 합치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일반 국민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지는 법률 등 법규성이 있는 관계 법령의 규정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관법’이라 한다) 제39조 제2항 , 제3항 및 그 위임에 따라 기획재정부령으로 제정된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15조 제1항 (이하 ‘이 사건 규칙 조항’이라 한다)의 내용을 대비해 보면,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요건을 공공기관법에서는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반면, 이 사건 규칙 조항에서는 ‘경쟁의 공정한 집행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우려가 있거나 입찰에 참가시키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자’라고 규정함으로써, 이 사건 규칙 조항이 법률에 규정된 것보다 한층 완화된 처분요건을 규정하여 그 처분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법 제39조 제3항 에서 부령에 위임한 것은 ‘입찰참가자격의 제한기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일 뿐이고, 이는 그 규정의 문언상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면서 그 기간의 정도와 가중·감경 등에 관한 사항을 의미하는 것이지 처분의 요건까지를 위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규칙 조항에서 위와 같이 처분의 요건을 완화하여 정한 것은 상위법령의 위임 없이 규정한 것이므로 이는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참조조문
[1] 헌법 제95조 [2]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39조 제2항 , 제3항 ,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15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누4928 판결 (공1992, 1446)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한진중공업 (소송대리인 변호사 손지열 외 6인)
피고, 상고인
한국토지주택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정인진 외 2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법령에서 행정처분의 요건 중 일부 사항을 부령으로 정할 것을 위임한 데 따라 시행규칙 등 부령에서 이를 정한 경우에 그 부령의 규정은 국민에 대해서도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지만, 법령의 위임이 없음에도 법령에 규정된 처분 요건에 해당하는 사항을 부령에서 변경하여 규정한 경우에는 그 부령의 규정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 기준 등을 정한 것으로서 행정조직 내에서 적용되는 행정명령의 성격을 지닐 뿐 국민에 대한 대외적 구속력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누4928 판결 참조). 따라서 어떤 행정처분이 그와 같이 법규성이 없는 시행규칙 등의 규정에 위배된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처분이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고, 또 그 규칙 등에서 정한 요건에 부합한다고 하여 반드시 그 처분이 적법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 경우 처분의 적법 여부는 그러한 규칙 등에서 정한 요건에 합치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일반 국민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지는 법률 등 법규성이 있는 관계 법령의 규정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이하 ‘공공기관법’이라 한다)은 정부가 출연한 공기업 등이 발주하는 계약 등과 관련하여 제39조 제2항 에서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요건 및 기준 등을 규정하면서, “공기업·준정부기관은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사람·법인 또는 단체 등에 대하여 2년의 범위 내에서 일정 기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하고, 그 제3항 은 제2항 에 따른 입찰참가자격의 제한기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그 위임에 따라 제정된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은 제15조 제1항 (이하 ‘이 사건 규칙 조항’이라 한다)에서 “기관장은 경쟁의 공정한 집행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우려가 있거나 입찰에 참가시키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자로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6조 제1항 각 호 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계약상대자 또는 입찰참가자에 대하여는 1개월 이상 2년 이하의 범위에서 그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여야 한다”고 하고, 제2항 에서 “ 제1항 에 따른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에 관한 기간, 제한기간의 가감,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76조 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공공기관법 및 이 사건 규칙 조항의 내용을 대비해 보면,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요건을 공공기관법에서는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반면, 이 사건 규칙 조항에서는 ‘경쟁의 공정한 집행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우려가 있거나 입찰에 참가시키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자’라고 규정함으로써, 이 사건 규칙 조항이 법률에 규정된 것보다 한층 완화된 처분요건을 규정하여 그 처분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법 제39조 제3항 에서 부령에 위임한 것은 ‘입찰참가자격의 제한기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일 뿐이고, 이는 그 규정의 문언상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함에 있어서 그 기간의 정도와 가중·감경 등에 관한 사항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지 처분의 요건까지를 위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규칙 조항에서 위와 같이 처분의 요건을 완화하여 정한 것은 상위법령의 위임 없이 규정한 것이므로 이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정한 것에 지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규칙 조항이 대외적 구속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가 주장하는 위임규정의 존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은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이 사건 규칙 조항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정한 행정규칙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한지 여부는 위 규칙에 적합한지 여부가 아니라 공공기관법의 규정과 입법 목적 등에 적합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다 같이 입찰참가자격 제한에 관하여 규정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이하 ‘국가계약법’이라 한다)과 공공기관법을 대비해 보면, 그 규정 내용이나 규정 방식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선 국가계약법은 그 목적을 계약업무의 원활한 수행만을 들고 있는 것과 달리 공공기관법은 공공기관의 사경제 주체성에도 주목하여 공공기관의 경영합리화와 대국민서비스 증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각 제1조 ).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요건 등과 관련해서도, 국가계약법은 경쟁의 공정한 집행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에 대한 침해의 ‘염려’나 입찰에 참가시키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 그 대상을 폭넓게 규정하면서도, 그 요건에 해당하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여야 한다고 하여 기속규정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반면( 제27조 제1항 ), 공공기관법은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한 경우로 요건은 더 제한적으로 규정하면서도 제한 여부에 대해서는 ‘제한할 수 있다’고 하여 처분 재량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행위 태양이 동일하더라도 국가계약법이 적용될 경우에는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되지만 공공기관법이 적용될 경우에는 제한되지 않는 경우를 법률이 이미 예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① 이 사건 공사의 발주자인 피고 측 직원으로서 공사현장 감독관인 소외 1은 시공사인 원고 측이 자신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다는 사정을 잘 알고서 원고 측 현장소장 소외 2에게 현장에 아는 업체가 들어가 일할 수 있게 해 달라거나 금품을 달라는 요구를 수차례 하였다.
② 소외 2는 처음에는 이를 거절하다가 개인 돈을 마련하여 원활하게 공사진행을 하게 해 달라고 하면서 소외 1에게 두 차례에 걸쳐 200만 원을 교부하였는데, 이와 관련하여 배임수재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소외 1은 이에 따른 배임수재죄 및 다른 시공 업체 대표로부터 7회에 걸쳐 합계 1천만 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데 따른 뇌물수수죄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③ 원고는 예정대로 이 사건 공사를 모두 마친 후 피고로부터 준공 검사를 받았고, 약정한 공사대금도 모두 지급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부실공사 등을 비롯한 다른 위법 문제가 생긴 바는 없다.
④ 원고는 연 평균 수주액이 약 1조 7,400억 원에 이르므로,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되는 기간의 수주액 손실은 산술적으로 약 2,100억 원 이상에 이른다.
이러한 인정 사실에서 나타나는 금원 지급의 경위, 그 금액 정도, 그로 인한 영향 등을 앞서 본 공공기관법의 목적, 입찰참가제한 규정의 내용과 취지 등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 주장과 같은 공공기관법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다.
3. 결론
이에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