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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다76099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미간행]
판시사항

[1] 채무인수계약에 나타난 당사자 의사가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 중첩적 채무인수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적극)

[2] 갑이 을에게 병의 을에 대한 차용금채무 전액을 변제하기로 하는 취지의 변제확인각서를 작성해 준 사안에서, 제반 사정상 갑의 채무인수가 면책적 인수인지, 중첩적 인수인지 분명하지 않으므로 이를 중첩적 채무인수로 보아야 함에도, 을이 묵시적으로 면책적 채무인수를 승낙하였다고 단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나서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채무인수가 면책적인가 중첩적인가 하는 것은 채무인수계약에 나타난 당사자 의사의 해석에 관한 문제이고, 채무인수에 있어서 면책적 인수인지, 중첩적 인수인지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는 이를 중첩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볼 것이다 (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다36228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변제확인각서가 작성된 2008. 10. 8.경 소외인은 원고의 묵시적 승낙하에 종래의 채무자인 피고를 대신하여 새로이 채무관계에 들어서서 원고에 대하여 동일한 채무를 부담하게 되었고, 종래의 채무자인 피고는 채무관계에서 탈퇴하여 면책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아래에서 보는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와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차용금의 변제기가 경과하도록 이를 전혀 변제하지 못하고 있다가, 2008. 7. 7.에 200만 원, 같은 달 11일에 500만 원만 변제한 사실, 원고는 한국공간인프라기술 주식회사에 대하여 대여금채권을 가지고 있다는 피고의 말에 따라 2008. 9. 16. 채무자를 피고로 하고 제3채무자를 위 회사로 하여 피고가 위 회사에 대하여 가지는 대여금채권 중 5,000만 원을 가압류하는 내용의 채권가압류결정을 받은 사실, 사실은 위 회사의 정식 직원이 아님에도 그 부사장으로 기재된 명함을 가지고 다닌 소외인은 2008. 10. 8. 원고에게 변제확인각서를 작성하여 주었는데, 그 변제확인각서에 ‘원고는 이 각서 작성일 이후로 피고에 대하여 그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는다’, ‘원고는 위 채권가압류를 해제한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는 한편 원고의 서명은 되어 있지 않은 사실, 그런데 그 후 위 회사가 피고에게 반환하여야 할 돈은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진 사실, 소외인은 변제확인각서에서 ‘2008. 10. 25.까지 4,300만 원 전액을 변제’하기로 하였으나, 2008. 12. 5.에 이르러 2,000만 원만을 지급하고 그 나머지 돈은 지급하지 않은 사실, 위 채권가압류결정은 2008. 12. 15.경 원고의 집행해제 신청에 의하여 해제된 사실, 한편 피고가 소외인에게 송금자료에 의하여 확인되는 2,0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원을 대여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는 없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먼저 피고와 소외인 사이에 면책적 채무인수가 이루어지고 그에 대하여 원고가 승낙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변제확인각서에 원고의 서명이 없는 점, 당시 원고는 가압류한 채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소외인이 변제할 능력이 있는지 등에 관하여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면책적 채무인수 계약을 하였다면, 피고가 미리 채권자인 원고의 승낙을 얻었을 것임에도, 기록상 그러한 정황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는 소외인이 변제확인각서를 작성하는 자리에 함께 있지도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변제확인각서에 ‘원고는 이 각서 작성일 이후로 피고에 대하여 그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는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고, 원고가 소외인이 작성하여 교부하는 변제확인각서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변제확인각서를 받을 당시 원고의 의사가 피고를 면책시키고 오로지 소외인에게서만 변제받겠다는 것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원고가 면책적 채무인수를 묵시적으로 승낙하였다고 볼 수 없다(나아가, 변제확인각서에는 ‘ 소외인이 2008. 10. 25.까지 전액 변제한다’고 기재되어 있는데, 그 가압류된 채권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었다면, 원고가 변제기일이 한참 지난 뒤에 채권 전액이 아닌 2,000만 원만을 변제받으면서 가압류를 해제해 줄 이유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채권가압류를 해제한 이유는 피고의 위 회사에 대한 채권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되어, 더 이상 이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계약에 의하여 면책적 채무인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결국 원심이 인정한 사정만으로는 면책적 채무인수가 유효하게 이루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의 채무인수가 면책적 인수인지, 중첩적 인수인지는 분명하지 아니하다고 볼 것이다. 이러한 경우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피고와 소외인이 이 사건 차용금을 소외인이 변제하기로 하는 내용의 채무인수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면책적 채무인수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는 없고, 다만 이를 중첩적 채무인수로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원고가 묵시적으로 면책적 채무인수를 승낙하였다고 단정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면책적 채무인수의 승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박일환(주심) 박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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