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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다18850 판결
[손해배상(기)][공2011하,1740]
판시사항

[1] 위법한 입찰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의 산정 방법

[2] 정유업체들이 수년간 군납유류 입찰에 참가하면서 일정 비율로 입찰물량을 나누어 낙찰받기로 결의하고 유종별 낙찰예정업체, 낙찰단가, 들러리 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한 후 입찰에 참가하여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국가에 손해를 입힌 사안에서, 담합기간 동안의 싱가포르 현물시장 거래가격에 정부회계기준에 의한 부대비용을 합산한 가격을 가상 경쟁가격이라고 보아 담합행위 손해액을 산정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3] 담합행위 전후 특정 상품의 가격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는지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

[4] 국방부가 당초 내수가연동제 방식으로 군용유류 입찰을 실시하였다가 정유업체들의 담합으로 수회 유찰되자 업체들이 요구하는 연간고정가 방식으로 유류구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환율 및 국내 유가 하락에도 구매가격을 감액조정하지 못하여 국가가 손해를 입은 사안에서, 담합행위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한 사례

[5] 국가가 입찰담합에 의한 불법행위의 피해자인 경우, 가해자에게 부과하여 납부받은 과징금이 손익상계 대상이 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위법한 입찰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는 담합행위로 인하여 형성된 낙찰가격과 담합행위가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이하 ‘가상 경쟁가격’이라 한다)의 차액을 말한다. 여기서 가상 경쟁가격은 담합행위가 발생한 당해 시장의 다른 가격형성 요인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담합행위로 인한 가격상승분만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위법한 입찰 담합행위 전후에 특정 상품의 가격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조건, 시장구조, 거래조건 및 그 밖의 경제적 요인의 변동이 없다면 담합행위가 종료된 후의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가상 경쟁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담합행위 종료 후 가격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현저하게 변동한 때에는 그와 같이 볼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상품의 가격형성상의 특성, 경제조건, 시장구조, 거래조건 및 그 밖의 경제적 요인의 변동 내용 및 정도 등을 분석하여 그러한 변동 요인이 담합행위 후의 가격형성에 미친 영향을 제외하여 가상 경쟁가격을 산정함으로써 담합행위와 무관한 가격형성 요인으로 인한 가격변동분이 손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2] 정유업체들이 수년간 군납유류 입찰에 참가하면서 일정 비율로 입찰물량을 나누어 낙찰받기로 결의하고 유종별 낙찰예정업체, 낙찰단가, 들러리 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한 후 입찰에 참가하여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국가에 손해를 입힌 사안에서, 담합기간 동안 국내 군납유류시장은 과점체제하의 시장으로서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싱가포르 현물시장과 비교할 때 시장의 구조, 거래 조건 등 가격형성 요인이 서로 다르므로 전반적으로 동일·유사한 시장이라고 볼 수 없고, 정부회계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부대비용은 이러한 양 시장의 가격형성 요인의 차이점을 특히 염두에 두고 군납유류의 가격 책정 시 차이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 아니므로, 단순히 담합기간 동안의 싱가포르 현물시장 거래가격에 정부회계기준에 의한 부대비용을 합산한 가격을 가상 경쟁가격이라고 단정할 수 없음에도, 이를 담합기간 동안의 가상 경쟁가격으로 보아 담합행위 손해액을 산정한 원심판단에는 위법한 입찰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3]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손해의 범위에 관한 증명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는 점에 비추어, 담합행위 전후에 특정 상품의 가격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는지가 다투어지는 경우 그에 대한 증명책임은 담합행위 종료 후의 가격을 기준으로 담합행위 당시의 가상 경쟁가격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피해자가 부담한다.

[4] 국방부가 당초 내수가연동제 방식으로 군용유류 입찰을 실시하였다가 정유업체들의 담합으로 수회 유찰되자 업체들이 요구하는 연간고정가 방식으로 유류구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그 후 환율 및 국내 유가가 하락하였는데도 구매가격을 감액조정하지 못하여 국가가 손해를 입은 사안에서, 국방부가 연간고정가 방식을 채택한 것은 정유업체들의 담합으로 수회 입찰이 유찰된 것이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당초 입찰 당시 담합행위만으로 연간고정가 방식이 계약조건으로 곧바로 편입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입찰을 실시하는 국방부의 내부 검토와 결정 절차를 거쳐야 했던 점, 당시 국방부는 연간고정가 방식을 채택하는 대신 월별 분할입찰을 실시하는 등의 대안이 있었음에도 연간고정가 방식으로 당초 입찰 당시보다 예정가격을 낮추어 입찰을 실시한다면 유류의 조기구입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예산도 절감할 수 있어 환율하락 정도와 시기를 감안하더라도 수용가능하다는 판단하에 연간고정가 방식을 수용한 것인 점, 이러한 연간고정가 방식의 계약 체결로 인하여 국방부가 손해를 입게 된 원인은 당초 예상과 달리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그에 동반하여 국내 유가가 급격하게 하락한 외부적 사정에 기인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정유업체들이 당초 입찰 당시 담합하여 유찰시킨 행위와 국방부가 연간고정가 방식의 계약을 체결한 행위 또는 당초 국방부의 예상과 달리 환율 및 국내 유가의 하락이 발생하였음에도 연간고정가 방식 때문에 유류구매가격 전액을 내수가연동제 방식으로 감액조정을 할 수 없게 됨으로써 국가가 입게 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한 사례.

[5] 입찰담합에 의한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하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과되는 과징금은 담합행위의 억지라는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제재적 성격과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기 위한 성격을 함께 갖는 것으로서 피해자에 대한 손해 전보를 목적으로 하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므로, 국가가 입찰담합에 의한 불법행위 피해자인 경우 가해자에게 입찰담합에 의한 부당한 공동행위에 과징금을 부과하여 이를 가해자에게서 납부받은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가리켜 손익상계 대상이 되는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할 수 없다.

원고, 피상고인

대한민국

피고, 상고인

에스케이 주식회사의 분할 후 신설회사 에스케이에너지 주식회사 외 4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손지열 외 10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주장에 대하여

가. 위법한 입찰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는 그 담합행위로 인하여 형성된 낙찰가격과 그 담합행위가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이하 ‘가상 경쟁가격’이라고 한다)과의 차액을 말한다. 여기서 가상 경쟁가격은 그 담합행위가 발생한 당해 시장의 다른 가격형성요인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그 담합행위로 인한 가격상승분만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

위법한 입찰 담합행위 전후에 있어서 특정 상품의 가격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조건, 시장구조, 거래조건 및 그 밖의 경제적 요인의 변동이 없다면 담합행위가 종료된 후의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가상 경쟁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담합행위 종료 이후 가격형성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요인들의 현저한 변동이 있는 경우에는 그와 같이 볼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그 상품의 가격형성상의 특성, 경제조건, 시장구조, 거래조건 및 그 밖의 경제적 요인의 변동의 내용 및 정도 등을 분석하여 그러한 변동 요인이 담합행위 후의 가격형성에 미친 영향을 제외하여 가상 경쟁가격을 산정함으로써 그 담합행위와 무관한 가격형성요인으로 인한 가격변동분이 손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 .

한편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그 손해의 범위에 관한 증명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는 점에 비추어, 담합행위 전후에 있어서 특정 상품의 가격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가 다투어지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증명책임은 담합행위 종료 후의 가격을 기준으로 담합행위 당시의 가상 경쟁가격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피해자가 부담한다 .

나. 원심은, 피고들이 1998년, 1999년, 2000년의 3년간 군납유류 입찰에 참가하면서 발주물량 중 일정 비율로 입찰물량을 나누어 낙찰받기로 결의하고 유종별 낙찰예정업체, 낙찰단가, 들러리 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한 후 입찰에 참가하여 원고와 약 75건 금액 합계 712,845,810,000원(1998년 약 320,303,582,000원, 1999년 약 200,132,950,000원, 2000년 약 192,409,278,000원) 상당의 군용유류 구매계약을 체결하거나, 27건 금액 합계 5,494,918,091원의 유찰수의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들은 위와 같은 위법한 담합행위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2001년부터 2009년까지(이하 ‘비담합기간’이라고 한다) 동안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거래가격[이하 ‘MOPS(Means of Platt's Singapore) 가격’이라고 한다]에 정부회계기준에 의해 산정한 운임보험료, 신용장 개설료, 통관료, 국내운반비, 저유비, 품관비, 첨가제 가격, 일반관리비, 이윤, 석유기금, 관세 등의 부대비용을 더한 가격이 국내외 경제사정의 상당한 변동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동안의 국방부 군납유류의 낙찰가와 대비할 때 “+3.72% 내지 -5.61%” 범위로 나타나 그 정확도가 매우 높으므로, MOPS 가격과 정부회계기준에 의한 부대비용을 합산한 가격을 담합행위가 일어난 1998년부터 2000년까지(이하 ‘담합기간’이라고 한다) 동안의 가상 경쟁가격으로 볼 수 있다고 전제한 다음, 담합기간 동안 피고들의 담합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액은 피고들의 실제 군납유류 낙찰가격 내지 공급가격에서, 담합행위 무렵의 MOPS 가격과 정부회계기준에 의한 부대비용을 합산하고 여기에 원고에게 가장 적은 손해액이 계산되는 위 3.72%의 편차율에 의한 금액을 가산한 합계액을 뺀 금액이라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① 피고들은 구 석유사업법(2004. 10. 22. 법률 제7240호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에 의하여 석유정제업을 하는 업체로서 국내 정유시장에서 군납유류를 포함한 유류 100%를 공급하고 있는 사실, ② 정유산업은 원유를 정제할 때 비등점의 고저에 따라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등이 거의 일정한 비율로 생산되는 연산품(연산품) 산업으로서 종류별 석유제품의 생산량을 수요에 따라 임의로 조정할 수 없고, 원유의 정제 과정에서 여러 종류의 석유제품이 동반 생산되는 사실, ③ 개별 국내 시장에서는 이러한 연산품의 특성과 계절적인 요인 등으로 인하여 유종별 수급 불균형 현상이 불가피하게 나타나는데, 그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싱가포르 현물시장과 같은 국제적인 완제품 거래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이러한 시장에서는 주로 시장의 수급상황에 의하여 현물 거래가격이 결정되어 가격과 거래량의 변동이 심하고 주로 일회성 거래가 이루어지며, 담합기간 무렵에는 대체로 공급 초과상태였기 때문에 현물 거래가격이 낮게 형성되어 있던 사실, ④ 정유사들은 높은 고정비용과 연산품 생산이라는 석유정제산업의 특성으로 인하여 가변 비용만 회수할 수 있으면 손해를 보더라도 단기적으로 생산을 계속하는 것이 유리하므로, 국내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특정 유종은 싱가포르 현물시장에 국내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받고서도 수출할 유인이 있는데, 피고들은 담합기간 동안 낮은 가격에 완제품을 싱가포르 현물시장에 수출하여 왔고 그로 인하여 입은 손실은 국내 유가에 전가하여 내수시장에서 고정비, 변동비 및 투자보수비를 반영하는 원가를 회수하여 온 사실, ⑤ 유류 구매가격은 환율, 원유도입가, 입찰규모, 연도별 차이, 입찰주체, 유종의 차이, 입찰조건, 수송방법, 포장 여부, 가격조건, 입찰제한, 입찰방법 등 여러 요소의 영향을 받는데, 국내의 군납 유류시장은 유종, 물량의 크기, 규격, 납품장소, 수송수단, 포장 여부, 저유 시설 확보 여부, 공급의 예측 가능성, 대금결제조건, 가격변동조건, 장기공급의무 및 비축의무 여부 등에 있어서 싱가포르 현물시장과 차이가 있는 사실, ⑥ 한편 국방부는 군납유류계약을 입찰방식으로 체결하면서 유가자유화 조치 이전인 1996년까지는 통상산업부 고시가를, 1997년, 1998년, 1999년에는 피고들이 통상산업부 또는 산업자원부(이하 이를 구분하지 않고 ‘산업자원부’라고 한다)에 신고한 공장도 가격인 산업자원부 신고가를 기초로 하여 예정가격을 산정하였고, 2000년부터는 항공유에 대하여는 MOPS 가격을 기초로 하고 나머지 유종에 대하여는 역시 MOPS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 국내 대형 민간수요처의 실거래가격을 기초로 하여 예정가격을 산정한 사실, ⑦ 국방부는 1998년에는 군납유류가격을 1년 동안 고정시키는 연간고정가 방식의 계약을 체결하고, 1999년에는 당시 시행되던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국가계약령’이라고 한다) 제64조 제1항 에 따라 계약체결일부터 60일 이상 경과하고 품목조정율이 100분의 5 이상 증감된 경우 계약금액을 조정하는 내수가연동제 방식의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2000년에는 항공유에 대하여는 MOPS 가격을 기준으로 매월 가격을 조정하는 국제가연동제 방식의, 그 밖의 유종에 대하여는 내수가연동제 방식의 계약을 체결하였고, 2001년부터는 전 유종에 대하여 MOPS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국제가연동제 방식의 계약을 체결한 사실, ⑧ 제1심법원의 감정촉탁을 받은 서울대학교 경제연구소 기업경쟁력연구센터가 작성한 ‘군납유 입찰담합 민사소송에서의 손해액 감정을 위한 계량경제분석 : 원감정 보고서의 보완’(이하 ‘보완감정 결과’라고 한다)의 부록 에이(A) 2의 기본모형은, 국방부의 군납유류는 환율에 의하여 낙찰가가 8% 정도의 영향을 받고, 국방부가 2001년도 이후에 채택한 국제가연동제와 대비할 때 1998년도의 고정가격제는 2.8% 정도 낙찰가를 상승시키고 내수가연동제는 9.9% 정도 낙찰가를 상승시키며, 정유사들이 외환위기로 인한 환위험에 노출되어 있던 1998년도에는 고정가격제와 상호작용으로 10.9% 정도 낙찰가를 상승시킨다고 분석하고 있고, 원고가 제출한 한국조세연구원 작성의 ‘보완감정 결과에 관한 검토의견서’(갑 제32호증)는 국제가연동제를 기준으로 할 경우 1998년도의 고정가격제는 3% 정도 낙찰가를 상승시키고 내수가연동제는 10% 정도 낙찰가를 상승시키며, 정유사들이 외환위기로 인한 환위험에 노출되어 있던 1998년도에는 고정가격제와 상호작용으로 11% 정도 낙찰가를 상승시킨다고 분석하고 있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2) 위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담합기간 동안의 국내 군납유류시장은 과점체제하의 시장으로서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싱가포르 현물시장과 비교할 때 시장의 구조, 거래조건 등 가격형성요인이 서로 다르므로 전반적으로 동일·유사한 시장이라고 볼 수 없고, 정부회계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부대비용은 이러한 양 시장의 가격형성요인의 차이점을 특히 염두에 두고 군납유류의 가격책정 시 그 차이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 아니므로, 단순히 담합기간 동안의 MOPS 가격에 정부회계기준에 의한 부대비용을 합산한 가격(이하 ‘MOPS 기준가격’이라고 한다)이 가상 경쟁가격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나) 원심은 비담합기간 동안의 MOPS 기준가격이 같은 기간 동안의 국방부 군납유류의 낙찰가와 대비할 때 ‘+3.72% 내지 -5.61%’ 범위에서 편차가 나타난다는 점을 근거로 담합기간에도 그 당시의 MOPS 기준가격이 가상 경쟁가격이 될 수 있다고 하고 있으나, 이는 담합기간과 비담합기간의 군납유류의 가격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지 아니한 것이다. 우선, 국방부가 2001년부터 MOPS 가격을 기준으로 군납유류에 대한 예정가격을 정하고 MOPS 가격에 의한 국제가연동제 방식으로 매월 계약금액을 조정하기로 변경한 이후에는, 피고들은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MOPS 가격을 기준으로 각자의 생산비용과 이윤 등을 고려하여 입찰가격을 정하게 될 것이므로, MOPS 가격과 실제 군납유류의 낙찰가격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담합기간 동안의 군납유류 시장은 이와 다른 예정가격 산정방식과 가격조정방식하에서 피고들만이 제한적으로 입찰에 참여하고 당시의 환율변동 위험, 원유도입가, 생산비용, 이윤 등을 고려하여 가격결정이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 가격형성요인이 비담합기간과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 앞에서 본 보완감정 결과와 원고가 제출한 증거자료는 물론이고 그 밖에 피고들이 제1심법원과 원심법원에 제출한 여러 증거자료들도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담합기간과 비담합기간 동안의 가격조정방식의 차이점, 담합기간과 비담합기간 동안의 환율, 특히 1998년도의 외환위기로 인한 환위험 등 여러 요인이 담합기간 동안 담합행위와 관계없이 군납유류가격을 상승시킨 중요한 가격형성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런데도 원심이 이러한 사정들은 고려하지 아니한 채, 단지 비담합기간 동안 MOPS 기준가격과 실제 군납유류의 낙찰가격 사이에 상관관계가 높게 나타났다는 점을 근거로 담합기간의 MOPS 기준가격이 담합기간의 가상 경쟁가격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다) 한편 원심은, 2003년 이후 중국과 인도의 급격한 경제발전, 이라크 전쟁으로 인하여 전세계적인 유류 공급부족 사태가 발생하였고 현물시장의 특성상 MOPS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등 2003년 이후에는 담합기간과 달리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성격이 크게 변하였으므로 현재 MOPS 가격을 기준으로 입찰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담합기간 동안의 손해를 MOPS 기준가격에 의하여 산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피고 측의 주장에 대하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배척하고 있다.

그러나 담합기간과 비담합기간을 대비할 때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성격 내지 그 거래가격의 형성요인이 전반적으로 동일·유사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피고 측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MOPS 기준가격에 의하여 담합기간 동안의 가상 경쟁가격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원고 측에게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이 이에 대한 피고 측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담합기간과 비담합기간동안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성격 내지 그 거래가격의 형성요인이 전반적으로 동일·유사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전제로 담합기간의 MOPS 기준가격이 가상 경쟁가격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3) 결국 원심판결에는 위법한 입찰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증명책임을 전도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주장에 대하여

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불법행위와 손해와의 사이에 자연적 또는 사실적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념적 또는 법률적 인과관계 즉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대법원 1996. 11. 8. 선고 96다27889 판결 ,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10다15363, 1537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1998년 당시 국방부의 군납유류구매 방식은 국가계약령 제64조 에 의한 내수가연동제 방식이었는데도, 피고들의 고의적이고 조직적인 담합으로 인하여 수회 군용유류입찰이 유찰된 결과 1998년 4월 구매계약에 한하여 피고들이 요구하는 연간고정가 방식의 계약이 체결되기에 이르렀고 이는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1998년 피고들의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액은 연간고정가가 아닌 내수가연동제를 전제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다음, 실제 손해액 산정 시에는 MOPS 가격에 의한 국제가연동제를 전제로 손해액을 산정하였다.

다.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조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① 국방부는 1997년에 국내물가지수에 연동하여 연 5%를 초과하는 경우에 한하여 유류 공급단가를 변동시키는 지수연동제 입찰을 실시하였고 당시 전체적인 물가지수는 5% 이내에서 변동하였기 때문에, 외환위기 시기의 환율인상으로 인한 유가폭등에도 불구하고 군납유류 공급가격에는 변동이 없어 많은 이득을 본 사실, ② 국내 유가는 1998년 3월경 당시 외환위기로 인한 환율상승 효과가 그대로 반영되어 높게 형성되어 있는 상태인데, 국방부는 1998. 3. 13. 1차 입찰을 실시하고, 1998. 3. 24. 2차 입찰을 실시하면서 예정가격을 피고들의 산업자원부 신고가의 80%의 수준으로 정하고 내수가연동제 방식을 채택한 사실, ③ 이에 1997년에 큰 환차손을 입은 피고들은 당시 국내 유가 수준과 환율변동 위험을 고려할 때 국방부의 입찰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고 보고 담합하에 1차 입찰 및 2차 입찰을 모두 유찰시킨 사실, ④ 이에 국방부는 1998. 3. 27. 피고들 담당직원들을 불러 대책회의를 개최하였는데, 피고들 담당직원들은 1997년 환율변동으로 유류가격의 상승요인이 있었음에도 지수조정율의 변화가 없다는 이유로 계약금액을 조정하여 주지 아니함으로써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1998년 6월경에는 환율하락으로 유류가격도 내려갈 것이 불가피한데 그렇게 되면 조달본부에서 내수가연동제를 적용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할 것이므로 업체로서는 추가 손실을 방지하기 위하여 산업자원부에 신고한 가격으로 투찰할 수밖에 없으며, 만일 내수가연동제의 적용을 배제하고 연간고정가로 할 경우에는 더 낮은 가격으로 투찰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 사실, ⑤ 당시 국방부로서는 유류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처지에 있기는 하였으나 유류가 부족할 경우에는 정유업체에게 계약 전 사전인수를 요청하거나 일부 고갈된 유류에 대해서는 납품유종을 변경하여 공급받거나 비상용으로 비축된 유류를 공급함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고, 또한 당시 재정경제원에서는 국가계약령 제64조 에 따라 계약금액조정 요건을 준수할 경우 계약체결이 어려운 유류 등 특수한 품목에 대해서는 월별로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방법으로 계약업무를 수행하라는 취지로 회신을 보내오기도 한 사실, ⑥ 그러나 위 대책회의 후 국방부는 이와 같은 대안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자체적으로 고정가격제와 내수가연동제를 취할 경우의 장·단점을 분석하면서, 1997년에 지수조정방식을 채택하여 사실상 연간고정가 방식으로 운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가격을 조정하지 않아서 많은 이득을 보았던 점과 당시 대우경제연구소에서 예측한 장래의 환율하락폭과 환율하락시기 등을 고려할 때 연간고정가로 계약을 체결하고 대신 입찰 예정가격을 1, 2차 입찰 때보다 10% 정도 낮추어 3차 입찰을 시행하면 조기에 군납유류구매계약을 체결할 수 있고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간고정가 방식도 수용가능한 방안이라고 판단한 사실, ⑦ 당초 내수가연동제를 배제하고 연간고정가로 계약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자문한 국방부 조달본부 법무실은 이러한 방안에 동의하였고, 조달계약조정위원회 위원들도 이러한 방안에 동의한 사실, ⑧ 그리하여 국방부는 1998. 4. 7. 3차 입찰을 시행하면서 국가계약령 제64조 를 배제한 채 예정가격률을 모든 유종에 대하여 70% 내지 71%로 정하되 연간고정가 방식으로 입찰을 실시하였고, 이에 따라 1998년 4월 군용유류공급계약은 연간고정가로 체결된 사실, ⑨ 국방부는 1, 2차 입찰 당시의 예정가격보다 10% 더 낮게 예정가격을 정하여 입찰을 실시함으로써 당초의 조달지시 금액 3,340억 원보다 적은 3,260억 원에 계약이 이루어져 예산 80억 원을 절감하게 되었다고 업무보고를 하고 관련 담당자들에 대한 표창을 건의한 사실, ⑩ 그러나 그 후 환율은 국방부의 당초 예상과 달리 급격하게 하락하였고 국내 유가도 이에 동반하여 급격하게 하락한 사실, ⑪ 이에 국방부는 피고들에게 1999년 1월분, 같은 해 3월분, 같은 해 4월분의 공급물량에 대하여 당초 합의된 연간고정가 방식의 계약조건과 달리 내수가연동제 방식에 따른 가격조정을 요구하여 합계 280여억 원 상당의 유류대금을 감액받았고, 1999년 1월부터 같은 해 6월까지 동안 피고들로부터 10,317,120,062원 상당의 유류 약 5,200만ℓ를 무상공급받은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2) 위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국방부가 1998년 4월 연간고정가 방식을 채택한 것은 피고들의 담합으로 1, 2차 입찰이 유찰된 것이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러한 1, 2차 입찰 당시의 담합행위만으로 연간고정가 방식이 계약조건으로 곧바로 편입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입찰을 실시하는 국방부의 내부적인 검토와 결정절차를 거쳐야 했던 점, 당시 국방부는 연간고정가 방식을 채택하는 대신 월별 분할입찰을 실시하는 등의 대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간고정가 방식으로 1, 2차 입찰 당시보다 예정가격을 10% 낮추어 입찰을 실시한다면 유류의 조기구입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예산도 절감할 수 있어 환율하락 정도와 시기를 감안하더라도 수용가능하다는 판단하에 연간고정가 방식을 수용한 것인 점, 이러한 연간고정가 방식의 계약체결로 인하여 국방부가 손해를 입게 된 원인은 당초 예상과 달리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그에 동반하여 국내 유가가 급격하게 하락한 외부적 사정에 기인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들이 1, 2차 입찰 당시 담합하여 유찰을 시킨 행위와 국방부가 1998년 4월 연간고정가 방식의 계약을 체결한 행위 또는 당초 국방부의 예상과 달리 환율 및 국내 유가의 급격한 하락이 발생하였음에도 연간고정가 방식의 계약조건 때문에 유류구매가격 전액을 내수가연동제 방식으로 감액조정을 할 수 없게 됨으로써 입게 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손익상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주장에 대하여

입찰담합에 의한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하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과되는 과징금은 담합행위의 억지라는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제재적 성격과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기 위한 성격을 함께 갖는 것으로서 피해자에 대한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므로, 국가가 입찰담합에 의한 불법행위의 피해자인 경우 가해자에게 입찰담합에 의한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하여 이를 가해자로부터 납부받은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가리켜 손익상계의 대상이 되는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할 수 없다 .

원심이 피고 측의 과징금 납부를 이유로 한 손익상계 주장을 배척한 것은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손익상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김지형 양창수 이상훈(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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