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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11. 24. 선고 2014다81528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57조 의 취지 및 법원이 위 규정을 적용하여 손해액을 산정하는 방법

[2]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나 손해액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과 증명이 미흡한 경우, 법원이 취하여야 할 조치 및 위 법리는 법원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57조 를 적용하여 손해액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원고, 상고인

별지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권두섭 외 15)

피고, 피상고인

에스케이주식회사의 소송수계인 에스케이에너지 주식회사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외 2인)

주문

원심판결 중 별지 ‘파기원고 명단’ 기재 원고들의 피고 에스케이주식회사의 소송수계인 에스케이에너지 주식회사, 피고 지에스칼텍스 주식회사, 피고 현대오일뱅크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별지 ‘파기원고 명단’ 기재 원고들의 피고 에쓰대시오일 주식회사에 대한 상고 및 나머지 원고들의 상고를 각 기각한다. 별지 ‘파기원고 명단’ 기재 원고들의 피고 에쓰대시오일 주식회사에 대한 상고비용은 같은 명단 기재 원고들이 부담하고, 나머지 원고들의 상고비용은 나머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 에쓰대시오일 주식회사(이하 ‘피고 에쓰오일’이라 한다)가 피고 에스케이주식회사의 소송수계인 에스케이에너지 주식회사, 피고 지에스칼텍스 주식회사, 피고 현대오일뱅크 주식회사(이하 합하여 ‘담합 피고들’이라고만 한다)와 공동으로 이 사건 담합행위를 하였거나 담합 피고들의 이 사건 담합행위를 방조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 에쓰오일이 이 사건 담합행위에 영향을 받아 자신이 공급하는 경유의 가격을 인상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또한 담합 피고들에게 시장점유율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1, 2, 4점에 대하여

가. 원심의 판단

(1) 원고들은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액이 ‘원고별 경유 구매량 × 경유 1리터당 초과가격(실제 구매가격 - 가상 경쟁가격)’으로 산정될 수 있음을 전제로, ① 제1심법원의 국세청에 대한 과세정보제출명령결과(이하 ‘과세정보 자료’라 한다)에 나타난 원고별 2004년 전반기(2004. 1. 1.~2004. 6. 30.) 경유 매입금액으로부터 산정한 1일 평균 경유 매입금액에 이 사건 담합기간(2004. 4. 1.~2004. 6. 10.)의 일수를 곱하여 이 사건 담합기간 동안의 원고별 경유 매입금액을 구한 후 이를 담합기간 동안의 경유 평균가격으로 나누어 ‘담합기간 동안의 원고별 경유 구매량’을 산정하고, ②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경유 가격(이하 ‘MOPS 가격'이라 한다)에 정부회계기준의 수입품원가계산방식에 따른 부대비용을 더하고 다시 주유소 이윤과 부가가치세를 더하여 ‘가상 경쟁가격’을 산정한 후 한국석유공사 공시자료에 의한 주유소 기준 실제 경유 가격에서 위 가상 경쟁가격을 공제하여 ‘초과가격’을 산정한 다음, ③ 위 초과가격과 원고별 경유 구매량을 곱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액을 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2)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이 이 사건 담합기간에 담합 피고들로부터 공급받은 경유의 구매량이 특정되지도 않고(이는 손해액 산정의 문제이기 이전에 손해 발생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보았다),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한 초과가격을 산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담합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하였다.

(가) 과세정보 자료로는 원고들이 2004년 전반기에 경질유(휘발유·등유·경유를 말한다)를 구매하면서 지급한 대금합계액과 그 유류를 구매한 주유소를 알 수 있을 뿐 구매시기가 담합기간 내인지, 구매한 유류가 경유인지, 어느 정유사가 공급한 유류인지 알 수 없고, 과세정보 자료에 원심법원의 각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유류보조금 관련 사실조회 결과(경유의 구매시기와 구매량을 알 수 있다. 이하 ‘유류보조금 자료’라 한다)와 주유소협회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주유소가 어느 정유사의 유류를 공급받는지 알 수 있다. 이하 ‘주유소협회 자료’라 한다)를 더하여 보더라도 원고 377, 원고 383(원심의 원고 499, 509)의 경우에만 구매시기, 공급정유사, 구매유종, 구매량이 특정될 뿐 나머지 원고들의 경우에는 이것이 특정되지 않는다.

(나) 국내 경유시장은 과점시장으로,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싱가포르 현물시장과 비교할 때 시장의 구조, 거래조건 등 가격형성요인이 서로 달라 두 시장이 전반적으로 동일·유사한 시장이라고 보기 어려운 데다가,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유류시장에서 경유의 완제품을 수입하여 이를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원유를 수입한 후 정제하여 생산한 경유를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있어 MOPS 가격에 정부회계기준이 정한 부대비용을 더하는 방식은 그 출발부터 잘못된 것인 점, 국내 경유 가격이 MOPS 가격에 연동된다고 하더라도 추가로 더해지는 가격요소가 무엇인지 밝혀져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부구매물품의 낙찰가격 결정을 위한 정부회계기준의 부대비용 산정방식을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경유 가격 결정요소로 사용하는 것은 부당한 점, 원고 측 보고서가 적용한 주유소 이윤도 객관적인 근거가 없고, 위 보고서는 황 함유량 0.5%인 경유의 MOPS 가격을 기준으로 하였는데 실제로 자동차에 사용되는 경유는 황 함유량 0.043% 이하의 경유이며 후자는 전자에 비하여 상당한 추가 정제비용이 발생할 것임이 당연히 추단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주장하는 방법에 의해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한 초과가격을 산정할 수도 없다.

나. 이 법원의 판단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의 규정을 위반한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손해가 발생된 것은 인정되나 그 손해액을 증명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해당 사실의 성질상 극히 곤란한 경우에는, 법원은 공정거래법 제57조 에 의하여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 이는 손해가 발생된 것은 인정되나 그 손해액을 증명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해당 사실의 성질상 극히 곤란한 경우에는 증명도·심증도를 경감함으로써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과 기능을 실현하려는 취지이다. 따라서 법원이 위 규정을 적용하여 손해액을 인정할 때에도 손해액 산정의 근거가 되는 간접사실들의 탐색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고 그와 같이 탐색해 낸 간접사실들을 합리적으로 평가하여 객관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손해액을 산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다58728 판결 참조).

한편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법원은 손해액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과 증명이 미흡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증명을 촉구하여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권으로라도 손해액을 심리·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1987. 12. 22. 선고 85다카2453 판결 ,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0다103451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는 법원이 공정거래법 제57조 를 적용하여 손해액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① 원고들은 화물트럭, 덤프트럭, 레미콘 등의 운행자인 사실, ② 별지 ‘파기원고 명단’ 기재 원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원심판결 이유 제3의 다. 2) 나), 다)항 기재 원고들이다. 이하 ‘1그룹 원고들’이라 한다)의 경우에는 2004년 전반기에 경질유를 구매하기는 하였으나 어느 정유사가 공급한 경질유를 구매하였는지 알 수 없거나 담합 피고들이 아닌 다른 정유사나 수입사 등이 공급한 경질유를 구매한 내역만 나타나는 사실, ③ 반면 별지 ‘파기원고 명단’ 기재 원고들(원심판결 이유 제3의 다. 2) 라)항 기재 원고들이다. 이하 ‘2그룹 원고들’이라 한다)은 과세정보 자료와 주유소협회 자료를 통하여 2004년 전반기 중 어느 정유사가 공급한 경질유를 구매하였는지를 알 수 있는데, 원고 206 외 31명은 같은 기간 중 담합 피고들이 공급한 경질유만을 구매한 내역이 나타나고, 원고 182 외 89명(원고 377, 원고 383이 이에 포함된다)은 같은 기간 중 담합 피고들이 공급한 경질유와 담합 피고들이 아닌 다른 정유사나 수입사 등이 공급한 경질유를 함께 구매한 내역이 나타나는 사실을 알 수 있다.

(3) 앞서 본 법리와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1그룹 원고들에 대하여 살펴본다.

1그룹 원고들은 2004년 전반기에 경질유를 구매하기는 하였으나 담합 피고들이 공급한 경질유를 구매하였는지 여부를 알 수 없거나 담합 피고들 외의 정유사나 수입사 등으로부터 경질유를 공급받은 자들이므로 이들에게는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1그룹 원고들의 청구는 손해액 산정에까지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배척되어야 한다.

이 부분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담합으로 인한 손해의 발생과 그 증명 및 공정거래법 제57조 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앞서 본 법리와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2그룹 원고들에 대하여 살펴본다.

(가) 2그룹 원고들은 2004년 전반기 중에 담합 피고들이 공급한 경질유를 구매하였는데, 이들이 화물트럭, 덤프트럭, 레미콘 등의 운행자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들이 구매한 것으로 과세정보 자료에 나타난 경질유는 모두 경유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반기 중 상대적으로 성수기라고 할 수 있는 담합기간(2004. 4. 1.~2004. 6. 10.) 중에 경유를 구매한 사실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결국 2그룹 원고들은 담합기간 중에 담합 피고들이 공급한 경유를 구매하였다고 할 것이고, 국내 경유시장의 유통구조와 경유의 소매가격 결정구조에 비추어 보면 정유사의 담합으로 인한 공급가격 인상은 소매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볼 것이므로, 이들은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다고 보아야 한다.

(나) 따라서 2그룹 원고들의 경우에는 나아가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액을 산정할 필요가 있다.

① 먼저, 2그룹 원고들의 손해액을 산정하기 위하여는 위 원고들이 담합기간 중에 구매한 경유의 구매량을 파악하여야 한다. 2그룹 원고들이 담합기간 중에 구매한 경유의 정확한 구매량은 유류보조금 자료가 뒷받침되어야 알 수 있는데, 기록에 의하면 대부분의 2그룹 원고들은 원심의 심리 과정에서 각 지방자치단체에 유류보조금 자료에 관한 사실조회를 하였으나 관할관청이 아니라거나 문서보존기간인 5년이 지났다는 등의 이유로 자료를 확인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이 사건에서 필요한 유류보조금 자료는 2004년 전반기의 유류구매에 관한 것으로서 제1심의 심리가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문서보존기간의 만료로 폐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정(제1심은 주로 변론준비기일로 진행되었는데 제2회 변론준비기일이 2011. 9. 1.이었다)을 더하여 보면, 원고별 경유 구매량을 알 수 있는 자료는 대부분 폐기되어 이를 증명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공정거래법 제57조 를 적용하여 원고별 경유 구매량을 산정할 수도 있다(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다15006 판결 참조).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2그룹 원고들의 경우 원고들이 주장하는 방법에 따라 원고별 경유 구매량을 산정하는 것도 공정거래법 제57조 에 따른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구매량의 산정이라고 볼 수 있다.

② 다음, 2그룹 원고들의 손해액을 산정하기 위하여는 가상 경쟁가격이나 초과가격을 파악하여야 한다. 가상 경쟁가격이나 초과가격은 그 성질상 증명이 극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에 관하여는 공정거래법 제57조 를 적용할 수 있는데, 앞서 본 법리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원고들이 주장하는 가상 경쟁가격이나 초과가격은 합리성과 객관성이 없으므로, 공정거래법 제57조 를 적용하더라도 원고들이 주장하는 가상 경쟁가격이나 초과가격을 기초로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액을 산정할 수는 없다. 다만 2그룹 원고들의 경우 손해가 발생된 것이 인정되고 또 가상 경쟁가격이나 초과가격의 산정에 관하여 공정거래법 제57조 를 적용할 수 있는 이상 법원은 위 규정에 따라 상당한 가상 경쟁가격 또는 초과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심리를 하여야 하고, 원고들이 나름의 가상 경쟁가격 또는 초과가격 산정 방법만을 주장하면서 상당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가상 경쟁가격 또는 초과가격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면 원심으로서는 원고들에게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그러한 가상 경쟁가격 또는 초과가격에 관한 증명을 촉구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직권으로라도 상당한 가상 경쟁가격이나 초과가격을 심리·판단하였어야 한다. (여기서 상당한 가상 경쟁가격 또는 초과가격을 산정하는 방법으로는 계량경제학적 방법에 한하지 않고, 합리성과 객관성이 인정되는 한, 담합으로 인한 초과가격에 대한 통계자료, 유사사건에서 인정된 손해액의 규모, 사업자가 위반행위로 취득한 이익의 규모 등을 고려하여 산정하는 방법, 담합기간 중에 담합에 가담하지 않은 정유사들의 공급가격과 담합 피고들의 공급가격을 비교하여 산정하는 방법, 국내 경유 소매가격이 MOPS 가격에 연동된다면 원고 측 보고서의 산정 결과에 일정한 조정을 하는 방법 등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와 같은 조치에 나아가지 아니한 채 손해의 발생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거나 구체적인 경유 구매량을 산정할 수 없고 원고들 주장의 가상 경쟁가격이나 초과가격을 인정할 수도 없다는 이유로 2그룹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배척하였다.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는 담합으로 인한 손해의 발생과 손해액의 산정 및 그에 관한 증명 그리고 공정거래법 제57조 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2그룹 원고들의 담합 피고들에 대한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2그룹 원고들의 피고 에쓰오일에 대한 상고와 1그룹 원고들의 상고를 각 기각하고, 2그룹 원고들의 피고 에쓰오일에 대한 상고비용과 1그룹 원고들의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1] 원고 명단: 생략]

[[별 지 2] 파기원고 명단: 생략]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김창석 조희대(주심) 박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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