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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다92784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 전단 규정에 따른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및 이에 적용되는 민법 제166조 제1항 의 시효기간이 진행하지 않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의 의미

[2] 갑 등이 시위에 참가한 전력이 있어 1981년, 1982년 사법시험 불합격 처분을 받았는데 그 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권고에 의하여 2007년 국가가 불합격 처분을 취소한 사안에서,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사법시험의 불합격 처분일로부터 구 예산회계법상 소멸시효기간인 5년이 경과된 시점에 이미 시효 소멸하였고,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결정이 있기 전까지 불합격 처분에 관한 모든 증거자료들을 국가가 소지하고 있었고 사실상 소를 제기하더라도 승소가능성이 없었다는 사유는 권리행사에 사실상의 장애사유에 불과하므로 소멸시효 기산점을 불합격 처분일로 보아야 한다고 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3]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사유로서 채무승인의 성립요건

[4]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 기준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4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강신섭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 전단 규정에 따른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불법행위의 종료일로부터 구 예산회계법((1989. 3. 31. 법률 제410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1조 제2항 , 제1항 에 정한 5년의 기간 동안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참조). 이 경우 시효기간은 민법 제166조 제1항 의 규정에 따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며,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라고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그 권리의 존부나 권리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거나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다15865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1981년에 시행된 제23회 사법시험의 3차 면접시험과 관련하여 당시 총무처 장관은 1970년대 유신반대 시위에 참가한 전력이 있는 사람들을 3차 면접시험에서 일괄 탈락시킬 것을 면접위원들에게 요구하였고, 그에 따라 시위전력자인 원고들이 3차 면접시험에서 최하점을 받자 원고들에게 제23회 사법시험의 불합격 처분을 한 사실, 3차 면접시험에서 탈락한 응시자들에 대하여 그 다음 해의 1, 2차 필기시험이 면제되도록 한 당시의 사법시험령에 따라 원고들은 다음 해에 실시된 제24회 사법시험의 3차 면접시험에 응시하였으나 총무처 장관은 1982. 9. 25. 같은 이유로 재차 불합격 처분을 한 사실, 그로부터 약 25년이 경과한 2007. 9. 18.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라고 한다)는 원고들에 대한 제23회, 제24회 사법시험 불합격 처분이 위법하다고 평가한 후 피고에게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는 결정을 한 사실, 피고는 2007. 12. 27. 진화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원고 1, 2, 3에 대하여 제23회, 제24회 사법시험의 불합격 처분을 취소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법한 불합격 처분을 원인으로 한 원고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은 제24회 사법시험의 불합격 처분일인 1982. 9. 25.부터 구 예산회계법상 소멸시효기간인 5년이 경과되어 이 사건 소 제기 전에 이미 시효 소멸되었다고 판단하였고, 소멸시효 기산점을 불합격 처분일이 아니라 진화위의 결정이 있은 날로 보아야 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는, 진화위의 결정이 있기 전까지 불합격 처분에 관한 모든 증거자료들을 피고가 소지하고 있었고 사실상 소를 제기하더라도 승소가능성이 없었다는 사유는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아니라 사실상의 장애사유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사유로서의 채무의 승인은 그 표시의 방법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묵시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의 존재에 대한 인식의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성립하게 되고, 그러한 취지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 여부의 해석은 그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다25299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진화위의 결정은 과거의 반민주적, 반인권적 행위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여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바로잡음으로써 과거에 대해 반성을 하고 그에 기초하여 장래의 국민적 화해와 통합을 기하고자 하는 것일 뿐 금전적 배상이나 보상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어서 이를 근거로 피고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하여 시효의 이익을 포기하였거나 시효 주장을 하지 아니하겠다는 태도를 취하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법무부의 불합격 처분에 대한 취소 역시 피해자에 대한 금전적 배상이나 보상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진화위의 결정 및 불합격 처분의 취소결정만으로는 피고가 원고들에 대한 국가배상채무를 승인하거나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시효 이익의 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그러나 국가에게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또한 위와 같은 일반적 원칙을 적용하여 법이 두고 있는 구체적인 제도의 운용을 배제하는 것은 법해석에 있어 또 하나의 대원칙인 법적 안정성을 해할 위험이 있으므로 그 적용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들이 불합격 처분을 받은 때부터 이미 불합격 처분의 위법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들어 객관적으로 원고들이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달리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자신들의 시위전력 때문에 불합격 처분이 되었음을 그 당시 짐작하였던 원고들이 진화위의 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불합격 처분의 구체적이고 자세한 내막까지는 몰랐다는 사유만으로는 원고들의 권리행사에 어떠한 객관적인 장애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고, 피고가 불합격 처분을 취소한 것이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운바,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소멸시효 또는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대희(재판장) 김능환 민일영 이인복(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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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9.10.22.선고 2009나52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