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계약의 묵시적 합의해제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2] 갑이 을의 중개로 병의 대리인인 정과, 병 명의로 리스된 승용차에 관하여 갑이 대금을 지급하고 리스계약자 지위를 승계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승용차를 인도받았으나, 갑이 을에게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였고 갑이 승용차를 인도받아 사용한 기간 동안의 사용료로 얼마를 공제할 것인지에 관한 정산문제로 의견을 교환하던 중 ‘정이 요구하는 금액의 사용료를 공제하여도 좋으니 승용차를 정에게 갖다주라’고 하면서 승용차를 을에게 인도한 사안에서, 갑이 계약 체결에 관한 중개역할을 담당하였음에 불과한 을에게 위와 같이 말하면서 승용차를 을에게 일방적으로 인도한 것만으로 계약이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고 그에 따른 갑의 원상회복의무도 이행완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1] 대법원 1998. 8. 21. 선고 98다17602 판결 (공1998하, 2296)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73011 판결
원고(반소피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경기 담당변호사 김영석)
피고
피고 1
피고, 상고인
피고 2
피고(반소원고), 상고인
피고 3 (소송대리인 변호사 백창은)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에 대하여 판단한다.
당사자 사이의 합의로 성립한 계약을 합의해제하기 위하여서는 계약이 성립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존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해제계약의 청약과 승낙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의사표시가 합치될 것을 그 요건으로 하며, 이러한 합의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쌍방 당사자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의사의 내용이 서로 객관적으로 일치하여야 한다. 그리고 계약의 합의해제는 묵시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으나, 계약이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고 하려면 계약의 성립 후에 당사자 쌍방의 계약실현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로 인하여 당사자 쌍방의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할 의사가 일치되어야만 하고 ( 대법원 1998. 8. 21. 선고 98다17602 판결 ,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73011 판결 등 참조), 계약이 일부 이행된 경우에는 그 원상회복에 관하여도 의사가 일치되어야 할 것이다 .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는 피고 1의 중개로 피고 3의 대리인인 피고 2와 사이에 2008. 10. 6. 피고 3 명의로 리스된 람보르기니 갈라르도(Lamborghini Gallardo) 외제 승용차(이하 ‘이 사건 승용차’라 한다)에 관하여 원고가 대금 4,300만 원을 지급하고 리스계약자 지위를 승계받기로 하는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고, 그 날 대금 4,300만 원을 피고 2의 계좌에 송금한 후 이 사건 승용차를 인도받은 사실, 원고는 28회차 리스료부터 부담하기로 한 약정에 따라 2008. 10. 14.에 28회차 리스료 5,943,500원을 피고 3의 리스료 납입계좌로 송금하였으나, 그 후 리스계약자 지위승계와 관련하여 리스회사가 원고에게 연대보증인의 입보를 요구하자 이 사건 승용차 인수를 포기하고, 2008. 10. 20.경 계약체결을 중개한 피고 1에게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며, 피고 1은 이러한 원고의 의사를 피고 2에게 전달한 사실, 이후 원고와 피고 2가 피고 1을 통하여 원고가 승용차를 인도받아 사용한 기간 동안의 사용료로 얼마를 공제할 것인지에 관한 정산문제로 의견을 교환하던 중 2008. 11. 3.경 피고 1에게 ‘위 대금 4,300만 원 중 피고 2가 요구하는 1,000만 원을 원고의 사용료로 공제하여도 좋으니 이 사건 승용차를 피고 2에게 갖다 주라’고 말하면서 이 사건 승용차를 피고 1에게 인도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사용료 공제에 관하여 원고와 피고 2의 의사가 피고 1을 통해 일치되었고 이 사건 승용차가 피고 1에게 인도되었으므로 이 사건 계약은 그 무렵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고, 그 묵시적 합의해제 과정에서 피고 1이 원고 및 피고 2, 3을 쌍방대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가 피고 1에게 이 사건 승용차를 인도함으로써 묵시적 합의해제에 따른 원고의 원상회복의무도 모두 이행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원고와 피고 2 사이에서는 피고 1을 통하여 원고가 이 사건 승용차를 인도받아 사용한 기간 동안의 사용료로 얼마를 공제할 것인지에 관하여만 의견을 주고받았을 뿐 이 사건 승용차의 반환과 관련하여 그 반환시기와 장소, 차량상태의 점검 등에 관하여 의사교환이 이루어졌다고 인정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피고 1은 이 사건 계약체결을 중개하였다가 원고가 계약해제를 원한다고 하자 그러한 원고의 의사를 피고 2에게 전달하고 사용료 공제에 관한 원고와 피고 2의 의견을 상대방에게 전하는 역할을 하였을 뿐이고, 이와는 별도로 이 사건 계약의 해제와 그 원상회복방법에 관한 대리권을 원고나 피고 2, 3으로부터 수여받았다는 자료도 기록상 찾을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고가 이 사건 계약 체결에 관한 중개역할을 담당하였음에 불과한 피고 1에게 피고 2가 요구하는 금액의 사용료를 공제하여도 좋으니 이 사건 승용차를 피고 2에게 가져다 주라고 말하면서 이를 피고 1에게 일방적으로 인도한 것만으로 이 사건 계약이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고 그에 따른 원고의 원상회복의무도 이행완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와 피고 2, 3 사이의 이 사건 계약이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고 그에 따른 원상회복의무도 모두 이행되었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계약의 묵시적 합의해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주관적·예비적으로 병합된 피고 1에 대한 예비적 본소 청구 부분까지 포함하여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