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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36735 판결
[손해배상(기)][공2010하,2001]
판시사항

[1]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 채무승인의 방법 및 형사재판절차에서 피해자를 위하여 손해배상금을 공탁한 경우, 공탁금액을 넘는 손해배상채무에 관한 묵시적 승인 여부의 판단 기준

[2] 형사재판절차에서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에 대비하여 제1심판결 및 항소심판결 선고 전에 각 1,000만 원을 공탁하면서 손해배상금의 일부라는 표시도 하지 않고 공탁금 회수제한신고서도 첨부한 사안에서, 위 각 공탁에 의하여 공탁금을 넘는 손해배상채무를 승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채무 전액에 대한 승인의 효력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바,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또한 명시적이건 묵시적이건 불문하며,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지면 족하다. 한편 형사재판절차에서 피해자를 위하여 손해배상금의 공탁이 이루어진 경우 그와 같은 공탁이 공탁금액을 넘는 손해배상채무에 관한 묵시적 승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공탁서에 기재된 공탁원인사실의 내용을 중심으로, 공탁의 경위와 목적 및 공소사실의 다툼 여부, 인정되는 손해배상채무의 성격 및 액수와 공탁금액과의 차이, 그 밖의 공탁 전후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형사재판절차에서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에 대비하여 제1심판결 및 항소심판결 선고 전에 각 1,000만 원을 공탁하면서 손해배상금의 일부라는 표시도 하지 않고 공탁금 회수제한신고서도 첨부한 사안에서, 채무자가 부담하는 손해배상채무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지급채무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어서 형사재판과정에서 그 액수를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곤란하였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각 공탁에 의하여 당시 그 공탁금을 넘는 손해배상채무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뜻을 표시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위 각 공탁에 의하여 공탁금을 넘는 손해배상채무를 승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채무 전액에 대한 승인의 효력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마천루 담당변호사 유병옥)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제1심의 제3차 변론기일에서 피고가 형사재판절차에서 손해배상금을 공탁함으로써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승인한 것이라는 주장을 포함한 2009. 8. 12.자 준비서면을 진술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원심판결에 변론주의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는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바,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또한 명시적이건 묵시적이건 불문하며,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지면 족하다 ( 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다947 판결 ,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99105 판결 등 참조). 한편 형사재판절차에서 피해자를 위하여 손해배상금의 공탁이 이루어진 경우 그와 같은 공탁이 공탁금액을 넘는 손해배상채무에 관한 묵시적 승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공탁서에 기재된 공탁원인사실의 내용을 중심으로, 공탁의 경위와 목적 및 공소사실의 다툼 여부, 인정되는 손해배상채무의 성격 및 액수와 공탁금액과의 차이, 그 밖의 공탁전후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나.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는 2005. 6. 15.부터 같은 해 10. 19.까지 원고를 수회 강간하거나 강제추행하였으며, 성관계 중단의 대가로 합계 88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갈취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었고, 그 재판과정에서 강간이나 강제추행 당시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협박이 없었다는 등 기소된 범죄사실 전부에 대하여 무죄 주장을 하면서도, 제1심판결 선고를 앞둔 2006. 2. 14.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에 대비하여 손해배상금으로 1,000만 원을 공탁하였는데, 제1심법원은 위 범죄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에 대하여 징역 3년을 선고하였다.

2) 피고는 위 판결에 대하여 항소한 후에도 범죄사실 전부에 대한 무죄 주장을 계속하였으나, 제2심판결 선고를 앞둔 2006. 8. 17.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에 대비하여 손해배상금으로 1,000만 원을 추가 공탁하였고, 제2심법원은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에 대한 피고의 위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하고 나머지 갈취 부분 등은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였다.

3) 위 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상고하였는데, 대법원은 위 무죄 부분에 대하여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하였고, 환송후 항소심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함으로써 위 제1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4) 한편 피고는 위 각 공탁서에 ‘공탁금 회수 제한 신고서’를 첨부하였는데, 그 내용은 피공탁자의 동의가 없으면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공탁금에 대한 회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 위와 같이 피고는 제1심 형사재판절차에서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에 대비하여 제1심판결 선고 전에 손해배상금 1,000만 원을 공탁한 것인데, 그 공탁원인사실을 보더라도 손해배상금의 일부라는 표시도 없었고, 무죄판결이 확정되면 공탁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취지의 공탁금 회수 제한 신고서까지 첨부한 점, 다시 항소심 형사재판절차에서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유죄판결에 대비하여 추가로 손해배상금 1,000만 원을 공탁하면서 역시 손해배상금의 일부라는 표시도 하지 않고 공탁금 회수 제한 신고서도 첨부한 점, 피고가 선처를 받기 위하여 1,000만 원을 공탁하였다가 제1심에서 실형선고를 받게 되자 항소심에서 1,000만 원을 추가로 공탁하게 되었던 점, 피고가 부담하는 손해배상채무는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지급채무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서 피고가 형사재판과정에서 그 액수를 구체적으로 산정하기는 곤란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위 각 공탁에 의하여 당시 그 공탁금을 넘는 손해배상채무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원고에게 표시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따라서 피고가 위 각 공탁에 의하여 공탁금을 넘는 손해배상채무를 승인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들에 관하여 살펴보지도 아니한 채 피고가 원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위와 같이 피해금액을 공탁함으로써 원고가 가지는 손해배상채무 전액에 대한 승인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위와 같은 원심판단에는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 등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대희(재판장) 박시환 차한성 신영철(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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