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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다6659 판결
[대여금][미간행]
판시사항

[1]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함에 있어서 심리의 정도

[2] 소송 외에서 전문적인 학식과 경험이 있는 자가 작성한 감정의견을 기재한 서면이 서증으로 제출된 경우, 법원이 이를 사실인정의 자료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적극)

[3] 상이한 수 개의 감정 결과 중 어느 하나에 의거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적법한지 여부(원칙적 적극)

[4] 술집 운영자가 장부에 기재된 망의의 서명을 근거로 망인의 상속인들에게 외상대금 등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장부의 가필 부분이 위조된 것으로 보이는 점, 장부의 서명을 술집 직원이 대신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소송 외에서 문서감정원 소속 감정인이 작성하여 상속인들이 서증으로 제출한 감정서가 서명의 동일성을 부정하는 감정의견을 피력한 반면, 제1심 감정인은 서명이 비슷한 것이라고 하면서도 다양한 필적으로 변형 여부의 확인을 요한다는 유보적인 감정의견을 피력한 점 등 장부의 진정성립에 상당한 의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1심 감정인의 유보적인 감정의견만을 토대로 장부의 진정성립을 인정하여 상속인들에게 위 외상대금 등의 지급을 명한 원심의 판단은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한 것으로 경험칙과 논리칙에 위배된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나은 담당변호사 고헌영)

피고, 상고인

피고 1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명인 담당변호사 신명호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문서에 대한 진정성립의 인정 여부는 법원이 모든 증거자료와 변론의 전취지에 터잡아 자유심증에 따라 판단하게 되는 것이고,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그 기재 내용을 부정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이상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신중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2. 9. 6. 선고 2002다34666 판결 ,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1다29254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 감정인 고주홍의 필적감정 결과에 의하여 소외 1의 필적임이 인정되는 소외 1의 서명이 기재되어 있으므로 갑 제1호증 및 을 제17호증의 3 내지 19(이하 ‘이 사건 장부’라 함)의 진정성립이 추정된다고 판단한 다음 이 사건 장부와 제1심 증인 소외 2의 증언을 포함한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망 소외 1은 2005. 1.경부터 2007. 4. 1.경까지 소외 2 등과 함께 원고가 운영하는 술집에서 외상으로 술을 마시거나 원고로부터 돈을 빌렸는데 그 외상대금 및 차용금이 합계 151,591,000원에 이르는 사실 등을 인정하는 한편, 이 사건 장부는 위조된 것이라는 피고들의 항변에 대하여 을 제7호증(감정서) 등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 증거항변을 배척하였다.

그런데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와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를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원심은 감정인 고주홍의 감정결과를 토대로 이 사건 장부에 기재된 소외 1의 서명이 소외 1의 필적에 의한 것임이 인정된다고 보았는데, 원심이 그 근거로 삼은 위 감정결과는 감정인 고주홍이 이 사건 장부의 서명과 소외 1이 사용하던 통장의 서명을 비교대조한 다음 위 서명들에서 상사(상사)한 특징이 관찰되나 다양한 필적으로 변형 여부의 확인을 요한다는 감정의견을 피력한 것인 사실, 피고들은 일관하여 이 사건 장부에 기재된 소외 1의 서명은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장부의 진정성립을 탄핵하기 위하여 대한문서감정원 소속 감정인인 김미경이 작성한 감정서를 을 제7호증으로 제출하였는데, 위 감정서에 의하면 김미경은 이 사건 장부의 서명과 통장의 서명은 상이(상이)한 것이라는 감정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는바, 감정의견이 소송법상 감정인 신문이나 감정의 촉탁방법에 의한 것이 아니고 소송 외에서 전문적인 학식 경험이 있는 자가 작성한 감정의견을 기재한 서면이라 하더라도 그 서면이 서증으로 제출되었을 때 법원이 이를 합리적이라고 인정하면 이를 사실인정의 자료로 할 수 있는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에서는 이 사건 장부에 기재된 서명의 동일성에 관하여 상이한 2개의 감정결과가 제출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9. 7. 13. 선고 97다57979 판결 참조).

한편, 동일한 사항에 관하여 상이한 수 개의 감정결과가 있을 때 그 중 하나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였다면 그것이 경험칙이나 논리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다30275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증거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들의 피상속인인 소외 1은 2007. 4. 8. 사망한 사실, 원고는 소외 1이 사망한 이후인 2007. 5. 25. 부동산가압류신청을 하면서 이 사건 장부 이외에 소외 1 명의의 차용증(이하 ‘이 사건 차용증’이라 한다)을 소명자료로 제출한 사실, 원고가 가압류 신청 당시 제출한 이 사건 장부에는 “4월 15일까지 대출을 받아서 완불하겠음, 소외 1”이라는 부분(이하 ‘이 사건 가필부분’이라 함)은 기재되어 있지 않았으나, 원고가 2007. 10. 29. 이 사건 소를 제기하면서 제출한 갑 제1호증에는 이 사건 가필부분이 추가로 기재되어 있었던 사실, 제1심 증인 소외 2는 제1심 1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이 사건 장부의 서명은 소외 1의 서명이 맞고, 이 사건 가필부분도 소외 1의 글씨가 맞다’는 취지로 증언하였으나, 그 후 피고들이 을 제7호증(감정서)에 터 잡아 이 사건 가필부분은 소외 1의 필적이 아님을 주장하자 원고는 제1심 3차 변론기일에 이르러 위 가필부분은 자신의 직원이 기재한 것이라고 진술함으로써 위 증인의 증언과 모순되는 진술을 한 사실, 원고가 가압류 신청 당시 소명자료로 제출한 이 사건 차용증에는 소외 1의 이름뿐만 아니라 소외 1의 “서명”까지 기재되어 있는데, 원고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하여 이 사건 차용증을 서증으로 제출한 바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원심 1차 변론기일에 이르러 ‘ 소외 1로부터 받은 차용증은 없다’고 진술한 사실(이 사건 차용증은 피고들이 원고의 주장을 탄핵하기 위하여 을 제17호증의 2로 제출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의 원고 대리인은 2009. 11. 16.자 준비서면 진술을 통해 이 사건 차용증은 소외 1이 술을 먹고 난 후 가게를 나가면서 원고의 직원에게 불러주는 대로 직접 쓰고 “서명”하라고 지시하여 원고의 직원이 대필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장부 중 이 사건 가필부분은 소외 1이 사망한 이후에 작출된 것이므로 제3자에 의해 위조된 것으로 보이고 그와 관련된 소외 2의 증언 역시 위증인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차용증이 작성된 경위에 대한 원고측의 주장은 이를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주장취지가 무엇인지조차 불분명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원심의 원고 대리인의 주장취지가 이 사건 차용증의 “서명” 부분까지 원고의 직원이 대신한 것이라는 의미라면 이 사건 장부에 현출된 소외 1의 서명 역시 원고의 직원이 대신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④ 김미경이 서명의 동일성을 부정하는 감정의견을 피력하였던 반면 고주홍은 서명이 비슷한 것이라고 하면서도 다양한 필적으로 변형 여부의 확인을 요한다는 유보적인 감정의견을 피력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앞서 본 바와 같은 상당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고주홍의 유보적인 감정의견만을 토대로 서명의 동일성을 곧바로 인정하는 것은 현저하게 합리성을 결여한 것으로서 경험칙이나 논리칙에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감정인 고주홍의 감정결과만을 토대로 이 사건 장부의 진정성립을 인정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감정인을 지정하여 서명의 동일성에 대한 감정을 실시하거나 감정인 고주홍, 김미경에 대한 증인신문을 실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후 상이한 감정결과인 김미경의 감정결과 및 다른 증거들과 면밀히 비교하여 감정인 고주홍의 감정결과의 증거가치에 관한 판단을 하였어야 하고, 또한 이 사건 차용증에 현출된 소외 1의 서명까지 원고의 직원이 대신한 것이라면 그 경위 및 이 사건 장부에 현출된 서명과의 동일성에 대하여도 면밀히 심리해보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한 채 감정인 고주홍의 감정결과만을 토대로 이 사건 장부의 진정성립을 인정한 다음 위 장부와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제1심 증인 소외 2의 증언에 터 잡아 판시와 같은 대여사실 등을 인정함으로써 소외 1의 상속인들인 피고들에게 그 대여금 등의 지급을 명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경험칙과 논리칙에 따른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지적하는 피고들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박시환 안대희(주심) 차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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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9.12.18.선고 2009나52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