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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다42765 판결
[손해배상(기)][공2009하,2081]
판시사항

[1] 법률상 사항에 관한 법원의 석명 또는 지적의무

[2] 손해배상청구의 법률적 근거가 계약책임인지 불법행위책임인지 불명확함에도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고 불법행위책임을 묻는 것으로 단정한 뒤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4항 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명백히 간과한 법률상의 사항이 있거나 당사자의 주장이 법률상의 관점에서 보아 모순이나 불명료한 점이 있는 경우 법원은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하고, 만일 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2] 손해배상청구의 법률적 근거는 이를 계약책임으로 구성하느냐 불법행위책임으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이 달라지는 중대한 법률적 사항에 해당하므로, 당사자가 이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당사자로 하여금 그 주장을 법률적으로 명쾌하게 정리할 기회를 주어야 함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손해배상청구의 법률적 근거를 불법행위책임을 묻는 것으로 단정한 뒤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피고 1 주식회사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1 주식회사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피고 2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다. 피고 2에 대한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원심 판단의 요지

가. 원심은 그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가 피고 1 주식회사와 일반전화가입계약을 체결하고 051-(이하 전화번호 1 생략) 전화 및 051-(이하 전화번호 2 생략) 전화를 각 사용하여 왔고, 피고 2는 피고 1 주식회사 서부산지점의 요금관리팀장으로 근무한 사실, 피고 1 주식회사는 위 051-(이하 전화번호 2 생략) 전화의 2001. 5.분(납기일 기준, 이하 같다)부터 2001. 8.분까지의 전화요금 출금일인 매달 25일에 원고의 국민은행 자동납부계좌의 잔고가 요금액에 미달하였다는 이유로 2001. 8. 13. 시내전화이용약관에 따라 위 전화를 직권해지한 사실, 또한 피고 1 주식회사는 위 051-(이하 전화번호 1 생략) 전화의 2003. 6.분부터 2003. 11.분까지의 전화요금도 같은 경위로 연체되었다는 이유로 2003. 12. 12. 위 전화를 직권해지한 사실, 피고 1 주식회사는 위 051-(이하 전화번호 1 생략) 전화의 직권해지로 인하여 원고에게 반환하여야 할 설비비 250,000원을 051-(이하 전화번호 2 생략) 전화의 미납사용료와 대등액에서 상계처리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나. 이어 원심은, 원고의 주장을 “원고는 전화요금을 연체한 바 없는데도 피고들이 아무런 독촉이나 통보절차 없이 위 전화들을 직권으로 해지한 뒤 요금을 상계처리하였으므로, 피고들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서 연대하여 원고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것으로 정리한 다음, 피고들이 위 전화를 부당하게 직권 해지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에 대한 원고의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피고 1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 부분

(1)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4항 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명백히 간과한 법률상의 사항이 있거나 당사자의 주장이 법률상의 관점에서 보아 모순이나 불명료한 점이 있는 경우 법원은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하고, 만일 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할 것이다 (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다41435 판결 참조).

(2) 이 사건에서 피고 1 주식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것인지 여부의 관건이 되는 핵심적인 법률요건은 원고가 전화요금을 연체하였는지의 여부 및 피고 1 주식회사가 해지에 앞서 이행최고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이다. 그런데 위 요건들에 대한 입증책임은 손해배상청구의 법률적 근거를 계약책임으로 구성하느냐 아니면 불법행위책임으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정반대로 달라지게 된다. 즉 계약책임으로 구성할 경우 위 요건들에 대한 입증책임(원고가 전화요금을 연체하였다는 것과 피고 1 주식회사가 이행최고를 하였다는 것에 대한 입증책임)은 피고 1 주식회사가 부담하게 되는 반면, 불법행위책임으로 구성할 경우 그 입증책임(원고가 전화요금을 연체하지 않았다는 것과 피고 1 주식회사가 이행최고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에 대한 입증책임)은 일반원칙에 따라 원고가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의 법률적 성질을 어떻게 파악하느냐는 그에 따라 소송의 승패가 달라질 수도 있는 중대한 법률적 사항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제1심과 원심에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가 계약책임을 묻는 것인지 아니면 불법행위책임을 묻는 것인지 명시한 바 없음을 알 수 있는바, 이는 원고가 부주의나 법률적인 지식의 부족으로 입증책임의 법률적 효과에 관하여 명백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그 주장이 법률상의 관점에서 보아 불명료 또는 불완전한 경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위와 같은 점을 지적하고 원고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그 주장을 법률적으로 명쾌하게 정리할 기회를 주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원고의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의 법률적 근거를 불법행위책임을 묻는 것으로 단정한 뒤(이 경우 입증책임은 원고가 부담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는 원고에게 심히 불리한 것이다) 원고의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는바, 이는 석명권을 적절하게 행사하지 아니하고 당사자에게 법률사항에 관한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여 잘못이라고 할 것이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3) 한편, 원고는 “ 051-(이하 전화번호 2 생략) 전화는 2001. 2. 12.부터 2001. 8. 12.까지 6개월간 일시이용중단을 한 상태였으므로 그 기간 동안 전화요금 자체가 부과될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갑 제6, 9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러한 원고의 주장에 일단 일리가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점도 추가 심리를 하여 사실 여부를 확정할 필요가 있음도 아울러 지적하여 둔다.

또한 원고는 “매월 25일에 잔고가 부족하였더라도 그 전후로는 잔고가 충분한 때도 있었는바, 피고 1 주식회사가 추가출금이나 부분출금에 의하여 요금을 인출하여 갈 수도 있었는데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는데, 원심은 “당시는 추가출금제도나 부분출금제도가 도입되기 전이었다”고 인정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런데 을 제10호증의 기재 및 피고 2에 대한 당사자본인신문결과에 의하면 추가출금제도는 2005. 8. 청구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보이나, 피고 2에 대한 당사자본인신문결과에 의하면 부분출금제도는 이미 2000. 9. 이후부터 시행되고 있었다는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점 역시 추가 심리를 하여 사실 여부를 확정할 필요가 있음을 아울러 지적하여 둔다.

나. 피고 2에 대한 청구 부분

피고 2에 대한 청구 부분에 대하여도 앞서 본 것과 마찬가지로 원심은 석명권을 적절하게 행사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할 것이다. 다만 피고 2는 원고와 아무런 계약관계에 있지 아니하므로 피고 2에 대해서는 계약책임을 물을 여지가 없다. 그리고 피고 2는 단순히 피고 1 주식회사 서부산지점의 요금관리팀장에 불과할 뿐, 이 사건 각 전화들의 직권해지과정에 관여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 2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결국 원심의 조치에 위와 같은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잘못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상고는 이유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1 주식회사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피고 2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며, 피고 2에 대한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게 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훈(재판장) 김영란 김능환 민일영(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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